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실재론”이란 것이 있다. 그것은 쉽게 말해서 일반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바로 그런 생각을 말한다. 그래서 ‘상식’이란 말이 붙어 있다. 그럼 ‘실재론’이란 왜 붙어 있는가? 그건 사물들이 실제로 그렇게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즉 내가 주위에서 쉽게 보게 되는 돌, 나무, 책상, 의자, 창문, 그리고 창문 너머에서 친구랑 웃으며 얘기하며 걷고 있는 저 학생들까지, 바로 그렇게 모든 것이 존재한다는 생각 말이다.
왜 그런 것들이 그렇게 존재한다는 것에 관심을 가질까? 그것은 사물들이 그렇게 존재한다는 것이 불분명하다는 어떤 생각에서 시작될 것이다. 어쩌다 그런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각자가 잠시 생각해 보자. 그러면 바로 데카르트로부터 시작되는 의식 중심의 철학에서 그런 문제가 시작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즉 가장 확실한 것은 우리 의식 속에 주어진 갖가지 생각들이다. 생각들뿐… 확실한 것은 생각들뿐이기 때문에 그 생각들대로 모든 것이 그렇게 존재하는지는 확실하지 않게 된다.
그럼 우리는 우리 생각의 바깥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 어떻게 알게 되는가? 이에 대해서 상식 실재론의 대표자인 로크가 주장한 내용을 이해하기가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같은 말을 자꾸 반복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이러한 설명이 제기되는 까닭을 다시 설명하자. 예를 들어 꽃은 우리 머리 속에 있지 않고 우리가 우리 머리 속에서 직접 만나는 것은 생각들뿐인데, 어떻게 우리가 우리 머리 속에 있지 않는 꽃에 대해서 알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수수께끼가 된다.
하지만 이런 상식 실재론에는 큰 문제가 있다. 어떤 문제가 있느냐면, 이런 상식 실재론 자체를 상식 실재론이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상식 실재론에서는 우리가 우리 머리 안이 아닌 바깥에 있는 꽃에 대해서 얘기한다. 그러면서 상식 실재론은 또 우리가 머리 안에 있는 생각만을 직접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상식 실재론을 제시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 머리 속에 관념을 만드는 그 꽃이 우리 머리 바깥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예전에 내가, “나는 왜 내가 좋아했던 여학생들로부터 번번이 거절당했을까?”에 대해 생각할 때 내 생각은
세상과의 대화에서 실패했었다. 그런데 상식 실재론은 철학 속에 있는 두 겹의 대화 중에서, 자기 자신과의 대화에 실패한다. 한편 합리론은,
특히 라이프니츠와 같은 강한 주장을 하는 합리론자는 반대로 두 겹의 대화 중에서 세상과의 대화에서 실패한다.
우리가 가진 모든 표상들은 본유 관념이라는 주장을 여러분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더 나아가서 실제로 세상과 일치한다고 생각하는가? 만약 모든 표상들이 본유 관념이라면, 그것은 이미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머리 속에 가지고 태어남을 뜻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쉽게 말해서, 방 안에 앉아 평생 바깥을 나가보지 않고서도 혼자서 열심히 생각만 함으로써 모든 지식을 다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뜻도 될 수 있다. 정말 그럴 듯 한가? 이건 좀 무리한 주장이다. 그 말의 앞뒤가 맞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결론이 참이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길은 원래 일방통행이 아니라서, 그 길을 통해서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있지만 대신에 그 길을 통해서 모든 곳에 도달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사람들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아직 우리 앞에 놓인 길로는 갈 수 없는 곳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다. 인간의 생각의 세계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이 곧 철학자들이다.
그렇게 나도 생각 속에서는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고, 현실에서는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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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아십니까, 그 강의 끝간 데에 아마 노을은 지리라. 오늘밤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