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잘 있었는가?
>요즘은 활동이 예전만 못하군 그래.
>하긴 바쁘겠지. 바쁜 와중에서도 적잖은 분량의 글을 남기느라 수고하는 것 같군.
>자네의 노력과 정렬은 인정해주지.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자네가 쓰는 글은 정말 감사하게 잘 읽고 있네.
>
>그런데 또 자네의 요 전번글이 나를 많이 실망시켰어.
>에빌리션 님과의 문답말일세. 답변한 글의 수준은 그렇다치고
>도대체 그 무례함이 무엇이란 말인가. 익은 벼는 고개를 숙이기 마련이란 말일세.
>
>내가 쭉 자네를 관찰해 왔는데 말야 자네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되는 점이 있어.
>자네는 스스로 항상 이성론자로 자처해 왔고 경험을 경멸하는 태도를 취했거든.
>그런데 자네의 글쓰는 실력을 보아하니 도저히 이건 이성론자가 가지는 수준은 고사하고
>고등학생정도의 논리적 실력도 갖추었는지 의심이 되거든.
>그래서 고민끝에 나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네. 자네가 생각하는 이성과 우리가
>생각하는 이성은 그 뜻이 완전히 다른 것 같네.
>말하자면 이성론은 그 뿌리는 하나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두가지가 혼동되어서 쓰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겠지.
>우선 근대철학에서 말하는 이성론의 뿌리를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에 까지 소급하여 양자가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과대망상적 조류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지. 상당히 이름없는 철학자들까지 이 따위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나는 참으로 어이가 없더군. 사실 피상적인 주장에는 플라톤의 이성주의나
>근대철학이 지향하는 이성주의나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굉장히 다르거든.
>이름있는 학자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솔직히 할 말이 없고 소재거리가 없어서 고대철학을 연구하는데
>의의를 보태려고 일거리를 만들려는 빤한 속셈이거든.
>대체로 플라톤의 이성주의는 엄밀한 의미의 논리나 이성은 즉 근대적 이성으로 철학을 전개하지 않았어.
>플라톤이 말하는 바 이성은 오늘날의 이성과는 괴리가 있어. 단적인 예로 그의 많은 주장들은 어떤
>논리적인 정합성을 통해 유도되기 보다는 일종의 생활철학인 것을 그럴듯하게 이성이란 이름으로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아. 어떻게 아냐구? 그건 자네 같이 전혀 이성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플라톤을 흉내낸 듯한 말을 제법 잘 하는 것을 보면 플라톤 철학은 이성적 즉 논리적으로 전개된
>철학도 아니고 그 철학의 장점은 그 논리성에 있는 것이 전혀 아니란 말일세. 내 말 틀렸나.
>
>자네는 아마도 플라톤적 이성주의에 꽤나 자부심을 갖고 있는 듯 하구만.
>그 썩어빠진 고대의 원시적 철학을 말야. 물론 일상생활에 있어서 플라톤과 그의 추종자들이 남긴
>명언들은 꽤나 가치가 있다는 것은 인정을 하지만 말야- 사실 플라톤에 대해 알지못하면서 씹기부터하는
>놈들이 많은데 플라톤의 체계는 적어도 중세기까지는 거의 그들의 모든 정치,경제,도덕,생활의 전영역을
>지배했던 철학인데 당연히 그것만으로도 훌륭하긴 하지.
>허나 지금은 21세기야. 우리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은 근대적 이성주의지 결코 그런 껍데기의 이성주의는
>아니란 말이지.
>
>밑에 글을 보고 하도 한심한 생각이 들어서... 자네가 칸트를 한마디 입에 올릴때마다 자네의 무지가
>새나오는 구만. 내 보기엔 자네는 칸트보다는 플라톤을 강의하는 것이 훨씬 적성에 맞을 것이네.
>자꾸 자네가 알지도 못하는 칸트를 입에 올려 사이트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 같아서 글을 적네.
>
>그리고 시간과 공간은 객관적인 것이데 이것을 주관적이며 감성으로 처리한 칸트가 잘못하다는 것은
>명백한 것 같은데 왜 에빌리션님을 근거도 없이 모함하는가. 자네란 사람은 이해할 수가 없어.
>자중하고 자네수준에 어울리는 플라톤이나 강의하도록 하게 다음부터는.
>
>그럼 앞으로는 제대로 된 글을 기대하겠네.
>
필자에게 개인적인 비판을 가하는 글이 있어 몇가지 반박을 하고자 한다.
윗 글의 주장자가 필자에게 직접적으로 가하는 비판은 일종의 성향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반박을 할 어떠한 합리성도 존재하지 않기에 그만 두기로 하나, 여기서 철학적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철학적 문제에 관련한 비판에 관해서 반박을 하려고 한다.
우선 마지막 글에 시간과 공간은 객관적인 것이라고 하는 글이 있다. 칸트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느끼겠지만 윗 글의 주장자는 심히 잘못된 견해를 가지고 비판을 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이 객관적인 존재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증명을 해보자. 객관적인 것이란 관찰자에게 있어서 존재를 달리하는 다른 개체의 총제적인 개념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총체적 개념적 존재에 관해서 우리의 의지를 반영시킬 수도 있다.
무슨 뜻인가 하면 사과라는 객관적인 대상이 있다고 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먹는다든가 혹은 버린다든가 하는 식의 의지를 통해서 객관체와의 의지적 상호 관계를 정립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시간과 공간이 객관이라면 당연히 우리에게 있어서 존재를 달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존재를 달리하는 그것에 대해서 우리의 의지를 부여하여 그것을 가공하거나 처리할 수 있는데, 시간과 공간이 우리의 의지에 의해서 있기도 했다가 없기도 했다가 혹은 시간이 거꾸러 흘러간다던가 혹은 공간이 뒤집히기라도 한다던가 하는 객관적인 관계에 관한 우리의 의지가 작용할 수도 있겠다.
이야기를 더 하고 싶지만 코메디가 될 것 같아서 그만 두기로 한다.
이 외에는 철학적인 내용이 윗 글에 적혀진 바가 없기 때문에 다른 반박은 가하고 싶지 않지만은 적어도 필자의 글에 있어서 비판을 가할 때 객관적인 타당성을 입증시켜주었으면 한다.
비판당하는 입장에서 볼 때, 그러한 능력도 아니 최소한의 성의도 없는 글로서 비판당할 때 상당히 허무해지기 때문이다.
적어도 필자는 취미이기는 하나 필자의 글에 있어서 최소한의 의미만이라도 부여하고 있다. 그래서 독자 여러분에게 당부하건데 상호간의 예의라는 개념을 적용해도 좋든 말든 상관없으나 그러한 개념에서라도 성의 정도는 있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필자의 글을 읽어주어서 독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해 올리며 글을 마치기로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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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추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