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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정 교수님
가벼운 이야기로 이어가겠다. 예를 들어서 사람 사는 얘기 말이다. 김영정 교수님은 나의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이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석사과정이나 학사과정에서의 지도교수님이 달랐다는 말이다. 석사과정에서 나는 윤리학을 전공했었고 황경식 교수님 지도로 석사 논문을 썼다. 박사과정에서 나는 논리학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황경식 교수님의 지도를 계속 받을 수 없었다. 김영정 교수님은 내가 서울대에 입학하던 때에 서울대 교수로 부임하셨다. 그래서 박사과정에서 나의 지도교수님이 되어주실 때 대략 중견 교수님으로 자리를 잡으실 때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항상 '젊은 교수님'의 느낌으로 보였다. 괜히 그렇게 보인 것이 아니라, 김영정 교수님은 원래 어린아이처럼 순진한 표정과 인상을 가지고 계신 분이다. 연세 때문에 흰 머리가 많아서 위엄이 되었지만 사고방식이나 순수함 등이 어린아이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계셨다. 게다가 천재적인 두뇌까지. 서울대 철학과 이야기의 가운데에서 김영정 교수님의 그 '천재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김영정교수님은 미국 '브라운 대학'에서 유학을 마치고 일찍 귀국하셨다. 대단한 머리가 아닐 수 없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귀국한 후에는 30대 중반의 나이로 서울대 철학과 교수로 임용되셨다. 자연과학계에서는 30대 중반의 나이로 교수가 되는 것이 이른 것이 아니겠지만, 인문계열, 특히 철학과에서는 30대 중반에 서울대 교수가 되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학생들의 반대도 있었다고 한다. 그 때 당시에는 데모가 심할 때였고 학생운동권의 세력도 강할 때였는데, 학생들은 마르크스주의 철학 교수가 서울대 교수로 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 웃기는 일이다. 이것이 사실상 운동권 세력이라는 사람들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사고방식이었다. 인물의 실력이나 도덕성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공산주의 철학을 강의하는 교수가 아니라서 반대한다니까 말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내가 학부 학생일 당시에는 젊은 교수님이시라서 학생들과 공부를 한 후에 술도 같이 잘 드셨다. 그만큼 학생들에게 잘해 주셨지만, 당시에 가장 어렵게 보이던 논리학을 강의하고 계셨기 때문에 나랑은 친하지 않았다.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더 이상 수학과 같은 논리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겨워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후에 결국에는 논리학을 전공하였지만. 어쨌든 젊은 시절에 김영정 교수님과 술을 같이 마시면서 시간을 보낼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 참 아쉽고, 슬프다. 교수님은 항상 바쁘셨다. 끊임없이 연구를 하셨고, 업무능력도 인정받아서 지속적으로 학과 일이나 서울대학 본부의 중요 업무를 맡으셔야만 했다. 그 전에는 모르겠지만, 정운찬 총장 전후부터 지속적으로 교수님을 가장 어려운 자리에 앉히려 하셨고, 연임을 요구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대학교 입학관리 본부장 직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두 가지에 가장 관심을 가진다고 한다. '대권'과 '대입'이 그것이다.(웃자고 한 말이다.-_-) 그만큼 대입은 국민들의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게다가 서울대에서 그것을 총괄지휘하고 관리감독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교수님께서는 항상 빨리 학과 교수로 돌아와서 철학 연구에 전념하는 것을 그리워하셨지만, 동시에 당시에 하시던 일이 국가적 중대사안인 만큼 소흘히 할 수 없어 하셨다. 나는 김영정 교수님 조교로서 "서울대 발전위원회"에서 원로교수님들이 국가발전을 위한 서울대 개혁 방안에 대해 회의할 때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거기서 강의록 정리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 동시에 여러 교수님들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보수적이고, 그래서 융통성없이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선입견도 가졌던 원로 교수님들의 회의를 들어보니, 역시 나라 발전을 그런 분들이 결정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좀 옆으로 샜는데, 서울대 입학관리 본부장 역할이 얼마나 국가적 중대사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말이다. 교수님은 일벌레에 가까운 분이셨다. 직분이 중요하면 그만큼 권한도 커서 다양한 접대비, 해외 여행 기회 등도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스승의 날 제자들이 모이면 그 때 근사하게 식사 사시는 정도 이외에는 그런 권한을 활용하시지 않았다. 제자들을 싫어하신 것은 당연히 아니고, 힘있는 체 하거나 위세를 과시하는 것에 관심이 없는 것이었다. 2008년 즈음에는 일이 더 과중하게 되셨는데, 동시에 오래 동안 연구에 전념하지 못하신 것에 대해서 당신께서 조바심을 내신 것 같다. 그래서 2009년에는 논문을 5편이나 쓰셨다. 그러면서 동시에 업무가 과중하셔써 담배를 피셨고, 운동도 하지 못하신 것 같다. 그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 갑자기 영면하시게 된 까닭이 말이다... 2009년 여름에 갑자기 대학원 후배에게서 전화가 와서는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들을 하면 눈물이 맺힌다. 그 날 상당히 더운 날이었고 친구와 만나 상의를 하던 때였다. 바로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으로 갔는데, 가는 도중에 계속 눈물이 흘렀다. 믿기지도 않았고... 가서 장례식장에서 절을 하고 예의를 갖추는 것이 겁이 났다. 많은 분들이 슬퍼하셨다. 그 이야기가 여기서의 핵심은 아니지만, ... 그만큼 김영정 교수님은 국가적으로 아까운 인재였던 분이었다. 우리나라 공무원 시험이 PSAT로 바뀌고, 논술 교육이 강화되고 했던 것이 모두 김영정 교수님의 업적이었다. 국어, 국사 시험 같은 거나 공부해서 공무원이 되어서 정작 실무에 필요한 사고력이나 의사소통 능력이 없어 나라 일꾼들이 우왕좌왕할 것을, 시험제도를 개선하신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읽는 어떤 사람들은 PSAT나 논술 공부하느라고 고생했었고, 그래서 누가 그런 시험들을 도입했나 궁금해하면서 불만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한 사람만의 노력과 주장에 의해서 결정될 수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일에나 주도하는 누군가가 있고, 그 사람의 역량과 노력이 결정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까 실제로 그러하더라. 물론 민중/민주를 외치는 사람들은 일반 대중들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나는 그들 역시 중요하다는 데에는 동감한다. 하지만 누가 '주'이고 누가 '부'인가에 대해서는 입장이 다소 다르다. 어쨌든, 이런 나의 입장에 다소 반대를 하더라도 모두가 어떤 일에서 같은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는 더 중요한 일을 해 내는 것이다. 김영정 교수님이 그러했다. 그리고 시험 공부에 고생했던 분들도 이해하시겠지만, 모두를 위해서는 그런 변화가 바람직한 것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런 생각에 공감한다면, 시간이 더 흘러 미래에 우리나라가 계속 발전해서 사람들이 '실패하지 않은 한강의 기적'이라든가, 혹은 다른 어떤 말로라도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발전한 것을 이야기하면 거기에는 김영정 교수님같은 분들의 노고와 현명한 판단이 깃들어 있음을 기억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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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지식이 아닌 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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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정
교수님은 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