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깨비의 철학 이야기

MENTAL PICTURE AND COGNITIVE SCIENCE

Ned Block, "Mental Pictures and Cognitive Science", in Mind And Cognition, A Reader, Basil Blackwell, Inc. Cambridge Center(1990)

NED BLOCK

1. 머리말

인지 과학자들은 심상에 관해 놀라운 주장들을 제기해 왔다. 즉 사람들이 심상을 일정 속도 로 회전시키고 또 마치 그림을 주사하듯 일정한 속도로 주사해 나가며 작은 심상보다 큰 심 상이 더 잘 보이지만 혹 너무 클 경우에는 그것이 넘치게(overflow)되며 이런 심상을 바라 보는 심안에는 일정한 각도의(약20도) 시각 폭이 있다는 것 등이 보고되고 있다. 부분적으로 이런 실험 보고들에 의지해 '머리속의 그림'의 주장이 제기되었다. 즉 만일 한 지성적인 로 보트가 있어서 위와 같은 종류의 현상을 보여 준다면 아마도 우리는 이 로보트가 그림적 표 상을 형성하고 조작하며 주사한다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실제 사람에 대해서는 이런 가설을 적용하는 것이 그리 내키지 않는다. 이는 한편으로는 우리가 아는 한 두뇌 속 에서 어떠한 그림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위 실험들을 설명해 주 는 다른 경쟁적 임시가설이 있기 때문이다. 즉 위 실험들을 해석하는 데는 두가지 대안적 견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들에 의해 심각한 논쟁이 있어왔다. 그 중 한 입장인 pictorialism 에 따르면 심상활동의 심적 표상은 그림 (예컨대 레이건이 총에 맞는 그림)의 방식으로 표 상된다. 반면 그것의 라이벌인 descriptionalism에 의하면 심상활동 중의 심상은 우리에게 친숙한 언어적 상징구조들로 (예컨대 "레이건이 총에 맞았다"처럼 영어나 컴퓨터에서 사용 되는 문장으로) 표상된다.

블락은 이 글에서 제한적으로나마 pictorialism을 옹호하고자 한다. 즉 일반적으로 pictorialism에 제기되는 세가지 종류의 반박들을 음미해 보고 그것들이 pictorialism의 논박 으로서 어떠한 연관성(relavance)도 갖지 못했음을 보임으로써 pictorialism의 주장이 적어도 불가능한 것은 아님을 보인다. 그러나 또한편 이런 옹호의 과정 중에 블락은 인지과학이 지 닌 기본 가정을 명백해 드러내 보이려 하는데, 그에 의하면 인지 과학은 궁극적으로 계산적 -표상적(computational-representational) 방식의 설명 외에도 신경 생리학적 수준의 법칙적 설명을 전제하고 있으며 문제가 되는 것은 전체 설명에서 계산적-표상적 설명이 얼마 만큼 의 영역을 담당해야 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편 pictorialist가 주장하는 그림적 표상은 계산적-표상적으로는 적절하게 설명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신경 생리학 적으로도 설명될 수 없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pictorialism의 주장은 인지 과학의 전 제들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pictorial/descriptional 논쟁도 결국은 인지과학에 결코 사소한 것은 아니다. 이는 그것이 비록 인지 과학의 전제를 공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의 주장에 따라 그림적 표상을 상정해야 한다면 그런 표상의 조작은 인지 과학의 핵심적 설명방식인 계산적-표상적 설명에 의해서가 아니라 신경생리학적으로만 설명될 수 있을 것이요 따라서 인지 과학의 설명력이 기대했던 것보다 일찍 바닥이 드러난다는 사실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 다.

2.1 심상의 의미

심상이란 말은 너무도 모호하여 심상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우 선 이 말의 의미가 정확히 규저오디어야 한다. 17세기 유럽인들은 열 온도 심지어는 지각된 온도까지도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는 모호함을 보여주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심상도 심상 활동에 관련된 두뇌 내부의 내적 표상을 지시하는 외에도 때로는 심상활동에 따른 우리의 경험들 내지 심적 상태들 또 때로는 추상적인 상상적 사물 등을 지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위의 pictorial/descriptional 논쟁에서 심상이 머리 속의 그림이다 할 때의 심상이 지시하는 바는 바로 첫번째의 내부적 표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이해된 심상은 그 의미에 있어 '현상적 이미지' 즉 심상 경험 중에 보여지는 오렌지 빛의 생생하고 또 때로는 덜 생생 한 그런 사물들과는 구별된다. 그러나 블락은 이 심상이 결국은 현상적 이미지와 동일한 (identical) 것이며 따라서 pictorialist와 descriptionalist가 이런 저런 방식으로 머리 속에 있 다고 주장하는 내부적 표상과도 동일한 것이라 한다.

2.2 심상과 지각

pictorialist들을 열광케 했던 실험들이 사실은 pictorialism이 아니라 또다른 가설을 지지해 주고 있는 것일 경우가 많다. 즉 심상의 표상과 처리과정이 지각에 있어서의 표상과 처리과 정에 유사하다는 가설이 그것이다. 이 가설은 pictorialism의 가설과 유사해 보이기는 하지만 별개의 가설이다. 즉 지각에 있어서의 표상과 심상활동에 있어서의 표상이 설령 같은 방식 의 것이라 해도 그 공통된 방식이 pictorial한지 descriptional한지의 문제는 별개의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시 지각에 있어 수직의 줄무늬는 사선 줄무늬보다 더욱 잘 지각된다. 이것을 '사선 효과'라고 부르는데 이 효과에 의해 피험자들에게 수직 줄무늬 판과 사선 줄무늬 판을 보여 주었을 때 수직 줄무늬 판이 훨씬 멀리에서도 무늬의 경계를 유지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동일한 효과가 상상 속의 수직 줄무늬판과 사선 줄무늬 판 사이 에서도 보고되었다. 이런 종류의 실험들은 우리의 심상활동이 지각과 동일한 방식으로 표상 되고 처리된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해 준다. 그러나 이 실험의 결과가 이 양자에 공통적인 표상 방식이 pictorial하다는 것인지 descriptional하다는 것인지에 관해서는 말해 주는 바가 없다. 즉 우리는 이것을 통해 두개의 문제를 하나로 줄일 수는 있지만 그 하나의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2.3 심상과 내성

'머리 속의 그림' 이론은 우리의 내성과 실험 결과들이 부합한다는 점에서 득을 보고 잇다. 즉 우리가 우리 내부를 들여다 볼 때 우리의 심상은 마치 그림과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기 때문이다. 보고된 실험 결과들도 이런 내성의 판단들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의 내 성에 의해 그런 판단을 하는 근거 중 일부는 아마도 다음과 같이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내 딸의 심상은 pictorial합니다. 그 심상이 꼭 내 딸의 사진과 닮았기 때문 이죠. 즉 나는 사진 한 장은 지갑에 또 다른 한 장은 머리 속에 넣고 다니는 셈이지요."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추론이다. 만일 이런 식으로 추론한다면 내 달의 심상은 내 딸의 사 진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내 딸 자신과도 닮았으므로 내 심상은 일종의 사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추론에서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만일 x와 y가 내게 유사한 것으로 경험된다면 그것은 x와 y의 유사성에 기인할 수 있다. 그러나 또한 그것은 나 자신에 기인할 수도 있 다. 즉 나와 x 그리고 나와 y의 관계 때문일 수도 있는 것이다. 예컨대 나는 모든 면에서 유사점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아버지와 정신 분석가를 유사한 것으로 경험할 수 있는데 이 것은 내가 아버지에게 대해 지니고 있는 신경증과, 정신과적 개입에 의한 잘알려진 전이라 는 현상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내 딸의 심상을 경험하는 방식과 내 딸의 사진 또는 복 제상을 경험하는 방식의 유사성도 그것들 간의 유사성이 아니라 내 자신과 관련된 어떤 것 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즉 내가 내 딸을 볼 때 그것을 표상하는 방식과 내 딸의 사진을 볼 때 그것을 표상하는 방식, 또 내 딸을 상상할 때 그것을 표상하는 방식들이 모두 동일하 다고 하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논의를 시작해야 할 출발점은, 지각에 있어서와 심상활동에 있어서의 표 상들이 서로 유사하다는 것에 대한 내성적 경험적 증거들을 우리가 가지고 있다는 사실뿐이 다. 이 말은 내 딸을 상상하는 것과 내 딸을 보는 것은 동일한 표상을 산출할 수 있다는 말 도 된다. 이것이 왜 내 딸의 심상과 내 딸의 사진과 같아 보이는지에 대한 이유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 표상이 pictorial한지 descriptional 한지에 관해서는 아무런 시사도 하지 않는다.

3.1 시자료 부재에 기인한 반대(no seeum objection)

심상이 그림이라는 입장에 대한 가장 단도직입적인 반대는 아마도 우리가 두뇌 속을 조사할 때 어떤 그림도 발견할 수 없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이것이 곧 시자료 부재의 반대이다. 이 논변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기 위해 우선 이런 식의 반대가 인지 고학에서 pictorialism의 라 이벌이라 할 descriptionalism에 대해서는 왜 해당되지 않을지를 생각해 보자. 그 대답은 분 명하다. 즉 우리가 어떤 것을 descriptional한 표상으로 알아보기 위해서는 표상이 보여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 표상의 전체 시스템을 알고 있어야 한다. 예컨대 만일 어떤 스파이의 머리카락들이 500단어의 메세지를 말하도록 암호화해서 이발되어 KGB 의 연락책인 어떤 이발사에게 전해지도록 돼 있다고 해 보자. 이 경우 그 암호체계를 모른 륚당신이 그의 머리카락을 볼 때 비록 아무런 메세지도 발견하지 못했다 해도 그의 머리카 락은 descriptional한 표상으로 봐야 하다는 것이다. 글륚데 내 주장의 핵심은 이와 동일한 논리가 descriptionalism뿐만 아니라 pictorialism을 옹호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즉 어떤 표상이 무엇을 표상하는지 또 그것을 어떤 식으로 표상하는지는 표상체계에 서 그 표상이 어떻게 기능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한 종족에게 그림으로 사용되는 어떤 것이 다른 종족에게는 글자일 수도 있다. 또 반대로 꼬학자들이 언어라고 간 주했던 어떤 고대의 상징들이 사실은 그림이었음이 밝혀진 경우도 있다. 이런 이유로 당신 이 어떤 것을 단지 보기만 하는 것으로는 그것이 pictorial한 표상인지 descriptional한 표상 인지에 대해서, 또한 심지어는 그것이 표상인지 아닌지에 대해서조차 확신있게 말할 수 없 다. 이것을 알려면 당신이 보고 잇는 것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우 리는 불행하게도 우리의 두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 따라서 단지 뇌 속을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 어떤 것이 표상인지를 안다는 것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 더 우기 그것이 어떤 방식의 표상인지를 안다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이상에서 나는 pictorialism이 주장하는 '머리 속의 그림'이라는 것이 단순히 그림처럼 보이 지는 않을 수도 있고 또 descriptionalism이 주장하는 머리 속의 descriptional한 문장 역시 단순히 문장으로 보이지는 않을 것임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제 나는 이 두 종류의 상이한 방식의 표상들이 어떤 점에서 구분될 수 있을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통요오디 는 그림적 표상의 조건은 다음과같은 것이다. 1)만일 어떤 그림적 표상이 사물 S를 대신한 다면 최소한 그 표상의 한 부분은 사물 S의 한 부분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2)S의 각 부 분들 간의 관계와 표상의 각 부분의 전체에 대한 관계 사이에는 상응이 있어야 한다. 분명 히 이 조건은 descriptional한 표상을 배제한다. 그러나 이 조건에도 문제가 있다. 우선 이 조건이 충분 조건인지에 의심이 간다. 또한 이 조건의 적용은 '그림'이라는 말 만큼이나 많 은 또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것은 어떤 것의 표상으로서의 속성은 전 체 표상체계에서 그것의 역할에 의존한다는 앞서 살펴본 통찰에 대해 아무것도 밝혀주는 바 가 없다. 그래서 이것은 그 자체 기능적인 개념들인 "부분", "대표하다" 등을 아무렇지도 않 게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 표상이 pictorial한지 descriptional 한지를 결정하는 것이 도대체 어떤 식으로 그것의 역할에 의존한다는 말인가? 사실은 나도 그것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 지만 예를 들어 보임으로써 그 맛만이라도 보여주도록 하겠다.

한 그림, 예컨대 수직 선문 하나를 컴퓨터에 저장할 때 입력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자. n만큼의 폭을 가진 모눈판이(matrix) 있다고 하자. 각각의 모눈들은 불이 들어오거나 꺼져 있을 수 있다. 이 때 불켜진 모눈들 사이의 간격이 만일 n이 되도록 해주면 우리는 한 선분을 표상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즉 달력처럼 폭이 일곱칸이고 왼쪽 위에서부터 일련번호 가 매겨지는 모눈판의 경우 우리는 한 선분의 표상이 일단의 문장 집합으로(1은 꺼졌다. 2 는 켜졌다, …9는 켜졌다, …16은 켜졌다, …등등) 표상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는 우리 두뇌 속의 선문 표상도 이와 같이 일단의 descriptional한 표상들의 집합이라는 것이다. 반면 pictorialism은 두뇌 속의 선분 표상은 모눈판 자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두 종류의 표상들 이 어떤 식으로 기능에 있어 차이를 보일까? 만일 우리가 그 선분을 회전시킨다고 해 보자. descriptional 한 표상의 경우 첫번째 불켜진 모눈은 그대로 놔두고 그 다음부터 +1, +2, +3 칸 오른쪽으로 옮겨진 모눈은 불이 들어오게 하면 될 것이다.(즉 1은 꺼졌다. 2는 켜졌다. …10은 켜졌다, …18은 켜졌다. … 등등) 이 때 중요한 사실은 컴퓨터가 선분을 회전시키는 방정식에는 단지 숫자만이 필요할 뿐 숫자에 따라 배열된 모눈판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다. 그 모눈판은 다만 사용자를 위한 것일 뿐이다. 따라서 컴퓨터 내부에서는 표상을 꼭 모 눈판 위에 배열하지 않고 선이나 원 위에 배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상에서는 descriptional한 표상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컴퓨터의 표상방식을 살펴보았다. pictorial한 표상을 처리하는 예는 없을까? 우리가 아직 그러한 기계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조야한 신경생리학적 모델을 통해 그 맛이나마 보도록 하자. 우리의 시 지각 피질에서 공간 이란 것이 전류와 전압에 의해 극좌표식으로 표상된다 해 보자. 전류값은 각도를 전압은 원 점에서부터의 거리를 표상한다. 그런데 이 시지각 피질의 어떤 지역에서 각 지점들이 동일 한 전류값을 지니게 됐다고 해 보자. 이것은 직선을 나타내는 것이 될 것이다. 또 그 지점들 이 전압에 있어 0에서 10단위까지의 분포를 보인다고 해 보자. 이것은 그 선분의 길이가 10 단위임을 나타내는 것이 될 것이다. 이렇게 표사된 선분은 어떤 식으로 회전될 수 있을까? 각 지점에 흐르는 전류가 서서히 사승하도록 회로가 연결된다면 그에 따라 선분도 서서히 마치 염력에 의해 돌려지듯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할 것이다. 물론 여기서 보여준 차이가 실 제 차이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만은 심각하게 받아들 여야 한다.

3.2 라이프니쯔 법칙에 근거한 반대

심상이 pictorial하다는 것은 차지하고라도 그것이 물리적 개별자라는 사실조차 당치 않은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심신 동일론을 옹호하는 가운데 스마트는 "심상이 오렌지빛이고 두 뇌상태와 동일하다면 라이프니쯔이 법칙에 의해 두뇌 상태도 오렌지빛이어야 하지 않는가?" 라는 주장에 대해 심신 동일론은 오렌지빛 심상이 존재함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오 렌지빛 심상의 경험이 존재함을 주장하고 있다라는 식으로 응수하고 있다. 그러나 비록 많 은 유물론자들이 스마트의 이런 소실론(disapearance theory)적 해결책에 동의하지만 이들 주장대로 심상이 물리적 개별자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은 또한 머리 속의 그림일 수도 없 을 것이다. 물론 pictorialism도 오렌지빛이거나 생생한 그런 의미에서의 심상이 존재하지 않 음에는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pictorialist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가 의미하는 바 다른 뜻에서의 심상이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pictorialist가 의미하는 바 의 심상이 비록 실제로 오렌지빛이 아니라해도 그것을 오렌지빛 심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신경상의존재자인 심상의 생리학적 특성이 오렌지빛 사물을 봄에 의하여 전형적으로 만들어지는 속성과 동일한 종류의 것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로 음향의 그래픽 표상들(예 컨대 오실리스코프 같은 것)을 일상적으로 다루는 사람들은 그들의 그래픽들이 마치 음향의 속성을 지닌듯 시끄럽다든지, high pitched하다라고 자주 표현한다. 이런 식으로보면 심상을 오렌지빛이라고 하는 것도 그리 놀랄 일은 못된다.

라이프니쯔 법칙의 반대에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것도 적절하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대답 은 pictorialism의 주장이 문자적으로는(literally) 잘못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반면 또 다 른식의 대답이 있을 수 있다. 심상과 관련이 없는 다음의 예를 보자.

1) The pain is in my fingertip.

2) The fingertip is in my mouth.

3) Therefore, the pain is in my mouth.

in이 공간적 둘러쌈(enclosure)을 의미할 경우 이 논변은 타당하다. 그 경우 in의 의미는 전 이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백하게 알 수 있듯 위와 같은 결론은 도출될 수 없다. 따라서 in이 고통과 같은 것을 위치지우는 데 사용될 경우에는 일반적인 공간적 둘러쌈을 의미할 때와는 다른 의미상의 체계적 차이를 보인다고 생각함이 적절할 것이다. 즉 내가 제안하는 바는 "오렛지 빛"이라는 것 역시 그것이 과일에 적용될 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 그것 이 심상에 적용될 때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중의성의 예로 좀 덜 논쟁거리가 될만한 것으로 "nude"나 "painting tress"같은 것이 있다. "nude"는 벗은 몸을 표현한 표현물과 벗은 몸이라는 중의를 지니고 있다. "painting tress" 역시 나무를 그린다는 것과 나무에 직접 페인트를 칠한다는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다. 이처럼 중의성에 근거하여 라이프니쯔 법칙의 반대를 논박하는 것은, 오렌지빛 심상이라는 것이 문자적으로도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므로 첫번째 경우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들 양 입장은 다음 아 이디어들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일치하고 있다. 1) 만일 나의 두 심상이 모두 세계 속에 있는 오렌지를 표상하고 있다면 이들 간에는 이런 표상의 공통성을 가능케 하는 어떤 공통된 신경학적 속성이 있다. 2) 대상의 이미지로서의 속성과 그것의 두뇌 속의 표상 사이 에, 또 대상들의 이미지로서의 속성들 간의 관계와 그것들의 표상이 지닌 신경학적 속성들 간의 관계 사이에는 상응의 관계가 있다.

지금까지는 인지과학이 아니라 pictorialism에 보다 관련된 논의를 해 왔다. 이제부터는 관심 을 표상과 처리에 관한 인지과학의 기본 전제에로 돌려서, 이를 통해 pictorialism의 주장이 현재의 방식으로 이해된 인지과학에 대해서는 파괴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을 수 있음을 보이 도록 하겠다.

3.3 부대 도구의 필요에 기인한 반대(paraphernalia objection)

신경과학자들이 복잡하게 굽이진 두뇌표면의 어떤 부분을 자외선 아래 비추어 본 결과 마침 내 이제까지 그토록 찾던 '머리 속의 그림'을 찾아냈다고 한번 가정해 보자. 빨갛고 하얀 지 팡이 모양의 지팡이 사탕의 그림과 같은 것들을 말이다. 이 발견은 앞서 본 '시재료 부재'의 반대나 '라이프니쯔 법칙의 반대'들을 일거에 반박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우리가 이 글 서두에서 소개한 실험들을 통해 보여진 현상들을 설명해 줄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음이 분명하다. 즉 머리 속의 그림이 실재한다 해도 그것을 볼 수 있는 내부의 눈이 없다면 우리의 심상활동은 설명될 수 없다. 또한 앞의 실험에서 심상이 회전될 수 있 음을 보았다. 그렇다면 내부의 눈뿐만 아니라 내부의 손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두개 골 내 부는 어두울 것이므로 그림을 비출 내부조명도 있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머리 속의 그림 의 존재는 내부의 손, 내부의 눈 등등의 사실상 있을 수 없는 부대 도구들이 전제되지 않고 는 아무 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더우기 내부의 눈의 경우 경험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 외에 도 무한퇴행에 빠져들 가능성까지 가지고 있다.

이상이 부대도구의 필요에 근거한 반대의 요지이다. 이에 대해서 앞의 라이프니쯔 법칙의 반대에 대답했던 식으로 반박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즉 심상에 적용되는 "회전한다", "주 사한다" 등의 표현은 우리가 막대기를 돌리거나 지도를 주사할 때의 의미와는 다르다는 점 으로 지적하는 것이다. 그런데 부대 도구 필요의 반대는 pictorialism뿐만 아니라 descriptionalism에 대해서도 제기될 수 있다. 즉 우리가 내적 표상인 문장들을 변형하려면 그것을 볼 내부의 눈, 자르고 붙일 내부의 가위와 풀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 을 위의 경우처럼 내부의 문장들은 외부의 문장들과는 다른 의미에서 변형된다고 말하며 반 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pictorialism과 descriptionalism 양자 모두의 옹호에 적용될 수 있는 좀더 심층적인 논변을 제시해 보겠다. 이 논변은 현행 인지 과학의 기본 가 정 두가지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나는 당신이 이 두가지 가정을 충실히 수용해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의 주장은 '부대 도구 필요의 반대'에 이런 식의 대답이 descriptionalism을 옹호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면 똑같이 pictorialism의 경우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부대 도구 필요의 반대'는 pictorial/descriptional 논쟁에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좀더 나아가 이 '부대 도구 필요의 반대'에 인지과학이 대답하는 방식 속에 서 인지과학 자체가 지닌 심층적 한계가 노출된다는 것이다.

인지 과학이 지닌 첫번째 가정은 우리의 생각이 신경학적으로 구현된 (그러나 물론 다른 방 식으로도 구현될 수 있는) 구조들의 체계 내지 체계들로 부호화되어 있으며 최소한 그들 중 몇몇은 우리에게 친숙한 자연언어나 인공언어에 유사한 구조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거기에는 제한된 숫자의 알파벳이 있을 것이며 이로부터 복합구조인 단어들, 문장들이 구성될 것이다. 단어들, 문장들은 의미를 가지고 있고 문장의 의미는 단어들의 의미 + syntax 에 의해 결정된다. 인지 과학은 이런 식의 descripitional 한 내적 표상에 깊이 몰두 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꼭 그것이 pictorial 한 표상의 존재를 거부해야 할 필요는 없 다. 따라서 pictorial/descriptional논쟁도 인지과학의 범위 내에서의 논쟁이라 할 것이다.

인지과학의 두번째 가정은 상징으로 사용되는 구조들을 그것의 물리적 속성에 따라 조작하 는 (신경학적으로 구현된) 처리자들이 있다는 가정이다. 비록 구조들이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해도 그것이 물리적 속성으로 반영되어 있지 않다면 이들 처리자는 그것을 고려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인지 과학의 목표는 데벢의 표현을 빌리자면 소형인간들을 제거하는 것, 즉 인간의 사고틀, 표상들을 조사하고 교환하고 서로서로 상호작용하는 소형인간들의 네트떵으 로 모방해 내고, 또 그 소형 인간들을 또 다른 소형인간들과 그들의 표상의 네트떵으로 대 체하여 마침내는 전체 시스템이 표상의 조작이라는 과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신경생리학적 방식에 의해서 설명되는 원초적 처리자들 위에 기초하도록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작업 의 완수는 결국, 표상의 조작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연의 법칙에 근거한 법칙적 설명에 의해 서만 설명되어질 수 있는 그런 소형인간들을 발견하는 일에 달려 있다고도 할 수 있다.(이 와 같은 바닥 수준의 처리자를 '원초적 처리자'라고 하자.)

이제 인지과학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 가정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개괄해 보았다. 그러면 다 시 '부대도구 필요의 반대'로 돌아가 보자. 우선 인지 과학이 애용하는 비유물인 컴퓨터에 있어서 어떻게 descriptional한 표상이 내부의 손이나 내부의 눈없이 다루어지는지 주목해 보자. 제일 먼저 주어진 명령은 기계어로 번역된다. 그리고 그 기계어에 의해 덧셈연산과 같 은 것이 실행된다. 이 때 예컨대 이 컴퓨터가 n 곱하기 m을 어떻게 계산하는가에 대한 질 문의 대답은 "n 을 자신에 m 번만큼 더한다"라는 것이 될 것이다. 한편 그것이 a에 b를 어떻게 더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이런 식의 알고리즘을 통한 대답이 불가능하다. 대신 그 질 문에 대해서는 전기적 또는 수력학적 메카니즘을 통해서 법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 다. 즉 컴퓨터가 어떻게 덧셈을 수행하는지를 설명하는데 이르러서는 인지과학의 계산적-표 상적 설명이란 것의 바닥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것은 법칙적으로만 설명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계산적-표상적 설명과 법칙적 설명의 경계는 항상 분명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경 계는 종종 모호하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인지 과학의 분해 전략이 궁극적으로는 법 칙적으로 설명되어야 할 원초적 처리자에 연결되게 돼 있다는 사실이다. 인지과학은 인간의 경우에도 컴퓨터와 유사하게 상호작용하는 원초적 처리자들의 네트떵으로 분해될 수 있는 복합적 처리자들을 상정한다. 그리고 이 경우에도 원초적 처리자들은 신경생리학에 의해서 법칙적으로만 설명될 수 있다. 즉 이들 원초적 처리자에 이르러서는 인지과학의 설명적 자 부심이 더 이상 계속될 수 없는 것이다.

인지과학은 위에서 보았다시피 desriptionalism한 표상이 어떻게 처리될 수 있는지를 기계적 과정을 동원함으로써 설명해 줄 수 있다. 우리는 기계적 처리과정이 있으므로 내부의 손, 내 부의 눈 등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 인지과학은 pictorial한 표상 역시 동일한 기계적 방식으로 다루어진다고 제안할 수 있다. 이 양자의경우 모두 처리과정은 궁 극적으로는 법칙적으로 설명되는 기계적 메카니즘에 의해 이루어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론 '부대 도구 필요의 반대'에 대항하는데 있어서 descriptionalism이 pictorialism 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현존하는 컴퓨터 모델들이 어떻게 표상이 descriptional하게 처리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암시를 주고 있지만 그림적 표상의 처리에 관해서는 그런 암시조차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3.4 배경지식에 기인한 반대

Hurbert Dreyfus는 인지과학이 그것이 전제하고 있는 내적 표상에 관한 가정들 때문에 결 국은 실패로 끝날 운명임을 주장했다. 이 기본적인 아이디어가 최근에 Searle에 의해 강조 되어 왔다. Herbert Dreyfus와 Searle에 의하면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상식적 배경지식이 전제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들 배경지식이란 것은 일단의 표상의 집합으로 는 완벽히 언급될 수 없다. 그 이유로 첫째 우리는 언급해야 할 배경지식을 어디까지로 제 한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의 농사풍습을 기술해야 한다 고 하자. 그 풍습들 자체는 어떤 매우 일반적인 사실들 예컨대 자연은 어떠하고 인간은 무 엇인가 등등에 의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그것은 풀은 자라게 마련이다, 풀은 칼날보다 연하다, 풀은 사람을 잡아먹지 않는다 등등의 완벽히 규정해 줄 수 없는 사실들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규정 불가능한 배경지식을 제한된 표상들의 집합으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로 그런 배경을 이루는 전제들을 표현하려 할 때 어쩔 수 없이 다른 문장 이나 단어들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 문장들의 진리조건이란 다만 또 다른 전제들의 집합에 상대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셋째로 설령 이런 배경지식을 표상을 통해 정식화해 줄 수 있다해도 그 표상들이 정식화 이전부터 존재하며 정말 전제로서 기능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이상의 이유들에 근거해서 Herbert Dreyfus와 Searle의 반대의 논지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인지과학은 우리의 모든 지식이 우리 두뇌 속에서 표상으로 부호화될 수 있다고 한다. 2) 우리의 상식적 배경지식은 이런 식으로 부호화될 수 없다. 3) 그러므로 인지 과학 은 참일 수 없는 가정에 연루되어 있다. 이 전제들 중 2)는 좀더 충분한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즉 진리조건이 서로서로에 의존하는 일단의 표상들의 집합이 있을 가능성에는 아무 문제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나의 반론 목표는 1)전제이므로 2)에 대해서는 더 이 상 언급하지 않겠다. 즉 인지과학은 1)주장처럼 우리의 모든 지식이 표상에 의해 확연히 (explicitly) 부호화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지과학은 그것을 부정하는 쪽에 가담 하고 있다. 이 점을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 syntactic twins라는 개념을 도입해 보자. syntactic twins은 원초적 처리자 내부의 기능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동일한 두개의 기 계를 말한다. 예컨대 동일한 프로그램을 가진 두 대의 디지틀 컴퓨터는 syntactic twins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설령 우리가 그들 컴퓨터의 원초적 처리자들의 입출력 함수들을 바꾸어 놓는다 해도 그들은 역시 syntactic twins로 남아 있을 것이다. 한편 만일 인지과학의 시도 가 성공하여 우리가 이제 지능적 기계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두대의 지능 적 기계가 모든 면에서 똑같게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제 그 중 한 대의 원초적 처리자의입 출력 함수들을 바꾸어 놓는다고 하면 이렇게 조정된 기계는 비록 syntactics의 관점에서 보 면 변한 것이 없지만, 전과 달리 지성을 갖고 있지 못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스타일의 지성 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인지과학이 지성의 유무나 스타일이 전적으로 syntactics만의 문제임을 주장할 수는 없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Dreyfus의 반대는 인 지과학이 수용할 수 없는 가정을 인지과학에 연결시키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Lews Carroll과 Quine은 정보가 표상이 아닌 원초적 처리자의 기계적 과정 중에 암 묵적으로(implicitly) 있을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한 논리 기계가 다음과 같은 확연한 modus ponens의 표상을 갖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1) 이러이러한 것은 A이다.

2) 모든 A는 B이다.

결론 : 3) 이러이러한 것은 B이다.

하지만 이 기계가 보여주는 modus ponens 추론의 모든 사례가 이 확연히 표현된 규칙에 의해 조종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확연히 표현된 추론 규칙의 적용 자체가 일종의 modus ponens추론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사람은 모두 죽는 다. 그러므로 결론: 소크라테스는 죽는다 라는 간단한 추론에 위 규칙이 적용되는 과정을 보 자. 기계는 이 규칙을 적용하기 위해서 우선 처리해야 할 논변이 이 규칙을 적용해야 할 형 태의 논변인지 체크해야 한다.(위 1)에 해당하는 단계) 그 다음 기계는 전제의 형태가 바를 때 그것에 상당하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것이다(위의 2)에 해당하는 단 계). 그리고는 결론을 내린다(위의 3)에 해당하는 단계). 따라서 우리는 심지어 modus ponens 규칙을 확연한 표상으로 가진 논리 시스템에 있어서조차 원초적 기계과정이 암묵적 으로 modus ponens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1 컴퓨터 비유

앞에서 나는 인지 과학이 정보처리에 관한 일부 정보를 원초적 처리자에 암묵적으로 내재하 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음을 논변했다. 이것은 인지과학이 배경지식에 기인한 반대를 피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인지과학은 그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 즉 우리의 지식이 이런 기초 적 과정의 본성에 의해 설명되어야 하는 만큼 인지과학의 핵심인 계산적 설명은 설명하는 바가 적어지게 되는 것이다. 앞서 정의에 의하면 원초적 처리자는 단지 법칙적으로만 설명 될 수 있는 처리자를 말한다. 그렇다면 이 원초적 처리자라는 것은 "아날로그"라는 말이 지 닌 다양한 의미 중의 한 의미에서 아날로그한 장치(device)라고 할 수 있다. 인지과학의 반 대자들의 문헌을 통해 아날로그와 디지탈의 차이가 크게 부각되어 왔다. 그들의 인지과학에 대한 비판은 주로 인지과학이 단지 디지탈한 처리 과정만을 상정한다는 점에 집중되고 있 다. 그러나 우리가 앞서 보았듯이 인지과학이란 것 자체는 아날로그한 처리 과정에 호소함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왜냐하면 바로 이 아날로그한 처리자들이 디지탈한 처리자들의 기 초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지과학이 아날로그한 처리과정과 디지탈한 처리과정 양자를 상정해야 한다는 점을 일단 인정하고 나면 이제는 자연스럽게 아날로그한 처리과정 이 인지과학에서 얼마만큼의 중요성을 지니는가 하는 질문이 제기될 것이다. 인지과학의 옹 호자들은(예컨대 Pylyshyn같은 이)증명의 부담이 그림적 표상의 주창자들에게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 보듯 아날로그한 처리과정은 인지과학 자체에 의해 미리 가정되고 있다. 컴 퓨터 비유의 적절성에 관해서 진정한 이슈가 될 수 있는 것은 다만 아날로그한 처리과정이 얼마만큼의 설명적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는 증명의 부담이라든 가 증거에 의한 공격같은 것은 없다. 그런데 만일 예를 들어 인지과학들이 돌고래를 조사한 결과 그들이 우리 기준으로 볼 때 대단히 복잡한 수리학적 환경을 잘 이용하고 있음을 발견 했다고 가정해 보자. 컴퓨터 비유에 의해 주도되는 학자들은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아마도 복잡한 수력학적 방정식들의 표상들과 그 방정식들을 풀어낼 수 있는 기계 장치를 내장한 어떤 모델을 탐구해 보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잘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즉 돌고래의 항행 장치가 실제로는 공기 터널의 모형 비행기 실험 장치와 같은 그런 단순한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바른 접근법은 그 자체 수력학적 방정식을 준수하며 움직이는 신경학 적 메카니즘을 찾아보는 일이다. 이제 인지과학의 컴퓨터 비유의 존속 가능성 여부에 대해 pictorial/descriptional 논쟁이 갖고 있는 중요성이 드러날 것이다. 즉 컴퓨터 비유는 descriptional한 표상과는 자연스럽게 부합되고 있다. 그러나 컴퓨터 비유가 어떻게 pictorial 한 표상을 다룰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겹치기(overlap)방법에 의해 pictorial한 자료의 처 리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도의 역사가 말해주는 것은 여기에 더 이상 의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어려움은 예컨대 말 달린 마차(couch)의 그림이 다른 각도에서 본 그 말 달린 마차의 그림보다는 차라리 한마리 말에 더 잘 겹쳐진다는 것 등이 다. 이에 비해 앞의 가상적 돌고래의 예는 pictorial한 표상에 좀더 잘 부합하는 종류의 처리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인지과학자들이 pictorial한 표상을 적절히 설명해 주기 위해 원 초적 처리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한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림적 표상을 다루는 아날로그한 처리과정들이 마음의 설명을 위해 현재 컴퓨터 비유 주창자들이 생각하는 것보 다 더욱 많은 짐을 저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즉 나는 현행 인지과학의 설명력이 아 날로그한 과정에 있어서는 만족스럽지 않게 아주 금새 바닥나 버리는 것이다. 이상의 주장 은 두가지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데에 의존하고 있다. 첫째, 심상이 pictorial할 수 있다는 것과 둘째, pictorial한 표상과 이에 유사한 표상들이 포함된 인지처리과정이 우리 이 지활동에서 중요한 부분을 점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 등이다.

물론 위의 가능성이 사실이라 해도 여전히 인지 과학의 설명은 실질적인 것일 수 이다. 다 만 그것이 얼마만큼 실질적인가 하는 것은 그림적 자료를 다루는 과정의 디지탈한 처리층이 얼마만큼 두터운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인지과학은 더 이상 쓸모가 없을 것이다. 또 반면에 아날로그한 처리가 몇몇 주변적인 인지활동에만 포함되어 있고 그것의 전체적인 처리는 중심이 되는 descriptional한 시스템에 의해 다루어지는 그런 경우도 상상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인지과학은 아무 상처도 입지 않는다. 일찌기 Dreyfus와 Haugeland는 인지과 학이 이제껏 디지탈하게 설명하려 했던 것의 많은 부분이 사실은 아날로그적인 과정으로 설 명될 것임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의 사고과정이 지금 우리가 주장하는 바처럼 중 요한 정도로 아날로그하리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따라서 그는 심상활동이 인지과학에서 다 루어질 수 있는지 없는지가 인지과학에 있어 어떤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 지 않았던 것이다.

4.2 '그림'의 의미에 관한 에필로그

나는 심상이 머리 속의 그림이라 할 때 '그림'의 의미가 그림의 고유한 의미에 부합되는가 아니면 그것을 확장한 것인가와 같은 주제에는 사실상 관심이 없다. 다만 나의 주장이 요구 하는 것은 심상을 다루는 원초적 처리과정이 계산적-표상적 설명에 의해서 제안된 그런 종 류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상을 그림과 같다고 하는 것이다. "아날로그"라는 말이 "그림" 에 비해 결코 더 명료한 표현이 아니고 또 다른 일련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에 나는 이제 까지 아날로그라는 말을 표상을 수식하는 데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행 인지과학에 대 한 나의 논점을 위해서라면 "그림" 대신 "아날로그"라는 말을 사용해도 무방했을 것이다. 그 러나 pictorialism을 옹호하는 이 글의 주제와 관련해서는 "그림"이라는 말을 조금 넓게 사 용하는 것으로도 문제가 없다. 만일 문제가 생긴다면 그것은 pictorialism을 옹호하기 위해 사용되는 "그림"이라는 말의 뜻이 전적으로 모호하다는 데 기인할 뿐이다. 나는 이 글을 통 해 최소한 그런 모호함을 약간이나마 명료하게 만들었기를 희망한다. 비록 pictorial하다는 것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주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이런 모호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descriptionalism은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들은 descriptional한 표상을 실제로 사용하 는 기계적 장치를 통해 그들이 생각하는 "descriptional"의 의미를 고정시켜 줄 수 있기 때 문이다. 반면 pictorialism의 주장은 단지 내적 표상이 규정해 줄 수 없는 어떤 방식으로 그 림과 유사하다는 것일 뿐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록 pictorialism의 테제가 모호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고려해서 제외하는 것은 잘못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참일 수 있는 가능 성이 결코 적지 않고 또 그것의 참임이 인지과학에 있어 현행의 컴퓨터 비유의 타당성에 대 해 도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