독심술의 연습

독심술과 마음의 수양

독심술 같은 걸 논하면서 "마음의 수양"을 얘기하면 우스울지 모른다. 하지만 독심술의 기초 원리는 상대의 마음을 내 마음에 비쳐 읽는 것이다.(제2강의 참조) 그러므로 내 마음에 욕심이 있고, 어떤 강한 바램이 있으면 그만큼 왜곡되어 보일 수밖에 없다. 이 말이 당연하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만 상대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

그러므로 독심술을 정확하게 사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사심이 없어야 한다.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사심없이 사물을 바라보는 것, 이것이 독심술에서 요구하는 마음의 수양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사기를 당하는 사람의 입장이다.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모두 뭔가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 그리고 대체로는 자기 입장에서 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대박을 원하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어떤 사람은 증권을 해서 부자가 되었다고 그러고 어떤 사람은 부동산 투기를 해서 갑자기 몇 억을 벌었다고 그런다. 그렇다면 자기에게는 왜 그런 기회가 오지 않는가 하는 불만을 가질만 할 것이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이 그에게 모든 사기꾼들이 하는 그런 뻔한 말을 한다. "당신에게도 기회는 온다. 이 기회는 지금 잡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고 말 것이다. 빨리 계약을 하자."

그 때 그 사람은 사기꾼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없다. 왜냐하면 그가 강력하게 원하는 것은 그 사기꾼이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다른 친구에게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상담을 받는다면 훨씬 더 합리적이고 조심스러울 수 있다. 대체로 뻔한 사기꾼의 농간에, 넘어가도라도 훨씬 더 어렵게 넘어갈 것이다.

반대로 사기꾼은 이러한 '분에 넘치는' 욕심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잘 들여다 본다. 달리 말하면 그들은 그 측면에서, 특히 돈과 관련된 측면에서 숙달된 독심술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을 할 수 있다. 사기꾼은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일텐데 어떻게 독심술을 쓸 수 있는가?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만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사실 이 때 사기꾼이 알아 볼 수 있는 상대의 마음은 그 사기꾼이 쳐 놓은 함정에 걸리는 사람들의 단순한 심리적 기제만을 알아 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 독심술 능력은 포괄적이지 않다. 그래서 반대로 수사기관에서 나온 사람이 멍청한 고객인 척 가장하고 의도적으로 덫에 걸려든다면 가려내기 힘들어진다. 그리고 한가지 더 지적하자면 사기꾼은 사기를 치기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한다. 그들은 분에 넘치는 욕심을 가진 사람들에 자신들의 관심을 제한한다. 거기에서만 그들의 독심술 능력은 작동하는 것이다. 만약 사기꾼이 한 명이라도 더 등쳐 먹으려고 사기에 걸리지 않으려고 충분히 조심하는 사람에게까지 접근한다면 그들의 독심술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여기서 마음을 순수하게 해야 쓸 수 있다는 독심술은 상대의 모든 부분, 혹은 (이 말이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면) 상대의 핵심적인 부분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능력이다. 즉 어릴 때의 성장과정, 성격 구조, 지금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사고능력에는 어떤 특성이 있는지,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지 등등. 그 사람의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 그리고 핵심적인 부분 말이다. 그러려면 사기꾼이 자신의 덫에 걸린 사람에게만 시선을 한정하듯이, 그래서 아무리 돈을 많이 가졌더라도 지나친 욕심을 가지지 않은 사람에게는 덤벼들지 않듯이, 독심술로 마음을 들여다 보고자 하는 상대의 인생에 대해서 사적인 욕심을 가지고 있지 않아야 한다. 인생 전체에 대해서 사적인 욕심을 갖지 않은 상태, 즉 상대가 미모의 여성이라도 그냥 아름답다고만 느낄 뿐 자시의 여자 친구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지 않고, 상대가 돈이 많더라도 그 돈을 자기에게 베풀기를 기대하지 않는 상태, 그런 상태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마음을 원하는 대로 들여다 볼 수 있으려면 모든 사람에 대해서 그러한 평정한 마음을 가져야만 한다. 이것에 대해서 이름을 붙인 것이 그냥 "순수한 마음"일 뿐이다.

나는 지금 나의 설명에서 순수한 마음과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지금 이 사이트를 내가 만들고, 그래서 내가 독심술을 잘 한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나에 대한 자랑 내지는 선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뭐, 그렇게 비칠 수 있다는 위험을 각오하고 쓰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도 별로 순수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가끔씩 상대의 마음을 읽어내는 데 실패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 나같은 경우에 마음에 드는 이성에 대해서 약한데, 그것은 아마도 아직 결혼을 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은 멋진 변명일 수 있지만, ^^ 분명한 것은 나도 아무런 욕심없이 살 수 없으며 때때로 지나친 욕심을 부릴 때도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독심술에서 실수를 할 때는 그 점에서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결론은 간단하다. 순수한 마음이란 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다.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것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 독심술을 배운 후에도 정확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독심술 습득을 위해서 마음의 수양이 필요한 또다른 중요한 까닭은 심리적인 충격을 견딜 수 있기 위해서이다.

"모르는 것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건 맞는 말이다. 너무 많은 것을 알면 고민이 늘어난다. 공부를 할 수 없는 여건에 있는 학생이 일주일 후가 시험이라는 것을 알면 그는 공부를 할 수 없으면서도 고민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강의를 들어갔는데 시험치는 날이었다면 같은 결과라도 고민은 줄어들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이 이런 것은 아니다. 미리 알면 사태를 훨씬 더 좋게 만들 수가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서 그 학생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에 있고 의지가 있다면 시험날짜를 미리 아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또 너무 많은 것을 알기 때문에 그냥 고민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태가 더 악화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드라마같은 데서 흔히 볼 수 있듯이 10년 전의 아내의 불륜을 알았다고 생각해 보자. 냉정하고 현명한 사람이라면, 지금 아내가 과거의 실수를 보상할 만큼 성실하게 가정을 돌보고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서 모른 체 하거나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흥분하고 울분을 토하면서 아내에게 따질지도 모른다. 결국에는 이혼을 하거나 아내가 가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독심술이 이러한 불행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나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도 그 점에서는 자신이 별로 없다. 예전에 좋아하던 여학생이 있었는데, 그 여학생이 어느 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처음 소개받은 남자와 만날 첫날 입맞춤을 허락했었다는 얘기를 내게 했었다. 그 얘기를 듣고 마음의 갈등을 심하게 느낀 적이 있다. 왜냐하면 그 때 우리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로 발전할 단계였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서 볼 때 나도 그렇게 달관한 사람은 아니다.

여기에서 인생을 달관한 사람만이 할 만한 얘기들을 늘어 놓는 것은 여러분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오만한 얘기라고 밉게 생각하지 말고 같이 노력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