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다 쓰는 동화


 

어릴 때 우리가 듣고 자랐던 동화, 아름다운 공주와 말을 탄 기사, 용과 마법의 나라, 혹은 선녀가 노는 폭포와 착한 나뭇군, 구름을 타고 다니는 신선과 별자리들의 이야기까지. 이런 동화의 나라가 실제로 있다고 믿으시는 분은... 요즘은 잘 없겠죠.

하지만 만약에 여러분이 가끔이라도, 혹은 아주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라도, 그런 동화의 나라가 어떤 형태로든 실제로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시다면, 어쩌면 어떤 사람이 그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드릴 수 있을지도 몰라요.

저는 이렇게 믿습니다. 동화의 나라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바로 옆에, 혹은 바로 뒷면에, 우리가 사는 세상의 것들을 그대로 가지고, 다만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예를 들어서 현실에서도 악당이 있는 만큼 착한 사람들이 있고 또 주위의 여러 고난들이 있듯이, 동화의 나라에서도 악당이 있고 착한 아이가 있고, 공주라고 불릴 만큼 예쁘고 착한 아가씨도 있고 그런 아가씨를 사랑하는 남자도 있죠.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의 모습 그대로, 동전의 뒷면처럼 그렇게 동화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저의 말이 참말이라고 하더라도, 그 세계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문을 찾아야 되죠. 동전의 앞면만을 보면서 동전을 가지고 있더라도 동전의 뒷면을 같이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동전의 뒷면을 보려면 동전을 뒤집어야 하듯이.

그 문은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먼저 너무 고루한 대답부터 해 드릴께요. 그 문은 여러분의 마음 속에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 스스로가 그 문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죠. 여러분 생각 속에서, 혹은 여러분 마음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아니면 착한 일을 하면 행복이 따르고 나쁜 일을 하면 불행이 따른다는 것을 믿나요? 순수한 마음을 가지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그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물론, 나쁜 마음을 가지고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요.

동화의 나라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궁금증이 마음 한 구석에 조금이라도 남아 있어서, 장난으로라도 그리고 잠깐만이라도 그 세계에 들어가 보고 싶다면, 길을 걷다가 파란 옷을 입은 사람이 지나갈 때 말을 걸어 보세요. 어쩌면 그 사람이 당신의 마음 속에 있는 동화의 나라로 통하는 문을 열어드릴 수 있을지 몰라요.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말을 걸어서 얘기를 하다 보면 그 사람이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지 어떤지 알게 될 거예요.

예를 들어 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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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 저, 길을 좀 물어도 될까요?(주로 사람들은 "어디어디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죠?"라고 묻지 이렇게 묻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물어도 그렇게 이상하지는 안잖아요?^^)

그 사람 : 네, 물어 보세요. (이것은 평범한 대답입니다.)

당신 : 어디어디(근처의 건물이나 장소)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죠?(이것은 평범한 질문입니다.)

그 사람 : 거기는, 이렇게 저렇게 가세요. 그런데...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계시죠?(대답 후의 질문이 연결고리입니다.)

당신 : 사실 여기가 어딘지도 잘 모르겠어요.(이것도 연결고리입니다.)

그 사람 :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잘 아는 것도 쉽지는 않죠. (평범 + 연결고리)

당신 : 그래요.

그 사람 : 혹시 동화를 좋아하세요? (연결고리)

당신 : 동화는 어린애들이 읽는 이야기 아니예요? 그런 세계가 실재로 있나요? (연결고리)

그 사람 : 저는 있다고 믿는데요. 조금 특이한 방식으로 있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당신 : 만약 있다면, 저도 가 보고 싶지만, 정말 있을까요?

그 사람 : 순수한 마음을 가지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을 믿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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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고리에서 상대방의 이야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혹은 아주 평범한 방향으로 흐른다면, 그 사람은 당신이 호기심을 가진 동화의 나라로 안내할 사람이 아닙니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마지막 말을 들을 수 없거나, "순수한 마음을 가진다고 해서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죠?"라는 부정적인 말이 나온다면, 그 사람은 당신을 동화의 나라로 안내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 때는, 길을 가르쳐 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헤어지면 되겠죠.

대화는 여기에 씌어있는 것과 정확히 똑같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연결고리는 다른 방식으로라도 알아볼 수 있을 거예요.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계시죠?"하고, "혹시 동화를 좋아하세요?", 그리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 세 이야기 중의 하나가 열쇠가 될 것입니다. 아무렇게나 평범한 이야기로 시작하더라도 마지막 말, "순수한 마음을 가지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을 믿으세요?"라는 말을 듣게 되면, 그 사람이 당신을 동화의 나라(혹은 조금 다른 세계? 세상의 다른 측면? 하여튼...)로 안내하려 한다는 징표가 될 것입니다.

여기서 "그 사람"이란 저를 의미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스스로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쉽게 말하겠지만 누구나 자신에 대해서는 좋게 말하는 것 아니겠어요? 제가 나쁜 사람이더라도 기대를 버리지는 마세요.

당신이 그 안내자를 만나면 그 사람이 당신의 눈동자를 들여다 보면서 당신에 대해서 말해 줄 것입니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면서 생활하는지, 고민이 무엇인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느끼지 못하면서 지내는지, 당신이 현재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 그 문제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가끔은 당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그러면서 당신은 당신이 동화의 나라에서 어떤 존재인지, 왕자는 누구이고 공주는 누구인지, 마법의 성은 어디에 있는지 당신이 어떻게 당신의 동화를 쓸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듣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으로부터 어떤 점쟁이같은 예언이나 주술적인 예언을 기대하지는 마세요. 그렇게 되면 이야기가 중단되고 현실로 돌아오며 동화의 나라로 가는 길도 막혀 버릴 수 있습니다.

<끝으로>

여기서 제가 말씀드린 것들이 이상하게 여겨지신다면, 이렇게 이해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는 입장에서 다른 표현(저의 특이한 표현)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예를 들어서 시인이나 소설가들은 각자 나름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그들 나름의 용어로 표현하죠. 그런 표현 차이가 다소 커진 것이라고.

그것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이렇게 생각하세요.

하나의 말 장난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