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 삼재 개념의 필요성

왜 삼재를 이야기하는가? 왜 삼재 개념이 필요한가? 그것은 삼재 개념을 통해서 우리가 분별적 대상의 근저에 있는 분별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삼재 개념이 필요한 까닭이다. 이것을 불가(佛家)에서는 방편이라 불렀으니 모든 부처님께서도 “방편력을 쓰는 까닭으로 일불승(一佛乘)에서 분별하여 삼승을 설하”셨던 것이다.1)

삼재 개념에 의해 우리는 그 본래적으로 분별할 수 없는 근거를 통찰하고 이를 통해서 분별적인 모든 것이 존재할 수 있는 틀, 그리하여 곧 변화의 틀을 형식화할 수 있다. 결국 삼재는 분별할 수 없는 하나의 진리를 말하기 위한 틀이다. 그러므로 한국 전통 사상인 “한배검의 이치는 셋과 하나일 뿐이니,”2) “하나만 있고 셋이 없으면, 이는 그 쓰임이 없음이요, 셋만 있고 하나가 없으면 이는, 그 몸이 없음이다. 그러므로 하나는 셋의 몸이 되고, 셋은 하나의 쓰임이 된다.”3) 이 때 그 쓰임이란 분별을 통한 논리적 담론의 전개요, 그 몸이란 사물의 무분별적인 진상(眞相)이다.

존재하는 것은 본래적으로 무분별적이어서 이에 대해서 아무 것도 말할 수 없고 더불어서 그 불변하는 실상 또한 없다. 그러므로 “없음은 ‘바로 봄’이 되고, 있음은 ‘거짓 봄’을 짓는지라, 혹 장함도 되고 혹 가닥도 되어, 그 기틀을 알지 못한다”4)하였으며 금강경에서도 말하기를 “무릇 모든 상(相)이 다 허망한 것이다. 만약 모든 상이 다 상 아님을 보면 곧 여래를 보는 것이다”5)라고 하였다.

삼재를 논할 때 그 속에서 말하는 하나는 전체로서의 하나, 그리하여 분별되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분별이 생겨나는 것은 삼재의 관계 때문이다. 즉 대상을 가능하게 하는 전체와 그 속의 대상, 그리고 이 양자를 인식론적으로 근거짓는 인식주체가 그것이다. 이러한 삼재 구조는 그 자체 속에 이미 분별되지 않는 전체로서의 하나라는 개념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셋이면서 동시에 하나이다. 그러나 하나라고만 말한다면 말이 옳을지라도 더 이상 개념적인 진전을 얻을 수 없다. 그리하여 “셋이 없으면 그 쓰임이 없다”6)고 하는 것이다. 한편 삼재를 말하면서 그 전체가 하나임을 잃는다면 이는 곧 그 뿌리를 잃는 것이며 스스로 논변이 무너지게 된다. 그러므로 “셋만 있고 하나가 없으면 그 몸이 없다”7)고 하는 것이다.

만물의 존재가 그러하듯이 태권도에 있어서도 <태권도> 그 자체는 이와 같이 하나이다. 이것은 실제에 있어서는 하나의 기예, 즉 일기예(一技藝)로 드러난다. 그러므로 “모든 진실한 태권도인이 알고 있는 바, 태권도의 궁극의 모습은 단순한 한 가지 기예요, 단순한 한 가지 마음이며, 단순한 한 가지 실재이다.”(6장) 또한 “태권도는 하나의 기예로 시작하고 하나의 기예 안에서 완성된다. … 단순한 하나의 기예를 넘어서 태권도란 없다.”(57장)

1) 『法華經』 <比喩品> 42. 諸佛은 方便力故로 於一乘佛에 分別設三이니라.

2) 『한얼 이치 책[神理大全]』, 넷째 가름: "大倧之理, 三一而已"

3) 『한얼 이치 책[神理大全]』, 넷째 가름: "有一無三, 是無其用, 有三無一, 是無其體. 故一爲三體, 三爲一用."

4) 『세 한얼 말씀[三一神誥]』, §5. 세 나[三我]: “無爲正觀, 有作假觀, 或眞或妄, 莫知其機.”

5) 『金剛般若波羅蜜經』, §5. “凡所有相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則見如來.”

6) 『한얼 이치 책[神理大全]』, 넷째 가름, "有一無三是無其用".

7) 『한얼 이치 책[神理大全]』, 넷째 가름, "有三無一是無其體".

<철학, 지식이 아닌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