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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정 교수님을 추모하면서.
선생님께서 저희들을 남겨두고 먼저 가신지 벌써 6개월이 지났습니다. 제가 찾아뵐 수 없는 먼 곳에 계시지만, 잘 계시지요?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해가 바뀌었네요. 가신 때에 “작년”이란 말이 붙으니, 가슴이 저밉니다. 제자들 소식을 간단히 말씀드리면, 모두들 선생님 계시던 때와 다를 바 없이 제 분야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전임교수로 있었던 제자들은 여전히 연구와 제자 양성에 전념하고 있고, 노호진 선배는 BK21 연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아직 경원대 입학사정관으로 있습니다. 작년 5월에 입학사정관이 된 후 선생님께 인사드렸더니 선생님께서 탐탁치않게 말씀하시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 전후 사정을 말씀드렸었지만, 역시 선생님 말씀대로 제가 갈 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까이 계시다면 가끔씩 찾아뵙고 가르침을 받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마음이 아립니다. 예인이도 석사를 아직 마치지 못했습니다. 논문에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지만, 가끔 학교 갈 때마다 보기가 쉽지 않군요. 지난 가을에는 제자들이 모여 선생님께서 쓰신 논문과 유작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일단 강진호 선생님이 본인의 적극적인 의지와 여러 여건으로 인해 앞장서서 작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저는 가을에 대학입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바람에 거의 역할을 못하고 있어서 송구스럽습니다. 선생님의 유지를 잇겠다는 저의 각오가 빈말로 끝날까 두렵지만 선생님의 유지를 잇는 일은 한 번에 끝날 일도 아니고 저의 각오 역시 짧은 시간의 노력에 대한 것이 아니었기에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저란 녀석, 시간 속에서 잘 변하지 않는 놈이니까요. 장례식 때 선생님 쉬실 곳에 꽃을 놓고 온 후 49제 때에 다시 찾아뵈었을 일이 생각납니다. 양평 끝자락에 자리한 공원묘지의 한 켠. 나름 넓직한 공간에 줄지어 단정한 묘비들, 깔끔하게 새겨진 머릿돌과 분묘. 금방 전화라도 와서 “이 선생, 잘 지내지? 다름이 아니라…”하는 말씀이 들릴 것만 같은데, 그 나열된 분묘들 속에 선생님이 계신다는 것이 너무나 그럴 법하지 않게 느껴졌었습니다. 선생님 부고를 접하고 슬피 울던 때가 더운 여름이었고, 49제로 다시 찾아뵈었을 때는 가을이었지요. 그리고 올 겨울은 유난히 춥습니다. 기록적인 폭설도 내렸습니다. 30년만의 폭설이라는군요. 선생님이 떠나셔서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슬퍼했습니다. 아시죠? 선생님께서는 유명한 미국의 브라운 대학에서 짧은 기간에 박사학위를 마친 수재셨고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되셨으며 논리학?철학에서 그리고 담당하신 모든 연구와 업무에서 큰 족적을 남기셨지만, 그보다도 저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에게는 자상한 관심과 배려, 그리고 진솔한 동감과 미소를 보내주셨기 때문에 큰 슬픔까지도 같이 주셨답니다. 후배 녀석들에게, 우리도 이젠 명절 때마다 지도교수님께 전화로라도 인사를 한 번씩 드리자고 제안했었는데, 그럴 기회를 주지 않고 가셨네요. 선생님, 그립습니다. 강의실에서 열정적으로 설명하시던 모습, 소년처럼 웃으시던 모습, 야단치시던 무서운 모습, 제자의 실수를 지적하시면서 다그치시던 모습, 등산하시면서 꼭 이루고 싶으신 꿈을 설명하시던 모습, 담배 피시던 모습까지, 그런 모습들. 특히 저희 제자들과 맥주 한잔 하면서 밤늦게까지 대화를 즐겨하시던 모습이 그립네요. 매년 스승의 날 전후로 한 번씩은 그런 모습을 뵐 수 있었는데, 이제는 같이 건배를 하지 못하고 여러 선후배들과 함께 선생님 계신 곳을 찾아가서 절하며 술을 올려야 하는군요. 마음이 참 아픕니다. 선생님을 추모할 기회를 얻어 몇 말씀 주섬주섬 올렸습니다만, 아직도 선생님을 생각하면 멍- 합니다. 선생님의 여러 모습들과 발자국들이 너무 선명하게 존재해서 진정으로 ‘가신 분에 대한 추모’의 말씀이 제게는 무척 어렵습니다. 시간이 좀더 지나야 절실한 슬픔, 그리고 더 확고한 다짐의 말씀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생님, 그럼 이번 말씀은 이렇게 줄이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있을 때 조금이라도 가까이 찾아뵙고 말씀 올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0년 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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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지식이 아닌 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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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정
선생님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