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2.2. 2항 관계와 메르디쓰와 프라이어의 시도

여러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PWS의 발전에 있어서 2항 관계의 도입은 매우 중요한 아이디어이다(Copeland[2002]; Bull & Segerberg[1989]; Goldblatt[2003] 등). 그리고 이 점에서 메르디쓰(C. A. Meredith)는 중요한 공헌을 한 학자이다. 즉 메르디쓰는 프라이어와 함께 직접적으로 2항 관계를 형식적 논리체계에 도입하였으며 그리하여 프라이어의 여러 작업을 통해 전체적으로는 PWS의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하였던 것이다.

그 핵심적인 내용은 메르디쓰와 프라이어의 “‘속성 연산’에서의 여러 다른 양상 논리들의 해석들”¹⁶⁾(Meredith & Prior[1956])에 정리되어 있으며 그 기본 아이디어는 양상식을 2항 술어 기호 의 1차 술어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 내용은 □과 ◇에 대한 다음의 정의들로 시작된다.

에 대한 가능한 공리들은 다음과 같다.

(Mth.1)

(Mth.2)

(Mth.3)

(Mth.4)

(Mth.5)

더불어서 “(Mth.1)에서 (Mth.4)가 나온다”는 것, “(Mth.3)과 (Mth.4)에서 (Mth.5)가 나온다”는 것, 그리고 “(Mth.3)과 (Mth.5)에서 (Mth.2)가 나온다”는 것이 증명되어 있다. 이 논문에는 기호들에 대한 해석이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는 “가 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라고 읽힌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자료에서 프라이어와 메르디쓰는 에 대한 어떤 특별한 공리들이 없더라도 양화이론만으로부터 다음이 정리임을 언급한다.

(Mth.6) , 즉

그리고 (Mth.4)를 사용함으로써 ¹⁷⁾에 대한 형식적 연역이 주어지고 (Mth.2)를 사용하여 ¹⁸⁾에 대한 형식적 연역이 주어지며, (Mth.2)와 (Mth.5)를 사용하여 ¹⁹⁾에 대하여, 그리고 (Mth.1)과 (Mth.5)를 사용하여 , 즉 에 대한 형식적 연역이 주어진다.([Copeland1996], 12쪽; Goldblatt[2003], 332쪽)

이런 형식체계의 바탕에는 명제를 대상들의 속성으로 취급하는 의미론적 사고방식이 깔려있는데, 이것은 프라이어가 명제들을 시간들의 속성으로 취급하는 것과 매우 유사한 사고방식이다. 코플랜드의 추측에 따르면 메르디쓰와 프라이어 두 사람은 이 동일한 핵심 아이디어에 독립적으로 도달했던 것 같다.(Copeland[2002], 115쪽).

메르디쓰와 프라이어[1956]는 순수하게 형식적인 논문이다. 그래서 관계나 그 연산의 변항들이 지시하는 대상들의 본성에 대해서 어떤 철학적 설명도 제공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메르디쓰와 프라이어 자신들의 형식체계를 가능세계적으로 해석했는가 하는 물음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 코플랜드는 기치(Geach)가 편지로 프라이어에게 변항들을 가능세계로 해석하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기 전까지는 그렇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코플랜드[2002]가 메르디쓰와 프라이어는 가능세계적 해석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하는 까닭은 다음의 두 이유들 때문이다. 첫째 그들이 발견한 형식체계에 적용가능한 해석들에 대한 내용을 그들의 자료에 쉽게 첨가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둘째, 프라이어[1967]는 가능세계적 해석을 자신에게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이 기치(Geach)였음을 암시하고 있다.(Copeland[2002], 117쪽)

기치(P. T. Geach)는 프라이어가 연산에 대해 가능세계적 해석을 시작하도록 아이디어를 제공하였던 사람이다.(Copeland[2002], 119쪽; Goldblatt[2003], 332쪽) 기치(Geach)는 1960년에 프라이어에게 보낸 편지에서 타임머신을 이용하는 공상과학적인 이야기에 빗대어 연산을 다음과 같이 해석할 것을 제안하였다.

□="우리가 있는 세계, 그리고 그로부터 우리가 이동해갈 수 있는 모든 세계에서 …라는 일이 있다."

◇="우리가 있는 세계, 그리고 그로부터 우리가 이동해갈 수 있는 어떤 세계에서 …라는 일이 있다."

프라이어가 말하는 바에 따르면 기치는 ‘과학 소설에서 꿈꾸는 어떤 차원 이동 수단’이라고 말하는 것의 관점에서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도달하는’(reaching)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에 대한 이 해석을 얻음에 따라서 속성 연산은 혹은 “세계 에서 필연적으로 ”를 “에서 접근가능한 모든 세계에서 가 참”에 대한 약칭으로 취급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Copeland[1996], 12쪽)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기치는 단지 아이디어만을 제공하였고 그와 직접 관련된 어떤 논리학적 작업을 제시한 것이 없으므로 이 논문에서는 프라이어나 메르디쓰만큼 중요한 논리학사적 중요성을 부여하지는 않겠다.²⁰⁾

메르디쓰의 아이디어는 프라이어와의 공동 작업을 통해서 프라이어가 시제 논리를 발전시키고 그에 대한 형식체계를 구성하는 데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후에 설명할 프라이어의 시제 논리의 체계를 살펴보면 메르디쓰와 프라이어의 공동저술의 내용에 포함된 사고방식의 범위 안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에 근거해서 형식체계 구성의 관점에서 메르디쓰가 프라이어를 통해 PWS 발전사에 끼친 영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