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는 끊임없이 변해왔다.

대학입시 제도는 끊임없이 변해왔다. 그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대학입시가 변해 온 것을 알게 되면 여러분들은 왜 지금 수능시험으로 대학입시를 치르는지를 이해할 것이 고 지금까지 수능시험에 대해 가지고 있던 많은 불만들 중 일부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변천사를 살펴보면 학생들은 다른 것을 먼저 느낄 것이다. 그것은 대학입시제도는 그 입시제도가 가진 문제점이 부각될 때마다 바뀐다는 것이다.

그 문제점은 사회적인 영향과도 관계가 있다. 어떤 제도든지 완벽한 제도는 없기 때문에 항상 문제는 생겨 날 것이다. 특히 사회환경의 변화와 요구에 그 제도가 일치하지 않으면 그 제도는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다.

따라서 대학입시 제도도 다시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한숨을 쉬면서 기운이 빠지는 학생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기운이 빠질 필요는 없다.

아무리 제도가 바뀌더라도 그것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서 변경된다. 이것을 제대로 파악하게 되 면 대입제도가 어떻게 변하든 자신있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일단 대입 제도의 변천사를 살펴 본 후에 그것을 설명할 것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서 여러분들은 대학입시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가 하는 것을 대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1. 입시지옥 시대

너무 옛날까지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나는 옛날에 이른바 ‘입시지옥’이라는 말이 나돌던 시절 의 이야기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그 시절에도 얼마 전까지 시행되던 ‘본고사’가 있었다. 그 때의 대학입시제도는 얼마 전까지의 제도와 조 금 비슷했는데, 먼저 전국적으로 학력고사를 치르고 나서 다시 각 대학별로 본고사를 치렀다.

그 때는 대학들도 그렇게 많지 않았긴 하지만 모든 대학들이 본고사를 치렀던 것이다.

그 때를 왜 ‘입시지옥’이라는 말로 불렀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즉, 학력고사 자체도 어려운데, 그 때의 본고사는 얼마 전까지 실시되던 본고사와는 달리 엄청나게 어렵고 수준 높은 문제들이 출제되었다. 뿐만 아니라 1월에 실시되었던 까닭에 입시생들은 누구 하나 고등학교 3학년 의 연말을 편안하게 지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울대의 경우 본고사 수학문제가 4문제 나왔을 때 그 중 2문제를 풀고 집에 오면 두다리 쭉 펴고 편안한 마음으로 잘 수 있었단다.

무슨 말이냐 하면, 다른 사람들은 한 문제도 잘 풀지 못하는 아주 어려운 문제들만 나오기 때문에 한 문제 를 자신 있게 풀면, 걸릴까 떨어질까 불확실하게 되지만 두 문제'씩이나' 풀면 확실히 합격한다는 것이다.

이 당시의 본고사 문제는 범위에 제한이 없었다.

외국의 수학문제들도 가끔 출제되었기 때문에 외국의 자료들을 구해다가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단 내신성적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때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가르쳐주시는 것을 열심히 듣 고 배웠긴 하지만 학교 성적에는 별로 집착하지 않았다.

때문에 아무리 평소 성적이 꼴찌를 하더라도 아무도 함부로 그 학생을 얕볼 수가 없었다. 그런 학생들이 때 때로 보란 듯이 일류대에 합격하곤 했으니까.

이 때문에 이 시대는 숨은 영웅들의 시대였다.

결과는 맨 마지막에 뚜껑을 열어보아야만 알 수 있었다.

2. 학력고사 시대

이런 대입제도가 바뀌게 된 것은 거기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첫째로 아직 교통과 통신이 지금처럼 좋지 않던 시절이었던 그 때에 본고사를 실시하니까 시골이나 지방에 서 공부하는 학생들보다 도시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훨씬 유리했다. 시골이나 지방에서는 공부를 하고 싶어도 훌륭한 교재들을 구할 수 없었던 것이다.

둘째로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가르치는 교과내용을 별로 신뢰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모든 학생들이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상식 수준의 내용만을 가르쳤다. 원하는 대학을 가고자 하는 학생들은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선생님들이 가르쳐 주시는 것 이상을 공부해야만 했다.

세번째로는 학생들이 입시준비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이 모든 문제점들은 심각한 것이었다. 그래서 대입제도가 학력고사 제도로 바뀌었던 것이다.

새로 나타난 대입 제도의 특징은 다음과 같았다.

먼저 학력고사 성적만으로 대학합격을 결정하게 되었다. 즉 본고사가 없어진 것이다. 그리고 학력고사 시험 문제는 국가에서 출제하되 선정된 대학교수들이 교과서 범위 내에서만 출제하도록 했다.

그렇게 됨에 따라서 학생들은 교과서를 신뢰하고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가르쳐주시는 것을 열심히 배우며 또 한 전국 어디에서나 교과서만 충분히 공부를 하면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3. 내신성적의 출현

하지만 이렇게 되자 몇가지 문제가 다시 나타났는데, 한가지는 이전부터 있어 온 문제였다.

즉, 학교에서 선생님이 가르쳐 주시는 것은 안하고 혼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어왔다는 것이다. 즉 항상 꼴찌를 하다가도 학력고사만 잘 치르면 원하는 대학엘 갈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교사의 권위는 점점 약해지 고 이것이 교육의 문제로 떠올랐다.

그래서 내신성적이 나타났다.

내신성적이 나타남에 따라서 단순히 학력고사만 잘 보면 대학엘 갈 수 있다는 생각을 없앨 수 있었다. 하지 만 한편으로는 학생들은 출제유형이 꽤 다른 경우에도 내신성적과 학력고사 양쪽에 장단을 맞추는 부담을 안 게 되었다.

그러나 내신성적은 학생의 평소 공부를 반영한다는 것과 지방과 도시의 교육 여건의 차이를 보상한다는 점 에서 여전히 의미가 있었다.

4. 눈치작전을 막아라.

학력고사의 문제점 중 두번째로 나타난 것이 이른바 ‘눈치작전’이었다.

즉 학력고사를 치른 후에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과, 자신의 성적에 맞는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대 학지원 상황을 끊임없이 파악해서 눈치를 보다가 일류대의 합격할 수 있는, 지원율이 적은 과에 원서를 던지는 것이었다. 때문에 학생들의 개성이나 소신과는 상관없이 도박적인 입시지원이 이루어졌다.

그 때에는 재수가 좋은 경우에 100점 기준으로 50점도 안되는 성적으로 서울대 법대를 합격한 경우도 있었 다. 과감하게 원서를 넣었는데, 다른 학생들이 자신이 없어서 원서를 안내 인원 미달이 된 것이었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선지원 후시험 제도였다. 선지원 후시험 제도는 눈치작전을 효과적으로 없앴다.

5. 본고사의 부활

학력고사의 문제점 중 세번째 것으로서 가장 나중에 나타난 것은 학생들 교육수준의 저하라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교과서 범위 안에서만 공부를 하고 대학입시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모든 것으로부터 단절되니 까 극히 단순한 사고형태에만 익숙해진 것이다. 그래서 한때는 논술이 나타나기도 했고 또 주관식이 더해지기 도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본고사 시절 때에는 항상 스스로 어려운 문제, 복잡한 문제들을 찾아서 공부하고 해결했으며, 또 그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각자가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하지만 학력고사 시절에는 그런 방법 으로 교육이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전국의 학생들에게 같은 입시여건을 제공하려고 하다보니 수십만명에 달하는 학생들의 성적을 컴퓨터로 처 리해야 했고 그래서 객관식 문제가 주로 출제되었으며 학생들은 그에 부응하여 객관식 문제를 푸는 기계적 작 업에 열중했다.

객관식 문제의 가장 큰 장점은 이름 그대로 객관성이다.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단점은 생각을 단순하게 한다는 것이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종합적인 사고능력과 분석력, 깊이있는 생각을 하게 하지 않는다. 너무 많이 생각하다가는 오히려 간단한 답을 찾지 못 하게 된다.

한편 옛날 본고사 제도는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그럼으로써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고양하는 장점이 있었기 때문에 마침내 본고사 제도가 다시 부활했다. 그러면서 학력고사는 통합교과형 문제를 출제하는 수학능력시험으로 바뀌었다.

6. 수능시험이 나타나다

왜 통합교과형 문제를 출제하는가?

그것은 단답식의 문제가 단순한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반해서 통합교과형 문제는 갖가지 지식 들을 서로 섞어서 문제를 내는 통합교과형 문제는 전반적인 것을 이해하고 알아야만 풀 수 있는 문제이기 때 문이다.

즉 단순히 외워서는 풀 수 없는 문제, 그래서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를 만들다 보니 통합 교과형 문제가 나오게 된 것이다. 이러한 수능시험의 내용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이해하면서 그에 맞는 공부방법을 설명할 것이다.

작년까지 치러지던 본고사가 금방 사라진 것은, 예전과는 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즉 대학교를 너무 서열 화해서 대학 전체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가 많이 작용했다. 그러면서 수능시험은 기존의 학력고사가 가지고 있던 문제, 너무 생각을 단순하게 유형화시킨다는 그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 수능시험의 비중을 늘이는 것으로서 지금 현재 제도가 확정된 것이다.

그리고 수능시험이 객관식이거나 단답식에 한정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체계적인 사고능력을 판단하는 방편으 로서 논술이 첨가되었다.

그런 과정에서 종합생활기록부가 나타난 것은, 기본적으로 내신성적과 같은 취지라고 볼 수 있다. 즉 예전에 는 학력고사 성적만으로 대학입학을 결정하던 것을 평소 성적을 반영하여 평소 공부를 강조하듯이 종합생활기 록부를 통해서 공부 외의 요소들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전인교육을 지향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