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질문: 우리가 살고 있는 물리적인 우주는 유일할까?
대답: 그렇다. 왜냐하면 그 외의 어떠한 물질도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설명: 물리적인 우주란, 그 의미상 존재하는 모든 물질적인 것을 포함한다. 그런데,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는 것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존재하지 않으니까.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까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우주는 존재하는 물질들로만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주 바깥에 또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물리적인 우주는 하나뿐이다. 그리고 그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 우리가 그 우주 속에 살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지금 이렇게 따지는 것조차도 할 수 없을 것이다.
(2) 질문: 천문학자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우주라는 것은 극히 적은 확률로만 존재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 우주에 살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너무 경이로운 일이 아닌가?
대답: 그렇지 않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설명: 여러 가지 우주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옳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 속에는 인간이 존재할 수 없는
우주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 속에서 우리는 그 우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만약 거기에 인간이 아닌 다른 생각하는 존재가 있어서 생각한다면, 거기에는 인간이 결코 존재할 수 없는 우주일지라도, 우리와 똑같이
생각할 것이다. 즉 자기들이 존재할 수 있는 매우 적은 확률의 우주가 존재하는 것이 신비롭다라고. 이런 방식으로,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우주라는 것이 극히 적은 확률로만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속에서, 그 어려운 우주의 존재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우리가 존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므로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우주가 있고 그 속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 별로 경이로운 일은 아니게 된다.
(3) 질문: 우리가 어떤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몇 가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하는가?
대답: 세 가지를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하나는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변화하지 않는, 바탕이 되는 어떤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이 변하기 전의 성질이나 상태, 그리고 세 번째 것은 그것이 변한 후의 성질이나 상태를 인식해야 한다.
설명: 예를 들어서 단풍이 들어서 녹색이던 나뭇잎이 붉게 물들었다고 해 보자. 이것은 변화이다. 이 변화를 구성하는 것은 세 가지이다. 하나는 나뭇잎이다. 이것은 단풍이 들 수도 있고 아니면 그 색깔 그대로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은 변화 밑에 있는 불변의 바탕이다. 두 번째 것은 녹색 또는 녹색 상태이다. 이것은 변하기 전의 나뭇잎의 성질이다. 세 번째 것은 붉은 색이다. 이것은 변한 후의 나뭇잎의 성질이다. 이렇게 세 개를 모두 알지 못하면 우리는 어떤 것이 변했다라고 분명히 알 수 없다.
왜 그런가? 나뭇잎이 불변의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 보자. 녹색이던 나뭇잎이 있던 자리에 빨간 색 사과가 생겼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이 때 나뭇잎이 빨간 사과가 된 것일까 아니면 녹색 나뭇잎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빨간 사과가 대신 들어선 것일까?
그러므로, 역설적이게도, 변화는 변화하지 않는 것에 기대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이 세 번째 생각을 제일 처음에 한 사람이 아리스토텔레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