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초의 상념>>

- 파깨비 -

한 시선이 날 잡아끈다.
풀섶 밑에 숨은 강한 관념이!
생각은 부풀어 줄기가 되고
줄기 끝의 잎은
나비가 되어 날아오를 때
풀의 뿌리와 나는
서로 뒤섞여 버렸다.

그 시선이 어디에서 오는지
난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눈을 감아도 외면할 수 없고
상념을 타고 날아도 떠날 수 없는
잠재의식 속의 굵은 대각선.

풀잎의 날개짓은
나비의 관념으로 증발했다.
그리고 여기
하나의 그림이 남아있다.
무의미하다.

이제 나는 눈을 감는다.
그 시선을 지우고 발길을 옮긴다.
남아있는 것은 없다.
추상 속의 대각선은 빗장이 되었지만
나는 갇혀있지 않다.

화랑의 한 켠에서 나는
벽의 빈 자리에 매달려 본다.
한 사람이 내 눈길에 잡혀
잠시 발길을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