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여러분은 우리고유의 전통사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루가 다르게 더워지고 있는 가운데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학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학생들을 보니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현실을 보면 소위 19세기의 교실에서 20세기의 선생님들이 21세기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과 배우는 자를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 권위적 교육환경 속에서 여러분들은 답답함을 느끼며 삶의 가치와 방향성을 읽어버린 체 점점 수동화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건전한 자아형성, 인격의 완성이라는 교육의 본래적 목표는 부차적인, 혹은 뒷전으로 밀려 나고 대학입학, 시험, 수능이라는 수단이 이미 목적이 되어버린 일상 속에서 신음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또한 학교에서는 무한경쟁의 환경을 조성하고 물질에 우선적 가치를 두는 풍조를 조성하므로 서 생태적, 감성적 교육을 등한시하여 오로지 경쟁에서 이기는 법, 상대방을 제압하는 법에 자신의 삶이 내맡겨져 심성이 삭막해져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까. 옛 우리 선조들은 외래사상인 유, 불, 도를 들어와서 우리의 전통사상으로 주체적으로 수용하여 그들의 삶의 지표로 삼았습니다. 유교의 인의예지를 통해 인격완성, 자아수양, 자기단속을 하여 거리낌 없이 행동해도 자연스레 이치에 맞는 삶을 살고자 하였고 불교의 공과 윤회를 통해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 해탈의 상태로 나아가고자 하였고, 도교를 통해 여유로운 삶, 자연과 함께하는 삶,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상생하는 삶을 배웠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전통사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 혹은 실천함은 청소년 여러분이 당면해 있는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고 나아가 한국적인 정신에 대한 식견을 높임과 아울러 인격을 수양하고 도야하여 자아의 발견과 인격완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한 프로그램은 아직 마련되지 못하였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생활 속에서 작으나마 우리의 전통사상에 대한 관심을 높여 보고자 우선 생활 속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불교의 철학적 사상을 찾아내어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한번쯤은 궁금해 하면서도 그냥 지나쳤을 작은 것에도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그 속에 보다 깊은 뜻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준비한 몇 가지 이야기를 읽어 보시고 불교라는 하나의 종교이자 사상에 관심을 가지고 이러한 사상이 자신의 삶이나 인생의 지표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1.불교 사찰에 달려 있는 물고기 모양의 종은 무슨 뜻을 가지는 것일까.
-불교의 악기들은 모두 소리로 법문을 전함과 동시에 소리로 잡귀를 놀라도록 해서 물러가게 하고자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범종을 치는 담복에 있는 물고기 문양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고래 모양인데, 옛날에는 고래를 무서워하는 바닷속의 용이 있었는데 고래가 가까이 오면 무서워서 마치 범종소리와 같이 큰 소리를 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래서 종에는 용문양을 새기고 종을 치는 담목에는 고래모양을 새겨서 고래가 가까이 가니까 용이 소리를 낸다는 의미로 고래문양을 새겼다고 합니다.
목탁, 목어등과 같이 불교 관련 기구들에 물고기가 많은 이유는 윤회사상 때문이기도 한데요, 예전에 이름난 고승의 제자가 병으로 일찍 죽어서 다시 물고기가 되었는데 등에 나무가 솟아난 모양으로 태어나서 고통을 받게 되었답니다. 우연히 그걸 발견한 고승이 전생에 자신의 제자였음을 알고 물고기를 위해 법회를 열어줘서 고통에서 벗어나게 했다고 합니다. 이후 스승의 꿈에 그 제자가 나와서 자신의 등에 잇는 나무로 물고기 모양을 만들어 세상 사람들에게 교훈의 의미로 남겨 달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윤회사상을 알리고 업을 받지 않기 위해 착한 일을 하고 살라는 의미에서 물고기 모양이 많이 쓰입니다.
2.연꽃과 불교는 무슨 관계인가.
-첫째, 연꽃은 깨끗한 물에서는 살지 않는다. 더럽고 추하게 보이는 물에 살지만 그 더러움을 조금도 자신의 꽃이나 잎에는 묻히지 않는다. 이것은 마치 불자가 세속에 처해 있어도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오직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아름다운 신행의 꽃을 피우는 것과 같다.
둘째, 연꽃은 꽃이 핌과 동시에 열매가 그 속에 자리를 잡는다. 이것을 ‘연밥’이라 하는데 즉 꽃은 열매를 맺기 우한 수단이며 열매의 원인인 것이다. 이 꽃과 열매의 관계를 인과因果 관계라 할 수 있으며 인과의 도리는 곧 부처님의 가르침인 것이다.
셋째, 연꽃의 봉우리는 꼭 합장을 하고 있는 신도의 모습과 흡사하다. 부처님 앞에 경건한 모습으로 합장을 하고 있는 불자의 모습은 마치 막 피어오르는 연꽃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연꽃이 불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쓰이고 있다.
3. 화두 참구하는 법(나옹 어록)
스님은 어느 날 대중을 모아 놓고 일상의 정진을 낱낱이 물은 다음 이와 같이 말했다.
'모름지기 대장부의 마음을 내고 결정된 뜻을 세워, 평생에 깨치거나 알려고 한 모든 문장과 어언 삼매를 싹 쓸어 큰 바닷속에 던져 버리고 다시는 집착하지 마시오. 한 번 앉으면 그 자리에서 팔만 사천의 온갖 생각을 끊고, 본래부터 참구하던 화두를 한 번 들면 놓지 마시오.
'모든 법이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어떤 것이 본래 면목인가?'
'어떤 것이 내 성품인가?'
'어째서 개에게 불성이 없다고 했을까?' 이런 화두를 들되, 마지막 한 마디를 힘을 다해 드시오.
화두가 앞에 나타나면 들지 않아도 저절로 들려 고요한 곳에서나 시끄러운 곳에서나 한결같을 것이오. 이 경지에 이르면 다니거나 멈추거나 앉거나 눕거나 옷 입을 때나 밥 먹을 때나 언제 어디서나 온몸은 하나의 의심 덩어리가 됩니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부딪치고 또 부딪쳐 몸과 마음을 한 덩어리로 만들어 그것을 똑똑히 참구하시오.
화두 위에서 그 뜻을 헤아리거나 어록이나 경전에서 그것을 찾으려 하지 말고, 단박 깨뜨려야 비로소 집안에 들어가게 될 것이오.
만약 화두가 들어도 들리지 않아 냉담하고 아무 재미가 없으면, 낮은 소리로 서너 번 연거푸 외워 보시오. 문득 화두에 힘이 생기에 됨을 알 수 있을 것이오. 그런 경우에 이르면 더욱 힘을 내어 놓치지 않도록 하시오.
여러분이 저마다 뜻을 세웠거든 정신을 차리고 눈을 비비면서, 용맹 정진하는 가운 데서도 더욱더 용맹 정진하면 갑자기 탁 터져 백천 가지 일을 다 알게 될 것이오. 그런 경지에 이른 사람은 이십 년이고 삼십 년이고 묻지 말고 물가나 나무 밑에서 성태를 기르시오.
그러면 그는 금강권도 마음대로 삼켰다 토했다 하며, 가시덤불 속도 팔을 저으며 지나갈 것이고, 한 생각 사이에 시방세계를 삼키고 삼세의 부처를 토해낼 것이오.
이와 같은 경지에 이르러야 그대들은 비로소 법신불의 갓을 머리에 쓸 수 있고, 보화불의 머리에 앉을 수 있을 것이오. 그렇지 못하면 밤낮을 가리지 말고 방석 위에 우뚝 앉아 눈을 바로 하고 '이 무엇인가?' 의 도리를 참구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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