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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공부하려는 예술가들에게
나는 예술하는 분들이 철학이 관심을 가진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 예술가들의 관심은, 철학에 관심을 가지는 다른 부류의 사람들과 달리 특별한 데가 있었다. 그것은 보다 전문적이고 진지한 관심을 갖는다는 데에 있다. 많은 사람들은 철학에 '그냥' 관심을 갖는다. 그런 경우에 그들이 원하는 철학은 아무래도 좋은 철학인 경우가 많다. 이와 달리 예술가들은 철학으로부터 뭔가 객관적인 것을 성취하고자 한다. 그들 자신의 예술에 대한 안목과 사물을 보는 깊이, 새로운 사고 방식 등을 원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더 나아가서, 인간의 사상에 대한 진지한 이해가 필요해서 철학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어쨌든 좋다. 예술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예술가 여러분들이 진정, 취미가 아닌, 중요한 탐구로서 철학에 관심을 가진다면 쉽게 얻으려 하지 말라. 그냥 관심 가는 대로 철학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했다고 해서 그렇게 끝내려고 하지는 말아야 한다. 철학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가졌다면, 그래서 진짜 철학자들이 말하는 것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조언을 참고하기 바란다. 첫째는,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이것은 생각보다 실천하기 어렵다. 그래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자면 다음의 두 가지를 해 보아야 한다. <1> 자기 생각을 글로 쓰는 것, <2> 자기 생각을 가지고 다른 사람과 토론해 보는 것. 먼저 자기 생각을 글르 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꼭 글을 쓰지 않아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하기를 직업으로 하는 학자가 아니라면, 그래서 생각하기에 매우 능숙하지 않다면, 그런 생각은 상념으로 끝나고 만다. 스스로 돌아 보자. 자기가 생각한 그 많은 것들이 다 어디에 있는지. 아마도 다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그 중에 남아 있는 것이 있다면 어디에 있을까? 두 군데 중의 하나이다. 하나는 자기가 쓴 글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기억이다. 글을 쓰지 않고 생각을 진척시킨다면, 이와 같이 자기가 생각한 것을 기억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대부분 포기하고,그냥 대충 생각하고 만다. 글을 써서 생각해 나가는 것이 더 쉽다. 이것이 내가 권하는 바이다. (만약 여러분이 성균관대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다면 <학술적 글쓰기> 강의를 듣는다면 상당히 좋을 것이다. 만약 수강할 수 없다면 그냥 청강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과 토론해 보는 것은 왜 중요할까? 자기만의 생각은 잘못될 수 있다. 물론 다른 사람과 토론한 생각도 틀리거나 잘못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잘못된 생각, 다른 사람과 같이 동감한 생각에서의 잘못은 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내 생각으로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하고 협력하는 데에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많은 철학자들의 생각에 오류가 있었지만, 그 철학사상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었듯이 말이다. 이 두 가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철학에 대해서 지식적인 것을 얻고 싶다면, 여러 책들이 있지만, <영화로 읽는 서양철학사>를 꼭 읽기 바란다. 다른 사람 책이 아니라 내 책을 권해서 좀 그렇긴 하다. 그래서 기껏 이런저런 이야기하고서 자기 책 선전한다고 비난을 해도 좋지만, 예술가들처럼 전공에 가까운 정확한 이해를 필요로 하면서도, 동시에 철학 전공자들처럼 철학 공부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책이, 내가 아는 한에서는, 거의 없다. 내가 이 책을 쓴 것도 예술가를 포함한 그와 같은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다. 서양철학사에 대한 기본적이고 정확한 지식(책에서 말하듯이 '좋은 오답'일 뿐이지만)을 가지고 철학의 세부 가지에 해당하는 예술철학 사상들을 이해해야 헛다리 짚지를 않는다. 그리고 끝으로 한 가지만 더 당부하겠다.(뭐, 거부해도 좋지만.-_-) 철학은 예술이 아니다. 철학 공부를 해서 그것을 자신의 그림 속에, 혹은 다른 예술 작품 속에 곧바로 집어 넣으려고 하지 말라. 예전에 KBS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를 보면 영국의 새로운 예술가들(이른바, YBA(Young British Artists))들이 개념을 동원해서 작품을 해서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나온다. 게다가 요즘 현대 미술 중의 한 분야는 추상 미술이기도 하다. 이런 것을 보고 많은 예술가들, 특히 젊은 예술가들이 철학적 개념을 그림 속에 집어 넣어 그림을 그리려고 한다. 내가 볼 때,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은, 철학 개념을 그림 속에 넣음으로써 '쉽게 빨리' 인정받고 예술가로 성공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내가 만난 화가도 그랬다. 성공할 리가 없다고 본다. 그럼 철학은 어떤 역할을 할까? 내 생각은 이렇다. 철학은 사람이 세상과 사물, 인간을 이해하는 관점을 변화시킨다.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 모든 것을 다르게 본다. 그 '다름'이 작든 크든 그러하다. 대표적인 예로 자본주의자와 사회주의자가 사물을 보는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예술가들에게 철학이 필요하다면 이 점에서이다. 철학을 통해서 사물을 보는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을 확립하고 성숙시켜야 한다. 그리고 예술을 할 때는 철학을 잊어야 한다. 예술 작품 속에 철학 개념을 직접 집어 넣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눈에 보이는 대로 그리고, 귀에 들리는 대로 노래를 부른다. 그 뿐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철학적 안목을 가진 예술가에게는, '꾸밈없이' 보고 듣는 것이, 다른 사람이 보고 듣는 것과는 다르리라. 예술가가 진정 철학을 필요로 하는지, 얼마만큼이나 필요로 하는지,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어쨌든 필요하다면 이와 같은 방식으로 필요로 할 것이고 이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다시 말하건대, 철학을 가지고 그저 쉽고 빨리 성공하려고 하지 말라. 자신의 작품을 망치고, 자신의 예술 인생을 망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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