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왕국

2014년에 한국 영화 시장에 독특한 기록이 수립되었다.

애니메이션 영화가 천만관객을 돌파한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겨울왕국>이 그 주인공이다.

<겨울왕국>은 왜 재미있을까?

몇몇 사람들은 그 노래가 너무 좋아서 재미있다고 말한다. '렛 잇 고' 말이다.

노래가 매우 좋다는 데에는 나도 동감한다. 하지만 노래만 좋다고 다 영화가 재미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음... 명백한 반례를 찾기는 좀 쉽지 않은데, 그것은 영화 음악이 매우 훌륭한 영화 중에서 쪽박 찬 영화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신에 이런 건 많다. 영화 음악이 별로 훌륭하지 않지만 매우 재미있는 영화.

예를 들어서 <트랜스포머>나 <아바타>도 영화 음악이 흘륭하다는 평은 별로 나오지 않았다.

내가 생각할 때 <겨울왕국>이 재미있는 이유에는 대략 2가지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이야기 구성이 흘륭하다. 단순하지만, 지나치게 평면적이거나 진부하지 않다.

예를 들어서 흔히, '진정한 사랑의 행위'가 남녀 간의 사랑의 행위로 이해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언니에 대한 사랑으로 표출되면서 중요한 반전을 보여준다.

둘째, 이런 이야기가 매우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노래와 표정, 의상, 그리고 겨울을 나타내는 눈과 프랙탈적인 모든 형상들이 그러하다.

그 대표적인 장면은, 모든 사람들이 <겨울왕국> 최고의 장면으로 꼽는, 엘사의 얼음성 짓는 장면이다.

엘사가 겨울 산에서 번뇌하면서 방황하다가 '렛 잇 고'를 부르며 자신의 마법으로 눈과 얼음을 만들면서 자유로움을 느낄 때, 그 장면을 보는 관객으로서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짜릿함은, 결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다음>의 영화 동영상 파일에서도 보면, 디즈니 사는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디즈니 미술팀을 노르웨이로 보내어서 실제 겨울 풍경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고서 만들었단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 편견의 나쁜 마력도 같이 볼 수 있다.

많은 비극이 그러하듯이 이 영화에서도 비극의 출발에는 편견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영화 속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편견 말이다.

자, 영화에서 본격적인 갈등과 비극은 어디서 시작하는가?

그것은 모든 것을 얼려 버릴 수 있는 엘사의 강력한 힘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부터이다.

영화 예고편에서 보았던 바로 이 장면 말이다.

그러자, 그것도 아렌델(엘사의 왕국)의 국민도 아닌 이웃 나라에서 온 사람인 웨즐턴 공작이 한다는 말이, "괴물(monster) "이다.

그리고는 정말 괴물을 대하듯 엘사를 뒤쫓아서 잡아 죽이려고 한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자.

엘사와 같은 능력을 군주가 가졌다면 상당히 좋은 일이다.

이웃 나라가 군대로 침입해 오더라도 한번만에 얼려 버려서 나라를 지킬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그렇게 비판적이고 합리적이지 않다. 단순한 편견에 사로잡혀서 다른 사람을 죽이고 때로는 자기 자신도 죽인다.

비상한 능력을 가진 사람에 대해서 '괴물' 혹은 '악마' 또는 '마녀'라고 비난하고 적대시하는 것은 서양의 기독교 전통 속에서 자라났으며 중세 시대에 마녀 사냥으로 그 극단을 보여주었다.

물론 이렇게 이단을 공격하고 학살하는 것은 기독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속에 관여하려는 의도를 가진 모든 종교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서 우리의 조선 시대에도 성리학자들 간에 서로를 이단시 하면서 살육을 벌인 일들이 있다. '그 사건들을 '사화'라고 부른다.

그래서 오늘날 비판적 사고를 학자들이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이런 미개한 중세 시대의 마녀 사냥이 오늘날 단지 영화 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포털 <다음>의 영화란에서 <겨울왕국>에 대한 네티즌 리뷰 중 하나가 "자기가 신이 되려는 사탄의 겨울왕국"이라는 글이다.

그 내용을 보면 글을 쓴 사람은, "기독교를 믿고 예수를 믿는 청년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고는 겨울왕국에 대해서 이렇게 비판한다.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의 공통된 특징이라면 반기독교적이고 사탄의 것을 권장하며 동성애,섹스,마약등을 은연중에 권장합니다."

그러면서 그 다음에는 제대로 된 근거가 별로 없고 전무 추측성이나 왜곡 과장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이런 글을 보면 글쓴 사람이 장난으로 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실제로 있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엘사의 내면에 날카로운 비수같은 얼음 조각이 숨이 있듯이,

그렇게,

아름다운 영화 <겨울왕국>의 주변에 잔인한 편견의 그림자가 숨어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렛 잇 고'로 내버려 둬야 할까?

<영화로 읽는
서양철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