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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떻게 삼재가 이러한 분별적 변화의 가장 밑바탕에 있을 수 있는가? 즉 삼재의 존재론적 근거는 무엇인가?
삼재의 존재론적 근거를 먼저 간단하게 요약해서 말하면 이러하다. 모든 구분의 근거는 의지주관이다. 의지주관에 의해서 대상은
구분된다. 의지 주관에 의한 대상의 구분과 더불어서 그러한 구분과 그 구분을 가능하게 하는 근원이 구분된다. 이것이 “하늘과
땅이 있으면 그 사이에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 이는 하늘과 땅이 사람이 있음으로 하여 갈라지는 때문이다.”(12장)라는 말의
뜻이며 하늘과 땅의 상징 사이에 사람의 상징을 두는 이유이다.
좀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존재하는 것 전체는 대상인 것과 대상이 아닌 것으로 나뉜다. 이 때 대상이 아닌 것은 대상을 대상으로서
가능하게 하는 나머지 전체이다. 대상과 대상이 아닌 것(대상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정립되면 2개의 범주가 정립되지만 이는 인식주관에
대해 정립되는 것이다. 따라서 주관까지 포함하여 3자가 정립된다. 그러면 주관은 어떻게 파악되는가? 어떤 대상이 대상으로서 정립되는
것은 주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안다. 이것이 반성적인 주관의 근원적 능력이다. 그러므로 동시에 대상은 대상이 아닌
것과 구분됨으로써만 대상일 수 있음을 알고, 대상이 아닌 것 전부는 그 대상을 대상으로서 가능하게 하는 것임을 안다. 또한 그렇게
대상이 대상 아닌 것들로 인해서 대상이게 됨을 알기 때문에 대상이 대상 아닌 것들과 연관되어 전체임을 안다.
모든 구분의 근거는 의지주관이다. 이 의지주관은 또한 동시에 어떤 것을 하고자 하는 의지주체이기도 하다. 의지함이 있으면 그
하고자 하는 바인 목적이 있고 이 목적에 이르기 위한 수단이 정립된다. 이 때 목적은 수단을 수단으로서 정립시키는 근거이다.
목적과 수단만이 정립되면 2개의 범주에 한정되겠지만, 이는 또한 의지주체에 대해 정립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전체는 3자
관계로 정립된다.
그 성립의 순서에 있어서는 인식주관보다는 활동하고자 하는 의지주체로서의 존립이 먼저이다. 어떤 것이 충분한 인식활동을 하지
못하면서도 의지주체일 수는 있지만 의지가 없이는 인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를 합쳐서 “의지주관”이라고 부른다.
삼재 개념이 반성적인 개념을 포함하기 때문에 대상이 아닌 것이 대상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서 정립된다. 이것이 곧 삼재 개념이
땅1, 땅2, 사람으로, 혹은 음과 양, 사람으로 정립되는 것이 아니라 하늘, 땅, 사람으로 정립되는 까닭이다. 만약 하늘과
땅이 음양을 상징한다면 이 둘은 모두 분별된 대상을 의미할 것이다. 그러나 『셋을 모은 글』에서 “하늘은 빔으로써 용납하고,
몸은 든든함으로써 감싸니, 빈 것은 얼굴이 없는지라, 그 큼이 헤아릴 수 없고, 든든하면 몸뚱이가 있는지라 그 큼이 한정이 있다”1)라고
말하였다. 빈 것은 얼굴이 없다고 하였으니 이는 분별되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든든하면 몸뚱이가 있어 한정이 있다고 하였으니
이는 분별됨을 의미한다. 즉 “상대적으로 변화하는 모든 것, 그래서 스스로 모습을 갖추지 않은 모든 것을 가리켜 하늘의 범주로
말하고, 상대적으로 불변하는 모든 것, 그래서 스스로 모습을 갖춘 모든 것을 가리켜 땅의 이름으로 말한다.”(12장)
사람은 그 분별의 기준 혹은 주체로서 의지주관이다.
1)『셋을 모은 글[會三經]』, §9. 歸一: “天, 以虛容, 身, 以實包, 虛則無形, 其大無量,
實則有體, 其大有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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