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깨비의 예술론 001: 진정한 작품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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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작품으로 자신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예술작품에서 중요한 것이고 주된 것이다.
작품에서 주를 먼저 얻고 종이 따라와야 하는데 종이 주를 얻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주된 것을 포착해서 얘기해야 한다. 주가 되는 것은 작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진정한 자기 이야기, 특히 정서적인 어떤 것이다. 종은 그것을 표현하는 기교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흔히 예술관을 확보하지 못한 젊은 작가들이 집착하는 것처럼, 표현기법에 대해 운운하는 것은 사실 종을 얘기하는 것과 같고, 그 때 더 중요한 것, 즉 주된 것이 상실되거나 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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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서 중심이 되는 것, 즉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얻는가?
사소하게라도 어린시절의 첫사랑의 기억이라든지, 버리려고 해도 버려지지 않는 자신만의 기억, 그것을 표현하려 해 봐야 한다.
단지 눈에 보이는 것만을 따라 그리면 그것은 사진과 같은 기억을 되살리는 것뿐이다. 미술을 한다면 눈에 보이는 것을 통해서 자극되는 마음의 감동이 중요하다. 만약 음악을 한다면 귀에 들리는 것을 통해서 얻어지는 마음이 감동이 중요할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표현되어야 할 것은 이 '마음의 감동'이다.
마음의 감동이란, 잊어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으로 자기 스스로에게 느껴지는 것이다.
산을 봤을 때 그 감정이 생각 난다면 그것은 다른 산이 된다. 그런 것을 표현하는 것이 예술의 본질이다. 거꾸로 말해서, 단지 눈에 보이는 것만을 잘 모사하고 그것을 통해서 전달되거나 자극받는 마음의 감동이 아무 것도 없다면 그것은 기술이지 결코 예술이라고 할 수 없다.
시련을 통해서, 혹은 누군가의 죽음을 통해서 마음에 남은 상처가 지워지지 않을 때 그것이 그림이나 음악으로 표현되어 감동이 창조될 수 있다. 그렇다, 그것은 창조이다. 자신의 마음 속의 어떤 감동을 모든 사람이 같이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해 내는 것 말이다. 예술의 창조란 이것 이상이 결코 아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극도록 어렵다. 그리고 사실상 모든 창조를 다 포함할 정도로 넓은 어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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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경력을 쌓기 위해서, 개인전을 하고 그림을 팔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지 말라. 도저히 그림을 그리지 않고서는 베길 수 없는 그런 상태에 도달해서 그림을 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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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하는가? 한번 확인해 보라.
정말 좋은 그림을 그렸다면 자기 자신이 감동을 받아야 한다.
자기 자신의 그림에 가장 동감하기 쉬운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그런 자신이 자기 그림에 동감하고 감동을 받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들은 절대로 감동받을 수 없다.

자기 그림에 자신이 감동을 받아도, 다른 사람은 감동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가당착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자가당착조차도 불가능하다면, 자기 자신도 감동받지 못하는 그림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감동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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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고 누군가가 감동을 받을 수 있으려면 그 그림에서 정확히 말하려는 바가 있어야 한다. 또한 뭔가 감정적으로 분출되는 것이 있어야 한다.

예술가가 자기 그림을 본다면, 그림 한 구석을 들여다 볼 때마다 내 마음의 한 구석을 들여다 보는 것과 같이 확연해야 한다. 마치 벌거벗은 자기 모습을 보듯이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그림은 자기 그림이 아니다. 누구의 그림도 아니라면, 그저 그림일 수 없는 그림이다.

예술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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