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5일자 프레시안 논평에서 인제대의 강신익 교수라는 분이 쓴 황우석 교수 연구에 대한 비판 기사를 보았다. 나는 그 글이 매우 비판적인 논조로 황 교수의 연구를 비판하고 그가 대중적인 영웅이 되고 있는 현실을 비난하고 있지만 그런 비난과 비판에는 어떤 정당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말장난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그 점을 조목조목 비판해 보고자 한다.

먼저 그 글에서 사용하는 어투는 별로 냉정하지 못하다. 상황을 극적으로 희화화하고 '근거없이' 냉소적으로 묘사한다. 그리하여 대중들로 하여금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도록 유도한다. "복제가 우리를 구원하리라?"라는 주 제목, "'황우석 드라마'에 빠져든 대한민국", "'황우석 드라마', 계속되는 연장 방송, 그 결말은?"과 같은 중간 제목들이 모두 그런 의도들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상황을 냉소적이고 부정적으로 묘사한다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여론몰이 식 논평을 뒷받침하는 충분한 이유가 전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때로 그런 중간 제목들은 글쓴이 자신이 붙이지 않고 기자나 편집자가 임의로 붙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간 제목들은 글쓴이 자신의 본문 내용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충분히 비판의 한 초점이 될 수 있다.)

하나의 사태는, 그것이 어떤 것이더라도 말장난같은 어휘구사나 수식어들로 가장 부당한 것까지도 정당하고 숭고한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 수 있고, 가장 정당한 것조차도 얼마든지 냉소적이고 부정적이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을 다 굶주리게 만들면서 김일성 정권이 내세웠던 혁명에 대한 갖가지 수식들은 그런 망상과 호전적인 도발의지를 얼마나 정당하고 숭고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한가지 예이다. 우리가 항상 보는 정치꾼들이 내세우는 갖가지 이념과 '국민의 뜻'은 그들의 부정비리의 의도를 적절히 포장하는 일반화된 수식어들이다. 반대로 우리 국민들이 제기하는 위안부 문제나 일본의 2차대전 때의 잔학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본의 극우주의자들이나 혹은 국내의 친일매국인사들에 의해서 어떤 수식어들로 폄하되는지를 우리는 익히 보아왔다. 그러므로 하나의 사태에 대해서 그것을 '단지' 수식어들로 냉소적이고 부정적이도록 매도할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점에 대한 분명한 이유들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주장의 한 방법일 것이다.

그런데 프레시안에 게재된 강신익 교수의 글은 그러한 비판과 냉소에 대한 충분한 이유들을 논리적으로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는가? 그렇지 못한 측면이 매우 많다고 본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에 대한 정치권의 지지와 국민들의 지지조차도 모두 황 교수를 하나의 연예인에 비유하면서 희화화하고 폄하하려 한다. 그리고 그것을 지지하는 모든 사람들은 비판적 사고 없이 모두 들떠서 시류나 유행에 휩쓸린 연예인 팬들처럼 매도한다. 그리하여 황 교수를 지지하는 한국 국민들이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의 마력에 빠져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만약 그런 식으로 현 상황을 비판할 수 있다면 정확히 같은 이유로 우리는 2002년 월드컵 때의 분위기를 '한갓 공놀이에 불과한 스포츠'에 휩쓸린 광기라고 폄하할 수도 있고, 50년 전에는 지금의 아프리카 빈국들과 다름 없던 상황에서 짧은 시간에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태도들에 대해서도 '경제 지표라는 숫자'의 마력에 빠진 비이성적인 시류라고 폄하할 수 있다. 결국 우리의 모든 장점을 폄하할 수 있고 우리가 어떤 것을 잘 하더라도, 더 나아가서 어떤 사람이든 혹은 어떤 국가든, 그 주체가 가진 어떤 장점이라도 그렇게 폄하할 수 있다. 결국 그런 말장난에 의한 폄하는 근거있는 비판이 될 수 없다.

강신익 교수가 황교수에 대한 근거없는 폄하를 하는 것은 개 복제 성공에 대한 그의 비판 내용이다. 세계가 극찬하는 성과에 대해서 그는 아무 것도 새로울 것이 없다는 말로 일관한다. 그리고서는 <네이처>지에서 황 교수 연구에 대해 논평한 글을 인용하면서 그런 폄하를 뒷받침하려 한다. 하지만 그 내용이 어떻든지 간에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있다. <네이처>지 같은 학술잡지에서 하나의 연구의 의미를 논평했다는 자체가 그 연구가 매우 의미있는 연구였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런 전후 맥락을 대 배제하고 조선일보 식의,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따와 인용하는 글쓰기는 별로 잘 균형잡힌 사고를 보여주지는 못함이 분명하다.

그런 그의 사적인 감정에 치우친 듯한 황 교수 연구에 대한 폄하는 "피같은 세금을 개 복제와 같은 연구에 쏟아 부을 필요가 있는가?"라고 묻는 그의 말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렇다면 우리는 강신익 교수에게 되물어 볼 수 있다. 피같은 세금을 식물들 잡종 교배하는 데에 쏟아 부을 필요가 있는가? 피같은 세금을 애들 장난감같은 전기회로나 뜯어고치고 어디 쓸지도 모로는 기계를 만드는데에 쏟아 부을 필요가 있는가? 피같은 세금을 사람들이 이메일이나 잘 보내고 인터넷 중독자가 늘도록 돕는 데 쓸 필요가 있는가? 만약 피같은 세금을 그런 곳에 쓸 필요가 없다면 우리는 세금으로 농작물 품종개량을 하는 데에 써서도 안되는 것이며 로보트를 개발하는 데에 써서도 안되고, 초고속 통신망을 개발하는 데에 써서도 안되는 것이다. 요지는 이렇다. "피같은 세금을 개 복제와 같은 연구에 쏟아부을 필요가 있는가?"라고 묻는 강신익 교수의 말은 정당하지 못하다. 그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피같은 세금을 생명공학 연구에 쏟아부을 필요가 있는가?" 혹은 "피같은 세금을 난치병 환자들 치료하기 위한 기술개별에 쏟아부을 필요가 있는가?"라고.

끝으로 그는 "복제가 우리를 구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황 교수 연구를 부정적으로 보도록 최대한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질문 역시 정당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초고속 통신망이 우리를 구원할 것인가? 아니면 로보트가 우리를 구원할까? 우리가 박수치면서 좋은 연구라고 지지할 수 있는 어떤 연구가 "우리를 구원할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긍정적인 답변이 될 수 있는가? 그리고 다시 강조하지만 황 교수 연구의 핵심은 복제가 아니다. 우리는 황 교수 연구에 대해서 무조건 지지할 필요가 없고, 때로는 비판도 해야 할 경우가 있겠지만, 그것의 한 측면만을 부각시켜서 어떤 연구도 긍정적으로 책임질 수 없는 부담을 지우며 비판해서는 안된다. 결국 "생명공학 연구가 우리를 구원할까?"라고 물어도 그 대답은 확신에 찬 긍정이기 어렵겠지만, 적어도 강신익 교수는 그렇게 물어야 했다.

끝으로 이 글과 더불어서 또 다른 황우석 교수에 대한 비판 기사를 주로 싣는 프레시안에 대한 나(파깨비) 개인의 소견을 언급하면서 글을 맺겠다. 프레시안의 기사를 관심있게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기사의 상당 부분은 나도 동감하는 부분이 많고 때로는 꼭 필요한 기사도 많이 싣는다는 점에서 상당 부분 찬사를 보내고 싶은 언론매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한국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학대받는 불법노동자 문제를 다루는 기사들은 보수 언론에서 눈감은 부분이지만 다루어야 한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정당한 기사들 다수에 묻혀서 정당성이 부족하고 근거없는 우려에만 기댄 비판을 마치 부당한 시류에 반기를 드는 용감한 비판인 듯 소개하는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황 교수 연구에 대해서 반성없는 지지에 대해서 나도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황 교수 연구가 국민들로부터 지지받는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충분한 이유가 있는 국민적 공감대에 충분한 근거없는 여론몰이식 비판도 용기있고 가치잇는 비판이 될 수 있는지, 기사를 선정한 프레시안의 태도에 회의가 느껴진다. 그리고 이런 우려를 굳이 표명하는 까닭 중의 하나는 프레시안 뿐만 아니라 다른 진보 매체에서도 단지 '진보'성향이라는 이유 때문에, 그래서 정치꾼들과 같은 보구 기득권층의 선택과 반대되는 성향을 보이는 비판이라는 이유 때문에 강신익 교수의 비판처럼 근거가 부족한 논의가 [긴급진단]이라는 비중있는 표제로 선택된다는 사실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용기있고 가치있는 비판은 그 안에 충분히 설득력있는 정당 근거를 포함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