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철학과에서는 어떤 것을 배우나?
여기서 설명하는 내용은 결국 서울대 철학과 뿐만 아니라 대개의 모든 대학 철학과에서 어떤 것을 배우는가에 대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른 학교 철학과에서 강의를 별로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여기서 설명하는 것과 같은 것인지에 대해서
자신있게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일단은 '서울대 철학과'라는 단서를 살짝 붙이고자 한다.
철학과에서 어떤 것을 배우는가 하는 것은 철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과 직접 관련될 것이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해서 여러 사람들이 답을 했고 여러 가지로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여기서 제시해 보고자 하는 대답은 생각 자체에 대한 학문이 철학이라는 것이다.
우리들이 여러가지 것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 보면 가끔은 "이런 식으로 생각해서
뭔가 답을 찾아낼 수 있을까"하는 궁금증에 도달할 때가 있다. 때로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너무 엉크러진 생각을 하고,
그래서 뭔가를 주장하는데 감정에 이끌려서 많은 말을 하지만 말이 겉돌고 또렷한 얘기를 못하는 경우를 볼 때, 우리는 생각을 제대로 해야할
필요성을 느낄 수도 있다.
대학에서는 무엇을 배울까? 대학의 각 과에서는 학문을 배운다. 그런데 모든 학문이란 어떤
생각들로 이루어져 있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학문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올바른 생각을 할 수 있어야 어떤 학문이든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본이 된다라고도 말한다.
여러분이 철학과에 입학하면, 특히 서울대 철학과에 입학하면 여러 철학자들의 사상을 배울 것이다.
그런 사상들을 배우면서 이 철학자는 이렇게 생각했고 저 철학자는 저렇게 생각했다는 것을 배울 것이고, 그 속에서 다시 여러가지 생각의 방식들을
배울 것이다. 그리고는 각 생각의 방식들의 장단점들을 배울 것이다.
올바르게 생각하는 방식은 어떤 것에 대해서 생각하느냐 하는 것, 즉 생각의 내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철학의 분과들은 그 생각의 내용에 따라서 몇개 분야로 나눌 수 있다. 그렇게 나눈 것이 존재론, 가치론, 인식론이다. 이 모두를
뭉뚱거려서 '형이상학'이라고 할 수 있다. 혹은 동서양의 철학으로 나누고 다시 시대별 문화영역 별로 나누기도 한다. 그럴 때 불교 철학,
독일철학, 영미철학, 유교 철학 등의 분야가 나온다.
어떤 것을 배우든 철학과에서 배우는 내용은 매우 추상적이다. 생각 자체에 대해서 생각한다는 것, 그것이 원래
추상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열심히 따지고 생각해 보아야 한다. 때로는 외워야 할 내용을 많이 만날지도 모른다. 시험을 치를 때
가끔씩 그럴 때가 있다. 하지만 여러분이 인간의 지성에 대해서 조금 욕심이 있거나, 혹은 다른 목적을 위해서 뛰어난 사고력을 튼튼하게 갖추고자
할 때, 혹은 (예를 들어서 문학 작품을 쓰기 위해서) 인간의 지성 속에서 어떤 새로운 세계를 찾고자 할 때 철학 공부는 도움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요즘(21세기 초) 인문학을 공부해서, 그걸로 당작 실용적인 도움을 얻을 수 없다는 비판이 때때로 나온다.
한마디로 말해서 돈이 안된다는 말이다. 만약 그렇다면, 차라리 똑같이 돈이 안되는 학문을 하는 바에 가장 근원적이고 다른 여느 분야로 발전하기에도
유리한 철학을 공부하기로 선택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이다.
실컷 잘 이야기해 놓고서, 마지막에서 너무 속된 얘기를 꺼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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