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마지막 게시물을 작성한 이후 너무나도 충격적이고 혼란스러운 일이 벌어진 탓에 나 또한 제정신이 아니었다. 황우석 교수의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의 진위여부에 대한 '자수'는 그동안 그를 지지했던 이들이나, 애초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이들 모두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서울대 조사위의 발표가 내일로 다가온 이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황우석 교수의 '인위적 실수'는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점이다. 황 교수에게 어떠한 입장을 갖고 이번 사건에 다가간다 하더라도 이 점은 이미 결론이 난 부분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황우석 교수는 그동안, 논문의 공동저자들이었던 노성일 미즈메디 이사장, 문신용 서울대 의대교수등으로 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16일 두명의 과학자의 기자회견 이후, 그 양상은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1. 폭로, 그로인한 면죄. 또 하나의 성과주의?
황우석을 죽여야 한다는 이들이 그에게 가장 큰 실망중 한 부분은 자신의 과오에 대한 사과가 부족했다는데 있다. '사죄합니다'라는 맨트로 시작한 그의 기자회견으로는 부족했다는 점에서 황우석 교수는 여전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이후 이뤄진 노성일 이사장의 기자회견은 황우석 교수의 논문에 대한 폭로였다. 그것이 사실을 폭로한 것인지 아닌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2005년 논문의 핵심적 저자로 등극 되어 있는 그가 사과는 커녕 폭로만 했다라는 점이다. 비록 논문의 공동저자들의 역할이라는 것이 제한적이고, 부분적이다라는 '관례'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논문의 내용에 대해 자신은 그 어떤 '보증'도 할 필요 없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20일에 있은 또 하나의 폭로에서 '금년 5월 이전까지 논문을 보지도 못했다' 라는 그의 주장은 공동저자로서 저 말을 자랑스럽게 한다는 것 자체가 더 우습게보일 뿐이다. 포스텍의 임경순 교수가 그를 맹렬히 비난한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문신용 교수 역시 2004년 논문의 검증을 강하게 주장하면서 '당시 교신저자였으면서 오류를 몰랐습니까?' 라는 어느 기자의 질문에 침묵할 수 밖에 없는가 되묻고 싶다. '솔직히 잘못을 인정합니다' 라는 말이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더욱 재밌는 것은 황우석 교수를 비난하는 입장의 언론 및 시민단체들은 그들의 말바꾸기와 위와 같은 '뻔뻔함'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칙을 고수하는 것도 '그때 그때 달라요' 라는 말인가? 특히 황우석 교수와 무관한 미즈메디 논문의 사진 조작에 대한 BRIC 의 기사는 프레시안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 프레스하지 않았다라고 하면 설득력이 있다고 해야하는가?
지난 기자회견에서 각기 50개의 줄기세포중 49개씩을 회수해 가서 남은 1개씩 모두 두개의 줄기세포를 해동 배양중에 있다고 설명한 노성일 이사장은, 어제 다시 말을 바꾸어 금년 5월에 남은 줄기세포도 김선종 연구원이 회수해갔다라고 했다. 기자회견 며칠전부터 해동하고 있었다는 것은 저녁 국꺼리 돼지고기란 말이던가?
2. 두가지 사실. 그리고 모순
황우석 교수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피할 방법이 없고, 그런 그를 구제할 방법 또한 마땅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주장한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지난 15일 방영된 PD 수첩을 통해 확인된 두가지 사실은 (1) 최초 제보자는 줄기세포가 아니었음을 알고 있었다는 점 (2) 황우석 교수는 MBC에게 5개의 시료를 제공하고 검사를 하도록 협조를 했다는 점이다.
(1)의 사실과 (2)의 사실은 그리 고민을 하지 않더라도 매칭이 안되는 부분이 있다. 제보의 내용대로 줄기세포가 애당초 있지도 않았고 바뀐 거였더라면 황우석 교수가 무슨 이유로 MBC에게 샘플을 제공했겠는가라는 점이다. 이 모순에 대해서 누가 답을 줄 수 있겠는가?
더욱 혼란스러운 점은 매우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방송이였다고 평가받는 이번 PD수첩의 PD들은 위의 모순된 명제에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았는가이다. 한학수 PD와 최승호 CP 모두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가진 이들이라면, 그래서 공부를 해 가며 이번 사건을 취재해 왔다면 제보자의 증언과 황우석 교수의 샘플제공이라는 두가지 사실을 한번에 보지 않았는가. 못한 것인가?
3. 줄기세포가 없다가 사실일 때 차라리 나을지도...
어쩌면 줄기세포의 존재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 원천기술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 반대로 줄기세포가 존재를 '했었고' 원천기술 또한 존재를 한다고 한다면 이번 사건은 우리의 상식을 위협하는 일이 될 지도 모른다.
아직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것이 위험하지만 줄기세포의 존재가 입증이 된다면 자연스레 다음과 같은 추론으로 이어진다.
(1)과 (2)의 드러난 사실을 바탕으로 '황우석 교수가 모르는 사이에 줄기세포가 바뀌었다'를 이끌어 낸다면, 그의 주장처럼 '누군가'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 나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음모론'이라는 이름표를 붙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이들 역시 앞서 PD수첩에서 드러난 두가지 사안을 엮어서 설명해주지 못할 것이다. 음모론은 없는 말들을 엮을 때나 쓰는 말이다. 이런 나의 해석이 과연 중립적이지 못한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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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서울대 조사위 결과에 대한 어떤 글. 
파깨비
변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