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동화의 이야기


 

이제 저는 여기서 내가 살고 있는 동화의 나라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를 모두 하나의 환상이나 꿈, 혹은 소망으로 생각 할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는 있겠죠. 언어가 다르다라고.

뭐랄까, 이런 것 있잖아요,

단순한 집을 "자신만의 성"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거구, 혹은 평범한 여자가 어떤 사람에 게는 "공주"나 "천사"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나도 세상을 나 나름대로 쳐다보는 것이라고.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생각하기 어려운 것도 있답니다.

여러분들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든 간에 저의 동화는 실제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습입니 다. 적어도 저에게 있어서는.

차갑기만 한 현실의 뒤에 숨은, 우리가 모르는 동화의 나라 그 곳에서 뻗어나와 우리를 이끄는 마법의 힘과 같은 것, 인연과 운명의 끈, 그리고 동화의 세계에만 있을 수 있는 법칙까지.

……

내가 사는 동화 속에서 난 가진 것 없는 시골 소년 혹은 청년입니다.

난 이 동화 속에서 '왕자'이고 싶은데, 실제로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분명해요.

어떤 세계에서나, 모든 소망이 다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죠. 나의 동화 속에서도 그래요.

이 동화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저는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해요.

어린 시절에 있었던 많은 것들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굳이 추정해 보자면,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조금씩 내게 기대하기 어려운 화려하고 아름다운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동시에 내가 실수를 하거나 나쁜 마음을 먹으면 엉뚱한 나쁜 일들도 일어나기 시작했고 사물들 간의 마술적 관계들이 보이기 시작했죠.

그리고는 이 동화 속에서 내가 꿈꾸는 것을 얻을 수 있음을 느끼게 되었고(착각일지라도^^) 그에 대한 댓가로 내가 치러야 하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전 제가 원하는 것은, 그것을 제가 진정으로 오랫 동안 원한다면, 항상 얻게 되요.

때때로 아주 힘들어 보이거나, 혹은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대신에 그 반대 급부를 지게 되는데, 그것은 일부 사람들의 경멸과 멸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죠.

나는 처음에 정말 아무 것도 가진 것도 없었고 능력도 없었습니다.

다만 몇가지 소원이 있었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것, 착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악의 무리로부터 보호하고 싶다는 것 등등.

아주 유치하지만 정말 동화에 나오는 그런 소원들...

동화가 진행되면서 저는 몇가지 능력과 친구들을 얻게 되었습니다.

제가 얻게 된 능력을 몇가지 나열해 볼까요?

제가 얻은 능력들로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 사람의 흥망성쇄를 알게 되는 능력, 그리고 (부분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능력만 얻은 것은 아니예요. 어떤 마법의 검을 얻기도 했고 힘센 거인들을 친구로 얻기도 했고 몇몇 성들에 귀한 손님으로 초대받거나 직접 성을 세우기도 했답니다.

그것들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설명을 드려 볼까요?

먼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어요. 그것을 흔히 "독심술"이라고 하지요.

이 독심술에는 몇 가지 제한사항이 있답니다.

첫째로 그 원리가 잔잔한 샘물에 사물의 모습이 비치듯이 자신의 마음을 잔잔하게 하고 거 기에 상대의 마음을 비춰서 읽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이 혼란스럽거나 욕심에 흔들리 면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저의 경우에 좋아하는 이성의 마음을 읽 는 데에는 이 독심술을 전혀 쓸 수가 없거든요. 내가 이 독심술을 얻게 된 것은 어린 시절 좋아했던 시골 소녀의 마음을 읽고 싶어했기 때문인데 아직도 그 근본적인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셈입니다.

사람의 흥망성쇄를 아는 능력은… 내가 편안하지 않은 생활을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어딘가를 향해서 여행을 하고 있는 동안에 갖게 되죠. 저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그래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은, 이건 함부로 쓰면 안되는 거구, 함부로 쓰면 스스로 망한다는 전설이 있는 능력이죠. 이것 역시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별로 효용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어디에 쓰냐구요?

서로 오해한 불쌍한 연인들의 오해를 풀어주거나,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 거나, 혹은 돈을 벌 때에도 쓰이죠, 뭐.

제가 얻은 마법의 칼도 소개를 해 드리지요.

이 칼은 보이지 않는답니다. 이 칼은 허리나 등에 차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차는 칼이죠. 하지만 무게는 무거워요. 그리고 쉽게 녹슬기도 하고.

이 칼은 인적이 드문 숲 속에 바위에 깊이 꽂혀 있었습니다. 이 칼이 멋있게 생기지는 않았기 때문에 몇몇 사람들이 보고도 그냥 지나쳤죠. 그걸 제가 뽑아서 가진 겁니다.

이 마법의 칼을 뽑기 위해서 약 7∼8개월에 걸친 기간 동안 노력을 쏟아부어야 했어요.

그리고 이 칼을 날카롭게 가는데 또 약 7년 정도가 걸렸죠.

이젠 아주 멋있게 다듬어져서 다른 사람들이 보고 탐내죠.

나의 주위에는 요정들과 힘센 거인들이 있습니다.

나의 가까이에 있는 세 요정들은, 내가 그들을 같이 만나기만 하면 나에게 행운이 생기는 그런 요정들이랍니다. 예쁘고 착한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 법칙은 한번도 깨어진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많은 기회에 세 요정들을 만나려고 노력하지요. 하지만 그것도 그렇게 쉽지가 않아요. 남들의 어려움을 많이 도와주고, 내가 해야 할 일, 즉 공부를 열심히 하면 세 요정을 같이 만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세 요정 중의 한 몇이나 두 명이 꼭 빠진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원하는 모든 것을 언제나 바라던 시기에 얻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오랫동안 소원했지만 얻지 못한 것도 있구요.

그 중 하나가 제가 영원히 사랑할 사람을 만나는 것이죠.

 

제가 사는 동화의 나라에는 몇가지 법칙들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동화의 나라의 법칙을 "징크스"라고 부르죠.

첫번째 법칙은 내가 유혹에 몸을 던지면 나에게 나쁜 일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 유혹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야한 것"이죠. 흔히 접하게 되는 음란한 사진이나 잡지 를 보게 되면 어김없이 사랑하던 이성에게 차인다든지 혹은 웃사람으로부터 심하게 꾸중들 을 일이 생긴다든지 하는 일이 생기죠.

두번째 법칙은 내가 좋아하는 이성에게 선물을 해 줄 때는 다른 사람에게 해 준 적이 없는 선물을 해 주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이성과 멀어지게 되죠. 무슨 말이냐면, 영희에게 해 준 것과 꼭같은 선물을 순희에게도 해 주면 순희와 난 곧 멀어진다는 겁니 다. 이 법칙이 언제부터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하여튼 이 법칙에도 예외가 없었던 것 같아요.

세번째 법칙은 내가 좋아하는 상대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면 그 사람과 나는 곧 멀어진다는 것입니다. 이건 참 나도 이해가 안되는 법칙인데, 여기에도 예외가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난 예쁜 숙녀를 보면 장미꽃을 선물하고 싶거든요. 이 법칙은 왜 생긴 건지 모르겠습니다.

네번째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나에게 부당한 행위를 한 사람으로부터 내가 원한다면 그 사람의 "행운"의 일부를 빼앗아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좀더 분명하게 설명해야 오해가 없겠군요. 단순히 내가 상대에게 불만을 가진다고 해서 상대의 행운을 빼앗아 올 수 있 는 것은 아니예요. 상대의 행동에 분명히 부당한 점이 충분히 있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또 내가 상대의 행운을 빼앗아 오기로 결심을 하고 어떤 조치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내게는 좋은 일, 정말 행운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뜻밖의 아주 좋은 일이 생기죠. 반드시. 상대에게도 나쁜 일이 생기는 것 같긴 한데, 그건 일일이 확인해 보지 못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 한가지를 말씀드릴까요?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는 이상한 기운이 감도는 것 같아요. 그 '이상한 기운'이란, 이 집에 사는 사람에게 '이성 친구들'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우리 집에는 방이 두개이고 하나는 내가 쓰는 큰 방이고 다른 하나는 안 쪽에 있는 작은 방이죠. 그런데 그 기운은 원래 안쪽의 작은 방에 머물고 있나봐요. 그래서인지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가끔씩 저의 집에 들어와 서 살다 나가는 후배들에게는 꼭 여자친구들이 생기더라구요.

평소에는 여자 친구가 있어 본 적도 없고, 또 있을 것 같지도 않은 후배들에게까지.

정확히 그들이 저의 집에 이사 들어온지 한 달 이내에 생각지도 못했던 여성들로부터 전화 를 받고 만나자는 제의를 받습니다. 그리고는 그들이 저의 방에서 이사를 나가면 얄짤 없이 모두 사라져 버리고 맙니다.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내 본 후배들은 하나같이 이 사실을 알려서 프리미엄을 붙여서 방세를 놓아야겠다는 말까지 한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말씀드리기 곤란한, 조금 다른 상황이 벌어져 있군요.

이 동화의 끝에서 저는 평범한 삶을 살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조금 특별한 역할을 맡고 싶다 면 '예언자'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파란 옷을 입는 것도 어쩌면 이 동화의 일부라고 말해야 할지… 제가 생각해도 애매하군요.

난 이렇게 믿어요.

우리가 어릴 때부터 들어 온 동화,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뒤에 숨어서 현실이라 는 꼭두각시를 움직이는 진실한 세계라고. 우리 모두는 그것을 어린시절부터 조금씩 느껴왔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때때로 어린이들의 동화를 보면 단순히 '허무맹랑한 거짓말'이라고 경멸하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그 속으로 어린 추억의 껍질에 싸여 몰입하는 것이라구요.

내가 지금까지 설명한 동화의 세계를 여러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든, 그리고는 때때로 나를 '아동기의 감성'을 아직 벗어버리지 못한 사람으로 치부해도 저는 상관이 없어요.

하지만 당신이 정말 내가 살고 있는 이 동화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언젠가 당신을 만날 때 동화의 언어가 아닌 현실의 언어로 이 동화의 하나하나를 보여줄 수 있을 겁니다.

그 땐 당신도 이 동화의 세계를 좀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