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토론실

[re] 우병주 그리고 철학이란? - 답변드립니다.

이창후	2004-08-27 22:25:02, VIEW : 1,860

위 글은 철학 토론실에서의 논의들 전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입니다.
근거가 부족하고 목적을 잃은 논의가 상당수 포함되어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지요.
그런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파깨비 개인의 생각입니다만...

하지만, 한가지 비슷한 이야기를 해 드리지요.
제가 볼 때에는, 사실 대학 강단에서 충분한 권위를 획득한 상태에서 논의하는 내용 중 상당 부분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서, 예술 철학에서 자끄 라캉이 얘기한 '응시'(gaze)와 '일견'(glance)에 대한 논의나,
가능세계 실재론에 관한 논의들, 그리고 이른바 사회철학이라는 분야에서의 논의들은 많은 부분 길을 잃거나 근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 뿐일까요? 철학을 넘어서서 사회과학 분야에서 이른바 '정치학'이나 '사회학'이라는 이름 하에서 논의되는 많은 부분은,
지엽적인 사회적 사실들 몇 가지와 가치이념적 주의주장들이 마구 섞여서 어디서부터가 사실적 주장이고 어디서부터가
이념적 주장인지, 강의하는 교수들이나 교과서를 집필한 저자들도 혼동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것이 저의 주관적인 판단일 수도 있습니다만, 어느 정도 객관적인 기준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예로, 홍대 예술학과 교수의 강의에서는 라캉의 이론과 그 발전된 형태로서의 일본 학자의 (불교적) '공' 개념을 논의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불교적 공개념의 근원이라고 생각되는 '삼법인'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공 개념의 분명한 분석을 요한다고 얘기했더니,
'삼법인'이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더군요. 그런 말도 들어 본 적도 없는 듯...
그 뿐일까요? 한국의 미술이론에서 우상처럼 받드는 라캉의 응시와 일견의 이론은 라캉의 작은 논문,
그 이전의 사르트르의 한 논문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들은 그것을 대단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그 작은 개념을 한국에서 가지고 들어와서 마구 부풀리고는 개념적 치장을 일삼을 뿐입니다.
한편으로 사회과학으로 가면, 많은 부분은 이른바 '자연주의적 오류'(사실 판단과 가치 판단을 혼동하고 섞어서 추론하는 것)을
여기저기서 범하고 있고, 그런 것들을 따져 물으면 정확하게 대답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그 모든 논의들이 사라져야 할까요? 그 빈자리는 무엇으로 메울까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 판단이 틀릴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니체의 철학은, 니체가 제일 처음에 자신의 저서들을 써 냈을 때 모두들 미친 사람의 글이라고 생각했을 뿐,
대단한 내용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들여다 본 사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죠.
그런데... 제가 볼 때에 니체의 철학은 근본적으로 상대주의일 수 있고, 그 심각한 문제점은 해결될 수 없는 것,
그래서 근원적으로 별 가치가 없는 상상력의 사상일 수도 있습니다.
니체가 맞을까요? 내가 맞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저보다는 니체의 주장에 더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것을 가치없다고 판단하는 저의 생각은 뭐죠? 저 개인의 생각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모든 이야기는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런지에 대한, 이른바 '물타기'로 비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도는 아니구요....

최종적으로,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모든 것이 입장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상대주의적인 출발점에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기준은 있지만 많은 부분이 분명하지 않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이지요.
조금 겸손하게 말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결론을 얻을 수 있을까요?

훌륭한 창의적인 생각은 다양한 시도 속에서 나옵니다.
100개의 시도 중에서 1개의 훌륭한 결실이 있어도, 그 99개의 실패한 시도는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이 토론실에서의 많은 논의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토론실에서의 논의는 어떤 사람들에게 피해를 줍니까?

남에게 특별히 불합리한 피해를 유발하지 않는다면,
남의 입장과 언행에 대해서 판단할 때 좀 더 겸허하면 좋지 않을까요? ^^

연안부두

1. 골프공의 양을 가진 사람이 야구공의 양을 가진 사람을 평가한다면 그 것은 개구리가 우물밖 세상을 보는 것과 같다. 주관적인 것이 모여 그것이 객관화 되는 것이다. 개념 자체를 논하는 것은 비겁하고 비열한 약올림에 지나지 않는다.
2. 니체는 미치지도 심지어 정신병원 입원한 이유가 매독이 뇌에 퍼졌다는 말도 있는데 이러한 것은 모두 거짓이다. 우리가 니체를 통해 얼마나 바로 지금 이 세상이 얼마나 미쳐가는 지 그 것을 보아야 한다. 문명의 충돌로까지 비화되는 기독교적 세계관 정말 구역질 난다. 러셀이나 니체등 대부분 근현대 지성인들의 가계에는 목사나 마녀 미친사람들이 구성원으로 있는데 그 자체가 하나의 컨스피러시다.

참으로 진리는 하나다. 그것들이 여러 사람들에 의해 제각각 해석 되는 것에 대해서 나는 인정하고 그들의 지적노력들에 대해 존중한다. 하지만 가장 먼저 생각하여야 하고 개념정리할 것은 우리가 어디서 왔고 지금 무엇을 하며 우리가 어디로 가느냐에 대한 것이다. 이것을 쉽게 다시 말하자면 "너자신을 알라"이다. 이것이 해결 되지 않은채 논의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 다음 인간의 후리덤추스(선택할수 있는 자유: 나는 자유의지라 칭한다. 러셀이말한 자유의지(프리윌)가 같은 것이나 나는 개념을 다르게 부른다.)를 연구하고 그다음 하나씩 하나씩 공부해 가는 것이다.

우리는 파깨비의 태권도에 관한 저서들을 볼때 그가 소위 가라데에서의 태권도유입설을 반박할때 강한 투사적 기질을 보게된다. 김용옥부터 이분야 내노라하는 이름있는 태권도학자들의 저서들을 까고 심지어 파깨비의 태권도홈페이지 게시판의 글쓴이들의 글까지 반박하는 모습들은 나로서도 그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렇게 자신의 사유에 대해 강한 확신들을 갖을 때 우리는 조심해야 한다. 이른바인터넷도배현상들에 대해서 까지 우리는 그들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가 그 속을 연구해볼 의미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잘못된 해석도 우리 몫인 것이다.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지금 현재 불합리한 것은 없다. 불합리한 것을 말하며 바꾸려는 시도 그 자체도 이미 코메디이며 넌센스다. 자기모순과 이율배반을 우리는 보지 못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단정한다. 불완전한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우리의 유산들이다. 민주화운동이 되었건 친일파 청산이 되었건 그 자체는 존중한다. 하지만 그 일 자체도 부질없는 것이다. 의견대립 상충 이러한 것은 우리가 하나를 위한 위대한 경쟁들의 산물이고 숭고한 일들이다. 1개의 시도가 99개의 시도들과 모여 하나의 사실이 될 수있다. 이러한 사실들이 모두가 하나의 프로세스인 것 을 우리는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

2004-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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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병주 그리고 철학이란?	이영국	2004-08-27 20:30:45
	[re] 우병주 그리고 철학이란? - 답변드립니다. [1]	이창후	2004-08-27 22:2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