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유식한 것은 철학자들의 본성이 아니다. 내가 본 바로는, 사람들이 “철학이 모든 학문의 기초요 근본이다”라는 일반적인 통념을 듣고는, 그렇기 때문에 철학자들은 모든 학문의 내용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우리 철학과 교수님 중 한 분의 가르침을 들려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팔방미인이 밥 굶어죽는다”라고 말이다.

하지만 여러분은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많이 안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잡학다식하게 이것저것을 많이 아는 것은 무식한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이렇게 반문한다면 여러분과 나 사이에 대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그건 또한 모든 학문에서 이루어지는 사고활동이다. 더욱이 단지 세상을 둘러보고 그 정답을 찾을 수는 없는 문제에 대한 대화이므로 철학적인 대화가 될 것이다. 즉 철학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대화 말이다.

어쨌든 여러분은 여러분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사실들을 끌어들일 것이다.

갑동이는 철수보다 많이 공부했고 많이 유식해져서 철수보다 출세를 했다든지,
영희는 순희보다 유식하기 때문에 훌륭한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든지,
……

여러분들이 많은 사실들을 끌어 모아서 얘기할 때 나는 다 듣고 나서 이렇게 물을 수 있다.

“그게 유식하다고 해서 훌륭한 철학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과 무슨 상관이지?”

그러면 여러분은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잠시라도 말문이 막히면서 생각하게 된다면 여러분은 대화 속에서 논점에 매달릴 수 있는 지성을 어느 정도 갖춘 사람이다. (가끔 나는 이런 경우에도 했던 말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서 서로 말이 맞아떨어지지도 않는 장황설을 늘어놓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답답할 뿐이다. 결국에는 말이 안 통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화를 바꾸게 된다.)

말문이 막힌 그 잠시의 침묵 속에서 여러분이 재빨리 하나하나를 따져 본다면 갑동이가 더 많이 유식해서 출세를 했다는 것도, 영희가 유식해서 훌륭한 남편을 만났다는 것도 모두, 그것이 훌륭한 철학이라는 말을 의미하지 않음을 알 것이다. 여러분은 많이 아는 것이 좋다고 말했을 뿐이다. 나도 처음부터 많이 안다는 것이 나쁘다고 말한 적은 없다. 다만 그것이 철학의 본성이 아니라고 말했을 뿐이다. 철학의 본성이 아니라고 해서 모두 나쁜 것이 아니다. 내가 처음부터 철학의 본성만이 좋다고 말하지도 않았으니까.
결국 이것저것 많은 사실들을 끌어들인다고 해서 주장이 잘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또한 철학이 다양한 지식을 많이 아는 것과는 다른, 또 다른 이유이다. 왜 그런가? 앞에서 내가 설명한 대로, 철학은 질문과 대답의 관계에 대한 학문이라고 이해해 보자. 그렇다면 질문과 대답의 관계가 적절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것저것 말들을 해 댄다고 해서 그 관계가 강화되는 것이 아니다.

철학이란 생각이나 대화에 있어서 그 핵심을 찾아내고 그 핵심을 찌르기 위한 노력과 같다. 그래서 굳이 묘사해 보자면, 철학적이라는 것은 육중함이라기보다는 날카로움인 것이다. 포탄을 이것저것 쏘아서 많이 부쉈지만 적군은 다 살아있는 상황처럼 핵심을 찌르지 못하는 말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발의 사격으로 적의 장군을 죽이는 저격수처럼 상대의 생각의 핵심을 찾는 것 말이다. 그래서 정확한 질문과 대답의 관계를 탐구하는 것이다.

결국 유식한 것이 철학의 본성이 아니라는 것은 두 겹으로 설명되었다.
(좀 아리송하지? ^0^)



유식한 것은 철학자들의 본성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