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깨비의 철학자료실:제13장 Virtues, Practices and Justice

제13장 Virtues, Practices and Justice

- David Miller -

필자의 요점 정리

필자의 비판적 요점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우리가 관행유지 역할의 관점에서 덕들, 특히 정의의 덕을 이해하고자 하는 한에서 우 리는 자체 포함적이 아닌, 목적 추구적인 관행들을 살펴야 한다.

2. 하지만 그러한 덕들은 그 자체에 내재적인 기준의 관점에서 전체적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그 덕들이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목적의 관점에서 주어지는 비판적 평가에 노출 된다.

3. 그 절차적 형식에서의 정의의 성격은 관행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그 실제적인 형식에서 는 정의는 관행들이 평가되는 기준의 역할을 한다.

4. 응분은 실체적 정의의 원칙이고 그래서 그것은 관행에 내재적으로 적절히 규정되지 않 는다.

5. 응분은 현대 시장 사회에서 위축되기는 커녕 번영했다. 그리고 그 의미는 과거만큼이나 논쟁의 여지없이 분명한 것이다.

6. 아리스토텔레스나, 특히 아퀴나스의 것과 같은 옛날 정의의 이론들에서는 적절한 응분 의 개념은 개인의 특징들과 사회적 지위를 혼합한 장점이라는 느슨한 개념에 의해 대체되는 경향이 있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관행유지적인 덕으로서의 정의론을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지 만 그와 동시에 응분의 개념을 옹호할 수는 없음을 주장한다.

MacIntyre 주장의 개략

MacIntyre는 After Virtue와 Whose Justice? Which Rationality?에서, 오늘날의 정의에 대하여 표준적으로 제시되는 설명과 대조적인 방식으로 정의의 덕을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도덕 자체는 일차적으로 도덕 행위자가 실천하는 덕에 의해서 이해되며 이 덕은 무 엇보다도 "관행"이라는 인간 활동 양식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정의(justice)에 대한 이해 역시 관행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이 때 중요한 요소는 응분 (desert)이다. 즉 "정의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에게 응분의 몫을 주는 것이고 그들의 응분의 몫과 모순되지 않는 방식으로 각자를 대우하는 것이다."

MacIntyre는 현대 자유주의의 철학의 단점이 (정의주의나 주관주의자가 아닌 경우), 추상 적인 이성의 원칙들에서 도덕 규칙들과 명령들을 도출하려한다는 것임을 지적한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것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시도인데 그 까닭은 제시된 어떤 원칙도 구 체적 결론들을 실제로 산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의의 원칙들과 이 론들이 확산되고 있지만 그들 간의 경쟁이 해결되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두 책과 MacIntyre의 주장

논의를 시작하면서 먼저 MacIntyre의 주장들이 나타난 주요한 두 책인 After Virture와 Whose Justice? Which Rationality?의 관련성에 대해서 언급하자. MacIntyre에 따르면 Whose Justice? Which Rationality?가 After Virtue의 연속이며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하여 Whose Justice? Which Rationality?가 쓰여졌다고 한다. 그 빈틈이란 실천적 합리성에 대한 설명이 빠져있다는 것인데 이 실천적 합리성은 여러 전통들의 좋고 나쁨을 판결하고 도덕적 논쟁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데 필수적이다.

그런데 After Virtue에서 Whose Justice? Which Rationality?로 이전하면서 그 내용적 주 인공들도 변화하는데 그것은 After Virtue의 아리스토텔레스에서 Whose Justice? Which Rationality?의 토마스 아퀴나스로의 이전이다. 일단 두 책의 논지를 정리해 보면, After Virtue에서 제시하는 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은 덕의 도더이고 이것은 관행을 유지하는 역할 의 관점에서 1차적으로 설명된다. Whose Justice? Which Rationality?에서는 기존의 설명이 아퀴나스의 설명에 통합되고 그에 의해 대체되는데, 이 설명에서는 관행들이 더 이상 중심 적인 위치를 점하지 않으며 정의는 합법성의 관점에서 이해된다. 즉 정의롭다는 것은 자연 법과 실정법이 당신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MacIntyre가 결국 선택하는 아퀴 나스의 입장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보다 자유주의적 관점(즉 그가 반대하고자 하는 관점) 에 좀 더 가깝다는 사실이 주목할만 하다.

두 책을 통해서 MacIntyre의 주장이 다소 변하기 때문에 어느 것이 MacIntyre에게 있어 서 결정적인가 하는 어려움이 생긴다. 필자는 After Virtue에서 개진된, 관행에 근거한 덕에 대한 설명을 매칸타이어의 주된 주장이라고 간주한다. 그 까닭은, 이 부분이 Whose Justice? Which Rationality?의 앞 장들에서 정의에 대한 설명을 하며 반복되고 있고 MacIntyre 자신이 아리스토텔레스보다 아퀴나스의 관점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서 간략하 게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논문의 대부분은 이러한 MacIntyre의 입장에 대한 분석과 비판에 모아질 것이며 끝부분에 가서만 간략하게 아퀴나스의 입장이 정의에 대한 더 유망한 설명을 제시하는지 고려할 것이다.

MacIntyre 논변의 검토 : 덕을 관행에 결부시켜 설명함

이제 덕을 관행(practices)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MacIntyre의 논변을 검토하자. 어떤 특징 이 덕임을 보여주려면 그 특징이 하나 이상의 관행들을 유지하는 데에, 그리고 그 관행들이 향상시키고자 하는 선들을 달성하는데 핵심적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MacIntyre는 논변의 과 정에서 이러한 초기 주장에 개인적 정합성 조건과 공동체적 정합성 조건을 부과한다. 개인 적 정합성 조건이란 사람이 일련의 관행들에 관련됨에 따라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덕들은 전 반적으로, 덕스러운 삶이 특정한 인격체를 위한 정합적인 좋은 삶으로서 간주될 수 있는 그 러한 방식으로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적 정합성 조건은 한 사회의 관행들 의 영역은 서로 조화되어야 하며 그리하여 구체적인 덕들을 잘 정립할 수 있는 좋은 삶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 에 덕에 대한 그의 설명은 현대 사회에서는 덕의 도덕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며 그 까닭 은 현대 사회가 덕에 있어서 핵심적인 관행들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그러면 MacIntyre가 "관행"(practice)이란 말에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의 말에 따 르면,

(관행이란) 사회적으로 확립된 상호 협력적인 인간 활동의 정합적이고 복합적인 형태로서 그것을 통해 그러한 활동의 형식에 내재적인 선들이 표준적인 탁월함을 얻고자 하는 과정에서 실현되며 이러한 탁월함은 이러한 활동의 형식에 정당하고, 부분적으로는 결정적인 것으로서 그 탁월함은 그것을 성취하고자 하는 인간의 권력과 이와 관련된 목적들 및 선들에 대한 인간적인 가치관들이 체계적으로 확장되는 결과를 유도해야 한다.

관행의 예로는 게임들(체스와 축구경기), 생산적인 활동들(농업과 건축), 지적 활동들(과학 과 역사), 예술적인 추구들(회화와 음악) 그리고 정치(정치 공동체를 창조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벽돌쌓기, 무우 심기 등과 같은 활동은 제외된다. 어떤 것이 관행이고 어떤 것이 관행이 아닌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관행에 대한 정의 속의 두 요소, 즉 내재적 선들과 표준적인 탁월함의 관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재적 선은 관련된 관행에 참여함 으로써만 성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외재적 선과 구분된다. 예를 들어 바둑을 잘 두는 것의 구성요소들은 내재적인 선인데 반해 바둑 챔피언이 되어 부자가 되는 것은 외재적 선이다. 즉 바둑을 잘 두어 부자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우연적이지만 바둑을 잘 두는 것은 확실히 바둑을 두는 활동에 의해서만 성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우기 내재적 선은 탁월하고자 하 는 노력에 의해서만 성취되어야 하고 이것은 그 관행의 역사를 만든 이전 사람들과 경쟁하 는 노력을 의미한다. 벽돌쌓기와 무우심기는 거기에 즐거움이 있더라도 역사적으로 정립된 표준적인 탁월함과 적절한 종류의 내재적 선들이 없기 때문이다.

진실되기, 용기, 정의와 같은 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특징들이 어떤 본질적인 방 식으로 그 관행들의 영역에 내재하는 선들을 성취하는가 고찰해야만 한다. 즉 돈과 같은 외 재적 선은 덕(예: 용기)이 없이도 얻을 수 있겠지만 그 내재적 선은 얻을 수 없다. 내재적 선은 관련 규칙들을 준수하고 관련 종사자들(practitioner)과 화합하기 위한 적절한 특징을 가져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의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 우리는 Whose Justice? Which Rationality?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기서 MacIntyre는 '관행들' 대신에 그는 '체계화된 활 동의 유형들'을 말하고, 내재적 선과 외재적 선의 구분은 '탁월함의 선(善)'과 '효율성의 선 (善)'의 구분으로 대체하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입장을 제시한다. 이 때 정의에 대한 근본적 인(fundamental) 요구 조건은 어떤 관행에 참여함에 있어서 탁월함의 선에 대한 탐구에 의 해 그가 안내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두가지 부가적인 요구 조건에서 쟁점화된다. 첫 번째는 (어떤 수단이나 댓가에 의해 이기거나 성공하고자 하기보다는), 그의 행위들이 탁월 함을 정말 신장시키는 규칙들과 관례(conventions)들에 의해서 지배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보상들이 배분될 때는, 그것들이 관행에 내재적인 탁월함의 기준에 의해 규정된 응 분에 기초하여 할당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두 종류의 정의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참여자의 정의와 관객-평가자(spectator-cum-assessor)의 정의가 그것이다. 하지만 양자는 모두, 수행에 대한 보상이 (내재적, 외재적 모두) 진짜로 응당한 사람, 즉 문제시되는 관행이 신장시키고자 하는 특질을 높은 정도로 명시하는(manifest)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기 본 원칙에 의해 안내되어야 한다.

MacIntyre는 따라서 관행을 이해해야만 서로 관련된 두 측면에서의 덕을 이해할 수 있다 고 주장한다. 한 측면에서는 덕이 드러나는 관행에 우리가 친숙하지 않다면 덕을 갖는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가 알 수 없다. 정의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우리 는 게임, 과학적 탐구, 기타 등등과 같은 관행들에서 응분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알아야만 한 다. 다른 측면에서는, 우리가 만약 관행을 유지하는데 있어서의 덕의 역할을 파악하지 못한 다면, 우리는 왜 덕이 덕인지를 이해할 수 없다. 만약 우리가 효율성의 선에만 관심을 갖는 다면, 우리는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전체로서의 사회에 대해서만 도움이 되는 그런 선 들을 얻는데 최대로 도움이 되는 특질들만을 가치부여할 것이다.(공리주의처럼)

필자는 앞에서, MacIntyre의 관점에서는 덕, 특히 정의의 덕에 대한 완전한 설명에는 개 인의 통합적 삶의 관점에서나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나 모두 관행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조 화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고찰도 포함되어야 함을 언급하였다. 이에 따라서 두가지 주장이 생겨난다. 첫째로, 한 개인이 어떤 종류의 탁월함을 성취하는데 도움이 되는 특징은 그와 동 시에 다른 관행의 내재적 선을 성치하는 데에 방해가 된다면 덕으로 간주될 수 없음이 따라 나온다. 예를 들어 MacIntyre의 예인 냉혹함(relentlessness)을 생각해 보자. 냉혹함은 특정 목적을 추구함에 있어서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므로 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 생활 을 훌륭하게 영위하는데 방해가 되므로 덕의 자격을 잃는다. 둘째로는 만약 사회관행에 따 라서 서로가 결합된다면 참여자들은 각 관행이 요구하는 조건들을 알아야 하며 따라서 정의 에 대한 완전한 설명은 관행들 자체 내에서뿐만 아니라 관행들 '사이에서도' 선들의 순서를 언급할 필요가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절도, 위증과 같은 해체적인 행위 형식들은 어떤 관행 에도 조화되지 않는 명령들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MacIntyre는 공동체주의적 입장을 통 해서 우리는 기초적인 도덕 법규들을 지지하는데 관련된 정의의 측면들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MacIntyre 입장에 대한 비판적 검토

MacIntyre가 덕에 대한 자신의 설명을 관행에 대한 설명과 결부시키는 방식을 빠짐없이 설명했으므로 필자는 이제 그의 입장을 좀더 비판적으로 살피고자 한다. 여기서 우리는 관 행들과 내재적 선(善)들이 결합된 관념들(notions)을 자세히 살피면서 시작해야만 한다.

먼저 MacIntyre가 말하는 내재적 선의 개념을 분명하게 이해할 수 없음을 지적할 수 있 다. 관행들을 두 부류로 구분하는 중요한 구분이 있는데, 그것은 "자체 포함적인" (self-contained) 관행과 "목적 추구적인"(purposive) 관행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자체 포함적 인 관행이란 그 관행의 참가자들이 성취하는 내재적 선이나 다른 사람들이 그러한 선들을 성취하리라는 기대를 위해 존재하는 관행이며 목적 추구적인 관행이란 그 관행 이상의 사회 적 목적들에 기여하기 위해 존재하는 관행이다. 게임은 자체 포함적 관행의 대표적 예이다. 멋진 경기를 한다는 것에 관련된 선(善)은 그 게임 자체 없이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러한 내재적 선은 성공한 선수가 얻는 금전이나 특권과는 분명히 다르다. 한편 건축이나 농 사, 물리학 등의 예는 목적 추구적인 관행인데 여기에는 외재적 목적, 즉 건축은 아름답고 편안한 건물을 창조하고, 농사는 공동체를 위해 식량을 생산하는 것 등의 목적이 존재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어떤 애매한 문제가 생겨난다. 즉 탁월한 건축가나 농부가 되는 것과 같 은 내재적 선은 외재적 선과 여전히 구분가능하지만 그 내재적 선들이 단순히 관행에 내면 적으로 구성되지만은 않는 것이다. 만약 내재적 선이 관행에 내재적으로만 구성된다면 그것 은 그만큼 왜곡된 것이 되는데, 의학의 예를 통해 이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의학 관행의 내재적 선은 탁월한 의사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다시 '병을 탁월하게 치료하는 사 람'이 될 것인데 탁월한 의사의 의미와 병을 탁월하게 치료하는 사람의 의미가 갈라지는 만 큼 그 관행은 전문가적인 왜곡의 희생물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유용성이 극히 의심스러운 어려운 수술을 잘 한다고 칭찬받는 의사를 생각해 보라.

자체 포함적 관행과 목적 추구적 관행의 구분은 충분히 또렷한 것으로 보이지만 외재적인 목적이 있는지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관행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술은 그 내재적 기준들에 의해 그 발전이 지배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고 혹은 시각적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의 요구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MacIntyre는 필자가 구분한 것처럼 자체 포함적인 관행과 목적 추구적인 관행을 구분하 지 않았고 덕을 설명하려는 시도 속에서, 농사와 같이 외재적인 목적이 분명한 경우를 포함 한 모든 관행을 자체 포함적인 범주에 포함되는 것으로 간주했다. MacIntyre는 탁월함의 기 준이 포괄적인 필요에 대한 반응에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각 관행 안에서의 내재적인 논 쟁을 통해서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관행들이 자체 보존적이라는(self-sustaining) 전 제에 의거해서 그는 목적론적 윤리설과 의무론적 윤리설과는 범주적으로 다른 것으로서의 덕의 윤리학을 제시하였다. 이 경우에 덕을 일반 복지와 같은 어떤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특징이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의 오류로 전락하는 것이다. 따라서 MacIntyre가 모든 관행을 자체 포함적인 관행으로 간주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필자가 했던 것처럼 관행들을 목적 추구적 관행으로서 이해할 수 있음을 받아들이 면서 이러한 MacIntyre의 논변은 깨어진다. 그러면 관행이 기여한다고 생각되는 그런 사회 적 목적들을 언급하지 않고는 덕의 특정한 목록을 옹호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각각의 관행에 대한 적절한 형식과 관련한 논란들이 있을 정도로(의학의 예를 생각하자) 그러한 논 란은 관련된 대부분의 덕에 해당한다. 따라서 덕은 더 이상 스스로 충족적(self-sufficient)이 지 않다. 비록 관행들을 다른 종류의 도덕적 고려들(선(善)이나 옳음에 대한 고려들)로 축소 시키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행들은 종속적인 지위에 있다.

우리의 쟁점

따라서 우리는 핵심적으로 덕과 관련된 관행들이 자체 포함적인가 아니면 목적 추구적인 것인가 하는 쟁점에 부딪힌다. 일단 필자는 자체 포함적인 관행에 대해서 두가지 언급을 하 고자 한다.

첫번째 사항은 자체 포함적인 관행들은 더 기초적인 사회 기능들이 수행된다는 조건 위에 서만 존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들은 그런 의미에서 고급 항목들이다. 그것들은 사회 자 원과 인간 능력이 물질적인 생산, 사회적 질서의 유지 등과 같은 필요를 맞추는 것과 무관 한 정도까지 번창할 수 있다. 인간 존재의 중요한 특징이 유희활동(play : 여기서는, 직접적 인 도구적 목적이 없는 규칙에 지배된 활동이라는 폭넓은 의미에서 이해된 것)에 종사한다 는 것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원래 스포츠 경기가 사냥이나 전쟁에 필요한 능력을 신장시키 기 위해 개발된 것처럼 유희활동의 형식들이 폭넓은 사회적 요구들에 더욱 밀접하게 관련되 어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이성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까닭에 근대 사회로의 이행이 자체 포함적인 관행들에 반드시 해롭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한편, MacIntyre는 근대 시장 사회의 탐욕적 문화가 사람들을 관행의 내재적 선을 추구하기보다는 돈이나 지위 등을 추구 하도록 이끈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이러한 사회의 놀라운 물질적 생산성도 또한 자체 포함 적인 관행들을 가능하게 하는 자원과 여가 시간을 창출하였으며, 스포츠, 예술 등과 같은 관 행들은 사람들이 참여하기만 한다면 번영하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양면 가치(ambivalence) 로 인해 현대 세계에서 덕이 거의 완전히 침식당했음을 목격했다는 MacIntyre의 일반 테제 는 오히려 역설적이 된다.

두번째 사항은 덕이 반드시 자체 포함적인 관행들을 유지하는 역할의 관점에서만 이해되 어야 하는지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확실히 덕을 훈련시키는 훈련장으로서 자체 포함적인 관행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것이 덕들이 뚜렷이 드러나는 주된 영역일까? 일단 용기의 덕을 먼저 고려한 후 정의의 덕을 생각해 보자. 사람들이 가장 분명하게 용기를 드러내는 곳은 전쟁터일 것이다. 혹은 위험스러운 상황에서 남을 구해야 할 경우도 그러하다. 낙하산을 탈 때와 같은 스포츠활동에서도 용기를 말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과감하게"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그것은 담력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활동에서는 그 참여가 물리적으로, 그리고 도덕 적 의무에서 필연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용기는 생명을 구하거나 가정을 보호하는 것 과 같은 가치 있는 목적에 기여하기 위해 발휘될 때 참된 것이 된다.

정의의 덕에 대해서도 같은 식으로 말할 수 있다. 정의를 주로 수행하는 입법가, 관리자, 판사들과 같은 사람들의 판단은 다른 사람들의 이해관심들과 핵심적으로 관련되고 그래서 그들의 행위가 사회 일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게임과 같은 자체 포함적인 관행들에서 분명하게 나타나는 성질인 규칙 준수나 공정한 규칙 적용이 정의와 유사하기는 하다. 그러 나 우리는 이것을 "공정"이라기보다는 "훌륭한 스포츠맨쉽"이라고 부름으로써 개념적으로 구분하고 동시에 그와 관련된 이해관심사들의 사소함을 드러낸다.

따라서 정의에 대한 관행에 근거한 설득력있는 설명은 자체 포함적 관행보다는 목적 추구 적인 관행에 더 중점적으로 관련되어야 한다. 그러면 목적 추구적인 관행들에서 정의는 어 떤 역할을 하는가? 일단 필자는 정의에는 절차적 정의(procedural Justice)와 실체적 정의 (substantive justice)가 있음을 구분하고자 한다. 절차적 정의는 사심없는 방식으로 주어진 사례에 확립된 절차들을 적용하는 문제이다. 여기에는 규칙 준수가 포함되지만 기계적인 규 칙 적용만이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절차 자체가 어떤 판단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곧 예를 들겠다.) 한편 실체적 정의는 각자에게 유관한 인간적 특징 때문에 각자가 자신이 마땅히 얻어야 할 것을 얻는 결과를 산출하는 문제이다. 그것은 절차의 특성 이 아니라 잘 기획된 절차들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조건이다.

필자는 관행에는 절차적 정의와 실체적 정의를 모두 실현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주장 하고자 한다. 절차적 정의는 참여의 순간에 필요한데 그것은 그 절차가 공정한 방식으로 준 수되지 않으면 관행들이 존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절차적 정의에 따라서, 명시된 탁월함과 다양한 목적들을 위해 관행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조건 하에서 공정하게 규칙을 준수하며 규칙을 적용하는 일을 맡은 사람들은 사심없이 그 일을 수행해야 한다. 다른 한편 실체적 정의는 그 관행이 비판적으로 검토되는 경우에 시작된다. 필자가 보기에, 어떤 관행 의 주 목적은 경우에 따라서 실체적 정의를 촉진시키는 것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실체적 정의와 일관된 방식으로 추구되어야 하는 것이다. 의학과 같은 관행을 예로 든다면 그 주된 목적은 정의가 아니라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목적이 공정한 방식으 로 추구되는 것은 역시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예를 들어 두 명의 동등한 환자가 치료받 을 수 있는 기회를 평등하게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관행에 따라서는 사람이 절차적 요구조건에 따라 실체적 정의에 대해 판단해야 하는 경우 도 있다. 예를 들어 문예 대회가 그런 것이다. 문예 대회에서 관리자들은 절차적 정의를 행 사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심사위원이 문학적 장점에 대해 서, 또는 누가 1등상을 받을 것인가를 판결해야 하는 순간에 그들은 실체적 정의를 고려해 야만 한다. 하지만 이 때 판단근거는 경쟁의 규칙에서 구체화되는 내용들에 한정되어야 한 다.(예를 들어 "한국어"로 씌어졌거나 소설이어야 한다는 등) 다른 종류의 실체적 정의는 문 예 대회가 기여하는 문학세계 전체의 관점에서 평가될 때 발동된다. 그래서 우리는 현행 관 행의 유지에 도움이 되는 절차적 정의와, 실체적 정의를 구분하면서도 실체적 정의 자체에 대한 판단을 할 사람들을 필요로 함을 인정해야 한다.

필자의 지적이 MacIntyre 논변과 갖는 연관성

이상의 내용이 MacIntyre의 논변과 맺는 관련성은 곧 분명해질 것이다. MacIntyre는 정 의를 응분의 관점에서 규정하지만, 동시에 그는 정의를 관행 내재적으로 구성되는 어떤 것 으로 보았다. 이것은 비정합적으로 보인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여기서 '응분'은 모든 순 간에서의 특정 관행이 탁월함의 관념(notion)에 따라서 취하는 보답(desert)의 구체적인 형 식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즉 관행이 성취의 표준을 확립한다는 것, 그리고 최상의 성취자들 이 최상의 보상을 받는 그런 방식으로 모든 사람들이 행위할 때 정의가 이루어진다는 등. 이것을 응분에 대한 관행에 근거해 규정된 개념(practice-defined notion)이라고 부르기로 하 자.

그러한 개념이 적절할 수 있을까? 우선 절차적 정의의 방식에 따라 관행이 요구하는 것은 대개의 경우 응분과는 직접적으로 무관함을 생각하자. 예를 들어 심사위원들의 적절한 역할 은 각각의 참여자들에게 동일한 규칙들과 기준들을 적용하여 응분이 스스로 분명히 드러나 도록 하는 것이고, 이에 반해 응분의 기준을 부과하려하는 위원들은 결과를 왜곡할 가능성 이 매우 크다. 둘째로, 어떤 관행에서나 항상 거기에 차용된 응분의 기준이 더 포괄적인 사 회적 목적들을 고려하여 변경되거나 비판받을 수 있음을 우리는 보았다. 의학의 예를 생각 한다면, 전문가적인 왜곡(deformation) 때문에 가장 많은 댓가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장기이 식과 같은 고도의 수술을 잘 하는 의사일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이 의학의 사회적 목적을 근 거로 하여 장기이식 전문가들보다도 모든 방면에서 그의 환자들을 돌보는 고도로 경쟁력있 고 힘들게 일하는 의사들이나 기타 의료인이 더 많은 댓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MacIntyre가 관행에 근거해 규정한 응분 개념은 관행과의 관계에서 응분이 수행 하는 주된 역할을 오해했다고 주장한다. 관행에 대한 응분의 주된 역할은 비판적인(critical) 것이다. 즉 우리는 관행이 잘못 작동하고 있음을 보이고자 응분에 호소한다. 이 때 관행의 오작용은 규칙들이자 절차들이 잘못 계산되었기 때문인 경우도 있고 더 극단적인 경우에는 응분의 기준 자체가 잘못 판단된 것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응분의 비판적인 역할에 대한 필자의 주장은 본 논문에서 중요하므로 유명한 사례를 들도록 하겠다. 밀은 "여자의 복 종"(The Subjection of Woman)이라는 글에서 여성이 응분의 댓가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당시의 현행 관행들이 혁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밀의 논변은 여성이 남성들만큼 중요 한 특징들을 공유하고 있고 부분적으로는 더 나은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그들에게 가사일을 강요할 근거가 없다는 것, 정치적 활동에서 그들을 배제할 근거가 없다는 것 등을 주장하였 다. 만약 응분이 정말 관행에 내재적으로 규정된 관념이라면 밀의 논변과 같은 것이 정합적 으로 제시될 수 없을 것이다.

MacIntyre의 반박과 필자의 입장

이러한 필자의 주장에 대해서 MacIntyre는 은연 중에 답변하는데, 그 내용은 관행의 바깥 에서 응분의 관념은 그 결정성(determinacy)을 상실하며 우리가 찾으려 하는 것은 결정불가 능한(indeterminable) 논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비결정적 논쟁에서는 반대입장에 서 사람이 만족할 정도로 어떤 관행을 평가하기 위한 응분의 기준을 설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예를 들어서 MacIntyre는 긍정적인 차별(positive discrimination)의 정의에 대한 현행 논쟁이 이런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원래의(genuine) 관행들이 거의 사라진 어떤 사회에서 '우리는 본질적으로 다른, 그리고 서로 경쟁적인 도덕 개념들을 너무 많이 가 지고 있으며, 이 경우에 정의에 대한 경쟁적이고 너무 다른 개념들과 문화의 도덕적 자원 (원천)들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 간의 쟁점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근대 정치는 다른 수단으로 수행된 시민 전쟁이었다.'

이에 대한 필자의 입장은, 근대 세계가 고대에 번성했던 관행들이 제거된 세계라는 주장 에 대한 회의, 그리고 정의(와 응분)의 일반 관념이 우리 이전 사람들보다 우리 자신들 사이 에서 더 논쟁의 여지가 있다(contestable)는 생각에 대한 회의로 시작한다. 여기서 아리스토 텔레스가 관찰한, 민주정치론자(democrats)와 과두정치론자(oligarchs) 간의 정치적 직무 (political office)를 유지하기 위한 기초에 대한 논쟁을 살펴보자. 양 측은 모두 동등한 장점 (merit)이 있는 사람들은 동등하게 직무를 유지할 수 있는 적격자들이라고 동의하지만, 장점 의 적절한 검사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견해를 달리한다. 과두정치론자들은 부(富)에서 의 우월성이 모든 측면에서의 우월성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민주정치론자들은 예를 들어 빈손으로 출생한다는(free birth) 측면에서의 동등성이 모든 측면에서의 동등성을 의미한다 고 믿는다.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두 일파의 대립적이고 화해불가능한 논쟁이 서로 다른 이해관심의 상충에서 생겨남을 분명히 한다. 이러한 4세기의 그리스의 정치상황은 오늘날 대학 입학허가의 기준을 흑인과 백인들이 서로 다르게 채택하는 오늘날과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관행들을 포함한 모든 복잡한 사회는 탁월함에 대한 자체의 내재적인 표준이 있으므로 우리는 응분의 기준에 대한 어떤 합의와 어떤 불일치를 발견하리라 기대하 게된다. 그리고 의견 불일치는 부분적으로 사회 내의 서로 다른 일파의 상충하는 이해관심 들에 기인하는데, 이들 일파는 일반적으로 채택되는 그들의 선호하는 기준을 가짐으로 해서 이득을 얻거나 잃는다. 필자는 이런 평범한 관찰에 제한을(qualification) 가하고자 한다. MacIntyre의 믿음과는 반대로, 근대는 응분 개념의 쇠락을 목격하지 않았으며 쇠락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신격화(apotheosis)이다. 이렇게 신격화가 쇠락한 까닭은 현행 시장 사회가 상대적으로 개방적이고 유동적이어서 어떤 사람의 인성적 특징들과 성취업적, 그리고 사회 적 지위를 구분해내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어떤 사람의 지위 때문에 그가 더 많은 선을 얻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리이스 철학자들은 개인의 장점 과 사회적 신분에 대한 요구를 결합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것은 윤리적 용어에서 잘 나타 난다. 예를 들어 "agothos"와 같은 중요한 칭찬 용어는 집안이 좋고 부유한 사람들과 도덕 적 덕을 실현한 사람 모두에게 사용되었던 것 같다. 현대에는 'merit'와 'desert'를 구분하지 만 그리이스어에는 'desert'에만 해당하는 말이 없었다.

응분 개념에 의해 지속적으로 달리 평가되는 두가지 종류의 선들로서 고등교육과 공공 고 용의 예를 들 수 있다. 혹은 점유자들의 상대적 장점과 조화된 것으로서 직업을 가져서 얻 는 보상과 특권을 산출하는 체계적 시도를 포함하는 직업 가치평가의 틀을 생각해 보라. 이 두번째 예는 근대사회에서 응분이 사라졌다고 믿는 MacIntyre의 입장과 상충한다. MacIntyre는 시장 경제에서는 응분에 대한 순수한 분배가 있을 수 없다고 믿는다.

응분이나 장점이 한편으로는 일이나 그 산물, 다른 한편으로는 노력과 기술에 대해 갖는 관계란 없 다. 물론 시장 경제에서는 주머니에 돈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데 성공함에 따라서 노력과 기술이 보상을 받는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그 보상은 문제시되는 활동의 어떤 형태의 성공에 대한 것이 아니라 경제적 수요가 있는 것을 물건을 만들거나 행위를 한 것에 대한 보상이다.

여기서 MacIntyre는 현행 사회에서의 작업이나 일반적 경제활동은 MacIntyre적 의미의 관행 속에서는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즉 성취할 내재적 선이나 준수할 탁 월함의 표준이 없다는 것이다. 이건 잘 되어야 부분적으로만 옳을 뿐인데, 이것을 인정할 경 우에는 돈을 지불할 용의가 있음을 통해서 나타나듯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성공적으로 제 공한 것에 대해서 보상받을 자격이 없음을 인정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즉 경제적 수요는 비록 불완전하기는 하겠지만 그 가치에 대한 측정을 제공한다. 비록 우리가 기존 시장 속에서 사람들이 얻는 보상이 그들의 헌신에 적절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지라도 재산권 및 다른 제도들을 조정함으로써 더 적절하게 조정할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있다. 여기서 응분의 관념이 그 비판적 능력 때문에 수용되는데, 이 경우에 기존의 협약 (arrangement)과 선의 분배가 이 기준에 의해서 판단될 수 있다.

이런 주장을 통해서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MacIntyre의 관행의 쇠퇴와 몰락 테제가 과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정의의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 인간 활동의 형식들이 여 전히 많이 있다. 의사, 교사, 사업가나 수공업 노동자의 응분이 같은 방식으로 평가되지는 않지만 필자는 시장 경제가 중심 역할을 하는 사회에서도 응분은 역시 선의 분배를 평가하 기 위한 핵심 기준임을 주장하고자 한다. 우리는 아마 처음으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장점을 인정받고 그에 정당히 보상받는 상태를 열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이스의 도시국 가와 같은 초기 사회에서는 응분과 장점의 관념이 있었던 관행들에서 대다수 남녀는 배제되 었다.

아퀴나스의 입장

이상을 염두에 두고, 우리는 마지막으로, Whose Justice? Which Rationality?의 후반부에 서 MacIntyre가 제시하는, 정의에 대한 아퀴나스의 입장을 살펴보자. 아퀴나스는 아리스토 텔레스보다 우리 시대와 시간적으로 더 가깝긴 하지만 그 때문에 그 입장의 사회적, 정치적 맥락이 우리의 견해와 더 가까울 것이라고 속단해서는 안된다. 시장 경제의 영역이 더 협조 하고 사회적 계층분화는 더 고정적이며 정부의 정책에 대한 대중의 참여도 줄어들었다는 점 에서 더 멀다. 이 때문에 덕과 정의에 대한 아퀴나스의 입장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보다 우리에게 덜 적절한 전제에 의존하는 것 같다.

다음의 두 요점이 정의에 대한 아퀴나스의 설명에서 쉽게 드러난다. 첫째는 다른 덕들과 마찬가지로 정의 역시 관행 유지의 역할의 관점에서 중심적으로 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응분이 정의에 대한 설명에서 오직 주변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정의는 지속적인 전통과 관련해서 '사람이 각자에게 지속적으로 영구적인 의지에 의해 응당한 댓가를 주는 것'으로서 규정된다. 이것은 다시 일반 정의(general justice)와 특수정의(particular justice) 로 나누어지는데, 일반 정의란 아퀴나스가 법정 정의와 동일시하는 것으로서 자연법과 실정 법의 적용대상(percept)에 머무는 것을 말한다. 특수정의는 다시 상호적(commutative) 정의 와 배분적(distributive) 정의로 나뉜다. 상호적 정의는, 여기서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지만 아 퀴나스에 있어서 정의는 중심적으로(centrally) 법과 유관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것을 요약할 수 있다. 그 첫번째 요구사항은 우리가 우리의 동료들을 대할 때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고 두번째 주요 요구사항은 법이 지켜지지 않는 곳에서는 정의로운 절차에 의해 희생자들이 보상받고 가해자들이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 법은 실정법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이미 정의에 대한 아퀴나스의 설명이 관행에 근거한 이해에서 동떨어져 있음이 나타난다. 이제 그의 배분적 정의를 고찰해 보자. 배분적 정의는 그 구성원들 간의 공유된 (common) 공동체의 자원으로부터 나누어 갖는 것(the sharing)과 관련된다. 그리고 그 원칙 은 각자는 자기에게 응당한 것(due)에 비례하여 나누어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각자에게 응 당한 것을 알기 위해서 우리는 그 공동체의 일반선(common good)을 살펴봐야 한다고 아퀴 나스는 말한다. 만약 사람들이 가난하고 공동체의 자원이 그들을 도울 수 있다면 필요가 기 준이 된다. 만약 누가 교수직에 발탁되어야 하는가가 문제라면 관련된 특질은 개인 지식의 범위(extent)이다. 다른 경우에는 사회적 지위가 기준이다. 우리는 세번째가 아니라 두번째 경우에 응분이 인식되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아퀴나스는 그러한 분명한 구분을 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평균(중용 mean)의 교의가 배분적 정의에서처럼 상호적 정의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되는지의 쟁점을 고려함에 있어서 그는 다음과 같은 반대를 제시한다. 즉 배분적 정의의 중용을 관찰하기 위하여 우리는 사람들의 다양한 응분을 고려 해야 한다. 이제 사람의 응분도 역시 상호적 정의, 즉 예를 들어 처벌들에서 고려된다. 따라 서 군주를 때리는 자는 사적인 개인을 때리는 자보다 더 많이 처벌받는다. 이에 대한 아퀴 나스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행동과 정념(passion)에서 사람의 신분이 어떤 것의 양에 영향 을 미친다. 왜냐하면 일반 사람보다 군주를 때리는 것은 더 큰 상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분적 정의에서 사람의 신분은 그 자체로서 고려되지만 상호적 정의에서는 그것이 사물들 의 차이점(diversity)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고려된다.'

아퀴나스는 어떤 사람의 신분(station)이 두가지 종류의 정의에 관련되는(relevant) 서로 다른 방식들이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개인의 장점과 사회적 신분(standing)에 대한 요구가 하나로 뭉뚱그려진 그러한 세계관(world-view)에 우리가 다시 한번 처하며, 그리하여 아퀴 나스에게는, 어떤 사람이 공동체 내에서 단지 그들의 지위 덕분에 어떤 것에 대한 "자격이 있다"(deserving)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보인다는 것을 강력하게 제시한다. 이제 이것 은, 아퀴나스가 속한 사회의 위계적 본성이 주어지면 별로 놀라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 은 곧 아테네 그리이스 철학자들의 경험보다 그의 경험이 우리의 경험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음을 다시 보여 준다.

정의에 대한 아퀴나스의 입장은 또한 오늘날 시장 사회에 대해서만 비판적인 것이 아니라 시장 사회가 무용하게 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적이게 된다. 왜냐하면 아퀴나스의 입장은 사람들이 잘 규정된 지위들을 점유하고 있고 일반선에 대한 그들 각자의 기여가 의미있게 비교될 수 있는 공동체 사회를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그런 공동체 사회가 있 지도 않고 그런 사회를 열망할 수도 없다. MacIntyre의 비판들 중 상당수는 도덕의 몰락에 대한 그의 전반적인 설명이, 우리가 현대의 조건 하에서 어떻게 그것(도덕)을 재생시키도록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한다. 정의 와 관련해서 MacIntyre는 아리스토텔레스적 설명 대신에 아퀴나스의 설명을 옹호하고자 원 하는 만큼 현대 세계의 사회적 구조에서 명확히 배제되는 삶의 형식을 재생하는 데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MacIntyre의 테제는 개념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의심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현대 사회의 발전을 인도할 정의관을 찾는 연구에 있어서 그의 이론이 도움이 되지 않음을 보았다.

<철학, 지식이 아닌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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