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사부일체

알고 있다. <두사부일체>(2001)가 유치빵빵한 영화라는 것을.

이런 영화에서 도대체 무슨 철학적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 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굳이 여러분에게 그런 의구심을 느끼도록 유도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럴 거라는 추측이 내 느낌이다.

하지만 <영화로 읽는 서양철학사>에서 말했듯이 세상 모든 것에 철학이 있다. 그리고 세상 모든 영화에서 철학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다.

다만 그 이야기가 '인상적인가?'가 문제될 뿐이다.

<두사부일체>라는 영화를 꺼집어낸 이유는, 여기에서 인상적인 철학적 문제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여러분이 가질만한 의구심에 대해서 '예'란 대답을 할 수 있다. <두사부일체>를 잘 보면 그 속에서 심각한 철학적 문제거리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매트릭스>나 <공각기동대>에 못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게 뭐냐고? 일단 예고편을 보면서 한번 생각해 보자.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 보자. <두사부일체>에서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철학적 문제거리가 무엇일까?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 라는 문제는 어떨까?

철학적일 수 있지만, 좀 진부하다. 어느 영화에서나 꺼낼 수 있는 이야기다. 꼭 이 영화에서 찾을 수 있는 문제거리가 아니라서... 뭐랄까, 좀 억지스러울 것 같다.

"메일(mail) 하냐?" , "매일 (성관계를) 하지."

영화 속에서 나오는 코메디 대사이다. 이 대사에서 우리는 애매어의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사소하지만 역시 철학적이라 할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이 문제거리 역시 <두사부일체>에서 끄집어내는 철학적 문제라 말하기에는 억지스럽다. 다른 많은 영화들에서 이런 종류의 말장난은 쓰니까.

그럼 어떤 것?

또 말하건대, 정답은 없다. 그저 내 생각을 말할 뿐이다.

내가 영화 보면서 생각하게 된 철학적 문제거리는 '악의 제거' 혹은 '폭력의 제거' 방법에 대한 것이다. 의문문으로 분명하게 써 보면 다음과 같다.

"폭력(악)은 어떻게 제거해야 하는가?"

폭력을 제거하기 위해서 폭력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이 교과서에서 배운 상식이다. 이것은 폭력의 악순환이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두사부일체>의 절정 국면에서 관객을 호쾌하게 만드는 것, 재미있게 만드는 것, 혹은 부분적으로 감동적이게 만드는 것이 폭력으로 폭력을 제압하는 장면이다.

상춘고등학교 재단 측과 그 하수인인 폭력배들이 학교 선생님들에게 (부당한) 폭력을 행사할 때 주인공인 계두식과 그 일파들인 조폭이 들이닥쳐서 더 강한 폭력으로 싸우는 것 말이다.

이 장면은 이 영화의 핵심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 부분만이 핵심은 아니지만, 여러 핵심들 중에서 이 부분이 꼭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을 빼고 본다면 영화를 본 것 같지 않을 테니까.

계두식(주인공) 일파의 폭력은 정당한가?

영화 속에서는 화끈한 해결이 이루어지므로 재미있지만,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이런 식으로 해결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결되어야 할까?

그래, 경찰이 와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람직한 해결책으로 '보인다'.

그런데 경찰이 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 역시 사실상 폭력의 등장을 의미한다.

경찰이 나타나서 조폭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연행할 수 없다면, 경찰이 나타나더라도 폭력은 제압되지 못한다.

경찰이 나타났다는 것 역시 더 강한 폭력이 조폭을 제압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가 의미하는 바가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경찰과 조폭이 다른 점은 통제된 폭력인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점 뿐이다. 그리고 사실상 독재국가와 같이 정치 조직아 정비되어 있지 않은 환경에서 통제된 폭력으로서의 경찰이 조폭과 다를 바가 없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영화 <도가니>에서 이것을 잘 보여준다.

생각의 밑바닥으로 수직 잠수를 해 보자. 수압이 높아서 생각을 따라가기 힘들 수 있는데, 좀더 깊은 전제는 이렇다.

경찰과 같이 통제된 폭력에서 '통제'가 의미하는 것은 사실상 '내가 가진' 폭력이라는 것이다. 공권력이 의미하는 바가 그것이다. 공공이 통제하는 폭력이 공권력이고 그것이 정당해 보이는 까닭은 '공공'이라는 많은 사람에 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폭력을 제압한다는 것이 제자리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계두식의 폭력이나 경찰의 폭력이나 이 점에서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내 편의 폭력이 반대편의 폭력을 제압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최종점이다.

교과서에서 배운 것과 매우 다르다. 혹은 같은 것을 매우 다르게 말했다. 그리고 이 통찰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을 포착한다.

니체는 이렇게 말햇다. "악마와 싸우다 보면 누구나 악마가 된다."

정확한 의미는 조금 다른데, 결국 폭력이라는 악마와 싸우는 방법으로서 같은 폭력을 사용하지 않을 수 �榴募� 점을 함축한다.

남는 문제는 이것이다.

단지 '내 편의' 폭력이기 때문에 정당하다면, 상대주의로 귀결된다는 점이다.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 점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폭력의 해결은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가? - 답이 얻어지지 않았고 철학자의 머리는 계속 굴러가야 한다.

이런 영화 보면서 이런 철학적 이야기를 하게 된다는 것... 직업병이다.

역시 알고 있다. 걱정하지 마시라.^^

<영화로 읽는
서양철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