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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레미제라블>(2012)은 대단한 기록을 가진 영화이다.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로서는 국내에서 500만 관객을 동원하여 뮤지컬 영화의 흥행기록을 갈아치웠다. 2014년 현재를 기준으로 요즘, 한국 영화가 흥행했다 하면 대체로 1천만 관객을 넘보는 시대이지만, 뮤지컬이라는 특정한 장르의 영화로 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만큼 관객층이 좁아지기 때문에 흥행에 한계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보통의 대사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영화를 진행하는 영화로서는 더욱 그러하다. 일반적으로 대개의 뮤지컬 영화에는 노래들 사이에 보통의 대화가 나타난다. 하지만 <레미제라블>(2012)는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만 이어진다. 왜 이 영화가 흥행했을까? 사람들은 영화의 흥행 원인을 여러 가지로 찾는다. 한 예로 <한국경제>의 기사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레미제라블> 흥행의) 원인은 무엇일까. 150년 전 프랑스의 비참한 사회상을 고발한 빅토르 위고의 원작소설을 토대로 한 영화가 오늘의 한국인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일하다 쫓겨나 생계를 위해 몸을 파는 여인 판틴, 거리에서 남루한 생활을 영위하는 시민들, 바르게 살려고 해도 쫓기는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장발장 등이 열심히 일해도 고단한 현실을 벗어나기 힘든 ‘나’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유럽과 미국의 금융위기로 초래된 세계적인 경기 불황을 겪으며 우리 개인들은 노력해도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느끼게 됐다”며 “이 영화가 5년 전이나 10년 전에 나왔으면 호응이 이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기사 원문) ----------------------------나는 이런 분석이 초점을 많이 피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많은 흥행 영화들에 대해서 그 흥행 원인을 분석할 때 위와 같이 사회적인 요인들을 들먹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진짜 원인은 그 영화가 잘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레미제라블>(2012)의 경우는 다음의 예고편만 다시 봐도 이 점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예고편은 <레미제라블>(2012)의 공식 예고편인데,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영화를 2번 이상 본 사람으로서, 이 예고편은 매우 잘 만들어졌다고 느낀다. 영화의 이야기를 압축했다기 보다는 영화의 감동을 압축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레미제라블>(2012) 영화가 흥행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영화가 잘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한국경제> 신문 기사에서도 맨 마지막에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서 (좀 쪼잔하고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하나식 따져 보자. 첫째, 왜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는 것과 사회적 흐름과의 일치 중에서 어떤 점을 더 많이 강조하고 있는가? 내가 볼 때 단연코 사회적 흐름과의 일치를 더 많이 강조했다. 이 때 사회적 흐름과의 일치란, "영화 내용에 대해 한국인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금융위기로 초래된 경기 불황에 대해서 오늘의 개인들이 느끼는 것" 등을 말한다. 이런 내용들은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는 점보다는 영화 내용이 시대적 분위기에 맞았기 때문에 흥행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기사에서는 둘을 모두 지적하지만, 기사 전체에서 문장의 양은 시대적 분위기와 사회적 흐름과의 일치 등의 요소를 더 많이 말한다. 둘째,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는 점은 다른 요인들보다 더 중요한가? 내가 볼 때는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는 점이, 그 영화 내용이 사회적 흐름과 맞아떨어지는 점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이것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상식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사고를 도입하여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바로 존 스튜어트 밀이 말한, '일치법', '차이법', '공변법' 등의 방법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초적인 일치법과 차이법만 써도 결론은 명확해진다. 사회적 흐름과의 일치가 영화 흥행의 진정한 원인이라면, 이 원인을 가진 모든 영화는 흥행해야 한다. 즉 영화 자체가 재미 없더라도 사회적 흐름을 반영하는 내용의 영화가 흥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그러한가? 흥행에 실패한 영화를 사람들은 잘 기억하지 않는다. 그래서 좀 낯설어 보일지 모르지만 <한반도>(2006)라는 영화가 있었다. 남과 북이 통일을 약속하고 그 상징으로서경의선 철도 개통식을 추진하는데 일본이 방해하면서 조선의 국새를 찾는 것이 문제가 되는 영화였다. 이 영화는 당시의 사회적 흐름에 대체로 일치하는 영화이다. 당시 전체 영화계를 지배하던 남북 문제를 결부시켰고, 일본을 적국으로 등장시켰다. 하지만 흥행에 크게 실패했다. 왜? 이유는 단순하고 분명하다. 별로 재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어떤 영화는 사회적 흐름을 따라서 흥행하고 다른 영화는 사회적 흐름을 따르는 데에도 흥행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흐름'은 영화 흥행의 진짜 원인이 아니다. 이것이 밀의 '차이법'이 의미하는 바이다. 예를 들어 철수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배탈이 났지만 영수는 같은 아이스크림을 먹고도 배탈이 나지 않았다면 '아이스크림'이 배탈의 원인은 아닌 것이다. 사회적 흐름보다 흥행에 중요한 것은 영화 자체가 잘 만들어졋는가 하는 것이다. 재미있어야 한다. <집으로>(2002)나 <워낭소리>(2008)같은 경우 사회적 흐름과는 전혀 무관하지만 흥행에 성공했다. 마케팅? 처음에는 상영관 확보도 어려웠던 영화다. 하지만 관객들의 입소문이 나면서 관객이 늘었다. 중간 정리를 하자면 영화가 재미있게 잘 만들어지면 사회적 흐름이나 초기 상영관 수에 상관없이 흥행은 대체로 이루어진다. 이 때 흥행하는 영화의 공통점을 찾아서 '원인'으로서 지목하는 것, 이것이 밀의 일치법이다.
셋째, 그렇다면 왜 영화가 잘 만들어졌다는 점을 더 많이 논의하지 않는가? 어떤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져야 재미있게 잘 만들어진 것인지를 설명하는 것이 아직도 어려운 것 같다. 내가 이 부분을 나름대로 연구해 보았는데, 헐리우드 영화판에서는 이러한 연구가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다. 한국의 관련자들도 그런 내용들을 배우고 연구한다. 예를 들어서 시나리오 쓰는 법 등에 대해서 말이다. 어쨌든 결론은 이렇다. 영화가 잘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 말하려면 길고 복잡하고, 또 어렵기 때문에 영화 흥행의 원인에 대해서 말할 때 덜 중요하거나 사실상 진정한 원인이 아닌 것에 대해서만 말한다. 이것은 ... (좀 세게 말하자면) 해서는 안 될 짓이다. 왜? 이런 기사들을 보고 사람들은 영화에 그렇게 투자한다. 영화를 만들 때에도 그런 요소들만 고려해서 만든다. 그래서 사회적 흐름에 따라 유행만 따르려 하고 영화 시나리오와 연출 등은 형편없이 만든다. 결국 망하고 만다. 엄청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무지가 그 원인이다. 그리고 무지 다음에 한 가지 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떠들어대는 것. 소피스트의 모습이다. 소크라테스가 나타나야 할 시간이다. (미안한 이야기: 여기서 '소크라테스'가 나타나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크라테스 철학의 핵심을 이해해야 하고, 이 부분이 가장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은, [제 입장에서] 제가 쓴 <영화로 읽는 서양철학사>입니다.) <레미제라블>에 대해서 이런 이야기만 하고 끝내는 것이 괜찮을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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