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 바뀌면서 철학자들은 갈등에 빠지게 되었다. 서양의 근세 때부터 하나씩 둘씩 철학의 영역에서 이탈해서 독자적인 학문으로 자리매김하는 내용들이 많아지더니 현대에 들어와서는 거의 모든 학문의 내용들이 철학에서 빠져나가 버린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이것이었다. 철학은 뭐하는 학문인가?

옛날 그리운 시절을 한번 돌아보자면,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 시절에는 철학(philosophy) 안에서 세상의 모든 것에 대해서 논의하면서 물체가 어떻게 운동하는지(물리학),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정치학), 예술이란 어떤 것인지(미학) 등을 논의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물리학이 발달하면서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가 하는 것에 대한 철학자들의 생각은 허황된 상상 이상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생물학, 심리학, 정치학 등도 그렇게 되어버렸다. 그럼 이제는 철학이 할 일은 없어졌는가? 그래서 이제 철학도 없어져야 할 때가 온 것인가?

이러한 문제의식이 분명해지면서 현상학과 언어철학 등의 현대철학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초보자들은, 현상학이 거의 데카르트의 생각을 현대적으로 세련화한 것이라고 이해해도 된다. 더 이해하려 하면… 갑자기 ‘지향성’, ‘노에시스-노에마’, ‘판단중지’, ‘형상적 환원’ 등의 어려운 말들이 막 튀어나오게 된다. 이 때 괜히 관심이 생긴다고 무리하게 이해하려 하면 안된다. 갑자기 혈압이 오르고 현기증이 날 수도 있다. 너무 많이 알려다 다치는 맛뵈기 사례가 될 것이다.

그런 복잡한 말들이 다 필요 없는 말들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말들은 다 학문적인 엄밀성을 위해서 있는 것이고 전문 철학자들을 위한 것임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철학 공부해서 밥 먹고 살 사람이 아니라면 결국 그들이 무슨 뜻의 얘기를 하는지를 알면 될 것이다. 그것은 이렇다. 우리가 어떤 내용의 과학을 탐구하고 지식을 얻든 그것은 결국 우리의 의식 속에 들어와야 하는데, 이러한 의식 속에 들어오는 내용의 엄밀성을 확보하는 사고활동이 철학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어지럽나? 나도 어지럽다. … 넘어가자.


한편 언어철학이란 무엇인가? 언어철학이란 우리의 생각을 검토하는 작업을 하겠다는 철학이다. 왜 ‘생각’ 철학이 아니고 ‘언어’ 철학인가? 우리의 생각은 언어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앞에서 보았듯이 생각한다는 것은 곧 자기 자신과의 대화이고 이것은 말을 가지고 하는 작업이다. 그런데 ‘언어학’이 또 따로 있지 않는가? 이 때 언어학이란 ‘사람들이 이렇게 말들을 쓰더라’라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한편 언어철학은 ‘올바르게 생각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말을 써야 한다’, ‘말의 성격상 이런이런 것들에 대해서만 바르게 생각할 수 있다’, 뭐 이런 내용들을 연구한다. 말을 가지고 생각하는데, 말의 특성상 생각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다.

간단한 서양 철학사 <10>: 현대 철학자들

언어철학의 핵심 분야 중 하나가 논리학이다. 논리학을 보면 조금은 언어철학이 감잡힐 것이다. 논리학에서는 올바른 생각의 길을 제시해 놓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그런 논리적인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논리학은 잘못된 생각이 왜 틀렸는지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한편 언어학은 사람들이 옳든 그르든 어떤 식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설명한다.

언어철학자들 중에는 시대적인 천재들이 몇 있는데 그 중 두 사람이 프레게와 비트겐슈타인이다. 프레게는 아리스토텔레스 이후 별 발전이 없던 논리학을 수학적 논리학으로 발전시켜 현대 논리학의 세계를 열었다. 이를 이어받아 비트겐슈타인은 현대 언어철학의 핵심적인 한 가지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했다. 그것은 말의 ‘뜻’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처음에는 말을 듣고 우리가 마음 속에 그리게 되는 세상에 대한 그림이라고 대답했다가 나중에는 그런 것을 따지기보다는 말한다는 것을 일종의 게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상의 별 내용은 없다고 봐도 되고, 더 있다고 봐도 된다.

어쨌든 현상학과 언어철학의 두 흐름의 공통점을 짚어 볼까? 둘 다 우리가 아는 지식의 시작점이나 도구라고 할 만한 것에 대해서 말했다. 지식은 처음과 끝에서 결국은 우리 의식 속에 주어질 것이고 또 한편 그것은 언어를 통해서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게 철학은 지금 여러분이 이 책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시간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