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과정

이제 좀더 구체적인 내용을 들어 가 봅시다. 이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려고 하면 설명해야 할 것이 너무나 한꺼번에 많이 나타나고 동시에 어느 것도 순서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요. 그건 제가 독심술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원래 체계적으로 배울 만한 체계가 없었어요. 처음에 배운 독심술의 입문과정은 체계가 있긴 했는데, 내용이 빈약해서 체계가 체계가 아니었죠.

거기서 발전시켜서 현재의 독심술에 이르렀기 때문에 아직은 정리된 체계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서론이 길었지만, 어쨌든, 이렇게 이야기를 진행하죠. 즉 제가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때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판단하는지를 일단 말해 보겠습니다.

내가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때는 무엇을 생각할까? 저 자신, 자신있게 그것을 말할 수 없지만, 대략적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제일 먼저는 2강의에서 설명한 것처럼 나와 상대의 비슷한 점을 찾으려고 해요. 상대의 성격을 분석하는 것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주된 것은 아니예요. 그렇죠, 뭔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려고 합니다. 제일 처음에 배운, 그러니까 제가 초등학생 때 배운 독심술은 상대의 성격을 분석하고 행위를 분석하는 것에 기초한 독심술이었습니다. 이런 독심술 수준은 한계가 금방 나타나요.

처음에 상대와 이야기를 하죠. 그런데,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상대가 말하는 것을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당연한 얘긴가? 그래서 상대가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을 듣는 것도 효과가 있습니다. 한 두 세마디를 건네다 보면 상대가 마음을 닫고 있을 경우도 있고 마음을 열 경우도 있는데, 어쨌든 상대의 마음이 닫혀있는지 열려 있는지를 알게 되죠. 그리고 그것을 기준으로 상대의 마음을 추측해 들어갑니다. ... 아니, 정말 내가 상대의 마음을 추측해 들어가나? ... 이건 확실하지 않아요. 굉장히 직관적이고 순간적으로 판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순간에 제가 상대의 마음을 추측하는지 아닌지 정확하게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상대의 마음이 닫혀있는 정도를 판단하는 것은 확실하다는 거죠. 그게 주된 열쇠가 됩니다.

거기서부터 상대의 마음을 느껴보는 거죠. 두번째 원칙을 기억해 보세요. 상대와 나의 닮은 점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첫번째 원칙, 상대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에 비춘다. 그러니까, 이런 경우에 상대가 마음을 닫는다, 혹은 긴장한다, 혹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음을 연다, 마음을 연 것처럼 말하는데 실제로는 긴장하고 있다 등등의 상태에서 상대가 그 순간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을 느끼는 거죠.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아, 나라도 저렇게 하겠구나. 왜냐하면... 이 때부터 상대의 마음이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어떤 복잡한 기계가 톱니바퀴들로 연결되어 있을 때, 그 중 한 톱니바퀴에 다른 기계의 톱니바퀴를 꼭 맞게 연결할 수 있으면 한 기계의 작동을 다른 기계의 작동으로 그대로 이을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다 같은 거죠.

이 과정이 반복이 됩니다. 그리고 여러 점에서 상대가 나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되면 상대 자신 조차도 알지 못하는 상대의 마음이 심층 속으로까지 순식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숙달된 경우에 그렇죠. 그러기 위해서는 배경 지식도 풍부해야 하고 통찰력과 직관이 같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되는 것 같아요.

독심술을 습득하기 위한 기본 지식들

그럼, 독심술을 습득하기 위한 기본 지식들로 들어가 봅시다. 왜냐하면 앞에서 설명한 독심술의 작동 과정은 초보자가 따라하기에는 너무 힘들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제가 초등학생 때 배웠던 독심술의 단계로 내려가서 한 단계씩 올라가도록 해 보죠.

독심술을 처음 연습할 때는 상대의 성격을 분석하는 기법을 알면 도움이 많이 돼요. 그러니까 관상학 같은 것을 배우는 거죠. 그런데 관상과 독심술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관상은 사람의 성격과,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큰 범위, 즉 운명 같은 쪽으로 진행하지만 독심술은 반대쪽, 즉 작은 범위인 그 사람의 지금 현재의 마음, 혹은 속 마음의 기본적인 틀을 파악하는 쪽으로 진행하거든요. 어쨌든 관상을 볼 수 있다면 당신은 독심술을 배우기에 유리한 위치에 선 셈입니다.

관상의 기본 지식을 여기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저에게 낭비가 되기 때문이죠. 서점이나, 혹은 재미로라도 관상을 볼 줄 아는 친구들에게 물어 보세요. 기본적인 틀은 사람의 신체 유형을 크게 3부류로 나누고 그것을 다시 섬세하고 분류하면서 성격을 분류해 나가는 것이죠. 그 다음에 이목구비의 특징에 따라서 세부적인 성격을 읽을 수 있구요.

그 다음에는 프로이드적인 심층심리학, 혹은 정신분석학의 기초입니다. 대략적인 것을 알면 돼요. 쉬운 정신분석학 입문서 한권 정도를 읽으시면 되죠. 정신분석학을 깊이 알면 좋긴 하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독심술을 어떤 방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가에 따라서 깊은 지식이 필요하지 않거나, 혹은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동물행동학과 같은 생물학 관련 서적을 읽고 기본 지식을 갖추는 것이 나중에 도움이 됩니다. 특히 리처드 도킨스 라는 사람이 쓴 "이기적인 유전자" 를 꼭 읽어 두세요. 독심술의 큰 틀을 저는 이 책에서 확보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 외에 또 어떤 지식들이 필요할까... 철학책은 기본적으로 독심술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그래서 독심술을 배우기 위해서 철학책을 읽을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적인 사고능력이 없으면 나중에 독심술 수준 발달에 한계가 나타날 것입니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에 대해서 자신이 느낀 것을 개념화하는 능력이 필요하고, 이것이 상대(혹은 자신)의 마음을 분명히 읽기 위해서 중요한데, 이렇게 "개념화"의 능력은 철학에서 생겨나거든요.

정치학은 독심술과 전혀 상관이 없구요, 사회심리학도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인지 심리하도 마찬가지구요. 물론 알면 좋죠. 대체로 현대 심리학 연구 내용들은 독심술과 상관이 없어요. 독심술이 관심이 생겨서 심리학과에 진학하면 낭패를 볼 것입니다.

일단 이 정도에서 3강의를 마무리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