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 대한 몇가지 소문들과 그에 대한 해명


 

안녕하세요? 파깨비입니다.

제가 오랫 동안 파란 옷만을 입고 다녔기 때문에 여러 가지 근거없는 소문들이 생겨났고 그리고 일부 이야기들은 사실과 무관하게 이미 정설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그런 소문들에 대해서 해명을 하고 여러분들의 오해를 풀었으면 합니다.

 

1.

가장 먼저 제 머리 속에 떠오르는 풍문은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즉, 제가 관악산의 화기(火氣)를 누르기 위해서 파란 옷을 입고 다닌다는 소문이죠.

제가… 이 소문을 처음 들은 것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대학 3학년 때쯤입니다. 그리고 이 소문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제가 군 복무를 마치고 왔을 때 새로 태권도부에 들어 온 후배는 다음과 같이 황당한 질문을 내게 던진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일언 반구도 미리 확인하지 않고 다짜고짜 묻기를,

"…파란 옷을 입고 다닌다고 해서 정말 관악산의 화기를 누를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술을 마시며 즐겁게 후배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난데 없이 그런 헛소리를 들으면 여러분들도 아마 꽤나 화가 나실 겁니다.

그 후에 도장에서 겨루기를 할 때 제가 그 놈을 가만히 두지는 않았겠죠?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소문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소문이 왜 그토록 정설로 받아들여졌는지는 대략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우연히 알게 된 것인데, 지리학 개론 시간에 강의를 하시던 한 선생님이 풍수지리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가 이렇게 말씀하셨대요.
우리 학교에 파란 옷만 입고 다니는 학생이 있다고들 하던데, 지금까지 설명한 풍수지리설의 관점에서 볼 때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 같다"-라고.

저는 이 이야기를 그 지리학 개론 강의를 들었던 후배로부터 직접 들었습니다.
아마 강의시간에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라 공신력이 있었고 그래서 파급효과도 컸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다시 강조하지만 어쨌든 '관악산 풍수지리설'은 사실 무근입니다.

이 관악산 풍수지리설에 하도 시달렸기 때문에 저도 정말 '우연히'라도 어떤 법칙에 맞는 것인가 해서 잘 모르는 음양오행 관계를 조사해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관계에 있어서도 별로 합당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 관계를 간단히 따져볼 것 같으면, 관악산이 불의 산이라고 불려서 '화국(火局다)'이라면 푸른 색은 '목국(木局)'에 해당하는데, 음양오행설의 상생상극 관계에서 목은 화를 돕는다는 상생관계라고 합니다.

따라서 화기를 누르기 위해서 푸른 옷을 입는 것은 알맞지 않고 오히려 불과 상극관계에 있는 물의 색깔인 검은 색이나 쇠의 색깔인 하얀 색 옷을 입어야 음양오행설에 따라 관악산 화기를 누를 수 있을 것 같네요.

체풍수지리설도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런 측면에서도 제 푸른 옷이 화기를 누른다는 설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 판명된다고 생각합니다.

…잘 알지도 모르는 풍수지리설과 음양오행설을 억지로 떠들었더니 어깨가 무겁군요.

 

2.

두 번째로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이른바 '청학동 설'입니다.
그건 제가 청학동에서 살다가 왔다는 설인데, 첫 번째 풍수지리설만큼이나 악명이 높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저의 억양 강한 사투리와 깍듯한 예절 관념(너무 좋은 표현?)이 한 몫을 한 것 같습니다.
제가 학부생일 때 어른들께 극존칭을 썼었거든요.
군대에서 복무하면서 훨씬 그 표현이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말투에 딱딱한 투가 남아있다는 평을 듣곤 합니다.
그리고 제 말투의 일부 특징은 옛스러운 문체로 쓰여진 글들을 많이 읽으면서 자랐던 것에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거기다 지방 사투리까지….

그러니 우연히 지나다 제가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느낌은 매우 생소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저를 청학동까지 보낸다는 것은, ...좀 지나치지 않았나 싶군요.

하여튼 이것 역시 근거없는 소문입니다. 제 소개 글에서도 보시다시피 저는 마산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3.

세 번째로 저의 부모님께서 저에게 파란 옷만을 입도록 강요하셨다는 설을 간혹가다 듣는 수가 있습니다.

이것 역시 전혀 근거없는 소문입니다.

저에 대한 풍문을 재료로 삼아 별 내용 없는 책을 써서 팔고 돈이나 벌려서는 일부 장사꾼들이 그런 이야기를 마음대로 지어서 퍼뜨린 것뿐입니다.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저도 화가 나서 그런 업자들과 은근히 가시돋힌 말을 나누군 한 적도 있습니다.

제가 파란 옷을 입는 이유는,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오랫 동안 부모님 슬하를 떠나서 혼자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빨래를 자주 할 수 없어 때가 타지 않는 옷을 사야했으며 근검절약해야 하다보니 노점상같은 곳에서 파는 싼 옷을 사야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저의 파란 옷을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말하곤 하지만, 그것은 유명 브랜드의 제품들만을 찾아보기 때문입니다.
시장 바닥에 늘어 놓고 파는 옷들 중에 촌스러운 푸른 색 옷은 흔하죠.

얼마 전 한 때는 파란 색깔 옷이 유행이었던 적도 있는 것 같지만, 아주 오래 전에는 이런 파란 색깔 옷은 촌스럽다고 아무도 사지도 입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싼 값에 옷을 살 수 있었고, 그리고 대학생 때 자주 이사를 다녀야했으므로 짐을 줄이기 위해서 단 벌의 옷만을 가지고 지냈기 때문에 항상 똑같은 옷(즉 파란 옷)만을 입고 지내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명물'로 사람들 이야기에 오르내리게 되었고, 여러 사람들이 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동안 기자분들의 취재를 사양하고 지냈었는데, ... 1999년 가을에 동아일보에서 한 기자분이 절 찾아오셨더군요. 그리고는 제가 존경하는 한 교수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당신 제자이니 좀 도와줬으면 한다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지도교수님의 허락을 받고 취재에 응했던 적이 있는데, 그게 큰 영향을 끼쳤죠.

그 다음부터는 여러 잡지사와 방송사에서 나와서 취재를 원했고, 일부는 응하기도 했습니다. 케이블 TV, SBS, 등등. 그러다가 2000년 초에는 제가 책을 하나 써서 출판을 했거든요. (태권도의 철학적 원리). 그 때는 오히려 여러 기자분들의 관심의 덕을 많이 입게 되었답니다.

누구나... 달면 삼키고 쓰면 뱉기 마련인가보죠. 저도 마찬가지... 그러지 않으려 노력을 해도.

 

그 밖에도 제가 외국에서 살다 온 교포인 줄 알고 있었다는 사람을 만난 적도 있고 무슨 '정도령'설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냐는 등 기타 잡다한 다른 소문들을 듣기도 했습니다만, ... 저는 매우 평범한 (아직은) 학생에 불과합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께 작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우연히 지나가다가 어떤 사람들이 파란 옷을 입은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여기에서 제가 말씀드린 것과는 다른 풍문을 사실인 것처럼 말하면,
그리고 그 사람들이 여러분과 가깝거나 허물없는 사이라서
여러분이 그 사람들에게 말을 하기가 부담스럽지 않다면,
그냥 관심없는 투로 한두마디 정도 툭 던져주시지 않을래요?

"글쎄, 내가 알기로는 그게 전부 근거없는 얘기래.
너희도 심심하면 '심마니' 검색기에서 '파깨비'를 검색해 봐."

라고.

그랬을 때, 어디선가 당신이 모르는 곳에서 길을 걸으며
제가 당신이 던진 그 한마디에 감사하고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