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경 해석: 끊어읽기와 귀절 해석

천부경 해석의 첫단계는 81자 구절에 대한 끊어읽기라는 데에 대해서 대부분이 동감할 것이다. 하지만 또한 대부분의 해석자들이 전체적인 끊어얽기에서 모두 다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나는 먼저 81자에 대한 끊어읽기와 그 귀절 해석을 먼저 제시하겠다. 그 다음에는 이러한 끊어읽기에 대한 근거를 제시할 것이며 그 후에 다른 해석자들과의 입장 차이를 분석적으로 설명하겠다. 먼저 바른 끊어읽기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석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천부경 해석》
하나와 없음이 서로 더불어 비롯한다.[一始無始一]
셋으로 나누면 그 근본이 다함이 없으니[析(碩,新)三極無盡本]
하늘 하나는 한 모습이요 땅 하나는 두 모습이며 사람 하나는 세 모습이다.[天一一地一二人一三]
하나가 쌓여서 열 가지로 커지고[一積十鉅]
그 끝없는 변화가 모두 삼재에서 말미암는다.[無?化(-從)三].
하늘에도 둘이 덧붙어 셋이 있으며 땅에도 둘이 덧붙어 셋이 있고 사람에도 둘이 덧붙어 셋이 있다.[天二三地二三人二三]
그러므로 큰 셋이 합하여 여섯이 되어[大三(-氣)合六] 일곱, 여덟, 아홉을 만들어낸다.[生七八九]
셋과 넷을 통하여 다섯과 일곱의 고리를 만드니[運(-衷)三四成環五七]
하나가 오묘하여 만 번 오가며[一妙衍(演-) 萬往萬來]
그 쓰임은 변화무쌍하지만 그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用變不動(同)本]
본래 마음이 근본이니[本心本]
큰 빛을 우러러보아[太陽昻(仰-)明] 사람 속에서 하늘과 땅을 일치시킨다.[人中天地(中-)一]
하나와 없음은 같은 것으로 끝난다[一終無終一]

이상의 끊어읽기는 노주 김영의의 방식과 동일하지만 그 해석의 입장은 상당히 다르다. 그 밖의 다른 해석자들은 모두 이와 달리 끊어읽고 귀절을 해석하는데, 내가 볼 때 그들은 모두 옳지 못해 보인다. 그 근거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천부경의 첫번째 다섯글자와 마지막 다섯글자는 서로 대구를 이루는 듯이 보인다. 그러므로 이들은 동일하게 끊어읽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다섯글자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으면 일(一)이 두개 연속나오는 구절이 생긴다. 이것은 해석하기가 곤란한 결과를 빚는다. 그러므로 인중천지일과 일종무종일은 분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와 대구를 이루는 처음의 '일시무시일'도 끊어 읽는 것이 옳다고 본다.

둘째, "천일일, 지일이, 인일삼"과 "천이삼, 지이삼, 인이삼" 부분을 끊어 읽는 것에 대해서 이견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므로 "일시무시일" 다음에 "석삼극 무진본"은 별도로 해석해야 하며 이 구절을 별도로 해석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다. 그리고 "일적십거 무궤화삼"은 분명하게 끊어읽게 되는 두 부분 사이에 있으므로 그 끊어읽기도 분명하다. 그리고 그 해석도 어렵지 않다. 적어도 이견이 크지느느 않다.

셋째, "대삼합육"부터 "성환오칠"까지의 구절이 다소 어렵지만, 그래도 "대삼합육"의 해석은 다른 문헌의 내용을 참고로 할 때 분명하게 확정된다.(나중에 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생칠팔구"부터 "성환오칠"까지의 끊어읽기가 다소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일묘연 만왕만래"부터 "인중천지일"까지의 구절은 내가 제시하는 방식으로 이해하면 매우 쉽게 이해되고, 그 의미 역시 철학적으로 함축성이 크게 된다.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면 매우 신비적이게 되거나 혹은 천부경의 내용이 주술적이게 된다.

이상의 근거들이, 현재 제시된 내용만으로는 충분해 보이지 않겠지만 일단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이후에 이어지는 다른 해석들에 대한 비판을 통해서 분명하게 드러나기를 기대한다. 한편 천부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 한 마디 언급하겠다.

천부경의 내용은 그 전체적인 사상의 내용 중에서 가장 철학적인 부분만을 압축해 놓은 경전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다른 많은 분들도 이 점에서 동감할 것이다. 그것은 마치 불교 경전 중에서 불교 철학을 가장 압축적으로 요약해 놓은 반야심경과 비유할 만하다. 반야심경은 길지 않다. 그러면서도 기본적인 통찰을 이해한다면 그 구절들은 신비적인 암호가 아니라 매우 일상적이고 평이한 설명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반야심경은 가치가 있는 것이다. 천부경 역시 그러해야 하고 실제로 그러하다. 81자의 짧은 경전이지만 그 설명내용은 암호가 아니다. 오히려 불변의 진리에 대한 통찰 내용을 직접적으로 설명해 놓았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가치가 큰 것이다. 거꾸로 말하자면 그런 방식으로 이해될 수 없는 경전이라면 천부경은 가치가 없다고 결론내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내용이 불변의 진리에 대한 통찰을 포함하는 것이라면 오늘날의 우리가 이해할 때에도 고개를 저절로 끄득일 수 있을 만큼 당연한 내용이어야 한다. 내가 천부경을 해석한 방식으로 볼 때 천부경은 확실히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상을 정리하여 천부경을 한글로 적절히 번역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천부경은 우리 민족의 고유 경전이면서도 아직 제대로 한글로 정착되지 않았다. 이제 그 내용을 분명하게 이해했다면 우리는 그 경전을 한글로 만들어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 천부경을 중심으로 한 한국철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편성을 획득해야 하며, 특정 문자가 아닌, 어떤 글로도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글 번역본을 시도해 본다. 이 시도의 핵심은, 정확한 의미전달과 압축적이면서도 운율을 살린 문장 구성으로 번역하는 것이다.)

<천부경 한글본>

하나와 없음이 더불어 비롯하니 셋으로 나뉜 틀은 그 바탕이 다함없네. 하늘 하나는 한 모습이요 땅 하나는 두 모습이며 사람 하나는 세 모습이고, 하나가 쌓여 열 가지로 커지니 그 끝없는 변화가 모두 삼재로 말미앎도다. 하늘에도 둘이 덧붙어 셋이 있으며 땅에도 둘이 덧붙어 셋이 있고 사람에도 둘이 덧붙어 셋이 있어, 큰 셋이 합하여 여섯이 되어 일곱, 여덟, 아홉을 만들어내며 셋과 넷을 따라 다섯과 일곱을 연결시키니 하나가 오묘하여 만 번 오가며 그 쓰임은 변화무쌍하나 바탕은 변하지 않는구나. 본래 마음이 근본이라 큰 빛을 우러러 사람 속에서 하늘과 땅을 일치시키면 하나와 없음은 같은 것으로 끝나네.

<영화로 읽는 윤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