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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재음양론이 한국의 전통철학인 까닭  

 

내가 발견한 삼재음양론은 한국의 전통철학이다. 삼재음양론에서 그 중심은 '삼재론'에 있다. 단지 삼재론은 필연적으로 음양과 개념적으로 연관되므로 음양을 배제하고 삼재를 논의할 수 없으므로 "삼재음양론"이라 불릴 뿐이다. 그러므로 개념적으로만 말하자면 삼재론이 한국의 전통철학의 중심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삼재론은 그 철학사상이 적어도 동양적 사유 일반에 큰 영향을 미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보편성의 측면에서 가치있는 철학이며, 다른 한편에서는 그것이 다른 민족의 철학에는 없는 독특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독특성의 측면에서한민족의 독자적인 철학이다. 이 점을 여기서 상세히 논의해 보겠다.

주역에서 제시되는 역(易)의 사상이 동양철학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역의 사상은 64괘의 변화를 통해서 설명되고 있고 64괘의 변화는 8괘에 기초하고 있다. 8괘가 2개 겹쳐져서 64괘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64괘를 이루는 것은 6개 겹쳐진 음양의 기호들이고 이것을 각각 '효'라고 부른다. 그리하여 64괘의 변화는 곧 육효의 움직임이 된다.

그런데 계사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육효의 움직임은 삼극(三極)의 <도>이다.”1) 여기서 ‘삼극’이란 곧 삼재를 가리킨다.2) 그리고 설괘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삼재를 겸하여 두 번 한다. 그러므로 역이 육획으로 괘를 이루고, 음을 나누고 양을 나누며 유와 강을 차례로 쓴다. 따라서 역이 여섯 자리로 드러난다.”3) 이를 종합하면 육효는 팔괘 두 개가 겹쳐진 것이며 팔괘가 삼재의 길을 따라서 음양이 결합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삼재란 음양이 변화를 표상하기 위해서 서로 결합하는 틀이다. 이것을 생각한다면 삼재란 동양철학에 있어서 음양보다 더 근원적이거나 혹은 최소한 음양만큼의 철학적 무게를 지닌 개념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중국 철학의 문헌 어디를 살펴도 삼재에 대한 논의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에 비교할 수 있는 것으로서 음양이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한 철학적인 설명은 주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삼재란 천,지,인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그 의미가 단순하기 때문에 삼재란 무엇인가에 대한 추가적인 철학적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삼재만큼이나 음양의 개념 역시 단순하기 때문이다. 음이란 그늘이고 양이란 볕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한가?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음'이 그늘을, '양'이 볕을 가리킨다고 할 때 그것들은 각각 음양의 의미를 드러내는 은유체, 혹은 상징체일 뿐이지, 정확히 음과 양이 사물의 그림자에 의해서 생기는 그늘과 밝은 면의 볕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과 양의 개념은 서로 짝지워져서 거의 모든 것을 이해하는 도식으로서 활용될 수 있다. 또한 이런 까닭에 음양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철학적인 설명이 필요하고, 실제로 주역에서 그러한 설명을 찾아볼 수 있다. 즉 건괘와 곤괘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하면서 음양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소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꼭 마찬가지로 삼재 역시 천,지,인이 그 의미의 전부가 아니다. 그러므로 천,지,인은 삼재의 의미를 상징하는 상징체일 뿐이고, 정확히 그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요구된다. 하지만 주역에서 삼재에 대한 설명은 위에서 내가 제시한 계사전과 설괘전의 내용 이상이 없는 것이다.

철학의 발전이란 대체로 기존의 논의에 대한 근거짓기(justification)의 작업을 통해서 발전한다. 이것은 서양철학 일반에서 드러나는 현상임과 동시에 동양철학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하나의 예로 주역에 덧붙어 잇는 설괘전 등의 문헌은 주역 64괘 전체에 대한 근거짓기이며 또한 중국 송대의 성리학은 공맹을 통해서 본격화된 유교 교리의 체계화 및 근거짓기의 과정이었다. 그런데 왜 그러한 반성적 사유 속에서 얼핏얼핏 비치는 삼재(三才)의 개념에 대한 논의는 없는가?

한편 반대로 한국의 대종교 경전으로 전래되는 문헌들에는 삼재에 대한 논의들로 가득 차 있다. 천부경, 삼일신고, 회삼경 등이 그러한 대표적인 문헌들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문헌들의 내용은 분명한 두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하나는 그러한 문헌들의 철학적 가치도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삼재에 대한 논의이고 삼재가 주역을 근거짓는 중요한 사고의 틀이며 주역은 동양철학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이 독특한 철학적 담론은 우리의 고유한 철학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와 유사한 내용이 중국이나 일본, 혹은 그 밖의 어느 나라의 문헌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동시에 우리 민족 종교인 대종교의 경전으로 보전되어 왔기 때문이다. 전자가 삼재론의 보편성을 드러낸다면 후자는 삼재론의 특수성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삼재론이 중심이 되는 삼재음양론은 곧 보편적 가치를 지닌 한국의 독특한 철학사상이라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1) 『周易』, <繫辭傳> 上: “六爻之動, 三極之道也.”

2) 王弼, 『周易注』, <繫辭傳> 上 註: “三極, 三才也.”

3) 『周易』, <說卦傳>: “兼三才而兩之, 故易六 而成卦, 分陰分陽, 迭用柔剛, 故易六位而成章.”

 

 

 

 

<철학, 지식이 아닌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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