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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는 말
오늘날 기술은 우리 사회와 인간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그 중에서도 현대사회에서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강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은 의심할 나위없이 컴퓨터 기술일 것이다. 20세기 초에 컴퓨터가 만들어진 이후로 인류 사회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새로운 조류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급격한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나타나는 대부분의 변화에는 단점과 장점이 공존하고 있어서 일부 학자들의 희망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때때로 미래에 대한 공포감을 갖기도 한다. 컴퓨터 기술로 인한 이러한 변화의 사회적인 양상은 정보사회의 도래로 나타난다. 정보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정보사회 자체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많은 미래학자들과 사회철학자들이 논의를 하고 있다. 그런 논의들은 정보사회의 빛과 그림자에 대한 것이다. 그 내용은, 정보사회가 정보기술을 바탕으로 한 직접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며 인간의 얼굴을 한 유토피아의 꿈을 실현해 줄 것이라는 기대에 찬 낙관론에서부터 조지오웰(J. Owell)의 『1984』를 방불케 하는 전제주의 국가의 출현,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통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될 위험에 대한 전망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러한 거시적인 미래 전망과 비판이 의미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사회의 도래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이며 또한 그것을 거부할 이유도 없다.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든 변화해 간다. 그리고 사회의 빛과 그림자는 그 사회의 거시적인 흐름이나 변화 내용보다도 인간의 노력 여하에 달린 것이다. 이러한 당연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정보사회로의 이행이라는 거시적인 사회변화에 대한 반성뿐만이 아니라 정보사회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미시적인 윤리적인 문제에도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정보사회로의 이전 결과가 바람직한 것이기를 원하는 발전적인 시각에서 우리는 정보사회에 대한 윤리학을 필요로 하게 된다. "정보사회의 생활윤리에 대한 논의는 컴퓨터, PC통신 등과 같은 정보기술매체의 사용을 중심으로 논의되는 경향이 있으며 우리는 이를 잠정적으로 좁은 의미의 ‘응용윤리’의 한 유형으로 규정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 응용윤리는 다시 정보기술의 매체에 따라서 세분되기도 한다. 정보기술의 유형에 따라 거론되는 ‘컴퓨터 윤리’, ‘정보통신윤리’, ‘언론윤리’에 대한 논의는 정보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관한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정보사회의 삶에 대한 윤리적 반성은 당연히 컴퓨터나 PC통신의 도덕 규범에 대한 논의를 넘어서 정보를 수집, 가공해서 전달하는 언론매체 전반에 대한 규범적인 분석을 포함한다." 그 중에서 정보사회의 윤리학적 논쟁들은 컴퓨터와 관련한 윤리적 쟁점들에 집중되고 있다. 그 까닭은 산업사회와 구분되는 개념으로서의 정보사회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쟁점들 대부분이 컴퓨터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컴퓨터는 우리 사회의 전 분야에서 중요한 기능들을 담당하고 있으며 생활의 전반을 바꾸어 놓고 있다. 그리고 이 막강한 기술의 사회적 충격(Impact)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컴퓨터는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일해야 할지, 어디서 어떻게 배우고 물건을 사고 먹고 투표하고 진료를 받고 여가를 보내고 전쟁을 하고 친구를 사귀고 사랑을 할지를 변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컴퓨터 혁명은 단순히 '기술적인(technological)'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것이다." 컴퓨터 혁명을 통한 정보사회로의 급격한 변화와 이전으로 인해서 생겨나는 새로운 문제들에는 기술적인 문제, 사회학적인 문제가 많지만 이러한 경험과학만으로는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영역들이 있다. 이 문제들은 철학, 특히 윤리학의 고유 영역에서 문제삼는 주제들과 직접 관련된다. 예를 들어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사적인 정보가 수집되고 그 정보가 신속하고 광범하게 유통됨에 따라서 생겨나는 사생활권의 문제, 소프트웨어 상품들의 무단복사에 대한 책임문제 및 컴퓨터와 관련된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근거와 기준의 문제, 정보사회가 발전함에 따라서 생겨나는 정보빈자와 정보부자의 문제, 국내에서도 아직 그 법적 처벌 근거가 충분히 마련되지 못한 컴퓨터 범죄의 문제 등이 그러한 문제들이다. 이제 학계에서도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 있지만 아직 그 성과가 충분하지 못하다 하겠다. 따라서 이 논문의 목적은, 첫째로 응용 윤리학의 한 분야로서 정보사회의 윤리가 왜 새롭게 논의될 필요가 있으며 그러한 필요성과 관련된 철학적 물음들과 구체적인 문제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를 고찰하는 것이고, 둘째로는 현대 윤리학의 주된 흐름들 중의 하나가 되고 있는 인간의 권리 개념에 기초한 계약론의 전통이 정보사회에서도 유효할 수 있는가를 검토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이 논문에서의 논의는 전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순서에 따라서 진행될 것이다. 그 첫번째 논의는 정보윤리의 정체성(identity)에 관한 논의이다. 이 논의에서의 핵심적인 물음은 정보사회의 윤리가 기존의 윤리와 얼마만큼 다르고 얼마나 새로운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필자는 이에 대해서 그 윤리학의 방법론과 원칙들과 같은 기본적인 내용은 기존의 전통적인 윤리설들과 다르지 않지만 그 구체적인 규범체계에 있어서는 기존의 도덕 규범들로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내용을 포함한다는 입장을 제시할 것이다. 두번째 논의는 윤리설의 오랜 전통 중의 하나인 권리 개념과 이에 기초한 현대 계약론의 흐름을 고찰하고 권리 개념과 계약론의 전통이 정보사회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를 논의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논의에서 필자는 전통적인 윤리설의 기본 입장이 권리 개념을 중심으로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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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읽는 윤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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