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깨비의 철학공부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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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파깨비 
Subject  
   1999년의 여름... 어떤 벤쳐 사장님.
1999년의 일이다. 그리고 이건 내가 상대를 별로 좋지 않은 사람, 그래서 조금은 '사기꾼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때의 상황을 먼저 얘기하자. 당시는 벤쳐 열풍이 불던 시절. 특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벤쳐 열풍이 불었다. 그 중에서 한국의 문화상품 1호로 꼽히는 태권도를 가지고 크게 대박을 터뜨려 보려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서 태권도를 홍보하면서 동시에 인지도를 높이려 했다. 그런데, 사실 태권도에 대한 자료라고 한다면 교본 이상의 것을 찾기 어렵다. 그 외의 것은 무협지같은 황당한 이야기 혹은 구색 맞추기 식의 연구실적을 위한 자료들이다. 상품화할 것은 잘 없다.
그래서 내가 써 놓은 시나 뭐 이런 글들 몇 개가 눈에 띄었을 것이다. 글쎄... 다른 사람들의 좋은 작품들이 있었다면 별로 눈에 띄지는 않았겠지만, 재수좋게 희소성을 누렸다. 그래서 몇몇 태권도 벤쳐회사들에서 연락 및 제의를 받았다.
그 중의 한 회사.
연락을 해 온 담당자는 여직원이었다. 처음부터 화통하게 이야기를 이었고 나를 추켜 세워주었다.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생각이 많고 활동적이긴 하지만 생각이 별로 깊어 보이지는 않는 사람이었다. 목소리의 톤이 좀 높으면서, 뭐랄까... 말하는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들뜬 것... 이런 건 하여튼,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나이가 많지 않았고 사회의 속된 물이 별로 묻지 않아 보였다.
이런 경우에는 여직원과 친해지는 것이 별로 나에게 유리하지는 않다. 감성적인 요인이 판단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문제에 있어서는 다소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독심술 때문에^^) 상대가 분위기를 이끄는 대로 따랐다.
그런데, 내 경우에는, 특히 지금 돌아보면, 자연스럽게 경계심을 가지고 접근했던 것 같다. 특히 무슨 '계약'이나 '권리설정' 문제 같은 것이 곧 대두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그저 경거망동하지 않고 두고보는 것이 최고다.
이건 무슨 기술이랄 것이 없지만, 상황의 변화, 특히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겼고, 그것이 위기거나 좋은 기회라고 생각될 만한 것일 때 동요하지 않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기다림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모든 기술의 기초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한 가지. 당시에 나에게 태권도 관련해서 연락해 온 벤쳐 회사는 3군데가 있었다. 이 곳에서만 여직원이 연락해 왔고, 다른 두 곳은 남자 직원이 연락해 왔다. 나는 그 차이점을 눈여겨 보았다. 이 요소가 가지는 의미는 크게도 볼 수 있고 작게도 볼 수 있는데, 특히 그 직원들이 그 회사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는 사람들인가 하는 것이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몇 주 후에 사무실로 초대되었다. 거기에서 나는 그 회사 사장을 만나게 되었다. '오 사장'이라고 칭하겠다.
첫 인상. 별로 좋지 않았다. 이유.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나를 친절하게 대하지 않고 바쁜 듯,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 뭐랄까 자신은 중요한 일을 하는 바쁜 사람이고 그런 권위를 강조하는 분위기. 이런 건 속 알맹이가 빈 사람들이 잘 하는 짓이다.
그 다음.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자 자신과 자기 회사에 대한 장미빛 청사진을 늘어놓았다. 역시 별로 좋지 않다. 그럼 어떠해야 하는가?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설명을 제시하는 것이다. 역시 말로 하자면 복잡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완전무결하게 장점만을 가진 듯이 보이려 하는 사람의 속은 비어 있다.
그 다음. 지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만을 늘어 놓았다. 내가 말하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내가 말하려고 하는 것은 들여려 하는 태도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우위에 있었다.
이건 아주 기본적이고 쉬운 것 같지만, 의외로 어려운 점이다. 특히 독심술에 대한 이해없이 인간관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이기도 하다.

나는 그 회사가 토대가 빈약하고 자본과 기술이 제일 없는 회사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내가 만난 같은 류의 회사 중에사 가장 먼저 실패했다.
3년이 지난 후 그 오 사장을 아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서 평을 종합해 봤을 때, 그 때의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독심술의 아주 기본적인 한 예를 설명하였다.
어디에서나 기본은 아주 중요하다.
기본기는 설명을 듣고 보면 신기할 것이 너무나 없는, 그래서 기술 축에도 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만 잘 구사해도 상대를 파악하는 데에 있어서 실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방금 본 것처럼 어디에선가 들어 보았을 법한, 너무나 흔하고 당연한 원칙들을 구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심술로 운명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까닭...

파깨비
2004/12/31

   올해(2003년) 며칠 전...

파깨비
200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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