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기사: 황우석 교수, 난자의 상업화를 부를 것[프레시안, 2005-06-22]

이른바 여성주의자들에게서도 황우석 교수 연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위의 관련기사가 잘못 보도된 것이 아니라면 계명대의 여성학 전공인 조주현 교수가 이 점을 문제삼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비판하고 나섰다.

'난자'와 관련된 쟁점으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조주현 교수뿐만이 아니다. 구영모 울산대 의대 교수는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인간배아연구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연구에 사용된 16명의 여성이 제공한 242개의 난자의 출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연구과정에 윤리적 문제에 대한 사전검토가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황우석교수 복제배아연구에 비판·의문[경향신문:2005-08-25])

그러나 이런 비판들 속에서 난자를 중심으로 가해지는 황교수 연구에 대한 그들의 비난은 곰곰히 따져보면 결코 정확한 윤리적 비판이라기보다는 '인기에 대한 흠집내기'이거나 '맹목적인 여성주의'의 강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그런가?

먼저 구영모 교수의 주장부터 따져보자. 구영모 교수가 정확히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황교수의 연구인가 아니면 배아줄기세포 연구인가? 만약 구영모 교수가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황교수의 연구라면, 그것은 황교수가 출처불문의 많은 난자를 가지고 연구를 했다는 점에서 의혹이 해명되기만 하면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별 다른 문제가 없는 것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만약 황 교수의 연구가 그 점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점에 대해서 사과하거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거나 한다면 계속적으로 연구하는 데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만약 그것도 안된다면, 황교수는 그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거나 처벌을 받고, 그 밖의 다른 사람이 다시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하면 거기에 대해서는 다시 비판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계속되어도 되고 난자 수집에 따른 문제점은 보완하거나 별도로 책임을 지면 된다.

내가 볼 때 방금까지 제시된 어느 것도 구영모 교수의 비판이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바는 아닌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난자를 어떻게 구했는지가 구영모 교수가 궁극적으로 비판하고자 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비판의 근거가 되어야 하는데, 그럴 것 같지가 않다. 예를 들어서 누군가가 고철을 훔쳐서 기계를 만들었다면 그 고철을 훔친 행위는 윤리적으로 비난받고 처벌받아야 할 행위이지만, 그 고철로 기계를 만든 행위는 윤리적 비난이나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즉 구영모 교수가 공개적인 토론회에서 비판을 집중한 쟁점은 배아줄기세포 연구라는 핵심 문제에 대한 비판은 전혀 될 수 없다. 이를 통해서 볼 때 난자 수집에 대해서 의혹을 제기하는 구영모 교수의 비판은 별로 윤리학자로서 다른 학자에게 제기할 비판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마치 정치인들 데려다 놓고 의혹을 제기하는 다른 정치인의 정치적 행위처럼 보인다. 그 안에 정확한 논변들의 연관관계가 없다.

이런 식으로 정확히 어떤 점에서 황 교수에 대한 비판이 성립하는지를 따져볼 때 더 이해하기 어려운 비판은 조주현 교수의 여성학적 입장에서의 비판이다. 그 비판의 요지를 내가 이해한 바로 정리해 보면,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성공해서 난치병을 치료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곧 난자에 대한 상업적 수요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며 이에 따라서 난자가 상품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주장이 얼마나 현실성있는 진단인지를 떠나서, 나는 그런 조 교수의 입장에 찬성하는 모든 사람은 (조 교수도 포함해서) 장기이식의 의술에도 똑같은 이유로 반대해야만 할 것이라고 본다. 장기이식을 보자. 장기이식을 통해서 건강한 자녀가 부모에게 콩팥 하나 떼 줘서 난치병으로부터 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이식으로 인해서 장기 밀거래가 생겨난 것도 분명하다. 이것은 단지 여성의 난자만을 상업화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살아있는 인간(남,녀를 불문하고)의 장기를 상업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의 난자가 상업화된다는 '가능성'만으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보다 더 끔찍한 '현실성'에 근거해서 장기이식 의술을 강력히 반대해야 할 것이다.

나는 조 교수나 그와 유사한 입장을 가진 여성주의자들이 정말 장기이식이라는 의술에 대해서 반대를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만약 반대를 한다면 그들의 입장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조할지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아마도 사회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지탄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난자의 상업화라는 가능성으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조 교수의 주장은 그만큼 설득력없는 주장이다.

비록 간단한 고찰들이긴 하지만, 이런 고찰들을 통해서 볼 때 난자 문제를 둘러싼 배아줄기세포 연구(혹은 황우석 교수 연구)에 대한 비판들은 별로 핵심을 공박하는 비판들이 아니라, 단지 인기에 흠집을 내기 위한 여러가지 꼬투리 잡기식의 비판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듯 하다.