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실제는 실제이지 경험에 바탕으로 한다는 것은 오류이네.
>왜냐면 경험이라는 것은 자네 말대로 가상이라는 것이 포함된 우리의 적극적 해석의지의 총화라 할 수 있네.
>그러므로 이와 같은 가상이 포함된 실제는 오류일세.
>두가시 상반되는 개념 배타적 개념을 섞는 자네는 일반적으로 논리에 기본을 모르고 있다고 볼수 있네.
>이것이 내가 변증법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네.
>
>다른 문단에 대해서도 부연하자면 자네는 실제건 가상이건 인식이라는 틀을 끌어들여서 혼란을 주고 있네.
>자네가 말하고 있는 것 평가하고 있는 것은 인식을 말하고 있네. 자네의 글에서 뚜렷한 것은
>"인식은 가상과 실제의 미묘한 혼합으로 이루어졌다"정도에 불과하네. 자네가 말하는 것은
>인식속의 가상이오 인식속의 실제이네.
>
>이제 나의 견해를 덧붙이면 순수한 가상이란 반드시 존재하네. 물론 내가 말하는 가상이란 가상의 대상이 아닌 그 가상자체일세.
무엇을 알고 필자의 글을 반박했는지 모르나 확실히 필자의 글에 대해서 전혀 이해가 없음에 먼저 아쉬움을 표하는바이다.
우선 필자의 최대한 인내심을 표하여 실제가 경험으로 인해서 환인되는 과정을 먼저 설명하고 다음에 반박자의 글을 비판하고자 하는 바이다.
우리의 인식이 경험으로 부터 시작한다는 것은 더할나위 없는 진리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스스로의 경험으로 부터 떠나서 인식을 얻어내려고 한다는 행위자체가 허구의 허구를 만들어낼 뿐이라는 것을 어디서든지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최초의 시간이라는 것을 정의하기 위하여 우리가 가상을 허용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우리는 먼저 시간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그 가상을 허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간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에게 경험과 동시에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러한 경험 속에서 시간의 성질을 파악하고 시간의 흐름에는 현재와 이전이 있으니 현재의 이전을 연속해서 파악하다 보면 최초의 시간을 파악할 수 있다라는 가상을 세운다.
하지만 이미 여기서 우리는 오류를 가지고 있다.
최초의 시간이 있다면 최초의 시간 전의 시간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경험으로 부터 가지고 온 시간의 정보로는 최초의 시간 이전의 시간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다.
존재하지 않은 것에 대한 정보에 회의에 빠져서 다시 인식은 가상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가상은 존재하지 않음을 존재하지 않은 채로의 상태로 인식하고 그것을 인지한다.
이것이 가상이 만들어낸 실제이다.
이것은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여러가지 논리성과도 흡사한 점이 많다.
우리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우리 이전의 존재를 필요로 하며 그 존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신을 만들었다.
그렇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던 어떠한 정보로도 우리는 신에 대해서 구체적인 설명이나 아니 그에 대한 단순한 가능성마저도 제기할 수 없다.
만일 신이 존재한다고 했을 때 신이 존재하기 위해서 우리는 신의 존재이전의 존재를 다시 제공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신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 개기가 이미 우리 이전의 존재를 제공하고자 하는 의도였기 때문이다.
반박자는 도입부에 실제는 실제일 뿐이다라는 글을 적었다.
필자는 이 단순무지한 글을 철학을 한다고 하는 사람의 의도로서 쓰여진 것인가 의심이 간다.
이 글에서 파악되는 실제는 실제일 뿐이다라는 글은 언뜻보면 오류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실제라는 단어는 그렇지 않다.
우리는 실제는 실제일 뿐이다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먼저 그것이 실제인가 비실제인가에 대해서
확언해야 한다.
왜냐하면 여기서 실제라는 것에 대해서 어떠한 점에서도 우리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고 단지
'실제'라는 단어만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단어로서가 아닌 본디의 '실제'로서의 의미를 지니려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다시 차용해 오지 않으면 안된다.
만일 여기서 '실제'의 단어에 단지 가상의 무엇을 차용하는 일을 범할 경우 이것은 실제가 아닌
비실제가 되고 만다.
실제를 실제로서 파악하기 위한 노력은 우리가 경험으로 부터 얻어낸 정보에서 의미를 차용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반박자가 말한 순수한 가상에 대한 증명도 의심스럽다.
반박자는 순수한 가상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어떠한 증거도 내놓지 않고 단순히 있다라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이 따위의 비성실한 논의에 필자가 대답을 해야 한다는 것 마저 필자에게 굴욕감을 느끼게 한다.
반박자의 순수한 가상이 증명되려면 그것은 우리의 도식화된 인식을 벗어난 하나의 비 구체화된
지식의 구성체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도식화적 인식 구조에서는 언제나 도식화에 필요한 인식의 정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과를 인식하기 위해서 우리는 경험을 통한 사과의 생김새 색깔 부피 냄새 등등의
정보를 도식화 하여 인식한다.
그렇다면 순수한 가상이 인식되려면 이러한 도식화된 인식이 아닌 완전히 비 구체화된
허구의 어떤가를 인식하고자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비둘기가 공기 중에서 자유롭게 날다가 진공 중에서도 자유롭게 날 수 있게 되리라
라는 착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순수이성비판 서론에서 발췌)
다시 한 번 반박자는 자신의 글을 보다 구체적인 의미에서 증명해주길 바라며
이따위의 비성실한 자세로 필자의 글에 반박을 하는 것에 대해서 언제나 필자가 인내심을
표하면서 답변을 하리라는 기대는 말라.
반박자는 철학자로서 지녀야할 객관적인 주장과 단순한 허상을 마치 실제 하는냥 언급하는 행위를 금하기를 부디 당부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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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추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