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문 -
>우선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미 답변조차 있지 않은 것들을 제가 고심하고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요즘 결국에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가라는 논제를
>가지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이 세계의
>본질은 결국 어떤것인가 하는 이런 질문들이요. (질문의 처음조차 잘못된걸까요?)
>
>아무리 의문에 의문을 물어도 결국 내릴수 있는 답은 결정지어진게 아무것도 없고
>확실시 된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철학자인지 몰라도 확실한건 아무것도 없다
>라는 말을 한 철학자가 있는 기억이 납니다.) 제 상태가 지금 그러합니다.
>존재한다 존재하지 않는다, 옳다 그르다, 이 의문들을 던지기에 앞서 이 세상을 인식할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거리에 가로수조차 그것이 실재하는것인지 아닌지 결론을 내릴수 없습니다.
>무엇이 실재이고 무엇이 관념인지...
> 또한,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인식을 하여야 하는데 인식은 인정하지만 참된인식은 인정을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무엇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이 되지 아니하고서
>참된 인식을 할수 없다는 사실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결국에는 나 자신까지 범위가 확대되어
>생각하고 있는 나 조차 존재하는 것인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들고 있습니다.
> 진리가 무엇인지 진리가 되지 않고서는 그것을 설명할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머리속이 엄청스럽게 복잡합니다. 앎을 향한 제 의지가 참 불쌍해 보이기도 합니다.
>모르는게 약이라고..--; 아니면 결정지을수 없는것을 제가 자꾸 결정지으려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그 어떤 생각도 제가 속한 이 세계를 확실하게 설명해 줄수 없습니다.
>있는지 조차 모호하니까요. 생의 본질은 무엇인지, 과연 부처의 말대로 이러한 생각을 고심하게
>되는 고통 그 자체인지. 사실은 무엇인지, 그것을 왜 사실이라 부르는지, 사실이 있는지,
>혹시 사실이라고 생각되어지는게 아닌지, 그렇다면 생각이란 것은 순수하고 독립되고 고유한
>정신인것인지 과연 인간이 생각하는 것이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생각인건지 생각하는 느낌으로
>그것을 생각이라 하는것인지. 아악. 복잡합니다. 명쾌한 답변이 있는 것들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모두 싸잡아 잊어야 하는 것입니까. 이 세상에 저는 존재하는 것입니까.
>밝힐수는 있는 것들입니까. 도대체 이 모든 생각들과 활동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것입니까.
먼저 저의 답변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 우리가 사는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이 세계의 본질은 결국 어떤것인가 하는 이런 질문들이요.- 라는 것에 대해서 고민을 하신다고 하셨는데...... 제가 개인적인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님은 님 자신에 대한 확신이 먼저 없습니다.
인간의 인식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자아 혹은 정신내부 로부터 출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아가 자신에게로 다시 회귀함으로서 그것이 자아의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만일 자기 자신의 대한 존재감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즉 내가 무엇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못하면 무엇을 인식하던 무엇을 사고하던 그것은 공허한 망상이요, 또한 지적무지에 의한 것입니다.
소크라테스는 '네 자신을 알라' 라는 유명한 말로 철학의 본질은 인간에게로 돌린 최초의 철학자 입니다. 당시에는 세계의 본질이 물이니 불이니 바람이니 흙이니 하면서 많은 논의 들이 오갔고 또한 그것이 세계의 본질이라고 믿어왔지만 근대에 오면서 과학적 합리성에 의해서 그 모든 것이 무지한 지적탐구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논의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존중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물자체 즉 세계전체에 대해서 인식할수 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세계는 우리에게 '물'이나 '불'로서 현상되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사고는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사고가 아무런 관념이나 개념 내용도 없이 행하게 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망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고 분석하고 비판을 행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오성적인 지적능력이 필요합니다. 흔히 우리가 지식이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그 지식을 논리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을 가리켜 이성(동양철학에서는 흔히 지혜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헤겔에 와서는 이성이 사유하는 능력이 아닌 존재를 현상하는 본질이라는 의미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헤겔에 대해서 까지는 몰라도 됩니다. 헤겔의 정신현상학은 철학계에서 가장 난해하고 복잡한 내용의 책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들은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시도하고 또한 절반의 실패 혹은 절반의 성공 아니면 완전히 아무것도 아닌 노력을 기울여왔던 것에 대한 일부의 내용입니다.
그러나 님은 이러한 것에 대해서 스스로 확신없이 다가서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스스로가 이러한것을 인지 혹은 사유하는 것에 대해서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내가 무엇을 왜 하는가]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것을 알고 그것을 완전히 파악하고 싶어해도, 결국에는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 올 수 밖에는 없습니다.
니체는 [왜 해야하는지 알고 있다면, 무슨 일이든 견딜 수 있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즉 자기 자신에게 모든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그는 위와 같은 명언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님에 대해서 무엇을 말할 수는 없지만, 님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아무런 해결점도 내지 못한채 방황만 하다가 끝이나던가 아니면 현실도피적인 사고 방식으로 퇴락하던가 하는 결론을 도출해 내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에게로의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못한 것을 자신은 의미도 모른채 확신없이 방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철학은 자기 자신의 탐구입니다.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이해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도 키울 수 있도록 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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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추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