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오해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여기에는 철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르다는 것도 관련이 된다. 그러므로 나는 먼저 이 생각부터 분명하게 정리해보고 그 범위 안에서 철학을 공부하는 의미를 한번 말해 보겠다.

나는 철학이 하나의 학문이라고 먼저 말하고 싶다. 만약 철학이 학문이라면, 뭔가 배울 것이 있고 그것은 가치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그것은 옳고 그른 것이 그 안에 판별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런 생각이나 다 철학이 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결국 철학은 잡동사니가 되어버릴 것이고 가치 없게 될 것이다. 만약 철학이 학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생각을 마구 제시하라. 누가 쳐다보든지 쳐다보지 않든지 상관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아닌가.

철학이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학문이라고 했는데, 거기에서 어떤 기준들을 찾아낼 수 있단 말인가? 아직은 잘 모른다. 여전히 끊임없는 발전의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학자들이 찾아낸 몇 가지 기준들이 있고 그것들은 여전히 어느 정도는 유효하다. 플라톤의 이데아,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데카르트의 생각하는 의식의 명증성 등등. 또한 방금 앞에서 본 거짓말쟁이 역설에서도 볼 수 있듯이 생각하는 방법을 아무렇게나 허용해 버리면 곤란한 문제가 생긴다. 그러므로 아무렇게나 생각하면 올바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아무렇게나 생각하면 안된다 ― 이것이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과제 중의 하나이다. 그러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이것을 알기 위한 한 방법으로서 우리는 철학자들의 생각을 따라서 해 보는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많은 길을 다닌 사람의 뒤를 따라가 보듯이.

그렇기 때문에 다시 정리하자면,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의 의미는 사유(생각)의 길을 찾고 길을 익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철학자들이란 바로 이 길 저 길로 많이 다녀 본 사람, 그래서 길을 잘 아는 사람이다. 철학을 공부하면서 우리는 이 길로 생각하면 막다른 길로 통하게 되고 저 길로 생각하면 다른 관념으로 가는 탁 트인 길이 나온다는 것을 익혀야 한다.

길의 전체를 모르는 사람은 막다른 골목길과 트인 길의 갈림길에서 그 결과를 구별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철학을 공부해 보지 않은 사람은 서로 다른 생각의 방향에서 그 끝에 어떤 결론이 따라올지 잘 알 수 없다. “우리는 표상을 통해서 외부 세계를 인식한다”라는 입장에서 생각을 출발시키면 결국엔 그러한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가 하는 문제에 봉착한다는 것, 또 아무렇게나 규칙을 만들어서 생각을 전개하다 보면 거짓말쟁이 역설과 같은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것 등을, 철학자들의 생각을 한번쯤 따라가 보지 않고서는 쉽게 알 수 없다.

이야기의 끝

그런 여행을 할 수 있을 때 단 하나의 안식처가 아니라 여러 개의 많은 안식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사랑 얘기는 산사의 여름 단풍이 사랑초의 상념을 꿈꾸면서 나랑 결혼했을 때 끝나지만 철학은 끝나지 않는다. 사랑은 안식처가 될 마지막 한 사람을 찾는 과정이지만 철학은 그러한 안식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안식처로 통하는 길을 익히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한 가지, 나는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철학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하고 마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발견했다. 그건 그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어려운 생각, 복잡한 생각을 해야 하는 곳에서 그들은 ‘어렵다’는 말로 책을 덮어버렸다. 하지만 철학에서 우리가 철학자들이 말한 경구들을 찾아내고 외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 속에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내려면, 스스로 생각을 해야만 한다. 그건 길을 찾아다니고자 하는 사람이 스스로 걸어야 하는 것과 같다.

그렇게 철학은 길이고 여행이어라.

  철학은 여행이어라.
가시덤불 같은 모순들과
마른 자갈밭 같은 난해함으로 덮여,
끝없는 수수께끼의 길은 멀지라도
불안이 없고,
그래서 떠남도 없고
그대의 물음도 없어 대답도 없다면,
흐르던 물이 고여 부식하듯
상념은 썩고 썩어 몽상이 되고
방 속에 갇힌 평생의 앉은뱅이처럼
내 안으로 열린 여행은 즐길 수 없으니,
여행은 언제나 안착이 즐겁지 않아
단지 길을 찾아 헤매는 곳에
그리움이 있어라.
그렇게,
철학은 길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