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깨비의 사랑 이야기


 

 

한 사람의 삶에 있어서 사랑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저의 솔직한 면을 소개하기 위하여 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하고자 합니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 스스로 저의 사랑의경험들을 돌아보면 참 신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내 마음 속에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는 애잔한 경험들이 그렇습니다.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미팅도 서너번 정도 해 봤고 소개팅도 몇 번 해 봤습니다.

그러면서 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때론, '사랑'이라기 보다는 '우정'에 가까운 친분을 나누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진정 좋아했던 사람을 두번 만났었습니다.

한번은 대학교 3학년 때였고, 다른 한번은 제대 한 다음 해였죠.

그리고 이 두번의 만남에는 각각 이름이 하나씩 붙어 있습니다. 첫번째 만남의 이름은 "가을에 실려 온 동화"이고 두번째 만남의 이름은 "비와 함께 내리는 시(詩)"랍니다.

아마 이 얘기를 해 드려야, 저의 얘기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만족스러우실 거예요.

 

 

1. 가을에 실려 온 동화.

그 사람과의 만남에선 우연보다는 조금 더 필연의 향기가 납니다.

태권도부 모임 때 한 이대 후배가 소개팅을 하라고 권하길래 응낙했다가 당사자를 만났을 때 궁금해서 물어 봤었거든요. 어떤 만남에든 보이지 않는 인연이 있겠지만, 우리가 언제 어떻게 예전에 길을 가다 스친 적이라도 있었기에 이렇게 가까이서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지 신기하다구요.

그랬더니 그 사람이 말했습니다. 자기가 예전에 멀리서 걸어가는 내 뒷모습을 봤대요. 그리고는 "언젠가 저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될거야."라고 느꼈답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기숙사 선배(이대 태권도부)방에 놀러갔다가 태권도부 사진 속에서 날 봤대요.

그 사실이 무척이나 신비스럽게 느껴졌었답니다, 내겐.

그 사람에게 처음 해 주었던 선물의 이름이 "가을에 실려 온 동화"였습니다. 그건 제가 그 사람을 처음 만난 날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소설처럼 적어서 선물했던 겁니다. (저의 선물 습관에 대해서는 제 소개란을 참고 하세요.)

하지만 그 땐 너무 어렸었기 때문에 오랫 동안 친하지 못했었습니다. 약 3달 정도 동안, 한 10번을 만났나?
그리고는아주 사소한 문제 때문에 제가 그 사람을 찼어요. 아주 잔인하게!

어떤 식으로 찼냐면, 오랜 만에 만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고 얘기하면서 상대를 기분좋게 만든 후에 갑자기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말했어요. "오늘이 우리가 마지막 만나는 날"이라고.

아마 그 사람이 마음에 충격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때문에 오랫 동안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사람은 이대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이었죠. 귀엽고 예쁜 얼굴에 아주 긴 머리칼을 가진.

이 사람과 헤어지게 된 이유에 대해서 저는 심리적이라거나 다른 과학적 이유 외에도 이유를 찾고 있는데, 그것은 한번 다른 사람에게 해 준 적이 있는 선물을 그 사람에게 다시 해 주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해요. (동화 이야기 참고 하세요.)

그 때 해 준 선물의 이름이 "슬픔의 안나를 위하여 눈물로 적은 시(詩)"라는 노래였답니다.

 

<그리고 그 후,>

시간이, 많은 시간(내겐 그렇게 느껴진)이 흘렀죠.

그 사람과 헤어진 직후에 아주아주 힘들었구요, 언제나 냉정한 성격이라고 믿었던 나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 다르게 인식되어버렸습니다.

또, 착한 사람을 잔인하게 차 버렸기 때문에 벌을 받아서 우연히 마음에 들어한 모든 여학생들로부터 차이는 슬픈 역사(아니면 당연한 역사?)가 시작되었죠.

(여러분, 여자 친구에게 잘해 주세요. 그리고 절대로 차지 마세요. 조금 자존심 상하긴 해도 차이는 게 훨 나아요. T.T)

그러다가 어느 아름다운 비가 마치 시(詩)처럼 내리던 날 다시 어떤 사람을 만났습니다.

 

2. 비와 함께 내리는 시(詩)

내가 군대를 갔다가 제대 한 다음 해 봄에 전 강의실에서 어떤 여학생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떤 여학생이냐면, 키가 크구 얼굴도 예쁜데 전혀 외모를 꾸미지 않는 사람이었고(남자같은 복장), -이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집안이 너무너무 가난하고(미대생인데도) 몸에 알 수 없는 병이 있어서 항상 아파하는 사람이었답니다. 저랑 친해 진 후에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답니다. 이 세상에서 나 외의 어떤 사람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상황 설정이 좀 ... 소설같지 않아요? 저 스스로도 그런 느낌을 받았었답니다.
몇가지 더 말해 볼까요?

그 사람이 "가을에 실려 온 동화"의 사람과 같은 과였구요, 그 사람의 세례명이 "안나"였답니다. 내겐 '슬픈 안나'였죠.

내가 그 사람과 처음 둘이 맞주 앉아서 얘기를 나누던 날, 그 사람은 병원에 다녀왔었는데 너무 아파서 수업시간에 머리칼로 얼굴을 가리고 계속 울었다고 말했고 난 그 사람을 위로 하려고 그 때 우연히 "웃음"에 관한 글을 써 놓았던 걸 그 사람에게 선물했습니다.

그 사람과 얘기하다 헤어지고 나서 갑자기 하늘에서 비가오기 시작했는데, 그 때문에 그 사람이 가던 길을 돌아와서 제게 우산을 쒸워주었어요. 그래서 그 날 내리던 비가 시(詩)가 되어버린 거죠.

그 날 있었던 일들을 써서 "비와 함께 내리는 시(詩)"라고 이름붙이고 선물했고, 그 사람은 혼자서 그 글을 수십번도 넘게 읽고 또 읽었대요. ... 그 생각이 내 마음 속에 애잔하게 남는군요.

이게 그 사람이 내게 슬픈 안나인 이유, 그리고 가을에 실려온 동화가 내게는 비와 함께 내리는 시로 이어지는 느낌이 드는 이유입니다.

난 그 사람과 결혼하려고 노력했었습니다.

원래 내 성격이 좀 그래요. 단순하고 고지식한 것.

좋아하는 사람과는 결혼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은 여성에 대해서는 절대로 육체적인 접촉을 하지 않죠.

과 여자 후배랑 얘기를 하다가 내 애인(그 땐 그렇게 불렀습니다. 나 혼자만 ^^)의 손을 잡고 어깨를 안았다고 하니까, 나도 그런 행동을 하느냐고 놀라더라구요. 왜냐면 몇 년 동안 친하면서도 여자 후배들 손은 한번도 안잡았거든요. 저는 여자 몸에 함부로 신체가 닿으면 안된다고 배웠기 때문에...(너무 고지식한 것인 줄은 알지만.)

난 그 사람을 좋아했고 그 사람도 날 좋아한다고 그랬고, 그래서 결혼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했죠.

그렇지 않다면 그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난 생각해요. 어떤 사람의 마음과 몸을 흔들어 놓고 "좋아할 뿐이다. 구속받지는 않겠다"라고 말한다는 것. ... 역시 정말 고지식하죠?

난 결혼할거라고 진지하게 생각했고, 신중하게 결정한 후에 난 그 사람에게 반지를 선물했답니다. 어떤 반지냐면, 우리 학교의 버들골이라는 풀밭에 앉아서 토끼풀로 만든 반지. ... 이것도 웃기죠?

하지만 내가 붙인 의미는 이랬죠. 이 반지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시들어 없어지는 반지니까 그 후에는 결코 벗을 수 없는 반지라고. 그래서 영원한 약속을 의미하는 반지라고. ... 이건 바보같죠?

그랬는데...

역시 내가 차였어요. 그 사람은 내가 자신을 찼다고 그러지만.

그 사람이 장난도 아니고 투정도 아닌, 아주 진지하고 신중한 결정으로 약 10개월 동안 내 청혼을 3번이나 거절했답니다.

그래서 나도 결국엔 포기를 했죠.
난 결혼이 장난이 아닌 만큼 신중해야 하고 책임감있는 행동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만큼 서로의 합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서로 좋아서 결혼해도 어려운 일이 생기고 이 때 의지할 수 있는 건 같이 노력하는 것 밖에 없는데 억지로 결혼한다면 어떻게 어려움들을 같이 극복하겠어요? 그쵸?
더군다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어떤 다른 남자가 억압적으로 구속하지 않기를 바라는 만큼 나도 내가 좋아한다고 해서 거부하는 상대를 억지로 구속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런 말 하면 항상 "바보"라는 소리를 듣지만.

그 사람에게 한가지 안타까움이 남는 건,
그렇게 꾸미지 않고 또 병으로 피부가 안좋아도 예뻤던 얼굴의 건강하고 밝은, 그래서 아름다운 모습을 한번도 보지 못하고 헤어졌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게 아프고 어렵고 힘들 때 내가 곁에 있어줄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기도 해요.
지금도 힘들어하는 것 같지만.

 

<그리고 이젠,>

전 아주 어릴 때부터 한 사람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과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꿈을 꾸어왔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불필요한 사랑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게 참 뜻대로 안되었던 것 같아요.
이미 두 사람의 기억을 마음 속에 지우지 못한 채 슬프게 가지고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해 주리라던 나만의 선물들은 이미 지난 시간 속의 다른 누군가에게 해 주었으니까,

그런 걱정이 남습니다.
이젠 빛나는 순간들을 기억해서 글을 써 주는 것도 피아노를 쳐 주는 것도 망설여지고
누군가를 만나도 이 사람은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

......

그래도 열심히 다짐을 해 보죠.
그리고 희망도 가지려고 노력하죠.
정말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면 다른 어떤 사람에게 해 주었던 선물보다도 아름다운 선물을 해 주어야지라고.
그것이 어떤 선물일지 지금은 나 스스로도 상상할 수 없지만,
그 사람이 내게 다가오면 내 주위의 동화 속에서도 어떤 요정이 나타나서 그 사람에게 줄 선물을 마련해 줄 거라고.

아마도,

또 어떤 아름다운 이야기처럼 내가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어떤 사람이 다가오지 않을까,
(세번째 얘기의 제목은 무엇일까요? 그걸 가르쳐주는 사람에게는... 뭘 주지?)
동화 속의 예언자는 세번째 만나는 사람이 영원한 친구라고 그랬었는데.

오히려 상상하지 않으려 애씁니다. 상상해도 알 수 없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