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본성


 

역사적 정리에서 언급했듯이, 지식에 대한 전통적인 설명에 따르면 지식은 정당화된 참인 믿음이다. 바꾸어 말하면 A는 P를, 다음과 같은 경우, 오직 그 경우에만 ‘안다’라고 한다.

1. P(는 참이다.)
2. A는 P를 믿는다.
3. A의 P에 대한 믿음은 정당화된다.

즉, 지식은 진리 조건, 믿음 조건, 정당화 조건으로 이루어진다. 이 때 믿음의 대상 P는 명제를 가리킨다. 인식론적 탐구에서 고려하는 지식의 의미는 ‘무엇을 어떻게 다룰 줄 안다’의 의미, 혹은 ‘누구누구를 안다’의 의미와도 구별되는 명제 P에 대한 앎을 이른다.

앞서 언급했듯이 인식론의 제1차적인 작업은 참된 믿음들 중에서 지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규정해 줄 제 3의 조건을 밝히는 것이다.

이 작업은 명제들을 어떤 논리적 성질 또는 관계들을 정당화라는 조건을 만족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이루어진다. 이와 같이 본다면 인식론적 탐구는 경험적 믿음들의 인식적 정당화에 대한 기준, 즉 어떤 조건 하에서 경험적 믿음들이 인식적으로 정당화되었다고 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내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정당화 문제와 관련해서 크게 토대주의와 정합주의로 나뉘는데 이를 각각 살펴보도록 하자.

가. 토대주의

인식론에 있어 가장 영향력을 행사해 온 입장이 바로 토대주의라고 할 수 있다. 정합주의는 바로 이 입장과 관련하여 검토될 것이다. 어떤 믿음이 정당화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물음, 즉 인식적 정당화의 기준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토대주의자들은 우리들의 직접적 경험에 호소함으로 답하고자 한다. 먼저 토대주의자들은 우리들의 믿음을, 다른 것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 믿음과 다른 믿음을 지지하며 그 자체로는 어떠한 지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 믿음으로 나눈다. 후자의 믿음이 바로 인식적 토대가 된다. 이러한 토대적 믿음, 근본 믿음은 우리의 직접적 경험, 감각 상태에 의존하는 믿음이다. 이러한 믿음들은 그 자체로 정당화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믿음들이 그 자체로 정당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토대주의자들에 의하면 우리의 감각 상태에 대한 믿음들은 오류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식적 토대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토대주의자들의 입장에 대한 주의한 문제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토대주의자들은 직접적인 정당화의 본성이 무엇인지, 즉 토대적 믿음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한다. 그리고 또한 그 자체로 정당화된 믿음이 어떻게 다른 믿음, 즉 외부세계에 대한 믿음들에 대해 추론적 정당화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염두에 두고 토대주의에 대한 반론들을 살펴보자. 먼저 주요한 비판 중의 하나는 오류불가능한 믿음이란 없다는 것이다. 나의 직접적 감각상태에 대한 믿음은 오류가능하다는 것이다. 먼저 기술상의 문제, 언어 표현상의 문제는 제외된다. 나의 믿음을 나타내는 단어를 잘못 선택했을지라도 직접적인 감각 상태에 대한 믿음은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믿음의 표현의 오류와 믿음 자체의 오류는 구별된다. 결정적인 물음은 오류불가능한 믿음의 내용은 과연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물이 보이는 방식이 붉다라는 믿음이라 할 수도 없다. 그러한 방식이 붉은지 아닌지에 대해 나는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이 어떤 사물이 지금 그러한 방식으로 보인다라는 믿음이라 한다면 이러한 믿음으로 아무런 내용도 지니지 못하는 셈이다. 내용이 적어지면 오류불가능할 가능성이 커지지만, 토대적 믿음으로서는 점점 부적합해진다. 이상의 논의는 생략하고 이제 정합주의로 넘어가자.

나. 정합주의

토대주의에 따르면 정당화의 방향은 일방통행이다. 즉 믿음의 구조에서 토대가 되는 믿음이 있고 이러한 믿음들로부터 상위의 믿음들까지 정당화되어 간다. 추론은 비대칭적이다. 그러나 정합주의자들은 이러한 비대칭성을 거부하고 전체론적인 입장을 취한다. 먼저 ‘정합(coherence)'의 의미를 살펴보자. 정합주의자마다 조금씩 견해를 달리할 수 있겠지만, 정합은 일관성(consistency) 조건과 완전성(completeness) 조건, 그리고 상호 설명(mutual explanation) 조건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설명 조건은 정도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된 개념이다. 또한 대칭적인 관계 개념이다. 정합주의자들에 따르면, 어떤 믿음은 그것이 한 구성원인 믿음-체계(belief-set)가 정합적이냐에 따라 정당화된다. 각각의 믿음은 그것이 믿음-체계에서 하는 역할에 따라 평가된다. 문제가 되는 그 믿음을 받아들임으로써 믿음-체계가 더 정합적이 되면, 그 믿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정당화된다. 다시 요약하자면, A의 믿음-체계가 P 믿음을 구 구성 요소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보다, 혹은 다른 믿음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더 정합적이면, A는 P를 믿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경우 정당화와 진리는 어떤 관계인가? 하나의 그럴 듯한 정합성을 가진 믿음-체계는 그 구성믿음들을 정당화한다. 그러나 이는 모든 믿음들이 참(진리)이라는 것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이러한 믿음-체계는 정도의 차이를 인정하는데 진리 개념은 정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합주의자들의 입장을 따른다면, 어떤 믿음은 정당화되지 않고 참일 수 있으며, 또한 참이지 않은 믿음이 정당화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또한 경험적 실재와의 어떤 관계를 통해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것은 한가지 경험적 실재에 대해 두 가지 이상의 믿음-체계가 정합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구체적 검토가 요청된다.

 

 

 

 

 

 

 

 

 

<철학, 지식이 아닌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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