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15일자 오마이뉴스에서는 부산대 길원평 교수가 생명윤리학회에서 제기한 황우석 교수에 대한 비판을 보도했다. (기사: 황우석, 그의 선택은 최선이었나?: 네이버에서 보기) 나는 그 기사의 보도 내용에 큰 오류나 허위는 없다고 보고 그 기사에 근거해서 길원평 교수의 비판에 대해서 황우석 교수의 입장에서 가능한 반론을 생각해 보겠다.

길 교수의 비판의 핵심은 성체줄기세포에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서 추구하는 난치병 치료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윤리적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는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해서야 되겠는가 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할 때 황우석 교수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반론은 다음과 같다. 즉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배아줄기 세포 연구가 전적으로 같지 않는 한, 윤리적 쟁점과 결부되어 있다고 해서 배아줄기 세포 연구를 '무조건' 그만두라고 강요하는 것을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길 교수가 주장하는 바가 대체로 옳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도 불확실한 것이 있다. 정말 성체줄기세포로, 배아줄기세포 연구로 치료할 수 있을 만한 모든 난치병 치료를 다 대신할 수 있는가? 그럴지도 모르지만 아직 불확실하다. 대체로 여러 전문가들의 주장을 엿듣고, 또 기사에서 인용된 부분을 들여다 보면,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의 난치병 치료 가능성은 상호보완적이거나 배아줄기세포의 가능성이 더 큰 것 같다. 기사에서 제시된 표를 보면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통한 치료는 이미 임상 실험을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성체줄기세포의 난치병 치료 능력이 더 클지 모른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로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그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인해서 늦게 시작되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에 황우석 교수가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과학적인 사실들에 대해서 각종 자료를 조사해서 길 교수가 제시한 세부적인 내용들을 하나씩 점검해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여기서 길 교수의 주장이 대체로 전적으로 사실이라고 인정하더라도 길 교수의 최종적인 요구가 부당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간단히 반론하고자 한다. 그것은 이미 말했듯이, 성체줄기세포의 모든 치료가능성이 배아줄기세포보다 더 크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 효용성이나 비중이, 예를 들어 9대1 정도로 성체줄기세포가 우월하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다른 과학자가 하는 연구를 중단하라고 요구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는 것이다. 배아줄기세포가 전적으로 중단되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은 그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처참하게 죽거나 극심한 위험에 빠질 수 있는 등의 명백한 윤리적 명분이 있을 때일 것이다. 하지만 이 사이트에서 여러 기사들과 학자들의 비판에 대해서 내가 반론하면서 느끼는 것은, 그러한 윤리적 명분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중단할 윤리적 명분이 없다는 말이, 거기에 윤리적 논쟁의 소지도 없다는 말은 아니다. 윤리적 논쟁의 소지는 이미 있고, 그래서 논쟁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거기에 다양한 옳고 그름의 측면이 있어서 어느 쪽도 섣불리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여기에서 누군가가 끼어들어서 자신만이 옳다고 독단적인 주장을 해서 정당화되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한 시대의 지배적인 가치관이 얼마나 독단적이고 부당한 것일 수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지동설을 주장했다고 갈릴레이를 화형에 처하겠다는 협박을 기독교나 백성이 도탄에 빠져도 성리학적 가치관으로 사화를 일으키던 유학자들의 예는 이미 진부한 예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일이 오늘날에도 또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서양(주로 미국)에서 받아들인 생명윤리이론을 충분히 우리 것으로 소화하지도 못한 채 거기에 안주해서, 마치 방정식을 적용해서 외운 수학 문제를 푸는 수험생과 같은 방식으로, 생명 윤리를 논하는 학자들의 모습은(적어도 여러 기사들을 통해서 내가 파악한 모습은 그와 유사하다.) 중세의 기독교나 조선말의 성리학자들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물론 어떠한 가치관을 갖지 않고 어떤 시대를 살 수는 없다. 그렇다면 보다 시대를 통해서 변화가 적은 가치관을 우선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효나 사랑의 가치, 인간의 존엄성 같은 것은 다소 포고라적이고 애매하지만 그런 예들일 것이다. 그리고 과학기술의 발전도 그 중의 하나이다. 배아줄기세포연구가 인간 존엄을 해친다는 섣부른 결론으로 나의 주장에서 모순이 있다고 반론해서는 안된다. 배아줄기세포연구에 관련된 문제가 진정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것인지 아닌지가 윤리적 쟁점의 하나이고, 거기에는 특정 종교나 특정 지역의 가치관이 선입견으로서 지배하고 있다고 의심할 충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정리를 하자면 다음과 같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중단시킬만한 결정적인 윤리적 명분은 '적어도 아직은' 없고, 대체로 종교인이나 일부 학자들의 독단들이 윤리를 위장하고 있을 뿐인 것 같다. 둘째로, 그 대안이라고 제시된 성체줄기세포 연구가 정말 완벽하게 배아줄기세포를 대신해서 그에 대한 연구를 완전히 무가치한 것으로 만들지 않는 한, 거기에 대해서 무조건 중단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