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왜 파란 옷만 입고 다니니?”

한 가지 이상한 것이 있다. 나랑 정말 친한 사람들은 내게 이런 걸 묻지 않는다.

“넌 왜 철학을 공부하니?”

괜히 비슷하게 보이는 일이 하나 있다.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철학을 왜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잘 묻지 않았다. 자신에게나 남에게나.

그렇다. 눈에 보이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 파란 옷을 보면서 나를 “파깨비”(‘파란 도깨비’의 준말)나 “블루맨” 등의 별명으로 부르지만 내가 파란 옷을 입든지 하얀 옷을 입든지, 그건 나와 정말 친한 사람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철학책에 어려운 개념들과 현란한 말들이 씌어있고 그것들이 때로 무의미해 보인다는 것이 철학을 진실로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대신에, 사람이든 철학이든 그 속에서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것을 볼 수 있어야 하겠지만.


낯선 곳으로 여행하는 어떤 사람들을 안내할 때에는 기교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정성을 들여서 이것저것에 대해서 설명하고 안내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이런 생각으로 나는 철학에 있는 두 가지 어려움, 즉 추상적인 생각의 어려움과 공부 방법의 어려움에 초점을 맞추어 소개해 보았다. 그리고 또 그 과정에서 철학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묘사해 보았다. 그 하나는 철학 속에서의 대화를 발견해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철학을 일종의 싸움으로 이해하는 것이며, 마지막 세 번째 방법은 철학을 하나의 건축, 즉 건물을 짓는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철학 속에서의 대화와 싸움, 건축이라… 얼핏 생소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내 설명 속에서 철학의 이런 모습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만약 이것들도 어려웠다면 철학은 길이라는 설명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이미 완성된 내용만을 배우면 되는 다른 학문과 달리, 철학은 여러 학문으로 갈 수 있는 많은 갈림길, 혹은 길목을 찾아내어서 언제든 필요할 때 갈 수 있도록 길을 익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이제 나의 이야기는 끝났고, 그래서 여러분의 이번 여행도 끝났다.

하지만 한번의 여행에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고, 또 새로운 세계 속에서의 길을 완전히 익히지 못했다고 해서 다시 문을 걸어 잠그고 그 곳으로 다시 가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은 바보스러운 짓일 것이다. 새로 이사간 작은 동네도 한 번 돌아보아서는 길을 완전히 익히기 어렵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는 끝나지만, 철학 세계에 대한 여러분의 여행은 끝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이번 여행을 계속 이어가고 더 새로운 곳을 탐방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 믿는다.

그 길을 걷다가 또 어딘가에서 우리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눈다면 반갑지 않을까.

 

이야기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