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르트는 중세의 암흑기가 휩쓸고 지나간 서양문명에 새로운 철학의 출발점을 마련하였다. 그것은 확실성의 근거로서의 인간 의식이다. 무언가 의식 안에 주어진 것, 그것을 우리 자신이 우리 의식 안에 들어온 것을 본다는 것은 분명하고 확실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정말 실재 세상의 모습과 일치하는가 하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이다.
그 다음의 문제… 글쎄, 사실은 그 문제가 바로 데카르트 이후의 철학자들이 갑론을박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 사람들은 크게 합리론자와 경험론자의 두 파로 나뉘어졌다. 합리론자들은 인간의 지식에는 경험 없이 순수한 이성의 힘만으로 알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말한 사람들이고 경험론자들은 우리의 지식이 모두 경험으로부터 온다고 주장한 사람들이다. 합리론자들은 논리학이나 수학의 지식, 예를 들어서 2+3=5라는 것이나 삼단 논법 같은 것은 경험에 앞서 먼저 우리의 머리 속에 주어져 있다고 주장했고 경험론자들은 그것들마저도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지 못한다고 주장하였던 것이다.
여기서 갑자기 조금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무엇이?
데카르트는 확실성의 근거로서 인간 의식을 출발점으로 삼았는데, 그 뒤의 합리론자와 경험론자들은 왜 갑자기 지식의 근원에 대해서 따지는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연결되는가?
내가 생각할 때는, 한국 사람들이 합리론과 경험론의 철학을 이해하려면 먼저 간단한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그것은 서양 철학의 시종일관된 관심거리는 바로 지식(우리 식 표현으로는 ‘학문’)에 있다는 것이다. 지식의 근원, 올바른 지식의 조건,
올바른 지식을 얻는 방법 등이 그 관심거리인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도 그랬지만) ‘철학’에서 일반적인 과학적 지식 이상의 보다 차원 높은 진리(예를 들어서 ‘도’(道)) 같은 것을 원하는 경향이 강하다. 어느 것이 더 좋은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 서양철학을 이해하는 과정에서는 이 점을 명심하자.
자, 그럼 데카르트에서 경험론과 합리론의 논쟁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그 연결점을 먼저 데카르트가 제시했다. 즉 데카르트는 생각하는 자아의 존재를 근거로 확실한 지식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경험을 넘어선 지식, 그래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지식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므?로, 데카르트는 상대주의와 대립되는 객관주의 진영 속에서 자기 위상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경험론은 이러한 데카르트의 주장 중에서 한 부분, 즉 경험 이전에 우리가 가진 확실한 지식이 있다는 부분을 공격하면서 나타났다. 예를 들어서 “밀”이라는 철학자는 2+3=5와 같은 지식도 경험들을 일반화함으로써 얻어진다고 주장했다. 즉 경험이 없으면 그것을 알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 증거로써 그 철학자는, 산수를 배우지 않은 어린 아이들은 그런 계산을 할 줄 모른다는 것을 지적했다. 만약 데카르트의 주장대로 그런 논리학이나 수학적 지식이 우리 머리 속에 경험에 앞서 주어져 있다면 배우지 않은 아이들도 그것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변이다. 로크, 흄 등의 철학자들도 그런 경험론의 입장에 선 철학자들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재반격으로서 라이프니쯔가 합리론의 진영에 가담했다.
한번 생각해 보자. 여러분은 어떤 입장인가? 다음의 시는 아무래도 경험론의 입장에 가까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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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이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