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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도덕을 정당화하려는 계몽주의 기획은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나?
18-19세기 도덕정당화라는 계몽주의 기획은 내적 결합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키에르케 고르, 칸트, 디드로, 흄 등은 끝이 없는 도덕 논쟁의 공헌자가 아니라, 단지 도덕 신념들 중 특정한 틀의 계승자일 뿐이다. 이들의 공통 신념은 기독교였으며 공통 사유에 있어서는 일 치한다. 그 내용을 보면, 도덕의 특성이 무엇이고, 도덕의 합리적 정당화는 어떠해야 하는가, 인간 본성에 대한 것들 등이다.
이러한 계몽주의 기획의 공통점은 그들이 규정한 인간 본성에 대한 전제들로부터 출발해 서 도덕 규칙과 명령의 권위에 대한 결론에 도달하려는 논변을 구성하려는 기획이다. 그런 데 이러한 논변구조를 지닌 기획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계몽기획'이 공유하고 있 는 도덕규칙과 명령 개념과 공통된 인간본성 개념 사이의 근절할 수 없는 불일치가 존재하 기 때문이다. 이 불일치는 역사를 통해 해명될 수 있다.
그럼 이제 도덕 기획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알아보자. 도덕 규칙과 인간 본성 개념의 역 사적 선조였던 도덕 체계(the moral scheme)의 일반적 형식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 스 윤리학에서 분석되었는데, 그 기본 구조는 ① 현재 있는 그대로의 '인간'[현상태]와 ② 그 자신의 본질[본성]을 현실화시킨다면 될 수 있는 '인간'[가능태] 사이의 기본적인 대조를 전 제한다. 윤리학은 어떻게 우리가 ①에서 ②로 변화할 수 있는가를 이해하게 만드는 학문이 다. 이러한 도덕 철학의 삼중 기획은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다.
① 현재 있는 그대로의 인간 본성(아직 교육받지 않은 상태의 인간본성)
② 이성적 윤리학의 도덕 규칙들 : [기능] ①-③의 매개자 기능
③ 인간 본성의 목적을 현실화한다면, 돌 수 있는 인간 본성 개념.
이 틀의 세가지 구성 요소들 각각의 지위와 기능이 이해될 수 있다면, 그 구성요소들 각 각은 나머지 2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삼중기획은 유일신적 신념들의 유대교, 이븐 로슈트 등의 철학에서 존속하면서 변 하지 않았는데, 프로테스탄트니즘과 얀센주의 카톨릭이 등장하면서 이성에 대한 '무기력한' 개념을 제시하면서 사라지고 괴상한 이중기획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프로테스탄트적-얀센 주의적 이성 개념에 따르면 이성은 내적 본질을 파악할 수도 없고, 가능성에서 행위로의 변 화를 파악할 수도 없다. 단지 계산의 역할을 할 뿐이다.
이러한 이성 개념을 계승한 사람이 파스칼이었으며 이것이 흄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칸트에게도 뻗어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철학자들에게 있어서 인간 본성에 대한 목적론 적관점, 인간의 참된 목적을 규정해주는 본질을 지닌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관점이 부정 되고 없는 것이다. 삼중 기획에서의 세번째 요소가 사라진 것이다. 이 때문에 도덕을 정당화 하려는 "계몽기획"이 파산하게 된다.
이러한 계몽기획의 실패 이유를 정리하면, 한편으로는 원래의 일련의 도덕 명령들을 상속 받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도덕 명령들과 상충되도록 분명하게 설계되어 있는 인간 본성을 잘못 계승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몽기획"은 한때는 정합적인 사유-행이 기획 중에서 부정합적인 파편들만을 상속받은 셈이다.
그러면 사실 명제로부터 도덕적결론이 추론될 수 없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흄은 전적으로 사실적인 전제들로부터 도덕적 혹은 평가적 결론에 이를 수 없음을 지적하였다. 칸트와 키 에르케고르 역시 도덕 법칙의 명령들은 인간의 행복, 혹은 신의 의지에 대한 진술로부터 추 론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매킨타이어는 이에 반대하면서 다음의 예를 든다. 즉 "그는 선장이다"로부터 "그는 선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모두 다 해야 한다"라는 결론이 추 론될 수 있는 것이다. 또다른 예로서 "이 시계는 부정확하고 불규칙적이다"에서 "이 시계는 나쁜 시계이다"라는 결론이 추론될 수 있다. 이렇게 이해하면서 볼 때, "하프 연주자"와 "하 프를 잘 연주하는 것"과의 관계는 "인간"과 "잘 사는 것"과의 관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매킨타이어에 따르면 존재로부터 당위를 추론할 수 잇는 방법이 있다. 아리스토텔 레스적 모델에 따르면 "x가 좋다'라는 의미는 '그 x가 충족시키는 목적을 위해 x를 원하는 사람이 선택하는 것이 바로 그런 종류의 x이다'라는 것이다. 따라서 도덕에서 본질적 인간 목적 혹은 기능 개념이 존속한다면 사실적 진술처럼 도덕판단도 참/거짓을 따질 수 있다.
우리의 일생 생활에서 주어지는 도덕 판단들이 참/거짓을 판명할 수 없는 까닭은 그 용어 들이 고전적 유신론의 산물인데 비해 그 고전적 유신론의 실천적 맥락을 상실했기 때문이 다. 즉 파편만이 남았기 때문이다. 정의주의적 자아관도 이와 같이 그 문장들의 기원인 맥락 의 지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역사과정에서 분리된 자아로서 고안된 것이 개인(individual)이 었다.
제 6장. "계몽 기획"의 실패의 몇가지 결과들
근대적 자아 개념의 도덕철학으로서 공리주의부터 살펴보자. 공리주의는 새로운 목적론으 로서 제시되었는데 벤담은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을 가져올 수 있는 행위와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밀(J.S. Mill)은 질적 쾌락과 양적 쾌락을 구분하기는 했지만, 역시 최대 다수의 최대행복을 받아들였다.
한편 분석철학자들은 도덕적 주체의 자율성과,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권위를 지닌 것으로서 의 도덕 규칙을 조화롭게 연결시키려는 시도를 하였다. 즉 모든 이성적 행위자들은 그들의 이성을 통해 도덕 규칙을 논리적으로 준수하려는 것을 입증하고자 시도하였다. 특히 지워스 (A Gewerth)는 자유와 복리를 필수적 선으로 간주하고 그 행위자는 자유와 복리에 대한 권 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제시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공리주의의 유용성과 권리개념은 모두 허구라고 매킨타이어는 주장한다. 그 래서 여기서 합리성의 실상은 나타날 수 없다. 이러한 허구를 최종적으로 폭로한 입장이 정 의주의라고 할 수 있다. 정의주의적 설명이 우리의 도덕적 발언과 실천의 상당 부분을 차지 하고 있으며 또한 그것들에 구현되어 있다. 그러한 도덕적 허구들 중에서 문화적으로 가장 강력한 또다른 도덕적 허구가 효율성에 대한 요구, 그리고 관료주의적 경영인에 의해 형성 된 권위에 대한 요구에 구현되어 있다. 한 예로 경영 효율성의 허구에 대한 설명만 살펴보 자.
경영 효율성 개념은 인간의 실존 양식과 분리되지 않는다. 이러한 인간 실존 양식에서 수 단의 고안은 인간을 순응적 행동양식으로 조작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그런데 그러한 효율성의 실체는 어떤가? 만약 효율성이 장기적 목표들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이라면 우연 적 요소들이 증가하여 안정적으로 통제되는 행위의 효율성에 특정 가치를 부가하기 힘들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 한편 효율성의 판단에서 단기 목표 사용은 경제 이념과 충돌할 가능 성이 있다.
이와 같이 사실과 가치 개념의 변화 배경에는 아리스토텔레스적 세계관의 거부와 관련되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있어서는 목적론적 관점이 평가적 주장들이 특수한 종류의 사실적 주장들로서 기능하도록 맥락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도덕적 혹은 평가적 결론들이 사실적 전 제들로부터 추론될 수 없다는 것이 초시간적인 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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