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로서의 마음 - 심신동일론

7. 개별자 물리주의와 유형 물리주의

앞서 보았듯이 전형적으로 동일론은 심적 사건이 물리적 사건이라는 식으로 "사건"에 대해 말한다. 그러나 사건이란 무엇인가? 사컨에 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있어서 그것들 중 어느 편을 취하느냐에 따라서 동일론은 다르게 이해된다. 한 견해는 사건을 물질적 대상과 마찬가지로 세계의 기본적인 구체적 개별자로 본다. 물질적 대상처럼 그것들은 속성을 가지며 어떤 종류에 속한다 따라서 어떤 사건은 다리의 폭발이나 붕괴일 수도 있고, 빠르고 격렬하고 예기치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통증의 개별적 발생은 통증이라는 류에 속하는 하나의 사건이다. 또는 이 발생은 통증 사건임이라는 속성을 갖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 사건은 다른 류에도 속할 수 있고 다른 속성을 가질 수도 있다. 그것은 지겹고 세게 두드려대는 통증이고, 색은 이에 의해서 생겼고, 한 밤중에 나를 깨웠고, 세 시간이 넘게 지속된다. 동일론이 옳다면 그것은 또한 두뇌 사건, C 신경 섬유의 활성화라는 사건유형에 속하는 두뇌 사건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기본적인 개별자로서의 사건이라는 이 견해에 따르면 어떤 통증 사건 C는 C 신경설유의 활성화이라는 주장은 e가 두 개의 사건 유형, 즉 통증과 C 섬유의 활성른에 속한다고 말하는 것, e가 통증이면서 동시에 C 섬유 활성화라고 말하는 것이다. 다른 식으로 말하면, 이 사건e는 통증임이라는 속성과 C섬유의 활성화임이라는 속성을 둘 다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 동일론의 표준적인 정식화를 생각해 보자.

(I) 모든 심적 사건은 물리적 사건이다.

사건에 대한 지긍까지의 해석에 따르면 이것은

(la) [개별자 물리주의] 어떤 심적 사건 유형에 속하는 모든 사건은 어떤 물리적 사건에 속한다. (또는 심적 속성을 갖는 모든 사건은 물리적 속성을 갖는다.)

"사건 유형"라고 말하는 것과 사건의 "속성"이라고 말하는 것을 같은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건의 모든 속성 각각은 사건의 종류를, 즉 그 속성을 가진 사건들로 이루어진 종류를 정의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으니까. 주장 (la)는 또한 "개별자 동일론"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이것은 심적인 사건 개별자를 물리적인 나건 개별자와 동일화하니까. 사긴 개별자는 어떤 특정한 시간에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 통증의 발생처럼 시점을 줄 수 있는 개별적인 발생이다. 사건 개별자는 통증, 가려움같은 사건 유형, 즉 사건 종류와 대비된다. 개별자 물리주의자들은 그들의 논제(la)가 심적 유형과 물리적 유형 간의 동일성을, 즉 유형 물리주의 또는 유형 동일론을 함축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Ib) [유형 물리주의] 심적 사건 유형은 물리적 사건 유형이다. 다시 말해서 심적 속성은 물리적 속성이다.

개별자 물리주의와 유형 물리주의의 관계는 어떠한가? 전자가 후자를 함축하지 않는다는 것은 하나의 유비를 통해 보일 수 있다.

(1) 색을 가진 모든 대상은 모양을 가졌다.
(2) 색은 모양과 동일하다.

진술 (1)은 분명히 참이지만 진술 (2)는 분명히 거짓이다. 색과 모양은 서로 체계적으로 상관되어 있지도 않다. 붉은 대상은 구형일 수도 있고 주사위 모양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모양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심적 속성을 가진 모든 사건이 물리적인 속성을 가진다고 해도 그것이 심적 속성은 물리적 속성과 체계적으로 상관되어 있다는 것조차도 함축하지 않는다. 그러니 심적 속성이 물리적 속성과 동일하다는 것을 함축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지금까지 "통증은 C 섬유 활성화이다"라는 진술을 심물 동일성의 예로 삼아 왔는데 이 진술은 류로서의 통증을 류로서의 C섬유 활성화와 동일화하고 있다. 이것은 유형 동일성 명제이며 유형 물리주의에 속한다. 이 예가 보여주듯이 심물 동일론은 표준적으로 유형동일론으로 해석되어왔지 개별자 동일론으로 해석되지 않았다.

유형 물리주의가 동일론을 정식화하는 자연스러운 방법(사실은 유일한 방법)으로 보이게 하는 사건에 대한 또 다른 접근이 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사건이란 어떤 대상이 어떤 시간에 어떤 속성을 예화함이다. 예컨대 내가 지금 통증을 느낌은 하나의 사건이다. 당신이 지금 통증을 느낌과 내가 어제 통증을 느낌은 또한 사건들이지만 이 사건들은 모두 서로 다르다. 이 견해에 의하면 어떤 사건 O와 O'가 동일한 사건이려면 그것들은 같은 시점에 같은 대상에 의해서 같은 속성이 예화되는 것이어야 한다. 즉,

x가 시점 t에 속성 P를 예화하는 사건 = y가 시점 t‘에 속성 Q를 예화하는 사건일 경우 그리고 오직 그 경우에만 X=y, p=0, 그리고 t=t'이다.

사건을 기본적이고 분석 불가능한 것으로 보는 앞의 견해와 달리 이 견해는 사건이 속성과 대상과 시간으로 이루어진 구조화된 개별자라고 본다. 그렇다면 하나의 심적 사건은 (한 시점에 한 대상에 의한) 심적 속성의 예화이며 마찬가지로 물리적 사건은 물리적 속성의 예화이다. 심적 실체나 영혼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물리적 사건 뿐 아니라 심적 사건에서도 그런 예화를 하는 대 상들은 생물학적 유기체같은 물리적 사물들, 또 어쩌면 복잡한 전자기 체계이어야 한다. 사건에 대한 이런 식의 일반적 설명은 "속성 예화론"이라고 불린다.

어떤 개별적인 심적 사건, 철수가 어떤 시점에 통증을 느낌이라는 사건을 생각해 보자. 만일 이 사건이 철수가 C 섬유 활성화 상태에 있음이라는 물리적 사건과 동일하다면 통증을 느낌이라 는 심적 속성은 C 성유 활성화 상태에 있음이라는 물리적 속성과 동일해야 한다. 그러므로 사건의 속성 예화론에 의하면 심적 사건 개별자와 물리적 사건 개별자의 동일성은 심적 속성과 물리 적 속성의 동일성을 함축한다. 그렇다면 사건의 본성에 대해서 속성 예화론을 입장을 취하면 일반적으로 개별자 물리주의와 유형 물리주의의 구별은 쓸모없는 짓이다.

이미 말했듯이 동일론의 고전적 정식화는 스마트와 화이글의 유형 동일론에 기인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까지 동일론을 유형 동일론으로 제시하였다. 또 개별자 물리주의는 말하는 것 이 많지 않은 약한 입장이라는 것도 유형 동일론을 중심으로 말했던 이유이다. 본질적으로 개별자 물리주의는 심적인 속성과 물리적인 속성이 같은 개별자에 의해서 예화된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심적 속성을 가진 모든 사건 또는 발생은 어떤 물리적 속성을 가진다. 그러나 이 이론은 심적 속성과 물리적 속성의 관계에 관해서는, 그러니까 통증과 가려움, 사고, 의식 같은 것들과 신경의사건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개별자 물리주의는 심적인 것과 물적인 것 사이에 체계적인 관계 같은 건 전혀 없다고 해도 참일 수 있다. (모양과 색의 예를 기억.) 개별자 물리주의가 참인 세계에서는 모든 심적인 속성과 특징들, 통증의 그 아픈 감각, 잔상의 푸르스름함, 시각 자료의 밝은 붉은색과 셀 수 없이 많은 다른 감각적 성질이 있으면서도 심적인 것과 물적인 것 사이에 아무런 의존이나 상관 관계도 없는 일도 가능하다. 개별자 물리주의의 주장대로라면물리적인 면에서는 세세한 부분까지도 우리 세계와 같으면서도 정신과 의식은 전혀 없는 세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개별자 물리주의는 심신 수반이 성립하지 않아도 참일 수 있다. 주어진 사건이 어떤 심적인 특징을 가졌건 것은 그것의 생물학적/물리적 속성에 의해서 전혀 제약받지 않는다. 개별자 물리주의가 옳다면 분자 차원에 이르기까지 당신과 똑같은 당신의 복제가 전혀 의식을 갖지 않은 좀비인 경우도 가능하다 이것은 이 이론이 한 사건의 심적 속성이 어떻게 물리적으로 기초지워져 있는가, 어떻게 물리적으로 설명되는가에 대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개별자 물리주의는 별로 물리주의라고 할 것도 없다. 사실 심신 수반을 최소한외 물리주의를 정의하는 걸로 인정한다면 개별자 물리주의는 물리주의와 범위 밖에 있다. 정신과 우리의 신체적 본성 간의 체계적인 속성 대 속성 관계는 건강한 물리주의 입장을 위해서 근본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속성에 관한 문제는 정신을 더 기본적인 물리적/생물학적 속성과 과정애로 환원하는 가능성에 대한 논쟁에서도 등장한다. 개볕자 물리주와는 일종의 비환원주의다. 그것은 심적인 것과 물적인 것 사이의 속성 대 속성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한 관계는 보통 심적인 것을 물적인 것에로 환원하는데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개별자 물리주의는 심신환원을 부정하는 것이 야니라 가기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도 취하지 않는다. 그러나 개별자 물리주의를 받아들이는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실제로 심신 환원이 거짓이라고 믿고 또 개별자 물리주의는 충분한 물리주의랴고 믿기 때문에 그 입장을 취한 것이다.

반면에 유형 물리주의는 일종의 환원적 몰리주의이다. 심적 속성이 물적 속성이라는 논제는 물리적 속성을 넘어서 그와 다른 속성은 없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 유형 물리주의는 강한 유물론적 입장이다. 어쩌면 이것은 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한 입장이다.

0. 들어가는 말
1. 마음-두뇌 상관 관계
2. 심신 상관 관계의 설명 - 심신 이론
3. 마음-신경의 동일화 논증
4. 암스트롱의 논증
5. 심성 인과로부터의 논증
6. "동일성"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7. 개별자 물리주의와 유형 물리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