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뢰벤하임과 스콜렘이라는 두 명의 수학자는 아주 이상한 정리를 한 가지 증명했다. 간단히 말해 "같은 말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뻔한 얘기지만 이걸 수학적으로 증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재밌는 건 그 다음이다.
철학자 윌러드 콰인은 스콜렘-뢰벤하임 정리로부터 "번역의 불확정성"을 도출해낸다. 만약 당신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나라에 갔다고 하자. 그 나라 사람이 지나가는 토끼를 보며 "가바가이!"라고 외쳤다면 이 말을 "토끼"라고 번역할 수 있을까? 콰인의 대답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흰색"일 수도 "저녁 거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바가이"가 사용되는 다양한 문맥을 관찰해보면 어떨까? 불행히도 스콜렘-뢰벤하임 정리는 무한히 많은 문장에도 적용된다.
어쨌거나 이들의 논의를 극단적으로 밀고 나가면 우리는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는 보장조차 없다. 미국인들은 사실 "Hello"는 "개자식"이라는 뜻으로 쓰고, "Fxxx you"는 "사랑해"라는 뜻으로 쓰며, 싫어하는 사람에겐 뺨에 침을 뭍여 바이러스를 옮겨 죽이려고 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주먹으로 쳐서 강렬한 스킨쉽을 즐길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국인들과 대화 하는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요며칠간 블로거들 사이에 '논쟁'이라고 불린 일들을 보고 있자니, 이 얘기가 생각났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은 앞으로 귀찮게 이러쿵 저러쿵 쓰지말고 "가바가이!" 한 마디만 남기면 어떨까 한다. 뭐라고 쓰든 어차피 마음대로 알아먹을테니 이것만 쓰는 게 훨씬 편할 뿐만 아니라, 논리가 어쩌네 저쩌네하고 따질 여지 마저없다. 가바가이!
* 파깨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4-03-15 06: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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