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두뇌로서의 마음 - 심신동일론

1. 마음-두뇌 상관 관계

그런데 도대체 우리는 왜 데까르트를 따라서 두뇌가 "정신 활동의 거처"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명백해 보인다. 정신 과정과 두뇌 과정 사이에는 아주 포괄적이고도 철저한 상관 관계의 체계가 있다는 것이 그 대답이다. 이것은 우리가 선험적으로 아는 사실이 아니다. 수학의 천재였던 데까르트라고 해도 이것을 선험적인 추리로 생각해 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경험적 증거들을 통해서 이점을 알고 있다. 예컨대 두뇌의 손상은 우리의 정신 활동에 치명적인 장애를 줄 수 있다. 추리하는 기능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기억하거나 지각하는 기능에 영향을 즐 수도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성격적인 특질을 아주 바꾸어 버리기도 한다. 두뇌의 화학적 변화(예컨대 높은 혈중 알코을 농도)는 우리의 기분을 크게 바꿀 수 있으며 감정과 판단을 바꿀 수도 있다 뇌진탕은 우리를 뻗어버리게 만들뿐 아니라 의식을 잃게 만든다. 심한 두뇌 손상은 뇌사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데, 뇌사 상태에 이르면 의식과 정신 기능은 완전히 상실되어 들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이제 우리는 신경생리학의 연구를 통하여 두뇌와 그 활동이 우리의 정신활동을 결정하는 핵심적 요소라는 점을 보여주는 압도적인 증거들을 갖고 있다. 팔꿈치를 심하게 긁히면 타 는듯이 욱신거리는 통증을 느끼고, 가벼운 식중독은 종종 복통과 구역질나는 느낌을 일으킨다. 망막에 빛이 쬐이면 시감각을 일으키는데 이것은 다시 주위 환경에 대한 어떤 믿음을 일으킨다. 감각 표피에 주어지는 자극들은 각각 다양한 종류의 정신적 사건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것들은 단지 遠因(remote Cause)일 뿐이다. 그것들이 정신적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오직 그것들이 두뇌에 어떤 상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마취라는 것이 가능하다. 감각기의 주변부에서 오는 신경 신호가 차단되거나 두뇌의 정상적인 작동이 중지되어서 적절한 중추 신경과정이 발생하지 못하도록 하면 통증은 경험되지 않는다. 정신에 발생하는 모든 심적인 사건들은 그것의 물리적 近因(proximate cause), 즉 가장 인접한 물리적 기반으로서 두뇌 상태를 갖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럴 법하다. 정신성의 존재 자체가 적절한 신경 구조의 존재에 의존한다고 생각할 강력한 증거가 있다. 만일 어떤 사람의 두뇌를 이루는 모든 세포를 제거해 버리면 그의 정신적 삶 전체는 사라질 것이다; 마치 그의 신체를 이루는 모든 분자를 제거하면 그의 존재가 사라지듯이 말이다. 적어도 사태는 이렇게 보인다. 이 모든 것을 다음과 같은 논제로 요악할 수 있다.

(정신-두뇌 상관 논제) 어떤 유기체 o에서 발생하는 모든 심적 사건 M에 대하여, 어떤 두뇌 사건 B(M의 "신경 상관물(neural correlate)" 또는 "기반")가 존재해서 B가 어떤 시점 t에 유기체 o에게서 발생할 때에 그리고 그 때에만 t에 o에게서 M이 발생한다.

그렇다면 이 논제에 따르면 어떤 유기체에 발생할 수 있는 각각의 심적 사건 유형(type)은 그것의 발생을 위해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이 되는 신경 상관물을 갖는다. 따라서 각 유기체에 대해서 그 유기체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심적 상태를 포괄하는 일련의 정신-두뇌 상관 관계가 있다. 이러한 두뇌-정신 상관 관계에 대해서 두 가지 점이 지적될 수 있겠다:

1. 이 상관 관계는 법칙적(law-1e)이라고 여겨진다: 나의 어떤 신경 섬유(C-fibers와 A-delta-fibers)가 활성화될 때에 통증이 경험된다는 사실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법칙적 규칙성(lawful regularity)의 문제이다.
2. 두뇌의 상태에 어떤 (알려지지 않았을 수도 있는) 특정한 변화가 없다면 정신적 삶에는 조금의 변화도 있을 수 없다. 두 의식적 정신 상태 간에 차이가 있으면 그에 대응하는 두 신경 상태 간에도 차이가 있어야 한다.

이런 점들을 들어서 정신성은 두뇌 상태에 수반(supervene)하며, 이러한 수반은 법칙의 문제다록 말하기도 한다. 수반이 성립한다면 우리가 관찰과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지 선험적으로 알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더구나 특정한 상관 관계, 즉 특정한 심적 상태(예컨대 통증)와 특정한 두뇌 상태(예컨대 어떤 신경 섬유의 활성화)간의 상관 관계는 또한 경험적 탐구와 발견의 문제이다. 아마도 이러한 상관 관계의 많은 부분은 아직도 알려지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심-신 상관 관계와 심-신 수반을 확신하는 배경에는 개략적이고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이러한 특정한 상관 관계에 대한 지식이 있다. 만일 고대 그리이스 사람들이 심장과 정신성의 거처에 대해 생각한 것이 옳았더라면 (그들이 옳았을 수도 있다), 우리는 심-신 수반 대 신에 심-심(mind-heart) 수반을 말하고 있었을 것이다.

0. 들어가는 말
1. 마음-두뇌 상관 관계
2. 심신 상관 관계의 설명 - 심신 이론
3. 마음-신경의 동일화 논증
4. 암스트롱의 논증
5. 심성 인과로부터의 논증
6. "동일성"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7. 개별자 물리주의와 유형 물리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