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깨비의 철학공부 자료실:<제 7차 논쟁>

<제 7차 논쟁>

<기존의 토론 정리 7> : 한국철학의 정체성에 대하여

청바지세대Access : 140 , Lines : 2 한국철학의 정체성은 가능한가?

얼마전 이곳에서 예전에 벌어진 여러님들의 현학적 논쟁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현재 한국철학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에 대한 여러가지 대안을 생각해본결과 한국철학의 정체성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한국철학의 현재 위상에 대해 여러님들의 고견을 개진해주신다면 별다른 식견이없는 저도 참여해볼까합니다.

순수히 파깨비 개인의 생각을 말한다면, 이전의 철학 토론 정리 내용이 여러 분들께 재미있게 다가가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편집 디자인 상태도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분들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기분도 좋아졌고. ^^ 그리고 이 때의 내 추측. 한국철학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도 디지탈에 대한 주제처럼 현학적이고 일상생활에 관한 것이 아니라서 내가 의견을 제시하는 것과 무관하게 별로 많은 논의가 이어지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파깨비(pakebi(골뱅이)paran.com): 18 한국 철학의 정체성 정립 방향 : 파깨비 계획

한국 철학의 정체성은 가능한가? --라는 물음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철학이 자기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방향은 무엇인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개인적으로 오랫 동안 생각해 왔고, 또 앞으로의 계획을 나름대로 수립했습니다. 그걸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려 보고 여러분들의 도움(즉 비판과 그에 대한 반박)을 통해서 발전시켜볼까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한국철학의 발전방향은 크게 두가지에 촛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중국철학과의 차별성 확보이고 둘째는 서양철학과의 차별성 확보입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한국철학이 철학적인 힘(?)을 가지려면 다른 것과 차별되는 것과 동시에 다른 철학과 대화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이 점이 어려운데, 어쨌든 저는 가능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조금 상론해 보도록 하죠.

저는 우선 한국철학이 중국철학과의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철학의 정체성 확보는, 단순히 한국철학이 다른 것과 다른 것-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철학 속에서 한국철학의 자리 자리를 확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세계인에 대해서 한국철학의 모습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죠. 그런데 세계인, 특히 서구인들은 동양철학 일반에 대해서 익숙할 뿐 한국 철학에 대해서는 그것을 굳이 구분하지 않습니다. 즉 한국철학은 "동양철학"에 묻혀서 사라지는 것이죠. 그 "동양철학"의 주된 내용은 인도철학과 중국철학이 차지하고 있습니다.(제가 보기에) 그 중에서 한국철학을 인도철학과 혼동할 사람은 적겠지만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한국철학을 중국철학의 아류쯤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많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중국철학과 한국철학의 차별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고려시대, 조선시대의 한국철학은 중국철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많이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로 저는 서양철학과의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의 한국철학은 대체로 서양철학을 수입해서 이것을 이해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면이 강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이 비판이 옳든 그르든 적어도 많은 사람들 눈에 그렇게 비치고 있다는 점은 분명 반성되고 극복해야 할 점입니다. 앞으로의 한국 철학은 서양철학의 영향을 많이 받은 만큼 그 영향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철학의 정체성은 서양철학과의 차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서양철학을 단순히 버릴 것인가, 아니면 이를 수용할 것인가? 버린다면 한국철학은 세계인들과 대화가 되지 않는 무인도가 될지도 모릅니다. 한편 이를 수용한다면 한국철학의 정체성이 약화되거나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기존의 퇴계, 율곡 철학 등을 서양철학과 조화시킨다는 것인데, 이것은 말이 쉽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쉽다면 벌써 누군가가 했겠죠. 기본적으로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의 차이점 자체가 불분명하게 규명되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철학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그래서 한국철학이 다른 철학적 사조들과 대등하게 서기 위해서는 단순히 퇴계, 율곡 철학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내는 정도에 그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근원적이고 포괄적인 틀을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가능성을 문무의 구도에서 찾으려고 생각합니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문무겸비를 존중했습니다. 하지만 성리학에서는 문만을 존중했죠. 한편 서양철학적 전통에서는 인식론 중심의 사유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역시 그 속에서 행동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대신에 언어철학이 현대에 이르러서 풍미했었습니다.
저는 행동에 중심을 두는 철학적 사유틀을 마련해 보고자 합니다. 그것을 위한 새로운 논리학을 정립해 보고자 하는 거죠. 동시에 서양철학과 동양철학의 근원적인 차이를 논리철학적으로 분명하게 확립하고자 하며,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세부적인 계획은 "나의 생각들"에서 개진하겠습니다. 이 자리는 여러분들과 토론하는 자리이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상이 한국 철학의 정체성 정립에 대한 저의 생각입니다.
많은 비판과 토론 바랍니다.

내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바를 한번 말해 보았다. 말이 좀 길었다. 앞에서 천준범님이 디지탈에 대한 긴 이야기를 하자 논박에 취약했었던 것을 기억하자.<논쟁 6> 그렇다면 나도 그러한 논박들에 취약할 수 있다. 두고 봐야 알겠지만.

동동주 Re: 한국 철학의 정체성 정립 방향 : 파깨비 계획: 해도 나쁘진 않지만

한국철학에 정체성이 있어야 하고 차별성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필로소피면 필로소피이고 공맹이면 공맹이지 동양철학은 무엇이고 한국철학은 무엇이며 서양철학은 무엇입니까? 필로소피 없이도 살아왔다면 법 없이도 잘 살아왔다는 이야기와 많이 다른 건가요?
한국에 철학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유가 서양에 있기 때문인지요?
전세계 철학도가 모이는 자리에서 그럴듯한 사고 체계를 자랑하고 싶다면 차별성의 차원에서 만들 수도 있겠습니다만 철학의 정체성이 없어 불행해할 필요가 있을까요?
세계와 인간를 움직이게 하는 데에 철학적인 설명이 반드시 필요한가요?
실제로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지요? 권모술수가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요?
서양철학의 빛나는 아름다움에 한 족보 올리기 위한 종사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들 방식으로 겨뤘어도 이기거나 대등할 수 있다면 참 자랑스런 일이지요. 헌데 그들의 것이 나무랄 데 없는 모델이라면 들여와서 고스란히 써도 상관없지 않을까요? 머 별로 큰 해를 끼친다 생각지 않으니까요.
제품에 차별성이 없다면 팔아먹기 곤란해서 그렇다고 하지만 철학까지 차별성을 둬야한다. 글쎄요. 차별성을 둬서 어찌하자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문학에 그 차별의 임무를 맡겨봄이 효과적이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서양)철학이 추구해왔던 바 중의 하나가 '지당함의 통일'이라면 그에 힘을 보태시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동동주님이 등장. 파깨비 계획 내부의 문제점에 대해서 공격하지 않고 그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 논박했다. 근원적인 문제점을 짚었다. 개인적인 사견을 버리더라도, 내가 이해하는 한 철학적인 태도이다. 파깨비 계획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제기되었던 문제, 즉 "한국 철학의 정체성은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제기하는 데 있어서의 근본 전제를 따졌으니 말이다. 그래서 일단 논점은 한국철학이 독특하게 성립할 필요가 있는가로 옮겨졌다.

파깨비(pakebi(골뱅이)paran.com) 한국 철학의 정체성을 정립해야 하는 이유

동동주님이 어떤 분이신지 모르지만,
제가 제시하는 의견에 대해서 사사건건 반론을 제기하시는데,
굉장히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루요.
원래 토론실을 만든 것은 동동주님 같은 분이 반론을 제기하기를 기대하면서 만든 것이니까요.(그런 의미에서 이 글의 서두는 농담 섞인 진담이겠죠.)
동동주님의 반론은 매우 일상인들의 상식을 대변하면서도 그것을 적나라하리만치 날카롭게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반론을 늦게 보는 바람에 몇주나 지나서야 답변을 드리게 되어 유감스럽습니다.

저는 철학이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생겨나고 끝까지 그 위에서 존립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철학은 각자의 현실에 따라서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스스로 이해하고 그 이해를 토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현실을 통해서 스스로를 잘 이해하고, 또 스스로를 이해함으로써 새롭게 현실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겠죠.
(좀... 교과서적인, 그래서 그럴듯 하지만 따분한 말씀이었죠?)
철학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는 이렇습니다. 자신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남의 생각을 빌려오는 것이 괜찮은가? 거기에 문제는 없는가? 저는 철학을 공부합니다만, 나의 현실과 나의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 그래서 나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문학을 공부하는 친구의 생각을 빌려온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모든 것이 이상해 보이고, 철학적인 표현들은 딱딱하고 가치없어 보이지 않을까요? 문학의 표현은 아름다운데, 그리고 문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시를 써야 하는데, 나는 딱딱한 글들만을 읽으면서 불만에 차지 않을까요?

우리의 독자적인 철학이 반드시 보편성을 갖지 않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의 철학을 정립하는 데에 다른 철학적인 입장들을 고려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생각컨대 우리의 많은 문제는 우리가 남의 철학을 가져와서 우리에게 들이대기 때문에 생겨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의 문제 말이죠.
우리의 50년을 갈라 놓았던 것은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이념입니다. 그런데 둘다 수입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일제시대 때 우리 자신의 입장을 정립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반일의 이념을 대신하기 위해서 공산주의외 자본주의를 택했고 그 갈등을 메우지 못했습니다. 그 철학이 우리의 현실을 갈라 놓은 것이었죠.
공산주의는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병폐에서 생겨났기 때문에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웠습니다. 우리 선조들의 삶은, 그리고 지금도 다소 그렇지만, 매우 공동체적이고, 그래서 다소 공산주의적입니다. 니거 내꺼 따지는 것이 천박해 보이는 것이 그것이죠. 이제는 점점 자본주의에 길들어져서, 분명하게 따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지만.
자본주의는 어떻습니까? 그것은 칼비니즘 등을 통해서 종교적으로 영리추구를 정당화한 서구 산업사회의 발전과 맞물려 있습니다. 거기서는 상업이 중심이었어요. 우리는 조선시대에 농업이 중심이었구요. 거기에 자본주의를 들이대니 모든 것이 잘 안맞아 들어갑니다. 우리 국민들은 전부 질서의식이 없고 2등 국민으로 전락하는데, 그것이 남의 시각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시각에서도 그렇습니다. 제가 유럽에 배낭 여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는 교통질서 등을 잘 지켜요. 그것을 우리는 그들이 선진국 시민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하죠. 저는 다릅니다. 거기에는 모두 사회보장 제도가 잘 되어 있어서 아웅다웅하면서 돈을 더 많이 벌려고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정말 많이 벌거나 적게 벌거나 결국에는 세금내고 뭐 내고 다시 보조금 받아서 결국 같습니다. 그러니까 저축하지 않고 여름되면 전부 바캉스 떠나죠. 그러니까 서두를 필요도 없고 질서 지키지 말라고 해도 귀찮아서 느기적 거리면서 질서 지킵니다.
조건이 달라서 서두르지 않고 그래서 질서의식이 있어 보이는 거죠. 파리 시내에도 길가에 쓰레기가 굴러다니는 것은 서울보다 더 하더라구요.
왜 이런 말을 하느냐? 남의 기준을 가져다 우리 자신에게 들이댈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를 예를 들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철학이 차별성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한국의 현실이 다른 나라의 현실과 다르다는 조건에서 그렇습니다. 현실이 다르고 우리의 역사가 다르고 그래서 우리 자신이 다른데 남의 기준으로 우리 자신을 재단하려고 하면 문제가 생겨나고 커지고 해결도 되지 않습니다.

또 달리 말해 보면 이렇습니다.
한국의 철학교수들은 한국의 사회이념으로 공동체주의보다는 자유주의 이념을 먼저 안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곤 합니다. 왜냐하면 먼저 공직 사회 등을 포함한 부정비리가 제거되고 나서 그 다음 단계로서 공동체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죠. 서구사회의 발전 단계를 순서대로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 자유주의 이념을 강조하는 교수 사회에서 흔히 팽배한 것은 자유주의도 공동체주의도 아니라 "권위주의"입니다. 교수가 한마디 하면 학생들은 따라야 하고 그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면 찍히는 풍조.
하지만 한국의 사회 문제에 대한 철학적 진단에서 "권위주의"는 남의 이야기죠. 공무원들만의 문제이고 정치꾼들만의 문제입니다. 교수들에게는 적용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서구에서 철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서구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부족한 공동체주의를 스스로 적용하는 것만을 보았고 그것을 배워와서(남의 잣대로) 역시 자신들에게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좀더 철학다우려면, 서구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부족한 공동체정신을 비판하듯이 우리는 우리에게 지나치게 팽배한 권위주의를 비판해야만 할 것입니다.

일단 한국 철학의 정체성과 차별성에 대한 이유를 그만 제시하고, 이제 왜 꼭 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의견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그건 제가 철학을 전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세계를 볼 때 결국 우리의 입장에서, 우리가 가진 사고의 틀로 세계를 봅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 한계를 조금이라도 넘어서고, 그래서 넓히고, 우리의 입장이 어떤 것인지, 사고의 한계가 어떤 것인지 알기라도 하기 위해서 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에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의 해결 실마리도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우리 자신에게서 문제가 생겨날 때.
예를 들어서 운동을 못하는 사람들은 주로 운동을 하기를 싫어합니다.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 물에 들어가지 않고, 그래서 더욱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해답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수영법을 이론적으로 더 공부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들어가지 않고서 수영을 배우려는 자신의 기본 입장을 반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비유에 다소 무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하여튼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일단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를 하고 또 동동주님의 말씀을 기다려 봅니다.

일단 나는 동동주님이 제기한 문제에 집중했다. 그래서 한국철학이 별도로 정립될 필요가 있는 이유를 제시해 보았다.

<동동주> Re: 한국 철학의 정체성을 정립해야 하는 이유 : 반론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서양의 철학이 언제나 그 나라의 현실이란 바탕에서 굳건하게 세워졌다면, 처음부터 대단한 출세욕을 가진 사람으로 제게 찍혔던, 많이 배운 티는 나지 않으나 술도 잘 마시고 눈이 반들반들한, 알고 보면 별 것 아닌 인터넷을 아주 잘 하는 이로 어느 날 여성지 속에서 변신한, 감옥 속에서 “짐승처럼 뛰면서 이 한국의 현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고민했다던 노동운동가이자 시인이신 그 사람의 생각 중에 있는 ‘한국의 현실’ 즉 우리의 현실이란 무엇인지 따져 볼 필요는 있습니다.

또 파깨비님의 말처럼 우리의 현실이 과연 무엇인지 따져 보려는 자신의 주된 처지도 살펴야 합니다. 저마다 문제점을 말하고 있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처지에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흔히들 잘도 말하는 ‘우리의 문제’가 불우하게 또는 잘못 이식된 철학이나 이념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양심적인 철학도로서 응당 그러한 시각으로 볼 수 있고 또 책임도 느낄 수 있으나 지나칩니다.

원래부터 자기 생각이란 없습니다. 처음부터 빌린 것이고 빌리지 않은 사람도 없습니다. 현실을 개척하고자 한다면 무엇인들 빌리지 못 할까요. 문제는 그들은 왜 되고 우리들은 왜 안 되냐는 겁니다. 그들이 되는 이유를 저는 그들의 식민지 경영에서 찾습니다. 그들의 잘난 조상들이 식민지 착취로 축적한 엄청난 자본과 그 경험이 성공적으로 전해졌기 때문에 그리 된 겁니다. 우리는 한 번도 식민지를 경영해 본 적이 없으므로 그들의 그런 기준은 우리에게 맞지 않습니다. 파깨비님 말대로 조건이 틀립니다.
그런 자본은 철학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원래 철학은 부자들이 하는 겁니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하루를 살겠습니까. 무역해서 숨가쁘게 빚을 꺼 가며 살아야 하는 이 나라에 수입된 어떤 철학이 어떤 책임을 느낄 수 있습니까? 그 철학은 그러니 이 나라에 와서도 그냥 그 나라의 철학일 뿐이고 아직 우리 나라에는 없는 그 나라의 문제이며 결과적으로는 그럴싸한 말의 성찬에 불과합니다.

잘난 조상들이 벌어다 모은 불순한 자본 덕에 부럽기 짝이 없는 제도도 만들고 그런 안정성이 신뢰를 촉진시키니 그 사회에는 여유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목표로 하는 삶도 남 등쳐서 잘 살아야 하느냐 이겁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만 잘못하다간 가랭이가 찢어지거나 밑천까지 까먹고 폭삭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계산 때문에 감히 그렇게 하진 못 합니다.
치밀하고 공교해서 실수가 적은 궁리법이란 면에서는 들여와서 익혀 볼 만하지만 그 밖이라면 이런 현실의 우리에게 어떤 철학이 필요한지 궁금합니다.(헌데 그 부자들의 지적인 유희가 매우 부럽고 흉내내고 싶긴 합니다. 우리의 현실이 전혀 자신의 구체적인 문제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럴 것이라 짐작합니다만.)

이 세상의 모든 기록은 승자의 차지입니다. 어쨌든 주어진 기록에 기대어 살필 때 패자의 세월은 짧고 간단하며 사라지기도 하고 이긴 자는 언제나 길고 장황하고 현재에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의인과 천재들이 이미 청사에 이름을 드러낸 사람의 발 밑과 알고 있으면서도 지켜만 본 '생애유지일관제일주의자'들의 융성한 운명 아래에서 사라졌을까 생각해 봅니다.

공동체에 대한 헌신과 선행의 강조는 바로 이들의 현명한 교육 정책에서 나오고 실제로도 강단과 사회와 군대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광주 사태와 그 잘난 386 술사태를 잊지 않고 있다면 '죽은 놈만 불쌍하게 됐군'이란 생각과 함께 '나도 그렇게 개죽음해서는 안 되겠다'는 자성이 남몰래 절로 들 겁니다.

근본적으로 교육의 목적은 어쩌구저쩌구들 하지만 실은 개인의 계발과 각성에 있는 게 아니라는 의심이 듭니다. 지적하신 교수들의 권위주의는 그들도 한통속인지라 바로 이러한 모순을 덮어 보자는 안간힘으로 보이며 사자 갈기처럼 더럽기만 할 뿐 별 쓸모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재미있게 느껴지는 점은 이러한 역사를 가진 수상쩍은 지성에 요즈음 사람들은 약아져서 잘 속지 않는다는 겁니다. 땡전 한 푼 생길 일도 아니므로 떠들어 봤자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지금의 디지털 문명은 앞으로도 그와 유사한 기만을 구사하기 어렵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권력은 비로소 약간이나마 부자유스럽게 되었고 성생활은 백주에도 활발히 논의되고 행해지며 다양해졌습니다. 국가에 인력을 공급하는 수단이던 결혼과 가족이란 제도에도 심각한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에 전혀 감사할 줄 모르던 국가 운영 기관인 우리 나라 역대 정부는 정말 존폐 위기에 놓여 있는지도 모릅니다. - 보조금 한 푼 받지 않고 애써서 돈을 처들여 키워 놓으면 불에 태워 죽이고 총에 맞아 죽고, 고문 당해 죽고… …, 일제 때와 그후 같은 기간을 비교해서 언제 백성들이 더 많이 희생됐는지 한 번 조사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을 위한 자주이고 무엇을 위한 독립인지 심각하게 따져 봤으면 합니다. - 어때요? 맞아 죽을 소린 줄 알지만 기왕 이렇게 된 바 든든한 미국이나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편이 훨씬 뱃속 편할 것 같은데)

뿐만 아니라 실현 방법이 한 다리 건너라 영 개운치 않아 보이던 민주주의도 더욱 온전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에 대한 희망도 가져 봅니다만 유사 이래 가장 지성화된 인류의 구성에 악질 성분(어떤 게 악질이 될 것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만)이 더 많다면 그도 무망한 일이 되겠습니다.

동동주님이 세상의 현실에 대해서 개탄조로 말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내가 논지에 꼭 필요한 주장을 집어내어 보면 이렇다. 즉, 철학은 잘먹고 잘살던 사람들이 만든 것인데, 그래서 자본이 철학을 가능하게 한 것인데 우리는 상황이 다르니 그것은 말의 성찬일 뿐 아닌가? 만약 이런 저의 요약이 맞다면, 발생론적 오류를 범한 것일 수 있습니다. 총도 자본과 기술이 만들었지만 그것을 자본과 기술이 없는 사람도 쓸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철학도 주로 안정된 삶의 환경에서 나오지만, 그 생성 조건과 관계없이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주제는, 우리에게 한국적인 철학이 필요한가 하는 것인데, 한국적 현실은 서양철학의 발생 현실과는 다르므로 철학이 우리에게 필요없지 않느냐, 이런 주장이 되는 건가요?

제 생각에는 반쯤 반론이 되고 반쯤은 반론이 안되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논쟁의 한 쪽 당사자이므로 이러한 평가는 저에게만 유리한 것일 수 있습니다. 하여튼 다른 분들도 비판적으로 저와 동동주님의 논쟁을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누가 더 나은 논쟁을 했든, 일단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점이 나았고 어떤 점이 나빴으며 왜 그러한가를 아는 것일테니까요. 그리고 동동주님이 나았다면 그건 대단한 것이고, 내가 나았다면 그건 특별할 것이 없는 일이라는 것도 생각하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이니까요. 동동주님이 만약 전문 등산가라면 저보다 산을 잘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

그런데 이 논쟁은 다시 다른 문제 제기로 이어집니다. 조민영 님 등장.

조민영(esang68@hanmail.net) 한국어는 괜찮은 언어인가?

상관 없는 쓰라리없는 예기일수도 있지만 요즘 저의생각은 한국어가 과연 괜찮은 언어인가 하는것임다. 전 나름대로 공부를하면서 한문과 영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지 한국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보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가 한국어를 먼저배운것이 안타까울 생각입니다.

유명하신 세종대왕 뛰어난 한국어<세계적으로>라는말을 듣고는 살았지만 과연그런것인지 알수없고-지배층의 이데올로기???- 왠지 한국어는 흉내내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같아 .요즘은 거부감마저 듭니다.한문과 한글을 같이 사용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고교 교과서에 나온 단어를 보면 정말 얼척이 없습니다.

저걸아우 한문 그대로 썼으면 더 공부다운 공부를하고 그럴텐데 예를들어 중학교 책에 기공이란 말이나왔다합시다. 전 그때 나름대로의 독서와 티비에서 계속 세뇌된 정보로 그단어를 나름대로 ..구멍 같은 개념으로 이해했을겁니다.그런데제가그 게 한문으로 쒸어진 체로 보았다면 어떠했을까요.. 깨비님의 제생각에대한 생각 을기다립니다. 이만 입다뭄

조민영 님의 입장을 가장 호의적으로 해석하면 이렇다. 한국철학이 필요한가? 그런데 그 철학정립을 위해서 필요한 철학적 도구, 즉 한국어가 충분히 훌륭한 도구인가? 그렇지 않다면 그걸로 어떻게 괜찮은 한국철학을 정립하겠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제가 반박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향은 한국어가 나쁘지 않다, 좋다라는 주장일 것입니다. 저는 어떻게 반박했나요?

파깨비 : 저와는 반대되는 입장이군요.

조민영님의 입장은 저와는 거의 반대되는 입장이군요.
그리고 제가 좀 (감정적으로는) 싫어하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그러한 반대입장을 개진해 주신데 대해서 감사드리면서 나름대로 "강력하게" 비판해 볼까요?

제 생각에는, 한국어에 대한 회의는, 오히려 그것이 지배층의 이데올로기에서 오지 않았나 합니다.
우리 한국 사회의 지배층은 대부분 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외국에서 배운 것을 한국에 전하면서 한국의 입장에서 수용할 만한 것과 수용할 가치가 없는 것을 그렇게 진지하게 구분해 놓지 않았지 않나 의심이 듭니다.
그래서 대부분 많은 학술적인 개념들이 오늘날에는 영어와 유럽어를 기준으로 바뀌어버렸고, 제 생각에는, 그래서 오히려 우리 현실에는 맞지 않는 점이 있다고 봅니다.

한문 얘기는... 좀 어려운 얘기인데요, 한문은 여전히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통해서 우리 안에 있는 것이죠. 한문을 제쳐두고서는 우리의 과거를 볼 수 없을 정도이니까. 그리고 우리 말의 많은 부분이 역시 한문에 근거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가능하면 한글 전용을 할 수 있는 길이 있지 않을까 고민을 해 봅니다만, 조민영님의 주장처럼 한문을 공용해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서 뾰족하게 반대할 만한 근거를 가지고 있지도 못합니다. 그냥 저의 욕심이죠.

- 결국 "강력한 비판"에는 실패한 것 같군요.^^

조민영님이, 제가 한국철학의 정체성에 대해서 주장해 본 것에 이어서 의견을 제시했기 때문에 크게 그 맥락(한국철학) 속에서 의견을 개진한 것인지, 단순하게 한글 문제에 국한한 것인지 잘 모르겠군요.
만약 한국 철학의 정체성과 일차적으로 떼어서 생각할 수 있는 논의라면, 우리 논의의 자리를 저쪽 앞으로 한번 옮겨보면 어떨까요?

그런데, 한국어 문제, 즉 철학의 도구 문제도 다른 분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적어도 여기, 우리에게 있어서 그 문제는 심각한 토론의 대상은 못되는 듯... -_-; 하지만 다른 뜨거운 쟁점이 우연히 촉발되었다. 이건 앞의 1부 논쟁(토론 4)에서 김용옥을 비판한 이름무님의 입장에 대해 꼬리를 물고 이어진 것이다.

<해모수> 한국 철학의 현실에 대한 이름무님의 의견에 대한 반박 제시-님의 도올론을 중심으로-

조목 조목 비판을 하자면
"김용옥이란 사람의 글이나 생각이란 게 천박한 저널리즘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학적인 철학의 용어들로 장사하는 수준임은 대부분의 철학교수들 이 인정하는 바죠. "
우선 이 말을 하셨죠. 그런데 이 말은 "이에 대해서 저는 기득권을 쥔 제도권의 철학자들이 자신의 분야만을 절대적으로 권위있는 것으로 감싸려해서는 안되며, 우리의 현실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이 철학적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저의 대안이죠.

그런 점에서 이런 토론실도 의미가 있다고 봐요.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열심히 참여해서 토론하는 거구요."린 말과 상호 모순이 있습니다. 우선 김용옥이란 사람을 비판하는 근거로 대부분의 철학교수들이 인정하기 때문이라고만 했지 자신의 생각은 없습니다. 사실 제가 이름무님의 의견에 반론을 써서 올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왜 도올 선생을 일관되게 비판하고 있는지 그것도 아주 인신공격차원에서.. 솔직히 이름무님은 혼자서 이 주제의 논쟁판에서 혼자 버티신 걸로 보이는데 그 때마다 자신을 옹호하는 말로 '인신공격의 오류'을 드셨습니다. 상대방이 권위적으로 자신을 내려보는 시선을 취한다는 말씀도 하셨죠.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 어떻게 되나요? 만일 님이 그렇게 별 근거없이(이 말은 이 토론장에서 만큼은 님이 그 분을 별다른 근거없이 일관되게 아주 낮은 수준으로까지 끌어내리고 있음으로 인해 드립니다만)끌어내리는 그 분이 바로 토론의 상대로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다면 어떻게 되나요? 분명 권위주의를 비판한 님이 '기존의 철학교수들의 권위'에 기대어 도올 선생을 깔아뭉개고 있습니다. 게다가 도올 선생이 하시는 일들을 생각하면 님의 한국 철학의 대안에 대한 모색의 방향과도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그리고 권하면서 기성 철학계의 풍토를 옹호한다는 아무개씨의 주장은 다소 모순적 인 것으로 보여요.그래도 굳이 대안을 말하라고 한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제가 뛰어난 철학자가 아닌 이상 제가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이 곧 하나의 구체적인 철학 내용을 제시하는 것이어야 하므로 내게는 불가능한 것일 겁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대안을 제시할 수 있죠. 어떤 활동이 우리에게 필요한가? 즉 한국적 현실에 적합한 우리의 철학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어떤 반성과 노력이 필요한가? 둘째로, 기성의 교수들이 우리의 철학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은 내가 익히 알고 있던 바가 아니라서, 알려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 성과는 부족하고, 너무 느려서 현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것은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철학이 아닙니다.

철학이 좀더 대중화 될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 미국이나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들의 주장과 책을 대중들이 읽고 그에 공감하고 토론에 참여하듯이. 우리 철학교수님들의 책은 너무 어려워요. 왜 많은 사람들로부터 떨어지려고 하죠? 나는 우리 사회가 무엇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거예요. 철학계에서 많은 교수들이 연구비를 지원받아 가면서 글을 써서는 외국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얻지도 못하고, 또 그 자체로 기술발전이나 다른 객관적인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지도 못한다면, 그것은 국민의 혈세, 혹은 사회적 재산을 낭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보죠. 국민의 혈세로 지어지는 공사가 부실공사가되는 것을 보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옳다면 저의 주장들도 가치있는 거예요. 흔히 남의 주장에 대해서 반박하는 것은 공격적인 성향으로 비치고 그래서 무조건 나쁜 것만으로 냉대받는 분위기 때문에 부정부패 와 안일이 자꾸 커진다고 봐요. "

그렇다면 도올 선생이 요즘 텔레비젼에서 강연을 해 소위 뜨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그의 책은 가능한 한 쉬운 언어로 서양 철학과 동양 철학 모두를 재해석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언론과 학계가 양쪽에서 들고 일어나 '도올 죽이기'캠페인을 하고 있는 양태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나요? 사실 제가 보기엔 님이 말씀하시는 대안 제시를 바로 그 천박한 저널리즘의 행위자인 그 사람이 하고 있다고 보는데요. 그리고 그 천박한 저널리즘이 또 하나의 천박한 저널리즘으로 살해되고 있는 양상이 있는데요. 그리고 그 예의 천박한 저널리즘이란 것은 도대체 뭡니까? 언론이 천박하다면 어떤 차원에서 그런가요? 그리고 도올 선생이 어떤 면에서 천박한 저널리즘에 기생해서 살고 있다고 보시나요?

오히려 기자들은 학자가 공부나 하지 텔레비젼 나와서 '<><>한다"식으로 끌어내리고 있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가 가야할 길이 어딥니까? 대중에게 어필하면 학계와 언론이 서로 담합한 듯 끌어내리기 바쁘고, 한편 상아탑에 갇혀 공부만 하면, 대중성이 없는 학문 해서 뭐하냐고 그러고,

그리고 한가지 덧붙히고 싶은 것은 도올 선생의 전공은 서양철학이 아니라 동양철학이므로 서양철학을 전공하신 분들이나 서양철학만을 주로 도강하신 분들은 그 예의 전문성에 의거해 비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저 또한 철학 전공자도 아니고, 기존의 우리의 학계 - 철학이나 문학이나 말씀하신 인문학 전체-가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인문학의 위기는 토론 문화의 정체에도 그 큰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이런 건 대학교에서 가르칠 게 아니라 초등학교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죠! 갑자기 대학생이 되었다고 달라질까요? 그리고 교수들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학생도 문제가 많죠! 오히려 교수들이 새로운 사항을 질문하면 얼굴만 빨개져서 왜 나만 시키냐 식의 학생들이 많습니다.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자극을 받고 도전을 받고 그래야 우리 인문학의 토대인 토론 문화가 발전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리고 도올 선생의 저서를 읽고 나서 그에 대한 비판의식이 생긴건지 아니면 그가 하는 일련의 사회적 활동에 반감을 가지고 계시는 건지, 아니면 어떤 이유에서 그런 반감이 싹텄는지에 대해 묻고 싶군요. 그리고 왜 도올 선생의 노력이 천박한 저널리즘일 뿐이고, 한국 철학의 발전에는 이바지 할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해서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름무님이 나타나지 않았다. 왜 떠난 걸까? 그래서 나도 김용옥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므로 내가 거들어 보았다.

<파깨비> 김용옥씨에 대한 저의 생각 : 천박한 저널리즘

한 동안 기다렸는데 이름무님이 나타나지 않으니까 김씨의 "천박한 저널리즘"에 대한 저의 생각을 먼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이름무님과 저의 견해가 같을지 다를지 몰라도 김씨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는 많은 부분 일치하는 것 같군요.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죠. 저의 견해입니다.

<토론에서 무시해야만 하는 상대>
토론에서는 상대를 무조건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그것은 상대가 많이 알거나 적게 안다고 해서 그 지식의 양으로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거죠. 대신에 이렇게 말할 수는 있습니다. 많이 알아야만 토론할 수 있는 자리에서 적게 아는 사람들이 참여해서 곤란을 겪으면 "이런이런 준비가 필요하니 그 준비를 먼저하라"라고 "설득력있게" 제시하는 것입니다. (일단 이건 지금 주제에서 간접적인 문제이고.)
그런데 그러한 바람직한 토론에서도 무시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토론에 있어서 같이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 그러면서 자기 독단만을 늘어놓으면서 그것도 '상스러운' 말로 '인신공격'을 일삼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토론에서 무시해야만 하는 사람들입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김씨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저는 본의 아니게 그 사람을 직접 만났었습니다. 태권도 철학에 대한 세미나를 하는 자리였는데, 태권도 관계자 여러분들을 앉혀놓고 자기 자랑만 하더군요. 그래서 질문을 했다가 그 사람 입에서 당장 욕이 튀어나오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다음에 다른 모든 발표자들은 그 사람에 대한 아부성 발표더군요. 그리고 이러한 사례는 직간접적으로 지속적으로 제가 확인한 것입니다.
모든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는 민주사회에서 법은 더 잘지켜져야 하듯이 바람직한 토론일수록 그 규칙이 더 잘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 천박한 저널리즘인가?>
김씨의 책이란 것들은 모두 읽어보면 대체로 두가지 특징이 나타납니다. 첫째는 과대 망상적인 자기자랑이고 둘째는 입에 담기 어려운 상스러운 표현들이죠. "학문적 지식에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느니 하는 것이 첫째 예이고 둘째 예는, 여기서 피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욕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오만한 태도에서 쓴 글들 속에서 제가 나름대로 철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 읽어보면 제대로 된 내용이 포함된 글이 없습니다. 제가 비록 서양철학을 전공했지만,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일지라도 내용이 있는 글과 없는 글 정도는 분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이것 역시 과대망상이라고 생각하면서 김씨를 옹호하신다면... 할 말이 없겠네요.)
이 세가지 특징, 즉 오만함과 상스러운 표현들, 그리고 내용없음이 결합해서 무엇이 나올 수 있는가 한다면, 천박한 저널리즘 밖에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로부터 시대의 천재들 중에는 오만한 사람도 있었고 겸손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체로 겸손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뉴튼도 자신이 "거인의 어깨 위에 있었기에 남들보다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었을 뿐이다"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죠. 뉴튼이라고 한다면 아는 사람은 알듯이 실제로 아인쉬타인보다 더 위대한 세기의 과학자입니다. 하이데거는 좀 오만한 사람인데 그래도 그는 상스러운 욕설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는 않았죠. 오만함과 상스러운 욕설이 결합될 때 분명해지는 것은 학문하는 사람의 기본 태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천박한 저널리즘"이라는 정도의 비판은 가벼운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 꼭지를 마무리하면서 덧붙이자면, 그 사람의 글 속에서 비아냥거림이나 욕설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있어도 칭찬받는 사람, 숭배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 한 사람 있다면 그는 자기 자신이죠.

<왜 김씨의 주장은 무시할 수 있는가?>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고등 수학에 대해서 토론하고 있는데 초등학교 1학년생이 지나가다가 몇마디 던진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 내용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이고 상스러운 말이라고 생각합시다. 이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까요? 그럴 필요가 없을 겁니다. 그런 걸 귀담아 들으려 한다면 귀담아 들어야 하는 말이 너무나 많아지겠죠.
제가 생각할 때 김씨의 주장을 무시할 수 있는 까닭은 그가 국내외 학자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이유입니다. 이 이유는 대단한 독단인 것으로 생각되겠지만 저는 "완전한 이유"가 되지는 않을지라도 "충분한" 이유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을 존경하고, 또 우리가 사는 세상의 토대가 되는 기술과 사상을 만들고 움직이는 사람들의 지식과 실력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그들 모두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차도 탈 수 없고, 신문도 볼 수 없고, 음식도 먹을 수 없는 등의 이유로 생활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하나의 사회 구조 속에 포함되어서 서로가 서로의 실력을 검증하고 보증하는 형태로 연결되어 있죠. 그 전체에 대한 신뢰 속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의 지식층을 대변하는 기성 철학교수들과 학자들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들 전체가 어떤 것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그것은 아닐 가능성이 거의 절대적이라고 봐야 합당하겠죠. 그런 학자들이 모두 김씨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김씨는 그런 무시 속에서도 가치있는 학자일 수 있는가?
니체와 같은 철학자는 세상의 냉대를 받으면서도 세계적인 철학을 창조하였습니다. 김씨는 이와 같은 사람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옛날 어느 시대에도 김씨와 같은 사회적 기득권과 경제적 능력, 가문적 배경을 가지고 유명한 세계의 대학에서 다 수학하였으면서도 천재임에도 불구하고 무시당한 사례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천재일수록 대중들로부터는 무시당하더라도 먼저 학계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상례입니다. 김씨처럼 대중적으로 인기있으면서도 학자들로부터 철저히 무시당하는 천재는, 제가 생각할 때는 있을 수 없습니다.
이름무님의 입장을 수용하여, 기성 철학자들이 자기 밥그릇싸움에 안주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저의 주장은 옳을 수 있습니다. 밥그릇 싸움을 하는 사람들은 안주할 뿐 거짓을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들도 양심선언을 합니다. 그리고 적어도 잘못된 것을 가르치지는 않습니다. 다만 좀더 적극적이지 않을 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가치있는 주장들이 사회적 타성으로부터 저항을 받을 때에는 몇가지 징후가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봅시다. 고조선 문제와 같은 경우에는 재야 사학자들과 강단 사학자들간의 논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천부경과 같은 고전에 대한 평가 역시 학자들간의 논쟁 속에서 기존 관념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아서 무시당하는 예라고 할 수 있죠. 어느 쪽에나 대중들과 함께 학자들이 있습니다. 다른 예를 들라면, 서태지를 저는 들고 싶습니다. 대중 음악은 한국적 풍토에서는 쉽게 학문적 연구주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그렇지만 서태지의 음악은 그 실체가 있고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기성 강단이 인정하지 않아도 신진 교수들이 연구하고 나섭니다. 이러한 모든 것을 보면 학자들 전반이 안주하는 성향이 있더라도 역시 학자들 중 최소한 일부는 새로운 것 중에서도 가치있는 것을 알아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모든 학자들 중에서도 김씨의 철학에 손을 드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제 김씨의 이론이라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잘 알지 않더라도 무시할 수 있는 이유가 제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초등학생이 무관심하게(진지하게가 아아닙니다.-김씨 역시 오만함과 상스러움으로 인해서 진지하지 않습니다.) 던진 말을 무시하듯이 국내외 학자들로부터 무가치한 것으로 인정받는 사람의 오만하고 상스러운 주장들을 무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철학의 대중화와 김씨의 행태>
철학의 대중화는 철학을 상스러운 말로 읊어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기 자랑을 하기 위한 치장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입니다. 철학을 공부하다보면 공허한 이야기도 많지만, 그 속에는 대화가 있습니다. 그 대화를 통해서 모든 사람들을 보다 중요하고 보다 깊은 생각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 그것이 철학의 대중화라고 생각합니다.
김씨의 행태는 철학의 대중화가 아닙니다. "학자가 공부나 하지"가 김씨에게 주어지는 것은 언론에 나서는 학자가 김씨 혼자뿐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다른 유명한 교수들도 자주 언론에 나타납니다. 서울대 손봉호 교순님이 그렇죠. 그렇지만 그 분들은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지 않고 알맹이 있는 주장을 하면서 실천하기 때문에 언론에서 매도하지 않습니다. 김씨만이 세상으로부터 매도당하죠. 세상은 김씨를 위해서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세상이 자신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으면, 그래서 자신을 추켜주지 않으면 결코 대화하지 않으며(그건 이미 대화가 아닙니다.) 오히려 욕설을 합니다. 잘못은 김씨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씨는 왜 뜨는가?>
김씨가 뜨는 이유는 다른 학자들이 철학의 대중화에 별로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생긴 잉여이득이라고 봅니다. 다른 학자들은 철학을 대중들 가까이로 갖다 놓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소극적인 면이 강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에 대한 대중들의 욕구가 강한데, 여기에 김씨가 나타난 거죠. 문제는 거기에 별 내용이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내용이 있는지 없는지는 간단히 판단할 수 있습니다. 김씨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박수를 치다가 돌아서서 생활로 돌아와 보세요. 그래서 진정 철학적인 문제와 깊이있게 마주쳐 보십시오. 그 문제가 해결됩니까? 대체로 김씨의 강의란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경구같은 이야기들을 학문적으로 어려운 말들로 치장해서 늘어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 본다면 언제나 새로운 것은 없어요. 수업시간에 도덕 선생님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내용 이상의 것이 없습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말도 안되는 궤변으로 이것저것들을 꿰어맞추는 언면이란 많은 사람들에게 철학에 대한 오해와 폐해를 일으키죠.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지 않는 사람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한 음식을 싸구려로 만들어서 먹이는 사람도 문제입니다.

<정리하자면>
김씨가 천박한 저널리즘으로 비판받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학문하는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오만함과 상스러운 욕설들), 둘째는 실제로 주장 속에 내용이 없다는 것.(이 부분은 저의 책 "태권도의 철학적 원리" 머릿말을 참조하세요.)

해모수 님이 김용옥에 대한 반감의 근원이 어디냐고 마지막에 물었다. 원래의 문제, 즉 한국철학의 정체성이나 필요성, 그래서 정립으로 이어지는 문제의 맥락에서 이것은 맥이 닿는다. 그래서 나는 "천박한 저널리즘"이란 말로 답했다. 논지에 맞게 표현하자면, 그는 인기위주의 행태만 있을 뿐 핵심적으로 그 자신의 이론에 가치있는 내용이 없다는 말이다. 두번째 요지는, 한술 밥에 배부를 수 없다고, 이론에 가치있는 내용이 없으면 학자로서 성실하게 학문을 탐구하는 노력이 있어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성실한 자세도 없다. 그러므로 김용옥을 학자로서 훌륭하지 못하다고 반대하는 것이다.

이에 동동주님이 반박하고 나섰다.

<동동주> Re: 김용옥씨에 대한 저의 생각 : 천박한 저널리즘:재미도 진리다.

김용옥의 태도를 주로 문제 삼으시는군요.
그가 진념 장관 앞에서 보인 태도를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긴 합니다.
벼슬 한자리 하고 싶어 몸살 난 학자처럼 보였습니다.

헌데 그는 재밌습니다.
차분하게 한다고 해서 철학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천재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괴짜연하지 천재라고 생각은 안 하죠.)
과대망상도 분명 사상에 들어갑니다.
그는 무협지처럼 재밌습니다.
무협지도 문학이지요. 아니라는 사람도 있지만요.
저널리즘도 '즘'이라는 돌림자를 씁니다.
물론 앞에 '천박한'이 붙긴 했지만요.
그가 쓰는 '구라'라는 말은 맘에 듭니다.

욕을 서로 주고 받지 그랬어요.
그런 식의 대화는 하고 싶지 않으셨겠지만 걸지게 한 판하시지 댄디처럼 조용히 참고 말으셨나요?
그가 그런다고 해서 때리지는 않잖아요? 물론 맞을 파깨비 님도 아니지만요.
그는 좀 만화방 냄새가 나긴 하지만 낭만적입니다.
파깨비 님은 정말 얌전하고 치밀해요. 고시실 냄샙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그도 동서양의 고전을 독파하고 육법전서를 왔다리갔다리 하듯 하면서 '자기 말'을 하고 있잖아요?
그가 육정을 알고 여자를 대한다면 파깨비 님은 첫사랑의 순수를 잊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여자는 그 둘을 다 기꺼워하죠. 그중 어느 하나 버리지 못합니다.
-파깨비 님은 잘 알고 계시잖아요.

그는 지구상에 편재해있는 고급 문서들을 대충 읽고 난 뒤 미적미적하지 않고 말하는 거죠. 좀 틀려도 상관없다는 거죠. 사실 좀 틀려도 상관없어요. 바늘 끝이 얼마나 뭉툭한지 들여다보면 볼수록 더 잘 드러납니다.
그러니 바늘이 뾰족하다, 뭉툭하다의 논의는 동어반복 같습니다.
문제는 그의 육두 수사입니다. 그게 참 어쩜 속시원한 면도 있어요.
말라 비틀어진 옛글을 읽어낸 다음 거기에 축축한 입김을 쏘여 다시 되뱉으니 정말 그가 하는 말은 '구라'가 맞습니다.
연예인이 강단의 근엄하신 철학자를 욕되게 하니 기분이 나쁠 법도 하지요. 하지만 철학자가 연예인도 될 수 있고 연예인도 철학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게 싫은 거죠. 섞이게 하지 말라는 말이죠. 애정이라는 말도 됩니다만.
어쨌거나 철학이 재밌어졌으니 철학이 관능적으로 변모한다면 김용옥 씨의 뒤통수를 한 번 칠 수 있겠습니다.
-쓰고 보니 정말 속되기 짝이 없습니다^^

동동주님이 마지막에 쓴 "쓰고 보니 정말 속되기 짝이 없습니다"라는 말은 스스로에게 불리한 선입견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내가 객관적으로 보고자 할 때, 동동주님의 주장은 논지에서 벗어나 있지는 않다. 나는 김용옥의 주장에 알맹이가 없으므로 훌륭한 학자가 아니라고 말했다. 재미도 진리라는 동동주님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해석하자면, 그의 말이 재미있는데, 재미있는 것도 진리이므로 그는 훌륭한 학자일 수 있다라는 것이다.

(왜 상대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하는가? 내가 이 동네의 관리자이기 때문에? 아니다. 서로 논쟁을 할 때는 상대의 입장을 최대한 유리하게 해 놓고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있음을 보이는 것이 올바른 전략이다. 막말로 하자면, 아무리 높이 뛰어도 벼룩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절차에 따라서, 일단 마지막에 "벼룩이다"를 보여주지는 못하더라도 상대의 입장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반박을 하려는 나에게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부정적으로 해석해서 반박했지만, 상대가 원래 말한 것은 그것이 아니어서 내 반박이 공염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 비유하자면, 상대가 도망갈 수 있는 최대한의 방향을 모두 생각하고(긍정적 해석)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망가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한 길로만 도망갈 수 없다고 의기양양하다가는 상대는 다른 길로 도망가게 된다.)

하여튼 이제 나는 이에 대해서 반박해야 한다. 어떻게 반박해야 하나? 가장 정면 대응, 즉 "진리는 재미가 아니다"이다.

<파깨비> 천박한 저널리즘:재미는 진리가 아니다.

너무 늦게 답변을 드립니다.
동동주님의 입장은 이해하겠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론을 하겠습니다.
먼저 예를 들어 봅시다. 우리 사회에는 갖은 불한당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IMF라고 모든 국민들이 허리띠 조라매는데 자기들 세비만 올리는 국회의원들, 혹은 비리청탁으로 뇌물받고 부실공사한 공무원들 등입니다.
이 사람들은 잘못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러면서도 그것도 하나의 인간이 사는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하나의 인간이 사는 모습이라고 인정하더라도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죠. 그래도 괜찮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재미도 진리다"라는 주장 속에 그러한 혼란이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진리는 올바른 것을 말해야 하는 것이고, 재미는 소설처럼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이라도, 그리고 다소 악당이 주인공이 되어서 악당이 이기더라도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진리는 그것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진리"라는 말에 틀어 넣으려고 한다면 "언어도단"이 됩니다. 언어도단이 되면, 가치관이 흔들려서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이 되겠죠. 이른바 "좋은 게 좋은거다"라고 해서 옳고 그름을 떠나서 편리한 대로 가버리고 문제는 커집니다. 또 우리들의 아이들은 화성 참사처럼 불에 타 죽고 인천 화재처럼 지하 술집에서 질식해 죽을 것입니다. 그 때 실망해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면서도 "재미도 진리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소 강변을 하고, 또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감정적으로 강하게 제시하기 위해서 극단적인 비유를 사용했지만, 동동주님이 그러한 불합리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오히려 동동주님이 재미도 진리다라고 말할 때 저를 포함한 우리가 일견 수용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헛점을 스스로 반성해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입니다.
저도 편할 때는 저 편한대로 한 통속으로 묶어서 생각하고 있는 점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김용옥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얼마나 근거가 있는 것인지 상관없이 단지 재미있고 현학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대단한 것으로 치켜 세우는 데에서도 그런 문제가 나타납니다. 삼풍 백화점을 만드는 부실 공사는 우리의 도덕성에서 생겨난 것이지만, 근거가 없는 현학적인 말만을 재미있다는 이유로 대단하게 생각하다가는 미래의 삼풍 백화점 참사가 이론적 부실에서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철학은 공리공론 같지요. 그래도 세계를 움직이는 일면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양에서 철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분명하게 있습니다. 재미를 위해서 떠든다면 공리공론에 머물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여기에는 저를 포함한 전공자들의 책임이 더 큽니다. 많은 사람들이 가진 철학적 지식에 대한 욕구를 무시하고 학구적이라는 미명 하에서 수입된 학문적 논의에만 매달려 있습니다. 그 틈새를 김용옥이 비집고 들어와 있는 것이죠. 그 때문에 그 사람의 이론은 외국에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입니다. 외국에서의 철학은 그 나라의 현실에서 생겨나서 다른 모든 학문과 관련되어서 굳건하게 서 있기 때문에 단지 현학적이고 재미있는 말투만으로 파고들 틈새는 만들어 두지 않았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제가 "재미는 진리가 아니다"라고 구분하는 필요성을 절실하게 부각시키기 위해서 동동주님을 논박하는 과정에서 극단적이고 감정적인 사례들을 들었지만, 이런 논의를 분명하게 하도록 반론을 제시해 주신 동동주님께는 오히려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동동주님이 용기있게 제시한 반론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철학을 중요시하게 생각하고 그 나름의 중요한 측면을 강조하면서 개선하려고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틀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 생각이 맞을 때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며 틀린다 하더라도 큰 피해는 없으리라고 기원하면서 시도하는 것입니다.

곰팡내나는 고시원은 세상을 바꾸지 못할지라도(그것은 사실 개인적 지위상승을 위한 노력이 많기 때문입니다.) 지하 연구실에서 생겨난 이론은 세상을 바꿉니다. 영웅 호걸들이 제국을 세웠지만 그것은 천년을 넘기지 못하고 쓰러졌습니다. 하지만 수천년 동안 발전한 인류의 문명은 영웅 호걸이 아닌 진리(혹은 이론)에 의해서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만일 재미로만 떠들었다면 이러한 변화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것이 좋건 나쁘건 간에.

이상입니다.

내 요지는 진리는 재미와 상관없다라는 것이다. 진리는 항상 재미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리고 왜 재미가 아닌 진리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덧붙였다. 진리를 담은 이론들이 세상을 움직이고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발전까지는 안가더라도 움직인 것은 확실하다. 그럼, 원래 논지에 맞춰보자. 한국철학 말이다. 한국철학 정립이 필요한 까닭은 그렇게 한국현실을 인도할 이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국 철학으로는 잘 안되니까 말이다. 그런 것을 '재미'만 가지고 될까? 내가 유리한 입장에서 내 주장만 여기서 더 하고 있는 것일까?

여러분은 어쨌든 논지를 생각하고 그 논지를 따라가기 바란다. 토론과 논쟁에서는 그것이 핵심이니까. 내 말빨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 힘쓰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다. 다만 옳은 말이면 수긍해야만 여러분이 뭔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동동주> Re: 진리는 왜 재미가 없는가? 또는 혼란을 주지 못 하는 주장은 진리를 표방할 수 없다

모든 것을 진리에 틀어넣고자 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그런 혐의를 받을 수 있음을 잘 알고는 있지만 파깨비님이 설정할 수 있는 그 모호하고 완성된 진리 근접꼴 역시 자기 입으로 자기 머리를 먹을 수 없다는 혼란에 도달할 때도 있을 겁니다. ‘부실공사를 방조한 공무원들이 나쁘다는 건 진리이다.’ 물론 논박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적고 올바른 이야기인 것 같긴 하지만 그냥 ‘나쁘다’로 말해도 충분합니다. 그런 맥락을 일부러 뒤집어 재미도 진리라고 말했다 해서 ‘그것도 죄가 되나요?’- ^^;

김용옥이 올 봄, 번개처럼 대중 앞으로 날아와 짱궤 옷을 입고 둥지를 튼 틈새가 바로 한국의 형이상학적 현실이고 그런 현실과 김용옥의 요설에 대해 파깨비님은 자책의 말도 하셨으나 제 말은 20권의 「금검지」라는 무협지를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죄와 벌」이나 「카라마조프의 형제」에도 뛰어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다가 하이데거나 화이트헤드에 고개를 기웃거릴 수도 있지요.

그가 외국에서 인정을 받았든 받지 못 했든(김용옥 자신에게 중요한 문제일 뿐이지 저 같은 사람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또 외국에서 인정받은 우리 나라 철학자가 있다면 그가 누군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그 덕분에 우리 나라 TV에서 동서양 고금의 철학자가 들먹여지는 일이 생기고 그런 학문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연구해야 하는지 그나마 계몽이 됐다면 비유의 형식으로 내뱉은 외설스런 ‘구라’에 아주머니들이 다소 높은 웃음 소리을 냈다고 하더라도 눈감아 줄 수 있었단 말입니다. 들자면 더 있겠습니다만 주책바가지로 말한다면 러셀이나 볼테르, 루소, 사르트르 등과 같은 왕주책바가지가 또 어디 있을까요.

의도했든 아니든 김용옥은 한국의 현실에 맞는 철학적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나라에서는 재미도 진리입니다. 남희석과 황신혜와 여균동과 박세리 등속이 떠드는 세상에서 삼류(?) 철학자가 홀로 다소 떠들었기로서니 오히려 가상하지요. 실제로 대중을 움직이는 그들은 또 어느 날 리처드 기어처럼 파푸아뉴기니의 어느 한 부족의 옹호자로 나타나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오르내리게 되는 광영까지 얻게 된다면 그때에도 벌떼처럼 일어나시렵니까?

우리가 재미도 진리라는 당대의 진리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수입된 철학이 우리 나라에도 있었고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네’ 라는 회고조차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모든 권력이 서비스로 이름을 바꾸기로 했으니 한 번 또 속아 보는 수밖엔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겐 재미가 진리이지 진리가 재미있을 수는 없습니다.

경애하는 파깨비님, 요령 없이 길게만 떠들었습니다.

내가 볼 때는 여기서 동동주님은 실수를 하고 있다. 논지는 제목에서도 일부 나타난다. 진리는 왜 재미가 없는가? 이것이 문제이다. 전체적인 글에서도 그래도 결국 김용옥이 재미를 준다는 점을 중심으로 옹호하고 있다. 앞부분에 일부 다른 논리가 나타나지만, 정곡을 찌르지는 못하고 있다고 본다. (이부분은 여러분 각자가 동동주님의 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해 보면서 판단하기 바란다.)

만약 이러한 나의 정리가 맞다면, 논점을 정확히 찌르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철학은 재미를 위해서 필요한가 진리를 위해서 필요한가? 재미있는 것들이 여러가지 있고, 재미없더라도 진리를 담은 철학이 다른 곳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재미로 진리가 없음을 보완할 수는 없다.

동동주님의 입장을 내가 "최대한 긍정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니라면 나는 헛다리 짚었을 수도 있다. 여러분들이 제3자로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동동주님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게 무엇인가? 사실 나도 그 점에서는 자신이 없다. -.-;

참고적으로, 한국 철학자 중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는 말을 가끔씩 하는데, 그건 내가 볼 때 너무 우리 비하적인 질문이다. 조선 시대로 가면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선생과 같은 사람이 세계적인 한국 철학자이다. 다산 정약용도 그렇다. 현대로 오면 김재권 선생 등 여러 사람이 있다. 단지 철학 전문 영역에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유명한 영화배우처럼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이 말을 하고 싶다. 한국 사람도 제대로 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람 얼마든지 있다.

<조용호> 제생각

저는 이제겨우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그래서 철학에 관심은 있지만 전문적인 지식은 아직까진 없습니다.앞으로 더열심히 공부를 해야 되겠지요........
파께비님과 동동주님과의 논쟁 잘보았습니다.저두 요새뜨고있는 김용옥선생님에대해 관심이 좀 있는 편입니다.그래서 저의 생각을 몇마디 적어 보겠습니다.
저희학교에는 철학선생님이 한분계십니다.그분은 서울대학교도 나오시고 책도쓰신 매우 똑똑하신분이십니다.하지만 전 그분의 수업방식에 매우 이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수업시간의 일부를 예를들어 보이겠습니다.
'홍길동 일어섯'
'네'
'자네는 공부할때 목표가 무었인가?'
'전 대통령이 되는것입니다.'
'넌 틀린대답을 했다.나는 분명히 목표가 무엇이라고 물었는데 너는 너의 목적을 예기했어.'
'...............'
거의 모든수업이 이러한 방식입니다.언어에대해서 매우 민감하십니다.그리고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시고는 '넌 이게틀렷어''이건 여기가 안맞아''논리에 어긋나잖아'등의 말들로 자신의 기준에 따라 옳고 그름을 판단합니다.

제가생각하건데 그것이 옳거나 그르다고 단정지을수 있다면 그건 철학이 아니라고 생각 합니다.단순한 자연과학이겠지요.
그런의미에서 누가 옳고그르다는 표현은 바람직하지 못한것같습니다.만약 절대적인 옳은과 그릇됨을 주장한다면 그것은 거짓일수 밖에 없습니다.진리라는것은 항상 변화하는 것이니까요......그러니까 김용옥님의 말투나 행동등에 너무신경쓰지 않으셧으면 합니다.그건 그사람의 스타일일 뿐이지 그가 지향하는 사상이 아니니까요.너무 사람의 언어라는 것에 얽메이지말고 그 언어를 통해 그가 말하려는 것의 실체만을 파악하면 되는것입니다.그건 옳을수도 있고 그릇된 것일수도 있지요.

조용호 님 등장. 동동주님의 입장을자신의 경험에 근거해서 지원하고 나섰다. 나는 숫적으로 불리한 상태. 그렇다고 내가 항복할까보냐...-_-;; --- ^^

조용호 님의 논지는 무엇인가? 고등학교 철학 수업이 어렵고 재미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좀 재미있는 철학이 필요하고 김용옥이 옳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 수학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수학이 너무 어렵고 재미없으면, 계산이 틀리더라도 재미있고 쉬운 수학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철학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논점은 진리의 문제에 있다. 수학도 진리를 표방하고 철학에도 진리가 있어야 한다면 둘 다 재미없고 힘들더라도 단지 재미있는 다른 내용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만약 나의 정리가 옳다면, 동동주님과 조용호님이 피할 수 있는 한가지 길은 이렇다. 철학은 수학과 다르다. 그러므로 철학은 수학보다 더 재미가 중요한 것이다. 뭐, 가능한 방향이긴 한데, 그렇게 된다면 철학은 학문적이고 객관적인 내용을 가지지 않는 것이 될 것이고, 결국 학문이 아닌, 개인마다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될 것이다.

김용옥의 말투나 행동에 신경을 쓰지 말라고 하는데, 왜 거기에 신경을 쓰는지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만약 그의 철학에 내용이 없다면, 대신에 앞으로 더 나은 내용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지금 당장의 내용없음에 대해서만 비판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는가? 학자로서의 성실한 학구열이 아닐까? 그런데 그것이 안보인다는 것이다. 그의 말과 행동에서. 그래서 비판이 된다. 이러한 논점을 지적하고 반박하였다면 조용호님의 주장이 설득력있는데, 단지 말과 행돋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이라면 논쟁으로서 힘이 있는 주장은 아니다.

<손이레> Re:저는

..음.. 저는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있는 새내기입니다.. 정확히는 수학을 전공하려고 하는데.. 제가 좀 성격이 안좋아서.. "단순한 자연과학"이란 말에 발끈해서 이 글을 다시 읽었는데.. 그게 초점은 아녔더군요.. 바보같은 이레..

철학이라는 거 공부한지도 얼마 안되고 해서 어설프더라도 제 생각을 간단하게 적어보렵니다..

철학이라는 것은 인간의 언어에 의해 규정되는 사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언어가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언어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느냐에 따라서 그 실체는 상당히 달라지지요. 언어가 사람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보여주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말이죠.

김용옥씨에 대해서는 그다지 정이 가는 사람이 아니라는 제 개인적인 감정도 있지만, 철학자라 하면, 단순한 다른 사람들의 텍스트를 주해하는 것에서 벗어나서, 자신만의 철학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이해 바탕이 있어야하는데, 제가 볼 때 김용옥씨는 그것들이 지식 이상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오만한 태도는 솔직히 별 문제가 되지 않죠. 학자라면 그정도의 자신감이라든가 하는 것이 있어야 겠지만, 문제는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번에 노자와 21세기 방송을 보다가 자기 책 서평을 혹평한 기자를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식으로 욕하는 것을 보면서.. 저게 학자가 할 비판인가 싶더군요.. 저도 제가 상당히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고.. 나름대로 그 값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남의 비판에 대해서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분석해보려고 하고, 맞다면 수용하고 그사람이 틀리다면 정중하게 답합니다..--+..이게 할 소린가..

하지만, 누가 인정하고 안하고의 문제는 중요한게 아닌듯합니다. 아인시타인이 우리에게는 상대성이론으로 알려져있지만, 정작 그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상대성이론과 함께 발표한 광양자이론이었습니다. 상대성 이론은 그가 살아있던 당시 어떤 물리학자도 인정하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은 비록 이론이기는 하나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물론 아인시타인의 원래 이론에 비해 상당한 수정이 가해지고 있지만 말이죠..--;)

결국.. 제 의견은.. 김용옥씨는 천박한 학자의 전형이라는 것입니다.

아차.. 조용호 님의 글에 대해 한마디만 추가하죠.. 옳고 그름이 계속 변화한다는 말씀은 마치 상대주의 처럼 들리는데, 어느 누가 진리인지 알 수 없으니까, 자신이 절대적인 진리라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물론 그것은 나름의 논리를 토대로 한 주장이어야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리구.. 조용호님은 문과 생이신거 같은데.. 자연과학을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런건 아니셨겠지만..) 자연과학이나 철학이나 범주와 그 방식이 다를 뿐, 결국 세계의 진리를 찾기 위한 학문입니다. 다만 철학은 그 질문에 초점이 맞춰져있고, 자연과학은 대답에 초점이 맞춰져있을 뿐이죠. (큰차이인가..--+) 그래서 그런지 자연과학과 철학은 서로 엄청난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플라톤과 같은 경우는 피타고라스 학파에 영향을 받았겠지만, 수학적 세계를 이데아로 생각한 것 같기도 하더군요.. 피타고라스 학파는 거의 "수"를 숭배하는 종교집단에 가까웠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근대철학의 시작인 데카르트는 고등학생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좌표평면을 만들어냈고, 그것은 철학에 기인한 물음에 의한 해답이었지요. 뉴턴의 법칙은 철학에 과학적 사고 바람을 몰고 온 바 있으며,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는 사회학, 경제학등은 물론이고 철학에 까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는 사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잡소리가 길었군요..

그럼 이만.. 총총..

드디어 나의 지원군 등장. 손이레 님이 앞에서 내가 해설한 것과 같은 말을 하였다.

여러분은 양편의 어느 입장이 반드시 맞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토론과 논쟁을 통해서 철학 훈련을 하고자 한다면 논점에 맞게 누가 더 잘 의견을 제시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의견을 잘 제시하는 것은 상대적이다. 그러므로 더 잘 제시하는 편으로 결론을 잠정적으로 넘어간다. 그것은 힘싸움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진리가 힘싸움의 문제는 아니다. 힘싸움의 문제는 진리가 아니라 자신이 알고 있는 진리의 부분을 잠정적으로 더 설득력있게 제시하는 정도에 있을 뿐이다. 혹은 진리를 인식하는 능력이 힘싸움의 문제이다. 능력=힘, 말이 되는가?

너무 나의 입장에만 유리하게 평가하는 것 같아서리...^^

<조민영> Re:저는

김용옥 과 관련되 한 대여섯개?의 글을 일고 저도 뭔가 르 남겨야겠다느 생각에
.
전 김용옥의 책은 청소년을 위한 철학 을 머리로 여자란무엇인가 금강경강해
노자와 21세기 최근에는 도올 논문집 그리고 김용옥의 형되는 김용준의 서문을읽어보았습니다. 저의 김용옥에 대한 느낌은 나쁘지 않고 약간은 좋습니다.
제생각은 용옥은 이런 담론 을 무시하고있다 라는 생각이듭니다.그러니까. 너희들은 떠들어라 나는 놀테니 이런생각이죠 .무슨말을 해야하는지는 모르겠습니 다 깨비님께서도 말하셨지만 하나의 대화이죠
그리고 조용호 님께서 말씀하신 그선생님도 전 약간은 멋있게 보이는걸 어찌할수없습니다. 목표와 목적 그누구도 따지지는 않지만 따져보아야 하는게 당연 한것 아니겠습니까.희생이라는 단어가있지요 전 김용옥과 희생이라는 단어를 연결 시켜보고싶습니다. 이만 입다뭄

조민영 님이 중재함. 약간의 감정적 대립으로 느껴질 만큼 첨예한 논쟁으로 이해된 듯 합니다. 조민영님의 개입은 논쟁에 새로운 근거가 제시되는 계기는 아닌 것 같구요, 개인적인 선호도의 표시 이상은 아닌 것 같은데요... 제가 보기에는. 논쟁에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논쟁에서 이런 언급도 있어야 논쟁이 편안하고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네요.

<파깨비> 위 글을 읽으니 기분이 좋군요.

손이레 님의 글을 읽으니 개인적으로 기분이 좋군요.
뭐랄까, 문제에 대해서 일단 저와 같은 입장(^^), 그리고 논리정연하고 해박한 지식, 그러면서도 현학적이지도 않구요...
손이레님같은 분이 여기에 자주 오셔서 논의에 참여해 주면 좋겠군요.
손이레님가 제가 의견이 달라서 논쟁을 해 볼만한 일은 안생길까요?
그런 일이 생기면 정말 재미있을텐데..하는 생각이 듭니다.
도움도 될테고.
수고하세요.

여기서 저도 감정 표현. 이런 걸 보면 제 견해와, 그래서 여기서의 평가도 좀 편향되었을 수 있겠다는 의혹이 들죠? 그런데도 왜 굳이 실었느냐? 그런 걸 조심하면서 여러분들 각자가 판단하시라구요.. ^^

<파깨비> 재미만이 중요한가?

동동주님의 주장에 대해서 반론을 펴 보겠습니다.
제 입장에서, 동동주님의 반박은 정확하게 논지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약간의 동문서답으로 비친다고 할까요?
하지만 동동주님의 주장은 2중적인 것으로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저의 (나름대로) 논리정연한 주장보다는 동동주님의 (다소) 문학적이고 감성적인 표현에 어떤 사람들은 더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저는 철학이 대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그런 점에서 동동주님이 많은 사람들과 더 잘 대화하고 있다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다소 자극적인 표현과 비유가 시작됩니다. 저도 대화를 해야하니까요.) 우리는 대중매체를 통해서 정치인들의 논쟁을 보면서 한심스러움을 많이 느낍니다. 그들이 다루는 문제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권리가 담긴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듣기 좋은 말로만 치장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 알아듣기 어렵더라도, 논리 정연하고 앞뒤가 맞는 설명과 논쟁을 원합니다.

이제 우리가 철학에서 다루는 문제도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 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겠죠?
많은 사람들이 철학을 공리공론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문학적 가치와 비슷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철학을 발전시킨 동서양 모두에서 철학은 수학이나 물리학의 저변에까지 뻗어있는, 그래서 하나의 문명과 문화를 움직이는 틀입니다. 그만큼 중요한 것입니다. 날림으로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단지 즐겁고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기만 하면 더 낫다는 것에는 철학의 결론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생각이 있고, 그것은 정치하는 사람들이 다루는 문제만큼 철학의 주장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철학을 취미로서 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이라도, 왜 살아야 하는지, 혹은 왜 아무렇게나 살명 안되고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는지 등의 철학적인 문제에 빠져서 고민한 사람이라면 단지 재미있는 말에만 이끌려 그것이 진리다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저의 주장이 동동주님에 대해서 명쾌한 반론이 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동동주님이 주장하는 방식, 그리고 그 저변에 있는 사고의 방식도 저와는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은 다소 애매하고 논리적으로 분명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그러한 방식의 다른 장점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필요한 경우에는 분명하게 자기 생각을 상대의 주장에 맞추어서 분명히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이해하건대는, 김용옥이 한국의 현실에 철학적 재미를 주고 있다는 동동주님의 주장에는, 기존의 철학도들이 자기 멋에만 취해서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이 실려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그런 점에서 김용옥을 다소 긍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시대에서 당장 필요한 요소들 중의 하나이다. 물론 그것이 전부라는 것도 아니고 전체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물만 먹고 살 수는 없지만 목마른 사람에게 당장 물이 중요하듯이, 대중적으로 관심을 끌 수 있는 그의 방식이 다른 자폐적인 철학자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동동주님의 주장이 아닌지요.

그렇다면 저의 생각과 근원적으로 다르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는 그런 것을 하면서도 좀더 건전하게, 그리고 온건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좀더 실제적인 이론적인 깊이를 가지고서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죠.

위의 조용호님의 주장은 그런 점에서 진지한 고교생의 반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교생이라고는 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천재는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여기서의 논의를 본 생각으로는, 웬만한 대학생 못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조용호님의 주장에 대해서 언급을 하면, 조용호님의 주장에 많은 동감을 합니다. 저도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혼자서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 아는 것처럼 어려운 말을 따분한 방식으로만 떠드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고교 교사라면, 직분상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그 교사는 분명히 직무 유기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라면, 많이 아는 것보다도 자기가 아는 것을 더 잘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양자가 서로 결합된 것이겠지만.

그러나, 그렇다고 김용옥 식의 막무가내를 옳다고 볼 수는 없죠.
그건 마치, 학생이 공부만 해서는 안되니까, 공부는 때려치고 운동만 하라는 식입니다. 정확하고 진지한 논의가 이해가 안되니까 이해가 잘 되는 농담이 더 가치있는 것...?

균형이 중요한데, 그것이 또한 어려운 것일 것입니다.
다 같이 노력해 보죠, 뭐.

끝에서의 "다 같이 노력해 보죠, 뭐", 이런 말은 내용없으면서 듣기만 그럴 듯한, 정치적인 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나머지 논지가 서로 정확한지는 여러분 각자가 챙겨 보시기를.

<조민영> Re: 김용옥씨에 대한 저의 생각 : 천박한 저널리즘

전 아직 모르기 때문에 할말은 없습니다. 그러나 김용옥 이쓴 책은 재미있습니다. 재미 가있다는 말입니다.
깨비 님께서는 용옥이 무시 당한다는 말을 하였는데 전 그정도 일줄은 몰랐습니다. 그 사례 같은것들을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대중에게 무시당하는건 중요하지않고 학계 에 무시당하는건 중요하단말입니까?
전 용옥의 팬도아니고 아무것도아닙니다. 단지 ..이런 글을 써봅니다.

조민영님의 조심스러운 태도는, 토론과 논쟁에서 적절한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잘 모르면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이 논쟁에서 유리한 입장을 유지하고, 상대의 실수를 이끌어낼 수 있다. "잘 모른다고 했잖아!"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유리하고 상대가 방심하기 때문에 또 유리하다. ^^ (토론과 논쟁을 게임으로 이해하고 즐기면서 공부한다는 입장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당.)

<파깨비> 대중의 인정과 학계의 인정.

제 생각에는,
대중에게 무시당하는 것과 학계에서 무시당하는 것은 똑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이렇게 말하면, 뭔가 끝도 없는 말을 하기 쉽지만.)
하지만 그 각각의 의미는 다르다고 봅니다.

대중적이지 않으면서 학계에서 인정받는 것을 생각해 봅시다. 자연과학같은 경우에 그 예는 많죠. 그런 이론은 어렵더라도 이해하고 배워볼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철학은 자연과학과 다르기 때문에 인간의 인식(혹은 정신)에 더 가까이 있고, 그런 면에서 일부 학자들에게만 의미있는 것은 의미가 적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철학도 그 성격에 따라서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논리학같은 경우는 대중과 상관없이 가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수학과 비슷해요. 한편 윤리학같은 경우는 대중과 괴리되면 가치가 많이 떨어질 것입니다.)

학계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은 이런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여러분이 누구로부터 어떤 것을 배웠든 그것이 여러분 삶에 의미있는 것이라면 여러분은 그 선생님들을 존경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이해하지 못하던 것을 가르쳐 준 분이고, 그래서 여러분이 이해하지 못한 것을 이해하고 있을 수 있는 분들이죠. 학계에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그 선생님들의 선생님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학식을 인정하고 같이 논의하는 사람들이죠. 그리고 대중들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학계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은, 그것이 어렵더라도 실제로 진리를 포함하고 있거나 적어도 제기능을 할 수 있는 이론적 지식들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이론이란 그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기 쉽고 재미는 있을지 모르나 그 이론을 따라서 생활하면 문제가 생기는 이론, 그래서 재미로 끝나야지 이론적인 가치를 부여하면 안되는 이론이 되는 거죠.

김용옥이 학계에서 무시당한다는 것의 증거는 단순합니다.
학술 논문에서 김용옥에 대한 비판이나 찬성은 없습니다. 그냥 남의 이야기예요. 훌륭한 학자, 유명한 학자일수록 비판이나 찬성이 많습니다. 찬성보다 비판만 많은 학자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는 인정받는 학자입니다. 그렇게 힘들여 비판할 필요가 있을만큼 설득력있는 주장을 한 것이죠.
어린아이들이 한 말들은 논문에서 비판도 찬성도 받지 못합니다. 언급할 가치가 없는 것이니까요.
제가 본 논문들 중에서 김용옥의 책이나 논문이 인용된 것은 태권도에 관한 체육 논문들 일부 뿐입니다.

이렇게 비판을 하지만 저도 대중적인 글을 써 보고 싶긴 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대중적인 인정과 학계의 인정이 다 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실패를 해서 김용옥보다도 못해 대중들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진지하게 생각하고 비판함으로써 앞으로의 방향을 정하는 것은 의미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동주> 참고하시라 올립니다만. 죽은 동양학을 살리면 효자 노릇 할까요?

아이를 많이 낳아 잘 기르자는 운동이 더 현실적이라 생각합니다. 사상 때문에 참으로 불행해하거나 괴로워하는 인간은 별로 없습니다.
최인훈의 '광장'에 나오는 인물들을 지금 생각해 보면 기괴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 남자와 그런 여자들이 정말 이 세상에 있는 사람들일까요? 힘 잔뜩 들어간 엉터리 청년 신성일, 가녀린 엄앵란 주연의 '맨발의 청춘'이 훨씬 실감납니다. 책상물림이 만들어낸 이야기의 전형입니다. 작가는 필시 창백한 인텔리 고자가 틀림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속에 그 난리를 뚫고 살아나온 실재의 인간은 없습니다.
정부와 시장과 시민은 출산 장려와 교육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김새는 속내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돼지도 배가 부르면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동동주

신동아/2000년 3월호

김용옥!
老子 말하면서 버터냄새 풍기지 말라

박현(朴賢)씨는 인문학 베스트셀러인 ‘나를 다시 하는 동양학’의 저자로, 동양학 연구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씨는 87년 고려대 사학과 대학원에서 한국사를 전공한 후 현재 한국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고 우리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한배달(사단법인) 학술위원, 전통수행연구회(천통회)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99년 10월에는 교육방송(EBS)에 출연, ‘선인의 숨결’이라는 프로그램으로 2개월에 걸쳐 강연해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오는 3월6일부터는 불교TV에서 ‘21세기 동양학(가칭)’이라는 주제로 6개월간 강연(30회)할 예정이다. 일반인들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전통수행연구회 강의실(서울 종로구 와룡동 동원빌딩)에서 박현씨의 공개 강연을 들을 수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한학·수행학에 입문, 30년 동안 이론과 수행을 겸비해 온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고대지성사 산책’ ‘우리 사상의 고향을 찾아서’ 등이 있다.
박현 한국학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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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동양학인가?

근 래 들어 교육방송이 내보내고 있는 ‘동양학 강좌-노자와 21세기’는 그 강좌를 맡은 철학자 김용옥씨의 탁월한 대중적 강의와 폭넓은 지식 및 우리 사회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최근의 문화적 흐름과 맞물려 보기 드문 인기를 얻고 있다. 서양학 일변도의 학문적 독점성과 문화적 편향성을 경고하는 한편, 학문과 문화의 영역에서부터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는 데서 이런 강의는 크게 환영할 일이다.

물론 동양학을 다시 학문적으로 탐구하고 문화적으로 새롭게 이해하려는 노력은 꽤 오래된 시도 가운데 하나다. 또 그런 시도가 결코 획일적인 관점에서 진행된 것도 아니다. 어떤 이는 복고적인 문화 보수의 관점에서 동양학을 이해하려 했으며, 어떤 이는 서양문화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동양학을 살피려 했다.

동양학에 접근하는 탐구자의 견해에 따라서, 또 탐구해온 동양학의 주된 영역에 따라서, 탐구자들마다 동양학을 다르게 이해하기도 했던 것이다. 수행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동양학에다 어느 정도 신비한 무지개를 얹어 놓으려 했으며, 지식을 통해 동양학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은 거기에다 논리적 역설과 문화적 개방성의 깃발을 꽂으려 했다. 이처럼 동양학에 접근하는 관점과 동양학의 정체성에 대한 견해들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바로 이런 상황에 도올 김용옥(金容沃)이라는 탁월한 지적 능력을 가진 철학자가 대중매체를 통해 스타로 등장함으로써, 이제 동양학은 상당한 대중적 기반을 가진 문화적 영역으로 발돋움했고, 마침내 여론 선도층의 중요한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됐다. 그런 점에서 그의 동양학 강좌는 나름대로 우리 사회의 대중문화에 한 획을 그은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사건이 가지는 긍정적인 면은 결코 쉽게 부정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의 역할을 칭찬하고 그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마무리될 수 없다. 이것은 수많은 오락성 프로그램과 달리 우리의 미래 설계와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김용옥씨 스스로 자주 언급하는 것처럼, 이제 동양학으로부터 우리 사회와 인류가 직면한 문제의 대답을 찾으려 하는 경향이 하나의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건은 오히려 하나의 새로운 출발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부터 다시 시작할 것인가? 그것은 바로 동양학과 관련된 중요한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대답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인 바, 그 대답이야말로 동양학의 현실적 위치를 설정하는 바탕이 될 것이다.

“동양학, 동양학 하는데, 동양학이란 대체 무엇인가? 또 동양학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것이 그 첫번째 질문이며 아울러 이 질문이야말로 동양학과 관련된 마지막 질문이 되기도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질문에 대한 진지한 대답이 준비되지 못한다면, 동양학이라는 영역은 또 다른 문화적 음모에 이용되거나,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물론 그것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고 말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늘날 인류는 우리의 현대를 넘어 새로운 현대를 이끌어내어야 할 문화적 탐색·결정기에 살고 있는 바, 과거의 문화와 사상들은 미래를 설계하는 새로운 가능성의 근거로서 충분히 검토돼야 할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현실적인 실험을 거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랜 전통을 가진 동양의 문화와 사상이 그런 실험대에 오르지도 못하고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고 만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동양학으로 통칭되는 동양의 오래된 문화와 사상이 우리 시대에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 하는 점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않을까?

그런데 조금이라도 거기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면, 우리는 매우 심각한 문제를 만나게 된다. 우리가 만나는 동양학, 특히 대중적 기반을 다진 김용옥 씨의 동양학을 이야기할 때, ‘동양학이 과연 그런 것인가’ 하는 질문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대중적 기반을 갖추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오랫동안 한국문화와 동양문화의 인류사적 가능성을 찾아왔던 지식인들은 특히 그런 질문을 심각하게 제기한다. 물론 그들의 의문은 아직 구체적이지도 못하고, 어떤 측면에선 성급한 감각에 머물고 있지만, 그들은 곧잘 이렇게 말한다.

“김용옥씨가 지은 책을 읽거나 그가 강의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그가 마치 새로운 형식의 정복자처럼 느껴진다. 자주 거론되는 그의 강의 습관이나 분방한 행위 때문은 결코 아니다.”

사실 필자는 김용옥 씨에 대해 어떤 선입견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도 행여 선입견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그가 나름대로 방대한 지적 기반을 가지고 있고, 권위와 인습에 젖은 많은 학자들과 달리 매우 솔직하며, 아울러 지식인다운 문제 의식에 상당히 투철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필자는 근본적이고 중요한 문제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리고 어쩌면 답답하다고 여길지도 모를 독자들을 위해, 결론부터 밝히려고 한다.

“김용옥 씨의 ‘동양학’은 그가 알든 모르든 깊은 수렁과도 같은 음모의 하나이며, 거기에 동조하여 그에게 박수만 치게 될 경우, 우리 사회와 진정한 동양학은 그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게 될 것이다.”

유럽문화의 아전 지식인들

오 늘날 우리 사회의 학문적 경향은 누가 뭐라고 해도 유럽문화에 바탕을 둔 서양학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주류 지식인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서양 문화와 서양사상의 충실한 아전에 지나지 않다. 이것은 결코 시비를 유발하려는 감정적 표현이 아니며, 우리의 문화적 미래를 위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려는 뼈아픈 자기 고백일 따름이다.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문화와 역사’를 지은 스위스의 역사학자 부르크하르트(J. Burckhardt)는 유럽의 문화가 기독교적 전통과 그리스·로마적 전통 및 게르만적 전통의 합일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요컨대 유럽문화는 기독교의 세계주의와 그리스·로마의 합리주의 및 게르만의 적극적 정복정신의 합일체라는 주장이다.

그럴 듯한 이 표현이 유럽문화를 얼마나 정확하게 설명한 것인지에 관심을 두지는 않겠다. 그러나 중세의 완성 또는 근세의 시작이라고 부르는 르네상스를 통해 이와 같은 문화적 전통이 유럽문화의 바탕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는 데는 그다지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름하여 ‘유럽시대’이며, 또한 서양의 근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시대는 서양 근세철학의 요람이 되었으며, 서양 근세철학은 산업혁명과 근대과학의 모태가 되었고, 나아가 그것은 자본주의의 젖줄이 되었다.

그런데 산업혁명과 근대과학이 가파른 오르막길을 치달리면서 자본주의라는 이름을 걸고 세계를 무대로 하는 무정부적인 대량생산체계를 갖추게 되자, 유럽시대는 마침내 해체되고 세계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근세가 현대로, 곧 우리의 세계시대로 바뀌게 된 것이다. ‘유럽시대의 종언’이니 하는 것들은 바로 그런 시대적 전환을 절실하게 표현한 말이라 하겠다.

경제적으로 세계시장이 구축되자, 정치·군사적으로도 세계시대가 열렸다. 그렇지만 유럽시대는 스스로의 낡은 목숨을 결코 쉽게 놓지 않았다. 유럽시대는 그 무대를 유럽에서 전세계로 넓혔을 뿐이며, 그 문화는 그대로 세계시대의 독점적 주류 문화로 남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세계의 다른 여러 문화를 조화롭게 받아들이는 진정한 세계시대를 연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로 대변되는 폭력적 팽창을 통해 유럽문화의 무대를 세계로 바꾸었을 따름이다. 물론 유럽문화의 변질 계승자인 미국이 세계시대의 새로운 중심 세력이 되었다지만, 문화적 본질이란 측면에서는 그다지 바뀐 것이 없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들의 현대다. 요컨대 우리들의 현대는 진정한 의미의 세계문화가 없는 유럽문화의 세계화시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들의 현대는 과거의 다른 모든 현대와 마찬가지로, 그 내부의 불완전함으로 말미암아 스스로를 부정해야 할 운명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바로 그런 자기 부정이 빠르게 진행되며 다음 현대를 지향한 설계도 그리기가 한창 진행되는 시기다. 그렇지만 그 어떤 설계도에도 불구하고 자기 부정을 통해 나아갈 다음 현대의 방향은 세계시대에 어울리는 세계문화를 세우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들의 현대는 제국주의적 폭력과 유럽문화의 독단적 지배를 전제로 문을 열었다. 산업혁명과 근대과학 및 근대철학에 근거를 둔 그들의 폭력성은 정치·경제·군사적 영역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들은 놀랍도록 빠르게 자신들의 문화가 이루어낸 모든 영역을 우리 시대의 독점적 주류 문화로, 나아가 인류 보편의 문화로 만들어갔다. 먼저 자본주의의 위력을 앞세워 근대과학을 인류 보편의 과학으로 자리잡게 했으며, 근대과학의 위력을 내세워 그들의 철학과 모든 문화를 세계의 주류 문화로 발돋움하게 했는데, 그 과정은 과거의 모든 시대와 마찬가지로 거의 세뇌나 다름없었다. 문화적 세뇌현상과 사상적 자기 속박이 없다면 독특한 하나의 시대로 불릴 수도 없을 것이기에, 이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유럽문화에 세뇌된 비(非)유럽권 사회에서, 먼저 세뇌된 것은 대중들이 아니라 이른바 소수의 신(新)지식인들이었다. 직접 또는 간접으로 유럽문화를 받아들인 그들은 전통 문화를 이끌어오던 주류 지식인들을 낡은 부류로 몰아내면서, 유럽문화와 자본주의의 위력을 등에 업고 새로운 주류 지식인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그들은 유럽문화가 이끌어낸 현실적인 위력에 굴복하거나 거기에 매혹을 느끼는 정도를 넘어 그들의 문화야말로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문화라고 믿었다. 비유럽권 사회의 경우, 새로운 사상적 접붙이기와 문화적 피갈이는 바로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한국 사회의 경우, 19세기말의 개화파 지식인들이 그 전형이라 할 것인 바, 이토록 놀라운 일이 일어난 지 단 몇십 년만에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지적 후예들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난공불락의 문화적 권위를 누리고 있다. 필자는 바로 그들을 일러 서양문화의 아전이라 부르는 것이다.

바로 그들에 의해 우리 사회를 비롯한 비유럽권 사회의 전통적 사상과 문화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시대의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정치·경제·교육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조차 자신들의 문화와 사상은 역사적 과거로만 간단하게 언급할 뿐, 모든 줄거리는 이미 생명의 빛을 잃은 채 유럽권의 그것들로 대체했던 것이다. 그나마 유럽문화의 다양성을 자랑하듯 이런저런 유행사조를 발빠르게 내놓으면서 말이다.

이런 흐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유럽을 문화적 모국으로 여기는 지식인들의 몰주체적 행렬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들에 의한 문화적 식민통치는 현실적 위력을 잃지 않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의 탐구조차 바로 그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동도서기(東道西器)인가, 서도동기인가

오 늘날 동양학에 초점을 맞춘 여러 가지 강좌가 개설되고 거기에 대중이 몰리는 현상은 이런 피갈이가 가져온 현실적 상황이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다. 물론 처음에는 유럽문화의 전통 속에서 현실 상황의 문제들을 풀어보려고 노력했으며, 아직도 그런 노력은 지성사적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어쨌든 이제 서양 문화는 자신들이 짓누르고 폐기하려 했던 낡은 문화에서조차 그런 가능성을 찾지 않을 수 없는 위기에 다다른 것이다. 아울러 이것은 현실적으로 우리 시대가 풀어야 할 문제가 시간을 다툴 만큼 촉박하다는 뜻도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에서 또 하나의 음모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유럽문화가 짓눌렀던 모든 비유럽 지역들과 그 민족들의 문화가 주체적으로 참여하여 진정한 문화융합을 이루는 세계시대, 곧 진정한 세계시대를 구성하는 주체와 관련된 것이다.

유럽시대의 종언을 맞이한 유럽문화는 그 외연을 세계로 늘리는 과정에 비유럽권 사회의 전통 문화를 짓누르고 폐기하려는 데 그치지 않았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유럽문화를 지키려는 세력들은 제국주의적 폭력을 통해 비유럽권 지역의 문화적 주체들을 억누르기도 했지만, 나아가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 세계무대의 주체로 나서지 못하게 하는 교묘한 지적 장치도 장만했던 것이다.

제국주의적 폭력성이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오늘날, 그 장치는 매우 위력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어쩌면 유럽문화의 입장에서 이것이야말로 더 큰 역할을 맡고 있다.

예를 들어 ‘국수주의’라는 냉소적 표현에도 그런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우리는 흔히 국수주의를 세계시대를 외면하는 낡은 세력의 케케묵은 주장쯤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그것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세계시대에서 그 주체를 개인으로 한정하려는 유럽문화의 생리적 음모일 수 있다. 사실 유럽문화는 그 외연을 세계로 넓히는 과정에 비유럽권 문화만 짓누른 것이 아니라, 비유럽적 문화를 키워온 민족과 국가들까지 짓눌러 그들로 하여금 세계화의 주역이 될 수 없도록 무장해제를 시켰다. 그들이야말로 서양 중심의 일방적 세계화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치·경제적 폭력을 통해 그들 민족과 국가를 짓눌렀던 제국주의가 위력을 잃은 다음에는, 유럽문화에 길든 신 주류들을 앞장세워 서양 문화에 바탕을 둔 허울뿐인 민족국가를 세움으로써, 비유럽권의 민족국가가 더 이상 서양 중심의 세계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는 것, 우리 시대의 민족문제가 가진 본질은 바로 거기에 있으며, 그런 측면에서 이것은 세계무대의 주된 관심사에서 밀려났을 뿐,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문제다.

이처럼 비유럽권 사회의 전통적 공동체들을 해체하여 세계시대의 주체가 되지 못하게 하고 그 대신 전통문화로부터 해체된 개인을 그 주체로 등장시킬 때, 유럽문화는 여전히 주류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경우, 지역 자치는 외형적인 정치적 입장 때문에 근래에야 실시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전통문화가 무장 해제된 다음에 실시되었는데, 이 또한 그런 사정 때문이다. 또 그런 사정으로 말미암아 가족중심 민주주의는 개체중심 민주주의에 의해 그 실현 가능성마저 타진되지 못하고 말았다.

자동차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만약 인간이 앞으로 걷거나 뒤로 걷는 것을 비슷한 비율로 하는 동물이라면, 인간이 생산하는 자동차도 아마 전진 기어와 후진 기어의 비율을 그대로 채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전진 이동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그 생산물인 자동차도 결국 전진 기어 중심의 운동체가 되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이용하는 인터넷체계도 오늘날의 우리 시대를 그대로 반영하듯, 개인 중심의 세계화를 그대로 닮았다. 인터넷에는 누구든 개인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거기에서 이미 비유럽적 공동체와 비유럽적 도구는 해체되어 있다.

오늘날 개인이 자신의 잘난 측면을 자랑하고 내세우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 공동체나 국가의 잘난 측면을 자랑하는 것은 편협하고 낡은 국수주의로 간주하는 현상, 여기에는 이처럼 알게 모르게 유럽문화의 권력집착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다가올 새로운 세계시대를 맞는 우리들의 서글픈 이중성이다.

김용옥씨는 과연 동양학자인가

동 양학으로부터 대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경우, 이중성이 아주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그것은 바로 ‘동도서기’의 동양학이 아니라 ‘서도동기’의 동양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서양학, 곧 유럽사상의 눈으로 동양의 문화를 살펴보는 경향성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동양학의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그 경향성은 동양을 탐구하는 서양학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외형적으로도 그런 측면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서도동기의 입장에서 동양학을 탐구하는 사람들의 경우, 그들이 알고 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동양문화의 공동체적 전통을 주로 담고 있는 문화적·사상적 분야보다는 개인적 전통을 주로 담고 있는 문화적·사상적 분야에 관심을 기울인다. 예를 들어 그들은 유가사상이나 우리 기마종족의 전통사상보다는 도가사상이나 불교에 관심을 기울였는데, 그것은 도가사상이나 불교가 개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설령 유가사상이나 기마종족의 전통을 다루는 경우에도, ‘오래된 미래’라는 글에서처럼 공동체의 전통보다는 자연친화적인 인간문화에나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드러냈다. 그들은 무엇이 동양문화를 이끌어온 주류 사상이며, 전통적인 동양사회는 어떠했는지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들 문화의 문제점을 풀어줄 이런저런 동양사상일 따름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하다.

지적 능력이 뛰어난 김용옥 씨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한두 가지 근거에서 그런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먼저 그가 주로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가 그것을 잘 말해준다. 무관심의 소산인지 무지의 소산인지, 그는 동양사회를 이끌어왔으며 동양문화의 중요한 축이기도 했던 기마종족의 전통사상과 문화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유가사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그가 도가철학을 전공한 철학자여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그가 쓴 책이나 강의에서 동양학의 공동체적 문화에 대해 언급한 경우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실제로 그가 노자 연구자를 자처한다면, 이런 문제까지 제기하지는 않아도 된다. 그러나 그가 자신의 생각이 동양학 전체를 꿰뚫고 있는 정수인 양 말하는 한, 이런 문제를 피할 수는 없다.

어쨌든 그는 끊임없이 개인을 문화의 주체로 놓고 동양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설파한다. 뿐만 아니라 동양학은 그에게서 ‘우리의 것’이 아니라 다만 배워야만 하고 배울 만한 그 무엇일 따름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잠시 뒷면으로 넘겨두자.

그는 ‘노자철학 이것이다’에서 동양학의 특징을 세 가지라고 하면서, 첫째로 하늘과 사람의 화해, 둘째로 존재와 가치의 화해, 셋째로 현상과 본체의 화해를 들었다. 그러나 동양학이라는 영역을 탐구하는 데서 빠뜨릴 수 없는 핵심적인 교재 가운데 하나인 ‘대학(大學)’만 보더라도 개체와 집합체의 하나됨이라는 동양학의 또 다른 특징을 말해야 한다.

‘몸가짐을 다시 함(修身)’ ‘집안을 가지런히 함(齊家)’ ‘나라를 바르게 함(治國)’ ‘누리를 고르게 함(平天下)’이라는 대목과 그 대목의 동시성은 바로 사람의 몸(身)으로부터 가정과 국가 및 천하에까지 이르는 집합체가 하나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인데, 그는 이런 하나됨에 주목하지 않고 그 대목의 내용성만 이야기한다. 이처럼 개체와 집합체의 하나됨이라는 놓을 수 없는 이 중요한 특징은, 그의 철학에서 내면과 외면의 화해 또는 현상과 본체의 화해라는 틀 속에서 모호하게 설명되고 있을 따름이다. 사실 이 하나됨의 입장이야말로 동양의 공동체사회를 이끌어온 역사적 특징인데도, 그는 이 역사적 현상을 철학화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동양의 우화로부터 이야기를 끌어와도 좋다면, 그렇게 해보자. 동양의학의 사회적 상식으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도 된다면, 또 그렇게 해보자. 태산의 쇠가 다치니 그 쇠로 만든 종이 울음소리를 낸다는데, 그것을 일러 ‘같은 기운으로 맺어졌기 때문(同氣連繫)’이라 했다. 바로 개체와 집합체의 하나됨을 말한다. 멀리 있는 아들이 아프니 그 아비가 몸져눕기도 하는데, 이 또한 ‘동기연계’로 설명되는 개체와 집합체의 하나됨을 말한다.

그러나 그는 세 가지로만 동양학을 특징지은 다음, 거기에 덧붙이는 글에서, 이것은 자신의 확신이라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세속적 현실을 철학화해야 한다’는 그의 평소 주장은 마침내 서양 중심 세계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과 그 시대의 연장에 필요한 현실적 요구만 철학화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물론 그의 관점이 이렇게 단순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얼마 전 교육방송의 동양학 강좌에서 그는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날 그는 우리 민족의 저력에 대해서도 한바탕 웅변을 토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그 웅변에서도 서양 중심의 세계 시대라는 현실을 철학화해버린 그의 관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용옥 씨는 우리 민족이 위대한 문화적 저력을 가지고 있는 바, 유럽이 250년이나 걸린 시민민주주의를 단 50년만에 이루어낸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또 근래 금융위기 돌파 능력에서도 그런 저력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자 다시 박수가 터졌는데, 박수에 얹힌 그의 말없는 주장은 무엇이었을까?

“서양 중심의 세계 무대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거기에 적극 참여하자, 문화적 저력이 있는 우리가 곧 그 무대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동양학의 위력적인 요소를 서양 중심의 세계 무대를 개선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는 관점이 아니고 무엇인가? 물론 그는 그런 동양학적 요소가 세계를 바꿀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동양학적 요소는 동양학적 무대를 통해서만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현실을 간과하지는 않았을까? 객체와 주체는 늘 상대적인 것이며, 현실에서 그 하나됨의 과정과 성격은 결국 힘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

서양 중심의 세계무대는 이미 거대한 힘을 가진 객체로 존재하는데, 그 무대를 전제로 동양학적 요소를 갖춘 개인이라는 주체들이 등장한다고 해서 그 객체를 바꿀 수는 없다.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필요한 세속만 철학화하고 불필요한 세속은 무시해버리는 철학적 음모거나, 현실성을 갖추지 못한 지적 유희일 뿐이다.

어쨌든 그는 분명 서양 중심의 세계 무대, 또는 개체 중심의 세계 무대라는 현실을 전제로 동양 문화의 저력을 받아들여 그 무대의 구성 요소들을 개혁하려는 철학적 경향성을 드러내고 있다. 요컨대 그는 주체적인 동양학자가 아니라 동양을 탐구하는 서양학자지만, 동양적 요소로부터 가능성을 찾는다는 면에서 서양학의 속류 아전과는 격을 달리하는 셈이다.

동양학을 탐구하는 그의 이론적 바탕과 방법론도 철저하게 서양학의 산물이다. 아니 동양학에 대한 생각과 그의 애정이 또한 그것을 말해준다. 그는 서양학의 눈으로 동양을 바라보고 있다. 어쩌면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의 서문에서 스스로 밝혔던 것처럼, 그는 한국이라는 나라를 모국이 아니라 또 다른 외국으로 생각하면서 치열하게 탐구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그에게 있어서 동양학은 스스로를 포함한 우리의 것이 아니라 반드시 배워야 하고 또 그럴 까닭이 있는 사상적 탐구의 대상일 따름이며, 그 탐구의 바탕이 되는 관점은 서양 문화가 이루어낸 서양학이다.

그렇지만 그는 동양학을 연구하는 매우 훌륭한 동양 출신 서양학자임에 틀림없다. 그것이야말로 그의 지적 이중성임과 아울러, 동양인의 박수를 받을 수 있는 매력이기도 하다. 또한 그의 동양학에 담긴 본질을 덮어주는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노자철학 이것이다’의 이끄는 글에서 그는 이런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제자를 이야기하면서 그가 묘사한 어떤 제자와의 사제관계에는 유가사상에도 없는 ‘전통유가적’ 명분, 노장사상에도 없는 ‘노장적’ 무책임과 독선, 불교사상에도 없는 ‘불교적’ 반성이 있는가 하면, 서양문화에서 찾을 수 있는 공존과 타협이 뒤섞여 있다.

또 복직과 관련된 이야기에서는 이런 요소들이 뒤집혀 이용되기도 한다. 요컨대 그가 스승일 때 생각하는 것과 제자일 때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말이다. 그리고 복직 자체는 사제관계에서 보여준 노장적 견해와 달리 명분론에 따르고 있다. 마치 부모에게 받을 땐 동양식이고 되갚을 땐 서양식인 이중성의 현실이 나름대로 투철하다는 동양철학자의 삶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한복이 한편으론 슬퍼보인다.

서양 중심 세계시대에 대한 혁명론

진 정한 동양학은 동양을 탐구 대상으로 삼는 학문이 아니다. 그것은 동양 문화의 관점에서 인간과 세계, 우주를 탐구하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서양 역사를 연구하더라도 그 관점에 따라 동양학이 될 수 있는 반면, 아무리 동양의 문화와 사상을 연구하더라도 서양학이 될 수 있다.

그러면 무엇이 진정한 주체적 동양학이며, 그런 주체적 동양학과 김용옥 씨의 객체적 동양학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리고 그것이 빚어내는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는 어떻게 다를까? 김용옥 씨의 사상적 바탕이 서양학이요, 객체적 동양학이라고 매도(!)했으니, 이제 필자에게는 이에 대답할 의무가 있다.

객체적 동양학은 동양 문화와 동양 사상의 연구를 통해 서양학의 영역을 크게 넓힐 것이다. 그것은 서양 중심의 세계 질서가 드러내는 사상적 독단성을 상대적으로나마 개방성으로 전환시킬 것이고, 그 무대의 문화적 편협성을 크게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다. 실제로 김용옥 씨의 학문은 이미 그런 구실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서도동기(西道東器)의 동양학은 이를 연구 대상으로 살펴볼 따름이기에, 그런 입장에서는 서양학의 재생산이 진행될 뿐, 동양학 자체는 재생산되지 않는다. 물론 언젠가는 같은 꼭지점에서 만날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 이루어지는 많은 비주류 사람들의 삶은 주류의 그것과 견주어 주체성이라는 면에서, 또 삶의 고통이라는 면에서 크게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그것을 무시한다면 세속을 철학화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주체적인 동양학은 스스로를 재창조하는 학문이어야 한다. 그런데 김용옥 씨가 제시한 동양학의 3대 특질은 결코 동양학을 재창조하는 동양학 고유의 동력이 아니다.

“동양학은 어떻게 스스로를 재창조해왔던가?”

이것이야말로 동양학을 규정하는 본질이다. 그런데 그의 저서와 강의에서 우리는 동양학의 자기 재창조와 관련된 어떠한 언급도 찾을 길이 없다. 거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가 그토록 사랑하며 인생을 걸고 연구한 동양학이 이미 그에게서는 죽어버린 학문이라는 점이다. 그가 부정한다고 해서 그것이 살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에게서 동양학이 살아 있다면, 그것은 사실상 동양문화를 접붙이기한 서양학을 가리킬 따름이다. 그는 동양학을 해부 대상으로 올려놓고 서양학적 철학방법론에 따라 여러 가지 이론적 조작을 진행하면서 그의 철학인 ‘몸철학’(또는 기철학)을 내놓았던 바, 그것이야말로 그가 말하는 살아 있는 동양학이지만 사실상 그것은 서양학의 한 갈래일 따름이다.

거기에는 동양학 특유의 방법론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운동체가 그러하듯, 서양학에는 서양학을 재창조하는 동력이 있고, 동양학에는 동양학을 재창조하는 독특한 동력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김용옥 씨의 몸철학에는 동양학 다운 자기 재창조의 동력과 방법론이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는 다만 동양학적 요소로 풍부해진 서양학적인 자기 재창조의 방법론만 확인될 따름이다.

그러므로 객체적 동양학과 주체적 동양학이 내놓을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객체적 동양학은 결국 서양 중심의 세계 무대를 인정하면서 그것을 질적으로 개선하고 양적으로 풍부하게 함으로써,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보완적인 대안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기 문화를 나름대로 재창조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주체적 동양학은 자기 자리에서 세계 무대의 질서를 다시 구축하는 새로운 세계관과 새로운 삶의 방식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객체적 동양학과 주체적 동양학은 현실적인 세계 무대를 놓고 개혁과 혁명을 다투는 문화적 축으로 등장하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그런 배경에는 지금까지 진행된 서양 중심의 세계 질서가 인류의 삶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로 놓여 있다.

동양학은 자신을 어떻게 재창조하는가

그 렇다면 주체적 동양학은 어떤 혁명을 불러 일으킬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 이제 동양학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차례다. 흔히 동양학이라 하면, 유학이나 도가사상 및 불교사상을 가리킨다. 뿐만 아니라 동양학이라 하면, 중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학문과 사상을 가리키는 경향도 있다.

동양의 생활문화를 동양학의 테두리에 집어넣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동양학이라 하면 철학적 이론을 생각하게 된다. 즉 동양학은 동양철학으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은 편견이다. 유학이나 도가사상이나 불교사상이 동양학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어느 것도 동양학 자체일 수는 없다. 동양학이란 그런 사상들을 포괄하고 있는 전체인 것이다.

또 그런 사상들을 포괄할 수 있는 뿌리가 있고 그 뿌리로부터 동양학은 끊임없이 자신을 재생산할 수 있는 주체적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 뿌리를 바탕으로 살펴볼 때에만, 동양학은 참으로 동양학다울 수 있다. 즉 유학과 도가사상 및 불교사상이 동양학답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들을 꿰뚫고 있는 뿌리부터 살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동양학에는 그들이 키워온 꿈과 과학과 믿음과 삶에 대한 사랑 가운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다. 물론 거기에는 호화찬란한 이론과 깊이 있는 철학적 논리가 있으며, 전문가가 아니면 제대로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지적 유희도 적지 않다. 오늘날의 동양학에는 살아 있는 꿈이 없으며, 사람 중심의 과학은 흔적만 남아 있고, 믿음과 사랑은 거론조차 되지 않기 일쑤다. 이미 서양화해버린 거기에서 주체적 동양학의 참모습을 찾을 수는 없다.

“공자와 맹자께서는 뭐라고 하셨는데, 주자와 정자는 그것을 이렇게 풀이했다”, “노자와 장자께서는 또 뭐라고 하셨는데, 왕필은 뭐라고 풀이했다”, “달마께서는 이런 전통을 남기셨는데, 육조 혜능 선사께서는 그 전통을 이렇게 이으셨다” 등에서 동양학의 바탕과 핵심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이다. “유학과 노장은 어떤 점에서 같고, 어떤 점에서 다르다” “불교의 어떤 갈래는 동양사상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 “융(C. Jung)은 동양학을 어떻게 이해했으며, 꽁체(E. Conze)는 불교를 어떤 관점에서 이해했다” 등에서도 동양학의 핵심을 찾을 수 없다.

동양학의 핵심은 탐구자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동양학과 서양학을 굳이 나누고 그 특징을 찾아낸다면, 동양학이란 “대상을 분석함으로써 자신을 바꾸고, 바뀐 자신의 눈으로 다시 대상을 분석함으로써, 마침내 대상과 내가 발전적 하나로 되는 곳을 찾아가는 삶의 방법론”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오늘날의 동양학에서 이 어울림 찾기는 쉽지 않다. 학술을 내세우며 이론과 분석을 중시하는 객체적 동양학자들은, 대상에 대한 논리적 분석과 현대적(서양철학적) 해석이 마치 동양학의 정수인 여기면서, 동양학의 전제인 자기 혁명의 방법론과 그 실천을 가볍게 여긴다. 그리고 학술과 이론적 분석을 가볍게 여기는 이른바 ‘동양학 수행자’들은 이론적 체계를 떠나 공허함을 즐기고, 그들의 영향을 받는 대중들은 ‘신비의 동양학’을 찾는 경향을 드러낸다.

이 두 갈래의 경향성들은 결코 동양학의 정수가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어느 공자와 어느 맹자가 이론과 분석 및 학술에 매달려 실천을 팽개쳤으며, 어떤 노자와 어떤 장자가 우주에 대한 깊은 이해도 없이 공허함과 신비를 쫓아다녔던가? 또 그들의 어떤 계승자들이 그처럼 편향적인 삶을 살았던가?

동양학은 학문의 길이자 스스로를 ‘다시하는’ 수행의 길이다. 수행은 주체혁명을 지향하는 실천의 길이며, 학문은 주체혁명의 방법론과 그 삶의 방식을 탐구하는 길이다. 이 두 갈래는 결코 독자적일 수 없다. 그것은 동양학이란 수레를 받쳐주는 두 개의 바퀴다. 두 바퀴가 달린 이 수레 위에는, 수레를 타고 이상을 향해 앞으로 나가려는 주체적인 동양 문화가 타고 있다. 그렇기에 동양학은 사람 자체를 이상적인 세계로 이끌어들임으로써, 사람과 사람이 영위하는 대상을 모두 바꾸어버리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동양학은 두 바퀴로 끌고 가는 큰 수레이며, 수레 밖에서 수레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수레를 타고 앞으로 나감으로써 자아를 한 단계 높이는 ‘삶의 양식’이다. 즉 동양학은 단순한 이론이나 학문이 아니라 하나의 독특한 삶의 양식으로, 그 성격상 주체혁명보다는 객체혁명에 치중하는 근세 이후의 서양학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두 바퀴가 서로 만나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의 동양학이다. 이 두 가지가 통일되지 않는 한, 동양학은 영원히 절름거릴 것이며, 스스로를 재창조하지 못하고 나아가 현실 세계의 문제를 풀어내는 데 주체적으로 기여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삶을 근본적으로 진보시키지도 못할 것이다.

한 갈래는 동양학을 신비주의로 포장할 것이고, 다른 한 갈래는 그것을 사회적 인간관이나 지성사적 성과로 한정시킬 것이다. 자신들의 관점에서 동양 문화를 바라보는 서양 철학자들조차 자신의 학문이 동양학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데도 그런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동양학과 민족주의의 문제

다 음으로 동양학은 동양학이기에 앞서 우리의 사상이어야 한다. 우리가 동양의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자리에서 동양학을 살펴보아야 한다. 서양 학문이나 중국학 및 인도학의 입장에서 동양학을 살펴볼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한국학의 입장에서 동양학을 살펴보아야만 온전한 동양학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동양학이 중국과 인도 중심의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동양학이라 하면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입장도 하나의 편견이지만, 한국 사회의 경우 중국을 동양학의 뿌리로 여겨 중국학이 곧 동양학이나 되는 것처럼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실 객체적 동양학자인 김용옥씨도 예외는 아니다.

동양학은 하나의 범주로 이해되기도 하고 또 주체혁명의 방법론이란 측면에서 그런 공통성을 가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안에도 다양한 입장이 있는 바, 우리는 우리 사상을 중심으로 동양학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즉 동양학의 넓은 테두리를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입장, 곧 한국학의 입장에서 그것을 주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당위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의 세계 문제를 풀어가는 부분에서도 이런 관점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의 세계 질서는 서양 중심의 세계 질서이며, 이 질서를 세우기 위해 서양 문화는 자기 이외의 모든 문화를 세계화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세계 질서가 더 이상 자기 내부에서 마땅한 미래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 민족문제를 방기한 채 서양 문화 일변도로 진행한 탓이다. 그 결과 각 민족이 누리고 있었던 독특한 문화가, 아니 범위를 좁혀서 토인비(A. J. Toynbee)가 말한 스물 몇 개의 문화권이, 더 좁혀서 슈펭글러(O. Spengler)가 지적한 8개의 문화권이 세계화의 진행 과정에서 거의 배척되었고, 마침내 인류 사회는 자신을 보다 이상적으로 재창조할 문화적 가능성을 줄여 놓는 대신 위험성만 높여 놓았다.

그러므로 이제 각 민족 또는 각 문화권은 먼저 자신의 문화에 따라 자신의 삶을 재조직해야 한다. 이처럼 재조직된 문화와 생활양식을 가지고 세계라는 무대에서 다시 만나야 한다. 물론 자신을 재조직하는 일과 세계라는 무대에서 만나는 일은 현실적으로 동시에 진행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민족문제의 핵심 아닐까? 따라서 동양학이라는 공통된 입장을 바탕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독자성 위에 한국학을 세우고 탐구하며 재창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세계 무대의 당당한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

앞서 오늘날 한국학의 경우에도 동양학을 살펴보면서 지적했듯이 객체적 동양학이 주류가 되고 있다. 한국 문화가 다만 탐구의 대상으로만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문화적 피갈이가 많이 진행되었음을 알리는 징표이기도 하다.

그런데 김용옥씨는 한국학을 중요하게 말하지 않는다. 그의 전공이 중국학이어서 그렇다고 하면 그만이지만, ‘역사로부터 미래를’ ‘겨레로부터 세계를’ 생각하는 동양사상가라면, 그의 접근 방법과 문제 의식의 출발점은 우리 사상에 있어야 한다. 그것이 또한 서양철학자의 학문적 사고방식과 동양학의 사고방식에서 드러나는 차이점이다. 이것이 세 번째로 그의 한복을 서글프게 바라보는 까닭이다.

주체적 문화 부흥을 위해

어 쨌든 동양학이 다시 대중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동양학이 우리 사회의 문제, 나아가 인류의 문제를 풀어 가는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동양학 스스로가 자기 재창조력을 갖추어야 한다. 동양학을 지식의 창고에서 풀어내 삶의 터전으로 되돌려야 한다.

세계라는 무대를 독점적으로 이끌다 결국 근본적 문제에 부딪혀버린 서양학, 아니 유럽시대의 종언과 더불어 세계 무대의 평등한 한 축으로만 남았어야 할 서양 문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세워 임의대로 문화적 독단을 감행했던 무모함, 그것이 오늘날의 우리 문제라면, 동양학에 대한 접근에서도 한결 주체적인 관점이 거듭 요구된다 하겠다.

자신의 문화적 주체성을 상실하고 따라서 주체적인 미래 설계를 가지지 못한 채 자본주의가 제공하는 뜻없는 유희에나 빠져 살 수밖에 없었으며, 서양 문화의 껍데기만 넘실대는 매체에나 만족해야 했던 상황에 김용옥씨와 같은 방대한 지적 능력을 가진 대중적 스타가 나타나자 문화적 피갈이에 의해, 그러나 어쩔 수 없는 문화적 이중성에 의해, 우리의 대중들이 그에게 관심을 쏟아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동양학에서 참다운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려 한다면, 이제 더 나아가 주체적 동양학을 재창조하는 혁명적 삶의 방식을 탐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피할 수 없는 길이기도 하며, 마침내 주체성을 가진 문화적 세력이 세계 무대를 독단의 무대에서 공존의 무대로 뒤빠꿀 것이다.

동양학에는 분명 그런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에 대한 탐구야말로 각 문화 주체들의 피할 수 없는 몫일 것이다. 아울러 이런 몫을 채우기 위해 우리는 먼저 주체적 동양학, 나아가 한국학적 동양학이라는 관점에서 우리들의 문화부흥을 진행해야 할 때다. 그렇기에 서양학자가 동양학을 넘어서는 것은 어쩌면 그 첫걸음일 수도 있다.

좋은 글이다. 많은 점에서 훌륭한 통찰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나에 대한 비판까지 들어 있어서 가슴이 찔린다는 것.. -_-;;;

<해모수> 왜 왕따당하기인가? 사례를 들어 생각해 보기

안녕하세요
거의 네 달만에 왔군요.
그새 토론판이 많이 달라졌데요?
제가 누군지 궁금하시면 31번을 보면 돼요.
도올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서 다시 한번 얘기를 하려는 것은 이미 사그라진 김용옥 선생에 대한 논의를 재개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다만 이 게시판 주인장이신 분이 이 논쟁의 마무릴 너무나 엄격하게<?> 한 것 같아서 제 나름대로 정릴 해봤죠.
참고로 저는 25살, 대학생입니다. 글도 좀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글은 조목조목 그 비판(비난이 아님)대상의 글을 앞에 달고 여기에 내 나름의 해석을 다는 형식을 할 겁니다.
이런 방법론이 사이버 논쟁의 기본 상식이라고 누가 합디다.

물론 이 싸이트의 주인장은 절대 절 논파하려 하겠지만 모두를 위해서 제 기본적이며 궁극적인 목표를 말씀한다면, 뭐 목적이라고 한단계 낮춰서 말해도 의의는 없습니다만 김용옥에 대한 비판을 비판하는 거겠죠.
그렇다면 왜 비판을 비판하는가를 말씀 드리면 무엇보다도 김용옥은 옹호될 가치가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이유는 앞으로 말씀드릴 겁니다. 그 이유를 앞으로 조목조목 비판의 대상문을 거론하며 말씀드리도록 하죠.

김씨가 천박한 저널리즘으로 비판받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학문하는 자세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오만함과 상스러운 욕설들),
->> 오만하다고 하는 것은 어디에 기준한 것인가요? 한편 이렇게 말했지요
예를 들어, 좋아요, 제가 그랬다고 해 봅시다. 대학에서 물좀 먹었다고 제가 러셀이 한 말을 따라서 했다면 그것은 대단한 지적 오만일 것입니다. 하지만 러셀은 훨씬 그런 비난에서 누그러질 만한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업적도 업적이지만, 자살에서 자신의 생을 구해내는 힘을 수학에서 발견해낸 사람이니까, 그러고도 수학자가 아닌 철학자가 된 사람이니까, 그가 느끼고 말하는 것은 오만이라고 섣불리 말하기에는 힘든 진지함이 있다고 보는 것이 사려깊지 않을까요?

->>나는 러셀에 대한 호감은 저와 같군요.
그러나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이 지나치게 감상적입니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좀 단정히 만들어 준다면, 이런 식이네요.
러셀의 오만은 오만이 아니다.

그 이유는 첫째, 업적이 많다.(업적이 많으면 오만해도 괜찮은 것이다)
둘째, 오만하기엔 지나차게 진지하다( 그 개인의 삶의 실재가 이 진지함을 반증하고 있다)
기냥 아무 의미도 없이 오만한 게 아니라 뭔가 심오한 의도가 있다. 이런 뜻이죠?
한편, 오만한 태도는 솔직히 별 문제가 되지 않죠. 학자라면 그정도의 자신감이라든가 하는 것이 있어야 겠지만, 문제는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번에 노자와 21세기 방송을 보다가 자기 책 서평을 혹평한 기자를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식으로 욕하는 것을 보면서.. 저게 학자가 할 비판인가 싶더군요.. 저도 제가 상당히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고.. 나름대로 그 값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남의 비판에 대해서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분석해보려고 하고, 맞다면 수용하고 그사람이 틀리다면 정중하게 답합니다..--+..이게 할 소린가..

->>이런 얘기가 있었는데 아주 지당한 말입니다. 주인장보다 훨씬 논리적인 근거를 댄 명문입니다.
오만 자체는 러셀의 얘기에서도 드러났지만, 업적이나 그 삶의 산 자세를 통해서 주관적으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아주 인간적인 맥락입니다. 이를 부정한다면 그 사람은 오만할 수도 없고 오만하지 않을 수도 없는 모순에 빠질 겁니다. 그런데 오만이 자만으로 밖에 추락할 수 없는 근거는 남의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오만일 때뿐이죠.
왜냐하면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것 자체가 오만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만하다면 남의 비판을 허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결국 오만하지 못하고 겨우 자만한 겁니다.
여기까지는 맞는데, 그사람이 틀리다면 정중하게 답합니다.

여기서 전 꼬투리하날 잡을 수가 있었습니다 . 서평을 쓴 신문기자가 다름아닌 문화일보 기자였지요. 그리고 기자는 당시 김용옥 선생에게 있어서 그의 책에 대한(특히 금강경 강해와 노자와 21세기) 악평(혹평을 넘어선 악평)의 총체 였던 겁니다. 언론체제는 기자에게 그런 서평을 강요할 수 있는 비도덕적인(?)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사실 그 기자만 욕한 게 아니라 언론사 문화부 기자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신문사에 달려가 그의 비판을 비판하는 글을 올릴 수 없는 것이 그 언론 체계입니다. 결국 그는 자신을 비판하는 비판을 현재 자신의 매체 즉 텔레비에서 할 수 밖에 없었던 거죠. 이레 씨의 말대로 자신이 오만하다는 사람은 (뛰어나다고 말하는 것도 일종의 오만이죠. 하지만 오만은 전혀 나쁜 게 아닙니다. 학자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마찬가집니다. 평범한 사람도 오만해도 괜찮아요. 그 근거는 아까 제시했죠? ^^) 오만하다면 자신에 대한 비판에 응당 보복<?>을 해야 합니다. 보복을 안하면 어떻게 될까요? 바보가 되는 겁니다. 오만도 아니고 바보가 되는 거죠. 날 저 쪽에서 마구 씹는데 나도 마주 안씹으면 난 그냥 나쁜놈이 되고 맙니다. 내가 아무리 속으로 난 나쁜 놈이 아닌데 괜히 씹는 군 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슴다. 근데 그 비판의 질에 문제가 있었단 거겠죠?^^

상스러운 욕설들로 가공된 것이 나빴다. 그사람이 틀리다면 정중하게 답해야 할 것 같다라고 하셨죠? 하지만 자신에게 막상 이런 일이 닥쳤을 때? 과연 얼마나 정중할 수 있을까요? 공중파를 타고 있는 데 무슨 헛소리냐구요?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게 텔레비전에서 할 소리냐구요? 그렇다면 묻습니다. 지금 우리 텔레비전의 현실을 알고 계십니까? 우리 연애인들이 정중합니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정중했다면 피디들이 아주 오라고 안할려고 할 거라고. 이비에스가 괜히 정중한 김용옥을 상놈으로 만들려고 모셨겠나요? 그의 책을 읽어보면 더 상스럽습니다. 아주 구역질이 날 종돕니다. 그런데 피디들은 그걸 노린 겁니다. 이미 그의 책은 수년간 우리나라 비소설 분야 베스트 셀러였습니다.

학술 논문에서 김용옥에 대한 비판이나 찬성은 없습니다. 그냥 남의 이야기예요. 훌륭한 학자, 유명한 학자일수록 비판이나 찬성이 많습니다. 찬성보다 비판만 많은 학자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는 인정받는 학자입니다. 그렇게 힘들여 비판할 필요가 있을만큼 설득력있는 주장을 한 것이죠. 어린아이들이 한 말들은 논문에서 비판도 찬성도 받지 못합니다. 언급할 가치가 없는 것이니까요. 제가 본 논문들 중에서 김용옥의 책이나 논문이 인용된 것은 태권도에 관한 체육 논문들 일부 뿐입니다.

->>이렇게 상술해 주셨더군요. 난 그의 학술논문은 뒤져본 역사가 없어서 잘 모르고 그의 단행본들이 10년 이상 베스트 셀러였다는 것만 기억합니다. 그런데 님의 비유대로라면 김용옥=어린애죠. 니체가 한 말 기억하나요? 진정으로 인간은 어린애가 되어야 한다. 거기서 어린애는 해석학을 했다면 문맥상으로 김용옥하고 정말 일치된다는 거 아시겠죠? 근데 뭐가 문젠가요?

니체가 틀렸다고 하실 건가요? 어린애가 문제라고 하실 건가요? 언급할 가치가 없다? 이건 바로 왕따하고 직결 되지요. 학계에서 김용옥을 왕따 시키는 건 내 알바가 아닙니다. 난 학자가 아니고 학자가 될 생각도 없어요. 근데 문제는 왜 서태지도 연구하는 학자들이 김용옥을 왕따시킵답니까? 서태지는 대중의 스타였어요. 문제의식이 있었다고 평을 들어요. 그래서 학문화까지 됐어요. 이건 인정하시더군요. 그렇다면 왜 김용옥이란 대중의 스타는 자꾸 외면을 하는 걸까요? 사실 난 이토록 외면당하는지는 잘몰랐는데 주인장님이 그런다고 하니깐 그런가부다 합니다. 왕따를 당하니깐 나도 왕따를 시키자 그 논리 아닙니까? 이건 아주 천박한 아카데미즘입니다. 천박한 대중문화와 다를 게 조금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도 그것입니다. 그리고 난 나름대로 내 생각에 대해 보탬이 될 만한 생각들을 충분히 저장해 논 상탭니다. 분명히 학술적으로도 힛트할 수 있는 상품인 김용옥이 왜면당하는 것은 감가상감해서 이용해 먹을 때보다 손해가 더 많기 때문 아닙니까? 서태지를 영웅으로 학문적으로 추켜세운 여러 양반들 학위 딴 자들 꽤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김용옥은 한때 학자였구, 한자인 체 하기 때문이라구요?
아니요. 이건 치사한 변명입니다. 그 색깔을 논쟁하기 이전에 많은 사람이 동의하듯이 그의 책과 얘기가 쌍쓰러운 그 욕설로 너무나 인기가 있단 겁니다. 그래서 대중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말씀입니다. 그러나 대중은 바보들만은 아닌 것이 재미에도 질과 차원이 있다는 거 압니다. 서태지지도 어느 정도 질과 차원이 있고 그 많은 가수들과 그 많은 텔레비전 나와서 떠드는 학자 중에서도 서태지와 김용옥은 유난히 뜰 수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비에스의 피디들은 어느정도 예상했을 테죠. 이비에스를 우습게 보면 안됩니다. 상업성이 완전히 꽝일 것 같지만 은근히 끄는 매력과 재미가 있습니다.
다시 돌아옵니다! 왜 왕따냐구요! 물론 절대적인 왕따란 세상에 없는 법. 도올 서원과 그 사람의 수많은 후학과 인맥과 뭐 그 따위 게 무수할 겁니다. 그것도 없다면 지극히 불행한 경우일 테고 김용옥은 왜 지원군이 많으면서 한편으로 왕따당하는가? 그는 자신이 말했듯 지금까지 수없이 왕따당해왔죠. 파게비님 말씀을 들으니 더 확실 해 집니다. 앞으로는 더 왕따를 당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그가 왕따를 못참고 자꾸만 질러대기 빼문입니다. 그러나 왕따들이 질러대지 않으면 누가 지릅니까? 왕따하는 사람들 질러대는 거 난 도저히 못참습니다. 왜 칭찬만 듣는데 질러댑답니까? 질러대는 이유는 단 한가지 더 누구를 무엇을 왕따시킬 때만 쓰는 수법이겠죠.

파게비님 같은 자들에게서..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 때문이죠. 난 체질적으로 왕따 당하는 자들 편입니다.
김용옥이나 김정란이나 진중권이나 비트겐슈타인이나 니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쁘게 말하지만 옳은 말하는 자들 입을 막는 왕따를 나는 못참을 겁니다. 그리고 왕따를 시키는 방법중에 칭찬도 비판도 안하는 거 침묵 카르텔하는 거 만큼 무서운 것도 없지요. 고상한 척 하며 침묵의 카르텔하는 자들 보단 질러대고 상스럽지만 문제 일으키는 문제아들 반항아들 , 폭력배만 아니면 비딱한 자들 난 그들 편에 있고 싶습니다.

알기 쉽고 재미는 있을지 모르나 그 이론을 따라서 생활하면 문제가 생기는 이론, 그래서 재미로 끝나야지 이론적인 가치를 부여하면 안되는 이론이 되는 거죠.

->> 재밌게 놀면서 공부해야지 이게 무슨 말씀인가요? 태권도가 일본의 아류일 수 있다는 게 문제가 되는 이론인가요?
역사적으로도 입증이 된거라고 하던데. 그보다 너무나 공고해진 우리나라 태권도 국기화에 반기를 들었다는 거 그게 진실로 문제되는 게 아닐까요? 재미는 뭐고 이론은 뭡니까? 지나친 이원론자신 거 같군요.

좀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해모수님이 김용옥을 두둔하는 입장에서 논변을 펼쳐 주었다.

<파깨비> 저의 답변입니다. : 편견과 논리의 사이에서.

오랜만에 돌아오신 "해모수"님, 반갑습니다.
일단 간단하게 답변해 봅니다.
해모수님은 김씨를 두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죠?
저는 김씨를 폄하하고 무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로 설명이 되었으니까 일단 이 사실을 분명히 해 두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논의에는 기본적으로 논의자의 의도, 그래서 논리의 전개방향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기본 의도가 서로 대등하고 그래서 서로의 입장이 유사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토론이 감정적으로 치닫는 수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해모수님의 논의에서 벌써 그런 감정적인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그것이 결코 없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서 토론이 난장판이 되지 않기 위해서 같이 노력해 보자는 뜻에서 말씀드립니다.

이제 제가 해모수님을 논박하려는 방향은 꽤나 교묘한 것이어서 상당히 얍삽하게 보일지 모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혹시나 예측하셨을지도 모를, 세부적이고 논리적인 논파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김씨에 대한 저의 비판은 앞에서 충분히 논의를 하였고 저는 그로써 일단 만족하고 있습니다.
해모수님께서 긴 문장 속에서 김씨를 옹호하셨지만 저는 그것이 단순히 "말꼬투리잡기"에 가깝다고 비판하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논의한 내용의 상당 부분이 인용되어서는 와전되게 비판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자들은 상당히 남의 주장을 이해하는 것에 대해서 엄격하지요. 저도 그래서 짜증날 때도 많고 어려움도 많이 겪습니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특히 제가 주장한 내용들이 한마디한마디 다른 뜻으로 연결되어 곡해될 때 그런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자기와 다른 의견, 특히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 호의를 갖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편한 대로 상대의 의도를 곡해하기 쉽죠. 저에게도 그런 측면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대로 노력해 봅니다. 아래에 다른 글들에서, 제가 싫어하는 유형의 논의에 대해서 나름대로 긍정적인 가치를 찾아본 흔적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노력도 없으면 토론은 끊임없이 말꼬투리잡기의 소모전이 될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 "어린애"라는 말과 니체의 주장을 연관시킨 것. 이런 것은 정말 말만 같다고 상상력에 가까운 논리를 전개하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토론 속에서도 상대에게 친절하고 예의를 갖추면서도 날카롭게 비판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전술적인 차원에서도 상대의 의도를 상대보다도 더 호의적으로 해석해 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문제가 있음을 비판하는 것이 유리한 방법이 될 수 있겠죠.
이러한 호의를 저는 김씨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데, 그것은 그의 근본적인 의도에 대해서 호의를 갖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 옹호하는 해모수님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토론에 참여하신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호의를 갖기 때문에 저의 논의가 얍삽하게 보여서 실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처음부터 저의 근본 의도를 분명히 했습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다른 분들의 참여를 유도해 보고자 합니다.
예전에, 앞에서 보듯이 해모수님과 저의 토론에 다른 많은 분들이 참여했습니다. 끊임없는 찬성과 반대의 연속이었죠. 제가 이 곳의 주인장이긴 하지만 저의 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주인장으로서 하는 일은 토론이 토론답게 운영하는 것입니다. 토론에 참여할 때는 저 또한 규칙을 따르도록 해야겠지요. (예를 들어서 저만 상스러운 말을 하거나 은근히 기분나쁜 말을 하면서 상대에게는 그렇지 못하도록 시키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해모수님의 새로운 논의 촉발에 다른 분들이 동참하도록 기다려 봅시다.
저는 별로 치열하게 예전처럼 동참하지 않으리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생각컨대 해모수님의 반론은 주장은 길지만 또렷한 논지가 없어서 읽고 나면 감정적인 흥분만이 느껴지고 또렷한 논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의 동참을 기다려 보자는 것이죠. 그러기에 앞서 해모수님께서 더 강력하고 새로운 논지를 전개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노파심에서 말씀드리자면, 논의의 예의는 계속 지켜 주시겠죠?)
하지만 다른 분들의 동참이 별로 활발하지 않다면 그것은 이 논의 자체가 더 이상 불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솔직히 저는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디지탈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것이 아직 우리의 문제의식에 깊이 관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논의할 것은 많겠지만 아직은 그것이 공리공론으로 들릴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제가 주인장이기는 하지만, 제가 개입하지 않아도 다른 토론자들끼리 토론의 주제를 이어가고 있는 주제도 있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여기서의 토론이 제가 이끄는 대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미 이런 말씀을 드리기 때문에 이 글을 보신 분들은 반발심에서 저의 의도와 반대로 논의를 이어가실 수 있겠죠.

논지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저는 해모수님의 위의 반론에 대해서 한마디한마디를 논리적으로 논박할 필요성을 별로 못느낍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논박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다른 분들까지도 침묵하거나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해모수님께서 별도로 판단을 내리셔야 할 것입니다.

저의 "얍삽한" 반론의 주된 논지는 이상과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변명하자면, 저는 기본적으로 해모수님의 논박이 말꼬리잡기라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반론을 해 보는 것입니다만, 다른 분들이 보시기에 그렇지 않다면 다른 분들이 역시 찬반의 의견을 개진하면서 토론에 참여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해모수님의 주장과 그에 대한 나의 반론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해모수님은 내 말을 곡해했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에게 편리한 방식대로 비판했다.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해모수님이 "당신이 이러이러하다라고 말한 것은 틀리다"라고 말했고 나는 "그건 이러이러하다란 뜻이 아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내 주장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앞에서 나는 상대를 논박할 때는 상대를 가장 긍정적으로 해석해 놓고 논박하는 것이 더 훌륭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제7차 논쟁 참조) 때로는 실제로 말한 상대 자신보다도 더 좋고 나은 논리로 상대의 말을 이해해 보기도 한다. 논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틀리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끝난다.

해모수님의 주장은, 지금 논평을 하는 나의 주장과 대립되므로, 어느 쪽이 더 옳다라고 말하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나는 이해당사자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합리적인 방법론을 가지고, 그 결론이 아닌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점만을 지적할 수 있을 뿐이다.

<동동주> 아, 이런 글이 있었네요. 김용옥 결정판이라 생각됩니다.

김용옥을 둘러싼 ‘거품’

강준만

월간 {인물과 사상} 2000년 2월호엔 이현우 씨가 기고한 <도올 김용옥의 친일파관(`觀`) 비판>이라는 제목의 글이 실려 있다. 나는 이 글을 아주 흥미롭게 읽으면서, 또 ‘김용옥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그의 EBS 특강이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새삼스럽게 김용옥에 대해 한마디 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김용옥은 매우 흥미로운 인물이다. 일부 사람들로부터 부당한 오해를 너무 많이 받아 왔다. 나는 그러한 오해에 대한 옹호를 해주다가 진중권 씨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진중권 씨는 내가 단행본 {인물과 사상} 제3권에 쓴 <‘위선적 언어’에 도전하는 김용옥의 화려한 투쟁: 철학이 ‘엔터테인먼트’가 되면 안되나?>라는 글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퍼부은 바 있으며, 나는 월간 {인물과 사상} 1999년 6월호에서 진씨의 글에 대해 반론을 편 바 있다. 나는 진중권 씨 덕분에 졸지에 김용옥을 엄청나게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으로 평가되었기에 아무래도 김용옥 씨를 비판하기에 편한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이 점은 진중권 씨께 감사드려야 하겠다.

진중권 씨가 비판했던 내 글의 부제(`副`題`)는 <철학이 ‘엔터테인먼트’가 되면 안되나?>였다. 나는 철학이 엔터테인먼트가 되는 것도 바람직하며 김용옥 씨는 엔터테이너로서 ‘천재’라고 하는 그때의 주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나는 엔터테인먼트의 가치를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있다. 내가 자주 연예인들의 사회적 위상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는 어디까지나 엔터테인먼트다. 그 이상의 사기(`詐欺`)를 치면 안 된다. 사기를 당해도 안 된다. 김용옥 씨는 사기꾼이 아니다. 그는 매우 성실한 지식인이다. 그건 이전에 내가 쓴 글을 보면 그 누구든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모순은 어찌하여 가능한가?

나는 이번엔 김용옥 씨를 둘러싼 ‘거품’을 지적하고자 한다. 나는 지식인은 자신에 대한 세간의 평가와 관련하여 ‘거품’이 형성되면 그 ‘거품’을 스스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김용옥 씨는 그걸 즐기고 있다. 그건 곤란하다. 김용옥 씨는 자기 스스로 천명한 대로 ‘엔터테이너’의 위치에 머물러야 한다. 나는 진중권 씨의 글에 대한 반론에서 다음과 같이 예고한 바 있다.

“저는 김용옥씨에 대해 전혀 다른 종류의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사실 요즘 손이 근질근질합니다. 그 글은 김용옥씨의 어떤 한가지 측면을 다루는 것으로서 그에 대한 아주 혹독한 비판이 될 겁니다. 제가 그런 글을 쓰더라도 김용옥씨에 대한 제 생각이 바뀐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마십시오.”

진중권의 강준만 비판

김용옥 씨는 노태우 씨가 대통령으로 있을 당시 그에게 아첨하는 글을 올렸다가 노 대통령이 모른 척하자 자기를 몰라준다며 그에게 온갖 독설을 퍼부어 댄 인물이다. 나는 치기(`稚`氣`)는 천재의 특권이라며 그것까지도 곱게 봐주었다. 재미있잖은가. 그러나 그런 관대함은 어디까지나 김용옥 씨가 대중의 교양 향상에 기여하는 엔터테이너의 위치에 머무를 때에만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그가 그 이상을 넘보려 들거나 일반 대중이 그를 그 이상으로 보겠다고 들면 그건 곤란하다는 말이다.

대우 김우중 회장을 성인(聖人)으로 격상시킨 그의 언행은 어찌 봐야 할 것인가? 나는 그것까지도 엔터테인먼트로 못 봐줄 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던 사람이다. 그야말로 엄청난 포용력이었다. 물론 나의 그런 엄청난 포용력은 진중권 씨 같은 사람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오죽하면 진중권 씨는 다음과 같은 끔찍한 독설을 퍼부어 댔을까?

“나는 ‘공정한’ ‘잣대’를 가지고 한국 진보적 지식인의 ‘치정주의’를 비판하는 강준만이 ‘살랑살랑 꼬리를 치는’ 정도를 넘어 아예 노태우, 김우중 똥구멍을 핥으려 했던 김용옥 ‘똥’ 강아지를 종자 있는 강아지 족보에 올려놓고 ‘대국적으로 밀어 주자’고 말한 걸 읽은 기억이 난다.”

아무려면 그랬을까? 아무려면 강준만이 그런 맥락에서 ‘대국적으로 밀어주자’고 그랬겠냐는 말이다. 내가 그 표현을 쓴 대목을 인용해볼까?

“나는 김씨의 치기를 이해하고 인정하면서도 끊임없이 ‘동경대학’과 ‘하버드대학’을 팔아먹는 김씨의 그 치졸한 수법에 대해선 가끔 짜증이 난다. 내가 직접 보진 못했지만 그건 꼭 50여 년 전 이승만 박사가 ‘하버드대 석사, 프린스턴대 박사, 우드로우 윌슨의 제자이자 친구’를 내세우며 식민지 지배에 주눅이 든 순진한 국민들을 현혹케 한 ‘그때 그 시절’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어이하랴. 그래도 대국적으로 김씨를 밀어주자. 혹 아는가? 김씨가 이 글을 보고 생각을 조금이라도 바꿔 치기를 부려도 정도껏 부리게 될 지도 모를 일 아닌가.”

그러나 나의 그런 소박한 기대는 무산되었으니, 이젠 나도 더 이상은 대국적으로 못 밀어주겠다. 그러니 진중권 씨도 이젠 화를 좀 삭이시기 바란다.

어찌됐건, 과장이 좀 있긴 하지만, 진중권 씨가 그리 분노할 만큼 내가 ‘김용옥을 위한 변명’에 열을 올렸다는 건 기꺼이 인정하련다. 그러니 김용옥 씨와 그의 ‘신도’들은 내가 김용옥 씨를 비판하더라도 내 과거를 생각해 내 말에 무게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성실성을 잃어가는 김용옥

나는 김우중 회장이 몰락의 길을 걸을 때에 어느 지면에서든 김용옥 씨의 글을 보고 싶었다. 김 회장을 ‘성인(`聖`人`)’이라고 떠받듦으로써 김 회장의 눈과 귀를 어둡게 한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면서 김 회장에게 심심한 위로와 더불어 죄송하다고 말하는 걸 한번이라도 보고 싶었다는 말이다. 엔터테인먼트에도 최소한의 윤리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용옥 씨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뿐만이 아니다. 날이 갈수록 그의 엔터테인먼트의 윤리적 수준은 저하되기 시작했다. 나는 월간 {인물과 사상} 1999년 6월호에 진중권 씨의 글에 대한 반론을 쓰면서 ‘각주(`脚`註`)’에 그의 ‘뻔뻔함’을 한 가지 지적한 바 있다. 그 내용을 여기 다시 옮겨보겠다.

예컨대, 김용옥씨가 {신동아} 99년 4월호에 쓴 <도올 김용옥의 마야문명 탐험기: 마야는 멸망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글은 너무 뻔뻔합니다. 그는 여태까지 아즈텍 문명, 마야 문명, 잉카 문명의 지역적 구분조차 명확히 할 줄 몰랐다고 밝히면서 가족과 함께 휴양차 멕시코에 놀러간 기회를 이용해 순전히 순발력 하나로 32면에 이르는 장문의 마야문명론을 썼으니 이건 해도 너무한 겁니다. 그건 마치 자기가 좀 인기 있다고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무대 위에 올라 불성실한 개그를 하는 개그맨을 보는 것처럼 욕먹어 마땅한 일인 것입니다. 무조건 인기 있다고 그런 개그맨을 자주 쓰는 PD나 김용옥이라고 하면 수십면 지면을 마구 내주는 {신동아} 담당자나 모두 다 똑같은 사람들이지요. 제가 가장 높게 평가하는 김용옥씨의 장점은 성실성입니다. 그 성실성은 그가 뒤늦게 한의대에 입학해 졸업한 ‘사건’으로 드라마틱하게 입증된 바 있습니다. 아무리 김용옥씨를 미워하는 사람이라도 김씨의 그런 점은 인정해줘야 할 겁니다. 그런데 {신동아} 기고 건은 그런 성실성에 위배되는 일이었다는 말입니다. 저는 김씨가 용돈이 급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김용옥이 시도한 ‘한국방송역사의 전기’

이번 EBS 특강은 그가 지난 1997년 5, 6월에 했던 SBS {명의특강`-`성과 건강}과는 종류가 좀 다른 것이다. {명의특강}은 그야말로 엔터테인먼트였기에 김용옥 씨가 ‘좌삼삼 우삼삼’이니 하는 ‘약 장수’ 개그로 인기를 누려도 문제삼을 게 없었던 반면, 이번엔 김씨가 “우리 민족의 가치관과 나아갈 길”까지 역설하는, 엄청난 무리를 저지르고 있어 좀 달리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분명히 말하건대, 그에겐 그럴 ‘도덕적’ 자격이 없다!

그러한 자격 문제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김용옥 씨의 치기(`稚`氣`)가, 진중권 씨로부터 온갖 욕을 먹어야 했을 정도로 그의 치기에 너그러웠던 나 같은 사람조차 더 이상 인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까지 악화되었다는 점이다. {문화일보} 김종락 기자와의 싸움은 그것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었다. 물론 김용옥 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의 악화된 치기마저 좋아하고 그의 인기는 예전보다 더욱 치솟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그의 모든 행태를 다 정당화시켜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악화된 치기를 더 문제삼아야 하지 않을까.

{문화일보} 김종락 기자와 김용옥 씨의 갈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게 있다. 지식계 일각에서 김용옥 씨의 TV 이용 자체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엔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김용옥 씨가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나와 ‘렛잇비’를 부른 것까지 시비를 거는 일부 지식인들의 돼먹지 않은 ‘지식인 엄숙주의’엔 동의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김용옥 씨를 대신해 내가 욕을 퍼부을 생각이 충만하다(나는 그 프로그램을 아주 재미있게 시청하면서 김용옥 씨에게 박수를 보냈다). 나는 {미디어오늘} 1999년 12월 9일자 7면에 실린 <방송모니터위원회의 방송읽기>가 내린, 김용옥 씨에 대한 다음과 같은 극찬에도 동의한다.

“한국방송역사의 전기를 수립한다.” 자못 거창하면서도 불가능해보이는 목표를 설정한 철학자 김용옥씨가 요즘 EBS에서 펄펄 뛰고 있다. …… 천민자본주의에 찌들고 신자유주의에 멍든 한국인들의 가슴을 적시는 청량제랄까? 동서양문명사에 정통한 강사가 사자후로 토해내는 한국 사회의 문제에 대한 진단은 지금껏 한국 방송에서 주어본 적이 없는 자양분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과 지식사회에 대해 일갈하는가 하면 아무도 뭐라 한마디 못하는 한국종교계의 파행을 “가장 극렬한 보수성과 광신성”이라고 대담하게 지적한다. 때로는 지나친 언사라고 욕먹기도 하지만 언제 이런 통쾌무비한 카타르시스를 우리 방송이 준 적이 있었던가. 게다가 그의 비판은 ‘노자’라는 수천년의 생명력을 지닌 철학의 기반위에 선 것이다. ‘노자와 21세기’는 성공해야 한다. 똥을 똥이라고 말하는 강사의 직설적 화법이 몰고 올 약간의 시비에 개의치 말고 앞으로 나가, 진정 방송의 힘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반드시 성공해서 이 땅의 방송제작자들에게 그들이 그 동안 외면했던 시청자의 욕구가 어떤 것이었나를 반성할 계기를 주어야 한다. 그리하여 돈 버는 정보가 아니면 정보가 아니고, 연예인들의 신변잡기가 아니면 재미가 아니며, 억지로 쥐어짜는 신파조 눈물이 아니면 감동이 아니게 왜곡되어버린 한국의 방송풍토를 변화시켜야 한다. 건투를 빈다.

김용옥과 {문화일보}의 싸움

이 평가에 100% 동의할 수는 없을 망정 이 평가가 김용옥 씨의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꿰뚫어보고 있다는 데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한국 방송은 달라져야 한다. 김용옥 씨가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김씨에 대해 박수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씨에 대해 비판을 하더라도 그 점은 흔쾌히 인정한 다음 각론 비판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 점을 분명히 하면서 김용옥 씨와 {문화일보} 김종락 기자 사이에서 벌어진 싸움을 살펴보도록 하자. 이건 그냥 가볍게 넘어가도 좋을 그런 일이 결코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기자협회보} 1999년 12월 13일자는 이 싸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언론의 폭력인가, 치졸한 복수인가. 김용옥 전 고려대 교수가 지난 2일 EBS TV 특강에서 자신의 책을 비판한 문화일보 기사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자 문화일보도 기자수첩과 재반론을 싣는 등 한바탕 논쟁이 벌어졌다. 김 전 교수는 자신의 저서 ‘노자와 21세기’에 대한 서평을 쓴 김종락 기자의 이름을 칠판에 써가며 문화일보를 비판하는 데에 강의시간 40여 분 전체를 할애했다. 김 전 교수는 당초 예정된 특강 시리즈 8번째 ‘노래와 소리는 이웃된다’를 독단적으로 변경하며 자화자찬 발언과 기자에 대한 공격으로 일관, EBS측은 강의 주제를 ‘인류의 3대 지혜의 서(書)’로 바꾸어 내보내는 해프닝을 빚었다.”

김용옥 씨는 도대체 어떤 비판을 했던 것인가? 그 내용이 문제이지 비판 자체가 문제될 수는 없을 것이다. {문화일보} 1999년 12월 7일자에 발췌, 소개된 김용옥 씨의 발언 내용을 인용해보자.

(칠판에 ‘김종락’이란 이름을 쓴 뒤 강의를 시작하며) 문화일보 문화부의 김종락 기자가 최근 나의 책 ‘금강경 강해’에 큰 감명을 받은 모양이다. 이 책에 대해 훌륭한 코멘트를 하고, 전면에 걸쳐 극찬했다. 그런데 엊그제(11월 24일자 지면) 같은 기자가 나의 ‘노자와 21세기’에 대해 형편없다는 내용의 서평을 실었다. 금강경에서 느낀 감명을 못 느낀다, 밀도가 떨어진다, 수준미달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형편없는 책이라는 것이다.(이하 자신의 ‘금강경 강해’가 얼마나 좋은 책인지를 30분 가까이 설명). 김 기자 말대로 ‘노자와 21세기’는 수준 미달일 수 있다. 대중을 위해 저술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 기자가 나의 메시지나 논리를 까지 않고 성실성이나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비아냥거리고 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기사에서는 내가 대가이고 자만의 늪에 빠졌다고 했는데, 나는 대가도 소가도 아니다. 나는 다만 실력있는 사람일 뿐이다(이하 자신의 실력 강조 5분 가량 중략). 내가 롭스터(바닷가재)를 먹은 것을 8 페이지나 썼다고 (인신공격을 했는데), 사실은 기것도 2페이지 밖에 안썼지만(방청객 웃음), 내 책의 독자는 나의 도덕성을 믿고, 개발되어 온 독자다. 즉 나와 독자의 관계는 사적인 것이다. (이에 반해) 신문은 공기(`公`器`)이고, 기자가 쓴 글은 기자 개인의 글이 아니다. 독자가 신문을 읽는 것은, 개인의 글이 아닌, ‘신문기자’의 글을 읽는 것이다. 우리 기자에겐 이런 기본적인 철학이 없다. 내가 출판으로 먹고 사는데, (신문) 출판부를 욕하는 것은 자살이다. (심하게 격앙된 채) 나는 자살해도 좋다(방청객 박수). 밀도가 떨어진다, 실망스럽다, 감명이 덜하다는 등의 글은 일기에나 쓰는 글이지 기자의 글이 아니다. (격앙된 채) 나를 똑바로 보고 준엄하게 비판하라(박수). 미국 ‘타임’지에 나오는 글을 보면 문장 하나에도 신경을 쓰는데, 우리나라에는 왜 ‘타임’을 능가하는 언론이 없는가. 이런 수준낮은 기자를 가지고 우리가 21세기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를 망치고 있는 것은 기자와 교수다. 이들만 정신차리면 훌륭한 21세기를 맞을 수 있다(박수).

{문화일보}의 새로운 시도

나를 놀라게 만든 건 이 싸움을 둘러싸고 네티즌들의 반응이 양분되는 양상을 보이긴 했지만 김용옥 씨를 옹호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사실이었다. 이건 곤란하다. 아니 위험하다. 김용옥 씨의 비판은 매우 부당하기 때문이다. 그의 주장을 하나씩 살펴보자.

그 전에 {문화일보}의 ‘서평’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좋겠다. 아니 모든 신문사들의 출판 담당 기자들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나는 그들에 대해 불만이 많다. 내 책을 거의 다뤄주지 않기 때문에? 천만의 말씀이다. 내가 출판 담당 기자래도 강준만의 책은 안 다뤄 줄 것이다. 죽어라 하고 언론을 두들겨 패는 것도 영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강준만은 책을 너무 많이 낸다. 게다가 도무지 낯짝을 구경할 수 없는 데다 인터뷰하자고 팩스를 몇 번 보내도 가부(`可`否`) 연락조차 아예 해주질 않는다. 이런 싸가지 없는 저자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신문들이 내 책을 거의 다뤄주지 않아도 억울해 하지도 않거니와 불만도 없다. 내 불만은 지극히 공적(`公`的`)인 것이다.

나는 출판 담당 기자들이 대체적으로 너무 연고와 정실에 놀아난다는 데에 불만을 갖고 있다. 이건 출판사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알 것이다. 기자들을 상대로 로비를 얼마나 열심히 해대는지 말이다. 물론 양측 모두 그게 불건전한 ‘로비’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걸 자연스러운 문화로 간주할 수도 있다. 특히 기자들은 자기 자신의 나름대로의 잣대를 강조하면서 수준 이상의 책만 소개한다는 원칙을 강조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수준 이상의 책이 좀 많은가. 물리적으로 기자들이 모든 신간을 다 읽어볼 수는 없을 터인즉, 아무래도 출판사와의 ‘건전한 대화’에 근거한 친분 위주로 기사가 많이 그리고 크게 나가기 마련이다.

그것 자체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연고와 정실(또는 ‘건전한 대화’에 근거한 친분)에 의해 기사를 써주다보니 진정한 ‘비평’이 나올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보도 자료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는 수준의 단순한 ‘소개 기사’들이 너무 많다.

또 나는 출판 담당 기자들이 교수 못 돼 환장한 사람들인지 너무 학구적이라는 데에 불만을 갖고 있다. 물론 학술 서적은 시장성이 없으니까 신문에서라도 열심히 밀어줘야 한다는 원칙엔 동의한다. 내가 지적하고자 하는 건 ‘학문 사대주의’다. 나는 번역의 가치를 대단히 높게 평가하는 사람이지만, 한국 신문들이 외국 유명 지식인들이 낸 책의 번역판에 베푸는 특혜는 해도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오늘부터 유심히 신문들의 출판 기사를 살펴보시라. 내 말이 맞나 틀리나.

이런 문제들을 깨보겠다고 나선 신문이 있다. 바로 {문화일보}다. 이 신문의 출판 담당 기자들은 사내 청탁을 일체 거절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러니까 전에는 직장 선후배나 외부의 지인(`知`人`)들이 무슨 책 좀 기사로 써 달라고 하면 응해주기도 했지만 앞으론 절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신문들에선 아직 그런 청탁이 먹히고 있을 게다. 그러나 {문화일보}에선 그렇게까지 독한 마음을 먹었으니 연고나 정실에 의해 기사나 서평을 싣는 것도 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문화일보} 출판 지면엔 진정한 의미의 ‘비평’이 많고 또 그렇게 하자니 외국 책 못지 않게 국내 책에 대해 지면을 많이 할애하는 편이다.

나는 {문화일보}의 참신한 시도를 매우 높게 평가한다. 물론 출판 지면의 전반적인 색깔이나 지향성까지 내가 전적으로 동의하는 건 아니다. 사적인 경로를 통해 들은 이야기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겠지만, {문화일보} 출판 담당 기자들의 나에 대한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어서 순전히 개인적인 감정으로만 보자면 나는 {문화일보} 출판면을 좋게 말할 입장이 아니다. 그러나 내 장점이자 단점이지만, 나는 공사(`公`私`) 구분이 너무 확실한 사람이다. 나와 무관하게 {문화일보}의 참신한 시도엔 박수를 보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인 것이다.

김용옥의 ‘뻥’, 너무 심하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나는 김종락 기자가 쓴 두 편의 서평을 다 읽어보았다. 김용옥 씨도 인정했다시피, {금강경강해}에 대한 서평은 이 책에 대해 훌륭한 코멘트를 하고 전면에 걸쳐 극찬을 한 것이었다. 물론 {노자와 21세기}에 대한 서평은 혹평이었음에 틀림없다. 똑같은 기자가 한 저자의 두 책에 대해 전혀 다른 종류의 서평을 했다는 건 무얼 의미하는가? 김종락 기자 나름대로의 평가 기준이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다. 그 기준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순 있겠다. 그러나 김용옥 씨의 비판은 그런 성격의 문제 제기가 아니었다. 너무도 오만했다.

김용옥 씨는 “김 기자가 나의 메시지나 논리를 까지 않고 성실성이나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비아냥거리고 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했는데, 나는 서평에서 저자의 성실성이나 인간적인 면을 얼마든지 거론할 수 있으며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기자가 책의 내용과 무관하게 김용옥 씨의 무슨 은밀한 사생활을 건드린 것도 아니지 않은가. 김 기자는 {금강경강해}에 대한 서평에서도 김용옥 씨의 성실성이나 인간적인 면을 긍정적으로 거론했는데, 칭찬의 경우엔 괜찮고 비판의 경우엔 안 된단 말인가?

김용옥 씨는 “내가 롭스터(바닷가재)를 먹은 것을 8 페이지나 썼다고 (인신공격을 했는데), 사실은 기것도 2페이지 밖에 안썼지만(방청객 웃음)”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내가 책을 확인해봤더니 8쪽이었다. 거짓말을 해선 안 될 것이다.

김용옥 씨는 “내 책의 독자는 나의 도덕성을 믿고, 개발되어 온 독자다. 즉 나와 독자의 관계는 사적인 것이다. (이에 반해) 신문은 공기(`公`器`)이고, 기자가 쓴 글은 기자 개인의 글이 아니다. 독자가 신문을 읽는 것은, 개인의 글이 아닌, ‘신문기자’의 글을 읽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건 참으로 어이가 없는 주장이다. 그렇게 따지자면 저자와 독자의 관계가 사적인 관계가 아닌 책이 어디 있는가? 김씨의 주장을 따르자면 서평(`書`評`)은 불가능하다. 호평일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다. 한국 언론출판계의 가장 고질병이 바로 그 ‘비판없는 서평’이라는 걸 김씨는 정녕 모른단 말인가?

기자 개인과 ‘신문기자’를 구분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스트레이트 기사가 아닌 서평 형식의 글에선 기자 개인도 얼마든지 자기 주관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김씨가 주관을 드러내는 서평은 외부 서평자의 몫이고 기자가 그런 일까지 하면 되겠느냐는 반론을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문화일보}가 새바람을 일으켜 보겠다고 새롭게 시도하는 것인 만큼 좀 다른 맥락에서 제기되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김용옥 씨는 자신에 대해 극찬을 한, 김종락 기자가 쓴 이전의 서평도 그래선 안 된다며 문제삼아야 할 것이다.
김용옥 씨는 “내가 출판으로 먹고 사는데, (신문) 출판부를 욕하는 것은 자살이다. (심하게 격앙된 채) 나는 자살해도 좋다(방청객 박수)”고 말했다. 뻥이 심하다. 김씨는 “우리나라를 망치고 있는 것은 기자와 교수다”라는 말도 했다. 이건 김씨가 즐겨 써 온 레퍼토리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김씨가 감히 언론도 비판한다고 용감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아니 김씨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 역시 뻥이다. 왜? 김씨의 언론 비판은 단지 그 수준의 뻥에만 머무르기 때문이다.

나는 김씨가 자신의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언론에 대해 실명 비판을 한 걸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한국 언론은 이제 까질 대로 까져서 실명 비판을 하지 않는 한 싸잡아서 언론 전체를 한두 마디 욕하는 것에 대해선 대단히 너그럽다. 그 이치를 모를 리 없는 김씨가 일개 신문 하나를 겨냥해 ‘자살’ 타령을 늘어놓는 건 보기에 민망하다. 그런 식으로 말을 하자면, 나 같은 사람은 그간 ‘자살’을 수십, 수백 번 했겠다.

누가 진정 김용옥을 아끼는가?

한국의 모든 지식인들 가운데 언론으로부터 가장 과분한 대접을 받아온 인물은 바로 김용옥 씨다. 김용옥 씨의 언론에 대한 한두 마디 뻥은 비판이 아니라 개그로 통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 나라를 망치고 있는 게 기자와 교수라고? 일리 있는 말씀이지만, 김용옥 씨에게 그렇게 말할 자격은 없다. {조선일보}에 대한 문제 의식이 전혀 없이 {조선일보}에 글을 쓰는 사람이 그게 말이 되나? 게다가 김씨는 박정희를 무덤에서 꺼내 부활시키려고 하는 일단의 젊은 극우 지식인들의 후원자 노릇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게 나라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한 출판 담당 기자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깨고 서평다운 서평 하나 쓴 게 나라 망치는 짓으로 보인단 말인가?

김용옥 씨의 강점이자 장점은 솔직함이다. 뻥 치지 말고 솔직하게 말씀하시라. “난 날 못 알아보는 자들을 경멸하는 엘리티즘이 뼈 속까지 깊이 물들어져 있다. 그리고 날 알아보는 자들에게 감격하는 치정주의가 있다.” 김용옥 씨의 말씀이다. 그렇게 쉽게 말하면 될 걸 무슨 나라 걱정을 하고 ‘훌륭한 21세기’ 타령을 하는가?

김용옥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는 탁월한 엔터테이너로 보면 된다. 물론 지식 엔터테이너다. 김용옥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 심지어는 그를 지지하는 지식인들까지 그런 편견을 갖고 있으니 그거 참 문제다. 김용옥 씨를 지지하는 용인대 이동철 교수는 {경향신문} 2000년 1월 17일자에 기고한 <김용옥 옹호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학계와 지식인들 일각에서 바라보듯 도올이라는 한 개인이 자기과시와 온갖 쇼적인 장치를 통해 인기를 끌고 있는 일종의 이벤트일까. 텔레비전이라는 대중매체에 편승하여 잘 활용한 일종의 에듀테인먼트에 불과할까. 먼저 결론을 말한다. 노자강의는 단순한 철학의 대중화가 아니다. 고전학의 권위자가 장기간에 걸친 학문적 훈련과 축적으로 얻은 자신의 지혜와 통찰을 소화된 자기언어로 전달하면서 현실적인 삶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파격적 구성과 전개는 궁극적으로 지식과 삶의 화해를 지향하려는 노력의 산물이자 그 표현양식이다. …… 20세기 특히 근래 40년의 변화는 단군이래 4,000년의 역사보다 넓고 깊으며 큰 것이다. 하지만 IMF가 상징하는 20세기 말 한국사회의 위기는 모든 한국인들에게 자성의 계기가 되었다. 이 점에서 도올의 특강은 새천년을 위한 조선문명과 한국방송의 모험인 셈이다.

이 주장에 대해 반은 동의할 수 있지만 반은 동의하기 어렵다. 도올의 특강이 ‘한국방송의 모험’이라는 데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조선문명의 모험’이란 주장엔 ‘뻥이야!’라고 외치고 싶다. 아니 그런 외침 이전에 나는 왜 지식인들이 ‘이벤트’나 ‘에듀테인먼트’에 대해 그렇게 부정적인지 그게 답답하다. 이동철 교수의 주장 그대로 ‘지식과 삶의 화해’를 위해선 그게 꼭 필요하다. 나는 도올의 ‘뻥’만을 문제삼았을 뿐 그의 강의 내용엔 매우 유익한 게 많다고 생각한다. 그거야말로 ‘지식과 삶의 화해’일 터이고 그런 ‘화해’를 위해 ‘이벤트’와 ‘에듀테인먼트’는 필수적이다. 그리고 도올은 그 점에 있어선 우리 사회가 극진히 아껴야 할 보배 같은 존재임에 틀림없다.

누가 더 도올을 아끼는 것인가? 이동철 교수나 그의 열성 신도들이 아니라 바로 나 같은 사람이다. 도올이 김우중 회장을 ‘성인(`聖`人`)’이라 불렀을 때 어떤 사람들은 도올이 김 회장을 아낀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그게 김 회장을 망치는 것이었다. 도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를 진정으로 아끼는 사람이라면 그가 자신을 둘러싼 ‘거품’에 안주하지 않게끔 고언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용옥의 ‘미시 파시스트적 성향’

진중권 씨가 지적한 바 있는 김용옥 씨의 ‘미시 파시스트적 성향’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진중권 씨는 김용옥 씨의 말을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마크로 권력의 차원에서 엘리트의 독재를 반대하듯이, 지식인 공동체라는 미크로 권력 내에서도 귀족정이 아닌 민주정을 원한다. 이는 자유주의 신조다. 그런데 정작 마크로 파시스트 천재론을 비판하는 자유주의자 강준만이 미크로 파시스트의 천재론을 지지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강준만이 베푸는 이 ‘공정’한 특혜는 대체 어디에 이론적 뿌리가 있을까? 어쨌든 우리의 새끼 히틀러는 실패했다. 히틀러는 실패하는 순간 바그너를 들으며 황홀하게 몰락했다. 우리의 새끼 히틀러도 몰락하는 순간에조차 황홀하다. 나는 운명에 굴하지 않고 세계와 용감하게 투쟁했고, 나 이제 고독한 영웅으로 죽노라. “이땅의 어떤 래디컬보다도 나는 래디컬하다. 그대들은 아는가? 보이지 않는 세계의 혁명을 위해 투쟁하는 자의 외로움과 서러움, 그 창조의 공포를 감내해야 하는 용기가 과연 어떤 것일 줄 아는가?” “오, 나 도올 생의 가시밭길에 쓰러져 피흘리다.” 이 키치, 이것도 히틀러를 닮았다. 그런데 항문기(‘똥’)와 성기기(‘자지’, ‘보지’)에서 정신 발육이 멈춘 이 미숙아의 신파에 강준만은 이렇게 코멘트한다. “나는 김씨의 …… 처절한 선언에 공감 …….” 감동 먹은 모양이다. ‘늑대별’ 소준섭의 ‘처절한 선언’을 비웃을 수 있었던 세련된 감성의 소유자가 여기서는 왜?

나는 진중권 씨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나의 반론에서 그의 ‘과잉된 진지함’을 문제삼으면서 다음과 같이 답한 바 있다.

자기 중심주의는 편협함으로 나타납니다. 김용옥씨의 편협함은 그냥 개그로 이해하는 게 옳습니다. 재미있잖아요. 개그맨 김국진씨도 ‘개그의 천재’라는 말을 듣는데 김용옥씨가 천재 소리를 못 듣는다면 그거 문제있는 것 아닙니까? 진중권씨는 “오, 나 도올 생의 가시밭길에 쓰러져 피흘리다”라는 김용옥씨의 말을 심각하게 텍스트 분석 하면서 히틀러를 닮았다고 하셨던데, 전 히틀러보다는 신파 개그를 연상합니다. 그냥 웃으면 되는 겁니다. 김용옥씨가 진중권씨의 주장대로 설사 파시스트라 하더라도 그게 그의 ‘본업’은 아닙니다. 그러니까 조선일보 패거리와는 좀 다르다는 거지요. 좀 봐주면 안될까요? 김용옥씨가 조선일보 패거리와 자주 놀아 문제가 된다면 그땐 제가 또 가만 있겠습니까?

이젠 내가 더 이상 가만있을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사태가 진전된 것 같다. 김용옥 씨의 ‘미시 파시스트적 성향’에 대해선 진중권 씨가 좀더 자세한 주장을 담은 글을 발표하리라 믿고 나는 ‘미시’의 차원을 넘어선 더욱 심각한 문제 제기를 하나 해야겠다. 이미 앞서 부분적으로 한 이야기지만, 다시 한번 정리를 해보잔 말이다.

‘봉건적·보수적 세계관에 봉사하면 안된다’

김용옥 씨가 대중의 교양 향상 차원을 넘어 “우리 민족의 가치관과 나아갈 길”까지 역설하거나 대중이 그러한 역설에 귀 기울인다면 그건 대단히 위험하다. 그런 위험성은 이현우 씨가 잘 지적한 바와 같이 그의 위험한 친일파관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 철학자 김상봉 씨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통사상에 대한 논의에서 한 가지 경계해야 할 점은 우리 것에 대한 담론 속에 감춰진 국수주의나 파시즘의 흔적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동양에 대한 관심이 봉건적·보수적 세계관에 봉사하는 게 돼서는 안됩니다.

그런데 김용옥 씨의 경우 이미 봉건적·보수적 세계관에 봉사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으니 바로 그게 문제란 말이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김용옥 씨는 박정희를 무덤에서 꺼내 부활시키려고 하는 일단의 젊은 극우 지식인들의 후원자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런 젊은 극우 지식인 가운데엔 {조선일보}의 이한우 기자가 포함돼 있는데, 이한우 기자의 김용옥 씨에 대한 태도 돌변은 한편의 코미디를 방불케 한다. 이한우 씨는 {조선일보} 기자가 되기 전, {월간중앙} 1991년 6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김용옥 씨가 곡학아세(`曲`學`阿`世`)를 한다며 다음과 같이 혹독하게 비판한 바 있다.

“동양철학에서 서양철학 얘기하고 서양철학에서 동양철학 얘기하고 그것도 안되니까 한의학 하는 데 가서 동양철학 얘기하고 이 담엔 동양·서양 할 것 없이 철학하는 데서 한의학을 얘기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깊이는 없이 옆으로만 한없이 퍼진다는 말이다. 이것은 아마 석사과정을 한국에서 한가지 했기 때문에 모험심이 없어서 도망다니듯 공부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해본다.”

세상에, 이런 부당한 비판이 또 있을 수 있을까? 그런데 재미있는 건 당시 이한우 씨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으며 지금도 적지 않게 있다는 점이다. 나는 김용옥을 둘러싼 그런 부당한 오해를 위한 변명을 해주고 싶어서 <철학이 ‘엔터테인먼트’가 되면 안되나?>라는 글을 썼던 것이다.

더욱 재미있는 건 이한우 씨의 놀라운 변신이다. 이한우 씨는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조선일보} 기자가 된 이후 극우화의 길을 걸었으며 곧 확실한 극우주의자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김용옥 씨에 대한 태도는 180도 변했다. 이제 이한우 씨는 김용옥 씨가 아끼는 ‘제자와 후학’ 그룹에 끼어 ‘박정희 부활’을 위해 애쓰고 있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나는 이건 앞으로 더 탐구해야 할 숙제로 남겨두고자 한다.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극과 극은 통한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이한우 씨의 태도 돌변이 그걸 잘 말해준다. 김용옥 씨를 극렬하게 매도하는 사람들이나 극렬하게 예찬하는 사람들은 양쪽 다 위험하다. 왜 인정할 건 인정해주면서 비판할 건 비판하는 그런 성숙된 자세를 갖지 못하는 건지 이만저만 안타까운 게 아니다.

{문화일보}의 용기와 분발을 기대한다

‘이벤트’와 ‘에듀테인먼트’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 김에 {문화일보}에게도 한 말씀 드려야겠다. {문화일보} 1999년 12월 7일자에 실린 <문화일보 서평: 도올 ‘감정적 대응’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포함된 다음과 같은 인용 부분은 크게 눈에 거슬렸다는 걸 지적해야겠다.

S대 정치학과 모 교수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비싼 공중파를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적인 자기과시적 발언에 치중한 김씨의 자세에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매체 서평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나친 비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주례사처럼 칭찬으로 일관해 학문적 논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인용은 곤란하다. 이에 반대되는 주장은 인용을 하지 않았기에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이기도 하지만 ‘S대 정치학과 모 교수’라는 익명 처리가 더욱 보기 싫다. 물론 그 발언을 한 교수가 익명을 요구했겠지만, 주례사처럼 칭찬으로 일관하는 국내 매체 서평의 가장 큰 문제점을 지적해놓고 자기는 자신의 이름을 숨기며 보신(`保`身`)하겠다니 그게 말이 되나? 바로 그런 보신주의 때문에 모든 서평이 주례사처럼 일관하고 있다는 걸 정녕 모른단 말인가?

그렇게 말이 안 되는 말을 하니 앞에 한 말 역시 말이 될 리 없다. 왜 도올의 강의가 ‘비싼 공중파 낭비’란 말인가? 그게 바로 ‘이벤트’와 ‘에듀테인먼트’에 대한 편견과 몰상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편견과 몰상식은 {문화일보}측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그게 문제라는 말이다.

나는 도올의 언론 비판 자격을 문제삼긴 했지만, 한국 언론의 문제가

동동주님이 김용옥에 대해 비판적인 자료를 올려 주었다. 동동주님은 처음에 "재미도 진리다"라고 김용옥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여주기도 하였던 분이다. 그럼 그의 입장이 이젠 바뀐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 그건 우스운 판단이다. 차라리 동동주님이 양쪽의 입장에 모두 귀기울이면서 객관적으로 보고자 여러 자료를 인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야 어떤 입장이든 토론과 논쟁에서는 이러한 객관적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 훌륭하고 필요하다고 본다.

<옵저버> Re: 아, 이런 글이 있었네요. 김용옥 결정판이라 생각됩니다.

오늘날 학문이 그 본질적인 의미를 상실해가고 인간적 정서의 결핍이 가중되는 이 시대에 이렇게, 그러한 문제를 대변하고 있으며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흥미로운 논쟁도 드무리라 생각한다.

이 사회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있는 고위 지식층이 그 대상이기에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한다.

이런 논쟁자체에 대한 회의는 없다. 인간의 진리를 향한 의지,그리고 자아의 지적 가치관의 정체에 대한 발전사이리라.

한가지 우리가 가슴깊이 인식해야할 우리의 과제는 무엇보다도 모든 주체는 자신이다. 그래서 세상을 대하는 우리의 인식을 자신의 맑은 주관에서 찾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존재는 우리에게 필요한 하나의 자양분이다.
그것을 소화하는 주체는 우리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정한 지식인은 자신이 늘 완전하지 못함을 인정하고 겸손과 절제를 바탕으로 한 끊임없는 노력을 이루어가는 학생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에 옵저버님이 끼어들었다. 그런데... 좋은 말만 하고 끝냈다. 나쁘게 말하자면, 논쟁과 토론에 필요한 날카로운 의견제시보다는 훈계조의 이야기를 한 것이다. 대체로 김용옥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해석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다음 이야기는 이러한 비판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비꼬는 투라서 바람직하다고만 할 수는 없겠지만.

<리옵저버> Re: 알오티씨 같네요

철학생도 헌장인가요?

<영화로 읽는 윤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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