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나에 대해서 말하는 걸 보니 처음부터 나에게 질문할 생각이었군요.
뭐 좋습니다. 철학을 왜 하냐는 질문에 답해드리죠.
사람에겐 행위의 자유가 있고 또한 그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유를 진정으로 누리기 위해서는 그 자유에 대해서 책임을 질 필요가 있습니다.
자유란 본질적으로 행해지는 인간의 의지 속에서 종속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사람이 자유롭게 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행위하는 사람에게 능력이 필요합니다.
자유롭게 행할 능력과 자유롭게 행해지는 행위의 결과를 받아들일 능력 같은 것 말입니다.
저는 이러한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철학을 공부 했습니다.
내 스스로의 행위와 나의 의지에 자유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나는 조금 더 현명해질 필요가 있었고, 이러한 현명함에 대해서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무언가를 배우기 시작했고, 그것이 철학으로 이어졌습니다.
굳이 이유를 설명하자면 이렇게 되지만 이것이 궁극적으로 나의 철학적 목표라고는 또한 생각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철학도 나의 전부가 될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철학을 한다고 해서 사람이 꼭 현명해지는 것이 아닐 뿐더러 (소피스트 같은 사변적인 언변주의자들 같은 이들만 보더라도) 현명해진다고 해서 꼭 사람이 자유로워지거나 행복해 지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철학을 한다는 것은 내가 스스로 그러하고자 하노라 라고 하는 나의 의지의 실천이고 또한 나의 의지적인 실천을 통하여 나는 긍지를 얻고 자부심을 얻습니다.
만일 님이 힘들어하고 스스로 실천하는데 회의가 든다면 그것은 님이 무엇인가를 시작할 때 그것을 통하여 무언가를 얻고 싶어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람의 의지로 행해지는 것 가운데 남는 것은 행위 자체일 뿐, 그것을 통하여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는가 없는가는 사람의 의지가 아닌 다른 어떤 무엇에게 주어진 것이죠.
때문에 사람은 스스로 행하는 가운데서 자기 자신을 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정 보다 결과가 중요하다라는 말은 단지 다른 사람들이 판단하기에 필요한 결과적인 내용물을 더 중요시한다라는 말일 뿐 진정으로 올바른 의미를 두고 한 말은 아닙니다.
사람은 자신이 행하는 과정 속에서 의미를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만일 자신이 행하는 어떤 것에서 이유를 잊어버렸다고 생각되면 스스로 행하는 가운데서 차츰차츰 의미를 찾아가십시오.
시작이나 결과 따위는 처음부터 의미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한 것을 두고 얽매여 있다면 인간이 행하는 그 어떤 것에서도 스스로의 자유로운 의지라는 것은 발견될 수 없을 것입니다.
스스로의 의미는 스스로가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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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추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