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가능세계 의미론의 맹아들



II-1. 카르납의 양상 의미론


II-1.1. 카르납의 양상 논리 의미론에 대한 다른 철학자들의 영향


카르납이 양상논리의 발전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분명하면서도 확고하다. 그것은 양상논리에 대한 형식적 의미론을 최초로 시도한 학자라는 것이다.

카르납의 시도는 네 명의 철학자와 논리학자들로부터 물려받은 지적 유산을 기초로 시도된 것으로 보인다. 흔히 카르납의 양상논리 의미론에 영향을 준 철학자들로서 라이프니쯔와 비트겐슈타인이 언급되고, 때로는 프레게까지 합쳐서 3명의 철학자들만이 언급되는 경우도 있지만(Bull,&Segerberg[1989]) 필자가 보기에 타르스키의 영향 역시 결코 빠뜨릴 수 없다. 특히 오늘날의 양상 논리의 가능세계 의미론의 관점에서 평가해 본다면 카르납에게 영향을 준 학자로서는 프레게보다는 타르스키가 더 중요해 보인다.

먼저 카르납의 연구에 대한 라이프니쯔와 비트겐슈타인의 영향은 다음과 같은 카르납 자신의 주장에서 명백하다.


이 해명에 대한 탐구에서 나는 한편으로는, 필연적 참이란 모든 가능 세계들에서 성립하는 것이라는 라이프니쯔의 관점에 의해 인도되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논리적 참이나 항진명제는 진리치에 대한 모든 가능한 할당들에 대해서 성립하는 것으로 특징지워진다는 비트겐슈타인의 입장에 의해서 인도되었다.(Carnap[1963], 63쪽)


이런 이유로 카르납(1947)은 그의 사태 기술들이 “라이프니쯔의 가능세계들을 표상한다”라고 짜증스러울 정도로 반복적으로 말한다.(Hintikka[1975], 220쪽)

한편, 카르납이 인정하는 비트겐슈타인의 영향은, 사실적 참과 논리적 참에 대한 의미론적 차이에 대한 설명방식과 관련된다. 즉 비트겐슈타인의 이해방식을 따라서 사실적 참은 세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고 그리하여 경험에 의해서 확인되는 것이지만, 논리적 참은 사실들의 세계에 대한 어떤 것을 진술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사실의 모든 가능한 조합에 대해서 성립함을 말하는 것이라고 이해된다.(Carnap[1963], 64쪽)

한편 카르납의 연구에 대한 프레게와 타르스키의 영향에는 다소 이견이 있는 것 같고, 어떤 주장은 필자가 보기에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 불과 세저버그[1989]는 카르납의 양상 의미론에 대한 프레게의 영향이 의미론에 대한 카르납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점이라고 말하는데, 이와 달리 힌티카[1975]는 프레게의 영향이 내포와 외연의 2분법과 더불어서 카르납[1947]이 외연보다 내포가 우선적임을 강조한다는 점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된 힌티카([1975], 218쪽)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의미와 필연성』(MN)3)은 카르납이 외연들보다 내포들이 우선함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또한 프레게적 전통을 보여주며, 외연들을 내포들로 환원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MN, 23절). 27절에 대한 자신의 요약문에서 그가 말하는 바는, “…기호에 대한 의미론적 규칙은 1차적으로 그 내포를 결정한다. 오직 2차적으로만, 관련된 사실들에 도움을 받아서 외연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형식에서, “외연적 논리학자와 내포적 논리학자들의 상충에서 나는 내포적 논리학자의 편에 선다”라고 여러 번 말하는 프레게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프레게는, “실제로 나는 개념은 그 외연에 논리적으로 선행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한편 의미론, 특히 형식적 의미론에 대한 카르납의 관심은 프레게가 아닌 타르스키(A. Tarski)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보인다. 본너트(Bohnert[1975], 198쪽)는 카르납의 논리주의의 발전 단계들을 대략적으로 (1)고전적 단계(classical phase), (2) 구문론적 단계(syntactical phase), (3) 의미론적 단계(sematincal phase), (4) 이론적 단계(thoretical phase)의 네 단계로 구분한다. 그 중 카르납의 양상논리의 의미론이 제시되던 의미론적 단계에서의 작업들은 타르스키(A. Tarski)와의 대화 및 그의 저작들에 대한 연구에 의해서 촉발되었다고 본너트는 주장한다.

이와 같이 여러 학자들의 영향관계 속에서 카르납은 최초로 형식 의미론적 방법을 사용하여 양화된 양상 논리를 해석하려는 시도를 한 학자라고 볼 수 있다.(Lindström[1998]) 이런 카르납의 시도를 촉발시킨 문제의식은 간단히 말해서, 양상개념에 대한 분명한 해석(clear interpretation)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루이스(C. I. Lewis[1918])의 작업에서 시작된 양상에 대한 논리학은 카르납 이전의 수 년 동안 기호 논리학의 틀 속에서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양상적 용어들에 대한 분명한 의미론적 해석을 얻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카르납은 “일상 언어와 전통적 논리학에서 사용된 것과 같은 막연한 양상 개념들을 대체하기 위한 분명하고 정확한 개념들을 찾고자 함”이라는 근본적인 목적 하에서((Carnap[1947]), 173쪽) 구문론과 의미론을 갖춘 2원적인 양상논리체계 구성을 시도한다.

그리고 이러한 구성을 뒷받침하는 기본적인 착상은, 라이프니쯔의 고전적 아이디어, 즉 ‘어떤 명제가 필연적으로 참인 경우 그 경우에만 그것은 모든 가능 세계들에서 참이다’라는 것에 기초해서 논리적 필연성에 대한 의미론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의 형식 의미론에서 카르납은 구문론적 개체들(syntactic entities), 즉 사태 기술들을 가능세계들의 대용자들(representatives)로 사용하였다.(Lindström[1998])

그렇다면 이제 카르납의 양상논리 체계를 형식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이해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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