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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삼재 개념은 분별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분별적으로 형식화한 가장 근저의 개념이다. 그리고 삼재 개념은 반성적이며,
그리하여 근원적이다. 왜냐하면 삼재 개념은 주관이 주관 스스로를 반성하는 개념을 그 고려 속에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삼재 개념은
분별적인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것에 대한 개념이면서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포함한 개념이므로 그보다 더 근저에서 이를
반성할 수 있는 개념은 있을 수 없게 된다.
그러면 가장 근원적인 삼재의 틀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게 되는가? 삼재 개념을 통해서 우리는 대상과 대상의 배후에
있는 전체를 보며, 따라서 변화하는 것과 변화하지 않는 것의 관계를 볼 수 있다.
분별되는 것은 대상이다. 그리고 분별되는 만물은 변화한다. 하지만 분별되지 않는 것은 변화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물건이란
낳음이 없는 것도 있고, 낳음이 있는 것도 있으니, 낳음이 없는 것은 불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낳음이 있는 것은 능히 불다가
마침내 멸함에 돌아가느니라”1)라고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분별되는 것이 변화할 수 있는 까닭은 그것이 분별되지 않는 전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대상과 대상이 아닌 것들이 연관된 전체, 이것이 곧 하늘이다. 그리고 그 속의 대상이 하늘에 의해서 존재할
수 있게 되는 땅이다. 분별되는 대상이 분별되지 않는 전체에 의존하며 그렇기 때문에 결국에는 `낳음이 없는 것(無生)'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2)이라고 말하는 까닭이다.
한편 변화하는 전체 그 자체는 변화하지 않는다. 또한 그것은 스스로 분별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전체일 수 있고 하나일 수
있으며 변화하는 대상의 근거로서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오직 낳음이 없는 것을 빙자하여서 낳음이 있는 것을 짓느니라”3)라고
말하였다. 노자도 “무(無)와 유(有)는 한 근원에서 나온 것이고 오직 이름만이 다르다. 이들 둘은 다같이 유현(幽玄)하다.
이들은 유현하고 또 유현하며 모든 도리(道理)나 일체의 변화의 근본이 되는 것이”4)라 하였으니 이것 역시 같은 뜻을 달리 말한
것일 뿐이다.
1) 『한얼일 적음[神事記]』, §造化紀: “物有無生, 有有生, 無生不殖不滅, 有生能殖, 竟歸于滅.”
2) 『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
3) 『한얼일 적음[神事記]』, §造化紀. “惟其籍乎無生, 有生作.”
4) 老子, 『道德經』, §1: “此兩者同出, 而異名, 同謂之玄. 玄之又玄, 衆妙之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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